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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뜻밖에도 방문을 열자 성도윤이 문밖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복도의 등이 그의 모습을 길게 끌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차갑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얘기 좀 합시다.”

남자가 고개를 들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랑 내가 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

“정말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았을 거예요.”

“....”

남자의 말에 차설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지, 마음에 담은 것이 많아서 뒤척이다 보니까 잠이 안 오는 거고 그걸 정리 안 하면 잠을 더 오랫동안 못 잘 수도 있었다.

“좋아요, 얘기 좀 해요.”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옥상의 환경은 나쁘지 않았는데 야외 카페로 가장 밝은 별을 볼 수 있었다.

차설아는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성도윤도 곁에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깨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별로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인데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편안했다.

성도윤은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나랑 얘기 좀 하자며 왜 말을 안 해요?”

한참 후 차설아는 반짝이는 별에서 시선을 거두어 남자의 애틋한 눈동자에 부딪혔다.

성도윤은 쑥스러워하며 어설프게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쪽이 차설아예요?”

그는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쓸데없는 말을 물었다.

“그럼 내가 누구예요?”

차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녀는 이 녀석이 예전과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빙산이었는데 지금은 멍청한 것 같기도?

“그거 알아요? 당신 때문에 너무 불쾌했다는 걸. 언젠가 내가 당신을 만난다면 꼭 욕할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어요.”

“욕을 한다고요?”

“놀라워요?”

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쥐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약속을 어기는 거예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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