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방문을 열자 성도윤이 문밖 벽에 기대어 서 있었고 복도의 등이 그의 모습을 길게 끌고 있었다.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차갑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얘기 좀 합시다.”남자가 고개를 들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랑 내가 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정말 우리가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았을 거예요.”“....”남자의 말에 차설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그렇지, 마음에 담은 것이 많아서 뒤척이다 보니까 잠이 안 오는 거고 그걸 정리 안 하면 잠을 더 오랫동안 못 잘 수도 있었다.“좋아요, 얘기 좀 해요.”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옥상의 환경은 나쁘지 않았는데 야외 카페로 가장 밝은 별을 볼 수 있었다.차설아는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성도윤도 곁에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침묵을 깨지 않았다.이상하게도 별로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인데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편안했다.성도윤은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었다.“나랑 얘기 좀 하자며 왜 말을 안 해요?”한참 후 차설아는 반짝이는 별에서 시선을 거두어 남자의 애틋한 눈동자에 부딪혔다.성도윤은 쑥스러워하며 어설프게 목청을 가다듬었다.“그쪽이 차설아예요?”그는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쓸데없는 말을 물었다.“그럼 내가 누구예요?”차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녀는 이 녀석이 예전과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빙산이었는데 지금은 멍청한 것 같기도?“그거 알아요? 당신 때문에 너무 불쾌했다는 걸. 언젠가 내가 당신을 만난다면 꼭 욕할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어요.”“욕을 한다고요?”“놀라워요?”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쥐었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약속을 어기는 거예요. 우리는
차설아는 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저도 모르게 긴장했는데 또 마음 한쪽에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내가 뭐 때문에 당신한테 그렇게 잘해준 것 같은데요?”그녀는 그가 이미 기억을 회복해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의심했다.만약 그렇다면 그의 연기는 정말 칸 영화제에 갔어야 했다. 너무나 완벽했다.“한 여자가 남자에게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베풀 수 있다는 건 그 여자가 이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일 수밖에 없죠. 당신이 나에게 그렇게 잘해준 건 어쩌면 당신이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도 될까요?”성도윤은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반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던 질문을 던졌다.신지 요양병원에서의 경험은 너무 특별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에 무딘 사람일지라도 차설아가 얼마나 그를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이런 의문을 품고 그는 나중에 요양병원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여자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알게 되었고 뜻밖에도 자신의 피를 그의 약으로 사용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 여자가 그를 이렇게 신경 쓰는데 왜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까?“너무 사랑한다고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 “내가 너무 착한가 보죠. 남을 기꺼이 도울 뿐만 아니라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내 인품이 좋아서예요.”“나한테 변명할 필요 없어요. 남에게 잘해주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죠. 하지만 목숨을 걸고 남에게 잘해주는 건 사랑해서가 아니면 뭐 때문이란 말이죠?”“하하하, 성도윤 씨, 요즘 사랑이 많이 부족했나 봐요? 여자가 대가를 무릅쓰고 남자를 위해 헌신한다면 그건 사랑뿐만 아니라 속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차설아의 눈빛은 처음보다 날카로워졌다.만약 남자가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그녀는 그의 흉터를 다시 들춰낼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표정이 살짝 바뀌며 되물었다.:속죄라니요?”“당신 눈이 어떻게 실명했는지 어
그가 이렇게 귀찮게 굴 줄 알았으면 그녀는 한사코 그와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면은 한동안 어색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이만 돌아가 쉬어야겠어요. 천천히 생각해봐요.”차설아는 남자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일어나 떠나려 했다.“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못 가게 할 거예요.”성도윤은 여자의 손목을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혹은 날 반 년 동안 괴롭혔어요. 얼마 후면 내 약혼녀와 결혼을 할 텐데 만약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난 은아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도대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요, 우리 사이...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는 거죠?”성도윤은 엄청나게 똑똑했고 감지 능력도 최고였다.뇌수술을 받고 깨어나 처음 그녀와 접촉했을 때 그는 그들 사이에 기묘한 이끌림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많은 사람이 우물쭈물하고 그녀에 대해서는 말을 회피하는 반응은 이 여인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서은아와 결혼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공평한 일이니까!“그 말인즉슨 무조건 모든 것을 알고서야 마음 편히 서은아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차설아는 말다툼을 포기하고 물었다.“그렇게 생각해도 좋아요.”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인정했다.결혼이 임박할수록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다만 은아가 괴로워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이런 감정들을 잘 숨겼을 뿐이다.“그럼 당신이 만약 내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서은아를 포기하는 거 아녜요?”차설아는 조심스레 떠보았다.“...”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그는 몰랐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서은아는 현재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는 은아를 포기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만약 한때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단지 실수로 그녀를 잃어버렸다면 새로운 사랑과 옛사랑, 그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몰랐다.“그 봐요, 당신도 어떻게 해야
여자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연약한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도윤아,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네.”서은아는 환자복을 입은 허약한 얼굴에 파이프까지 꽂은 채 옥상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여긴 어떻게 왔어?”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앞으로 나가 부축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이제야 몸이 좀 나아졌는데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거야?”“아니거든, 당신이 사라지면 내 몸이 어떻게 멀쩡해도 소용없어.”서은아는 두 번 기침하며 가냘프게 성도윤의 품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 “아까 악몽을 꿨는데 너를 빼앗기는 꿈이었어. 갑자기 깨어나 사방을 둘러보는데 네가 없는 거야. 어쩐지 당신이 옥상에 있을 것 같아서 옥상으로 찾으러 달려왔어. 너무 힘들어. 상처가 덧나서 아픈 거 같아.”“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건 꿈일 뿐이야.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야.”성도윤은 가슴이 아파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 .서은아는 줄곧 자신 곁에 있었고 그가 가장 힘들 때 그를 버린 적도 없었고 그로 인해 원수에게 복수를 당했기에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 되었다.그녀가 아프니 그도 같이 아팠다. 그녀가 미간을 조금 찌푸려도 그는 그녀를 위해 온 세상을 등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정말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서은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남자를 바라보며 차설아를 가리켰다. “그럼 왜 늦은 밤중에 이 여자랑 옥상 커피숍에 단둘이 있는 거야? 이렇게 야릇한 분위기에 두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엉뚱한 생각을 않게 생겼어?”성도윤은 차설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많아서 찾아가서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 되지. 한밤중에 나 몰래 이 여자와 밀담할 필요는 없잖아? ”원래 안정감이 없던 서은아는 차설아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차설아 씨는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요? 갈 곳이 그렇게 많은데 굳이 여기서 우리랑 우연히 만나길 바란
그는 오늘 밤 자신이 약간 통제 불능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불장난을 하는 사람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분명 불에 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이지? 이건 당신이 나에게 약속한 거야, 만약 당신이 나중에 이 여자를 따로 만난다면 나는... 여기서 뛰어내려 죽을 거야, 당신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서은아는 캄캄한 아래층을 가리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자, 화내지 말고 일단 내려가자. 여긴 너무 추우니까 감기 조심해야지.”성도윤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서은아를 안고 자리를 떴다.도중 두 사람은 차설아와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기본적 예의인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차설아는 두 사람이 떠난 방향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고 한참 동안 반응이 없었다.“하하, 하하하! ”그러고 나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웃겨, 성도윤도 웃기고 서은아도 웃겼다. 하지만 가장 웃긴 건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성도윤의 원래 짝이면서도 얼굴을 못 드는 내연녀 형편이 되어 치욕을 당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꽁냥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설아, 정말 대단해. 그의 완벽한 인생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이 정도까지 비굴하게 만들고 묵묵히 혼자 모든 걸 감수하다니... 이보다 더 미련한 사랑꾼이 어디 있겠는가!일주일 후차설아는 주치의의 원래 계획에 따라 성진의 퇴원 절차를 밟았다.이번 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았는데 성도윤과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만날 수 있는 어떤 장소도 피했다.모든 것이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다. 만약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꿈만 같았다. 진실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꿈 말이다.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성진도 있었다.차설아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도 절대 그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고 항상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차설아는 차를 불러 입원실 아래층에서 기다리게 했고 가방을 메고 성진을 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성도윤은 창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그 차를 지켜보았다.“자기야,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보는 거야?”심심해서 잡지를 뒤적거리던 서은아는 성도윤이 창밖을 내다보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머릿속에 경보가 울렸다.“새 한 마리.”성도윤의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새 한 마리?”서은아는 그 대답에 목을 길게 빼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날아가는 새 한 마리였어, 하지만 아직 날개가 뻣뻣하지 않아 멀리 날 수는 없을 것 같아.”성도윤은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은아의 좋지 않은 예감은 더욱 강렬해졌다.아마 남자가 말하는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닐 것이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홀가분한 척 남자를 향해 물었다. “자기야, 요 며칠 설아 씨를 다시 보러 간 적이 있어?”“내가 다시는 안 만날 거라고 약속했잖아.”성도윤의 표정은 약간 엄숙했다. “며칠 동안 나는 당신이랑 거의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당신이 이런 말을 묻는다면 나를 너무 믿지 않는 거 아니야?”“미안해,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칫 잘못하면 당신을 잃을까 봐 그러는 거야.”“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우리 사이에 자신이 없어? 아니면... 우리 사이의 사랑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건가?”성도윤의 눈빛은 탐구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럴 리가!”서은아는 찔린 듯 고개를 숙이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차설아한테서 성도윤을 훔친 도둑과 같다.성도윤이 지금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바로 그가 차설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었다.어느 날, 그가 갑자기 기억을 되찾으면 서은아는 단 1초 만에 지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당신한테 물어봐도 된다고 말했잖아...”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많은 일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어.
서은아는 담담한 어조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긁어모아 성도윤에게 완전히 다른 사실을 말했다.“정, 정말이야?”성도윤의 그윽한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약간의 의심으로 반짝였다.분명히 이것은 그가 예상한 진실과 너무 달랐기에 그는 잠시 동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를 믿는다면 이게 다야. 만약 나를 못 믿는다면 차설아를 찾아가서 물어봐.”서은아는 더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성도윤은커녕 그녀 자신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말은 흠잡을 데 없었다.더구나 소영금 같은 확실한 증인들도 있으니 말이다.“그럴 필요 없어...”성도윤은 주먹을 살짝 쥐며 말을 이었다.“사실 그 여자가 진작에 인정했어. 단지 내가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그는 그사이에 분명 무슨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나쁜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피를 자신의 약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지금 보니 단순히 그녀가 그를 다치게 하고 양심에 찔려 속죄하러 온 것뿐인데 말이다.아니, 차설아, 나 성도윤은 이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야. 감히 나를 건드려놓고 그렇게 쉽게 떠날 생각 하지 마.차는 넓은 길을 따라 유유히 작은 마을로 향했다.차설아는 창가에 기대어 푸른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성진은 일찌감치 차설아의 울적함을 눈치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그렇게 아쉬우면 퇴원 연기를 신청해도 돼.”남자는 눈을 감고 짐짓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평온한 얼굴을 한 남자를 보면서 그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무슨 소리야, 나... 내가 아쉬워 할 게 뭐 있어.”이 말은 그녀 자신도 말하고 자신이 없었다.뼛속 깊이 새겨진 그리움은 이성으로 자제할 수 있지만 지울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에 확실히 성도윤이 있고 그 어느 순간에도 그를 놓아준 적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리움이 덜할 거다. 하지만 일단 만나면 마음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숨길 필요
차는 한 골동품 가게 앞에 세워졌다.차설아가 성진이 앉은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차 안에서 기다려.”그는 자신의 서프라이즈가 미리 누설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헛수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 무슨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는지 한 번 두고 보자.”차설아는 짙은 호기심을 가지고 운전기사가 성진을 밀고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가 차 뒷좌석에 누워 시간을 보니 마침 해안 시의 오후였고 두 꼬마가 하교할 시간인 것 같아 차성철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이상하게 평소에는 바로 전화를 받던 차성철이 오늘 몇 번을 반복해서 시도했는데도 계속 연결이 안 됐다.“어떻게 된 거지?”차설아는 금세 눈살을 찌푸리며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그녀는 또 바로 민이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고 민이 이모는 오히려 빨리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공교롭게도 제가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어요.”전화기 너머의 민이 이모도 마찬가지로 눈살을 찌푸리고 초조한 상태였다.“보아하니... 무슨 일 있는 거죠?”“네, 아가씨. 이 일을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장재혁 씨와 경윤 아가씨께서 걱정하실까 봐 먼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무슨 일이에요, 빨리 말해요.”“성철 도련님이 일주일 전에 남부로 출장을 가셨어요. 원래 이틀 전에 돌아오셔야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두 아이도 외삼촌이 보고 싶어 자주 연락을 하라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장재혁 씨는 이것이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이 사업을 할 때 어떤 곳에서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으니 며칠만 기다려 보라고 했지만 저는 왠지 불안해서요.”민이 이모가 말하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차성철은 차가의 후손이니 차설아처럼 그녀가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도련님이다. 만약 차성철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그녀도 저세상에 있는 회장님과 사모님을 뵈러 갈 면목이 없었다.“오빠가 이틀째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예요?”“맞아요, 장재혁 씨의 말에 의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