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연약한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도윤아,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네.”서은아는 환자복을 입은 허약한 얼굴에 파이프까지 꽂은 채 옥상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여긴 어떻게 왔어?”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앞으로 나가 부축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이제야 몸이 좀 나아졌는데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거야?”“아니거든, 당신이 사라지면 내 몸이 어떻게 멀쩡해도 소용없어.”서은아는 두 번 기침하며 가냘프게 성도윤의 품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 “아까 악몽을 꿨는데 너를 빼앗기는 꿈이었어. 갑자기 깨어나 사방을 둘러보는데 네가 없는 거야. 어쩐지 당신이 옥상에 있을 것 같아서 옥상으로 찾으러 달려왔어. 너무 힘들어. 상처가 덧나서 아픈 거 같아.”“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건 꿈일 뿐이야.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야.”성도윤은 가슴이 아파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 .서은아는 줄곧 자신 곁에 있었고 그가 가장 힘들 때 그를 버린 적도 없었고 그로 인해 원수에게 복수를 당했기에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 되었다.그녀가 아프니 그도 같이 아팠다. 그녀가 미간을 조금 찌푸려도 그는 그녀를 위해 온 세상을 등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정말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서은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남자를 바라보며 차설아를 가리켰다. “그럼 왜 늦은 밤중에 이 여자랑 옥상 커피숍에 단둘이 있는 거야? 이렇게 야릇한 분위기에 두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엉뚱한 생각을 않게 생겼어?”성도윤은 차설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많아서 찾아가서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 되지. 한밤중에 나 몰래 이 여자와 밀담할 필요는 없잖아? ”원래 안정감이 없던 서은아는 차설아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차설아 씨는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요? 갈 곳이 그렇게 많은데 굳이 여기서 우리랑 우연히 만나길 바란
그는 오늘 밤 자신이 약간 통제 불능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불장난을 하는 사람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분명 불에 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이지? 이건 당신이 나에게 약속한 거야, 만약 당신이 나중에 이 여자를 따로 만난다면 나는... 여기서 뛰어내려 죽을 거야, 당신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서은아는 캄캄한 아래층을 가리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자, 화내지 말고 일단 내려가자. 여긴 너무 추우니까 감기 조심해야지.”성도윤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서은아를 안고 자리를 떴다.도중 두 사람은 차설아와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기본적 예의인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차설아는 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고 한참 동안 반응이 없었다.“하하, 하하하! ”그러고 나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웃겨, 성도윤도 웃기고 서은아도 웃겼다. 하지만 가장 웃긴 건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성도윤의 원래 짝이면서도 얼굴을 못 드는 내연녀 형편이 되어 치욕을 당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꽁냥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설아, 정말 대단해. 그의 완벽한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이 정도까지 비굴하게 만들고 묵묵히 혼자 모든 걸 감수하다니... 이보다 더 미련한 사랑꾼이 어디 있겠는가!일주일 후차설아는 주치의의 원래 계획에 따라 성진의 퇴원 절차를 밟았다.이번 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았는데 성도윤과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어떤 장소도 피했다.모든 것이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만약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꿈만 같았다. 진실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꿈 말이다.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성진도 있었다.차설아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도 절대 그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고 항상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차설아는 차를 불러 입원실 아래층에서 기다리게 했고 가방을 메고 성진을 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성도윤은 창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그 차를 지켜보았다.“자기야,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는 거야?”심심해서 잡지를 뒤적거리던 서은아는 성도윤이 창밖을 내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새 한 마리.”성도윤의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새 한 마리?”서은아는 그 대답에 목을 길게 빼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날아가는 새 한 마리였어, 하지만 아직 날개가 뻣뻣하지 않아 멀리 날 수는 없을 것 같아.”성도윤은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은아의 좋지 않은 예감은 더욱 강렬해졌다.아마 남자가 말하는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닐 것이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홀가분한 척 남자를 향해 물었다. “자기야, 요 며칠 설아 씨를 다시 보러 간 적이 있어?”“내가 다시는 안 만날 거라고 약속했잖아.”성도윤의 표정은 약간 엄숙했다. “며칠 동안 나는 당신이랑 거의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당신이 이런 말을 묻는다면 나를 너무 믿지 않는 거 아니야?”“미안해,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칫 잘못하면 당신을 잃을까 봐 그러는 거야.”“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우리 사이에 자신이 없어? 아니면... 우리 사이의 사랑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건가?”성도윤의 눈빛은 탐구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럴 리가!”서은아는 찔린 듯 고개를 숙이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차설아한테서 성도윤을 훔친 도둑과 같다.성도윤이 지금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바로 그가 차설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었다.어느 날, 그가 갑자기 기억을 되찾으면 서은아는 단 1초 만에 지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당신한테 물어봐도 된다고 말했잖아...”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많은 일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어.
서은아는 담담한 어조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긁어모아 성도윤에게 완전히 다른 사실을 말했다.“정, 정말이야?”성도윤의 그윽한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약간의 의심으로 반짝였다.분명히 이것은 그가 예상한 진실과 너무 달랐기에 그는 잠시 동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를 믿는다면 이게 다야. 만약 나를 못 믿는다면 차설아를 찾아가서 물어봐.”서은아는 더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성도윤은커녕 그녀 자신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말은 흠잡을 데 없었다.더구나 소영금 같은 확실한 증인들도 있으니 말이다.“그럴 필요 없어...”성도윤은 주먹을 살짝 쥐며 말을 이었다.“사실 그 여자가 진작에 인정했어. 단지 내가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그는 그사이에 분명 무슨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나쁜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피를 자신의 약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지금 보니 단순히 그녀가 그를 다치게 하고 양심에 찔려 속죄하러 온 것뿐인데 말이다.아니, 차설아, 나 성도윤은 이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야. 감히 나를 건드려놓고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 하지 마.차는 넓은 길을 따라 유유히 작은 마을로 향했다.차설아는 창가에 기대어 푸른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성진은 일찌감치 차설아의 울적함을 눈치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그렇게 아쉬우면 퇴원 연기를 신청해도 돼.”남자는 눈을 감고 짐짓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평온한 얼굴을 한 남자를 보면서 그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무슨 소리야, 나... 내가 아쉬워 할 게 뭐 있어.”이 말은 그녀 자신도 말하고 자신이 없었다.뼛속 깊이 새겨진 그리움은 이성으로 자제할 수 있지만 지울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에 확실히 성도윤이 있고 그 어느 순간에도 그를 놓아준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리움이 덜할 거다. 하지만 일단 만나면 마음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숨길 필요
차는 한 골동품 가게 앞에 세워졌다.차설아가 성진이 앉은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차 안에서 기다려.”그는 자신의 서프라이즈가 미리 누설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헛수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 무슨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는지 한 번 두고 보자.”차설아는 짙은 호기심을 가지고 운전기사가 성진을 밀고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가 차 뒷좌석에 누워 시간을 보니 마침 해안 시의 오후였고 두 꼬마가 하교할 시간인 것 같아 차성철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이상하게 평소에는 바로 전화를 받던 차성철이 오늘 몇 번을 반복해서 시도했는데도 계속 연결이 안 됐다.“어떻게 된 거지?”차설아는 금세 눈살을 찌푸리며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그녀는 또 바로 민이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민이 이모는 오히려 빨리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공교롭게도 제가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어요.”전화기 너머의 민이 이모도 마찬가지로 눈살을 찌푸리고 초조한 상태였다.“보아하니... 무슨 일 있는 거죠?”“네, 아가씨. 이 일을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장재혁 씨와 경윤 아가씨께서 걱정하실까 봐 먼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무슨 일이에요, 빨리 말해요.”“성철 도련님이 일주일 전에 남부로 출장을 가셨어요. 원래 이틀 전에 돌아오셔야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두 아이도 외삼촌이 보고 싶어 자주 연락을 하라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장재혁 씨는 이것이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이 사업을 할 때 어떤 곳에서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으니 며칠만 기다려 보라고 했지만 저는 왠지 불안해서요.”민이 이모가 말하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차성철은 차가의 후손이니 차설아처럼 그녀가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도련님이다. 만약 차성철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그녀도 저세상에 있는 회장님과 사모님을 뵈러 갈 면목이 없었다.“오빠가 이틀째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예요?”“맞아요, 장재혁 씨의 말에 의하면
성진은 그녀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만약 그녀가 이렇게 떠난다면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다.“하느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그녀는 눈을 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을 느꼈다.바로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골동품 가게가 굉음을 내며 가게 전체가 무너지고 불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아, 불이야, 사람 살려!”을지로는 마을 전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데 이 골동품 가게는 평소에도 손님이 많아 폭발이 일어났을 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다.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번지는 불이 자신을 위협할까 봐 머리를 싸안고 도망치는 상황이 펼쳐졌다.“...”차설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불길이 치솟는 골동품 가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성진... 성진!”그녀는 빠르게 차에서 뛰어내려 미친 듯이 화재 현장을 향해 돌진했다.“너무 위험하니 들어가지 마세요.”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관이 차설아를 막았다.“이거 놔요. 내 친구가 안에 있어요. 그는 볼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다고요. 내가 그를 구하러 가야 해요. 날 놔줘요!”“사람은 저희가 구할 겁니다.”소방관은 시종일관 차설아를 막고 화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불길이 곧 잡혔고 부상자들이 하나둘 실려 나왔지만 시종 성진은 보이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실려 나온 사람은 성진을 밀고 들어간 운전기사였다.운전기사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한쪽 발이 부러져 있었는데 보기에 매우 흉악하고 가련해 보였다.차설아는 있는 힘을 다해 소방관의 제지를 뿌리치고 운전기사가 있는 들것 앞으로 달려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성, 성진은요? 그 사람 어디에 있어요? 그 사람 어떻게 되었어요?”“다른 사람에게 납치되었어요, 빨리 가서 그를 구하세요!”기사는 이 말을 하고 기절했다.“납치되었다고?”차설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이 몇 글자를 곰곰이 생각했다.소방관도 다시 현장을 수색했지만 여전히 성진의 종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확실하지 않
성씨 성을 가진 분이 안부를 여쭙는다고?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운전 기사에게 다시 한번 되물었다.“정말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게 맞아요? 잘못 들은 게 아닐까요?”그녀는 반복해서 확인했고 표정이 심각해졌다.“제인, 나는 다쳤을 뿐이지 바보가 아니에요.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내가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아요.”운전기사는 기침을 두 번이나 했고 말투는 매우 확신에 차 있었다.그는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매우 잘했고 잘못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다만 상황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시간도 없이 진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알았어요, 고마워요. 몸조심하세요, 시간이 되면 다시 올게요.”차설아는 한참 동안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다가 운전 기사에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떠났다.이른 아침 온도는 낮고 공기도 습했는데 마치 지금, 이 순간의 기분처럼 춥고 우울하여 그녀는 갑갑한 거리를 혼자 걸었다.운전기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납치 계획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이미 확실한 사실이다.“젠장!”차설아는 자신을 원망했다.그날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성도윤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성도윤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특히 성진은 그한테 자신의 자리를 뺏은 사람이었고 성진이 전에 그를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다가 이제 그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으니 분명 성진에게 매운맛을 보여줄 거다. 따라서 지금 성진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성도윤뿐이다.여자는 심호흡하고 남자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할 준비를 했다.마음속으로는 이 만남이 너무 싫었지만 그녀는 그의 치밀하고 은밀한 계획을 피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만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를 반드시 만나야만 했다... 성도윤은 정말 수준 높은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차설아는 바로 그 남자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그녀는 간호사로부터 서은아가 퇴원하기까지 아직 일주일의 치료가 필
이 순간 차설아는 절망했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꼭두각시처럼 느껴졌는데 말 한마디, 행동 한번이 그 빌어먹을 놈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기분에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다.보아하니 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차설아는 간단히 정리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해안으로 돌아왔다.떠난 지 반년이 지났고 모든 것은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그녀의 마음가짐은 천차만별이었다.장재혁과 민이 이모는 그녀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의 큰 돌이 마침내 땅에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잇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설아는 차성철이 마음에 걸려 제일 먼저 전당포로 향했다.두 아이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진작에 대문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엄마! 엄마!”달이는 멀리서 달려오는 차설아가 탄 차를 보고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원이도 옆에 서서 차설아를 만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감정은 훨씬 복잡했다.“원이, 달이! 키가 또 컸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어~”차에서 내린 차설아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시며 한 손에 한 명씩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씨, 고생이 많으셨어요.”민이 이모도 얼굴을 붉히며 차설아가 들고 있던 짐을 받아들었다.반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국땅에서 생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을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아뇨, 전 고생 안 했어요. 이모가 고생하셨죠. 두 아이 모두 이모님이 돌봐준 덕분이에요, 저는 엄마로서 정말 불합격인 것 같아요.”차설아는 그리움의 표시로 두 아이에게 입을 맞췄다.이국에서 지낸 반년 동안 가장 힘든 것은 낯선 땅이 준 무기력함도 아니고 성진을 돌보는 것도 아닌 아이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두 아이가 너무 그리웠다.“엄마 울지 말아요. 나랑 오빠는 이제 다 컸으니까 알아서 잘할 수 있어요. 우리 살도 많이 쪘는걸요.”달이는 차설아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얼른 배를 두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