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791 - 챕터 800

1660 챕터

제791화

서지현은 어안이 벙벙했다.이 익숙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숨이 멎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석진이 몸을 돌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세상은 멈춘 것 같았다.나석진이 서지현을 오성으로 데려온 이후로 그녀는 줄곧 에덴에서 살았고 그와 연락한 적이 없다.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그녀가 수십 개의 계정을 등록하고 동영상 아래에 댓글을 올린 것이다.지금 다시 만나니 서지현은 어떤 느낌인지 말할 수 없다.그녀는 뻣뻣하게 웃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나석진의 눈빛은 어둡고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옆에 있는 손은 주먹이 되었다.그는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공항까지 따라온 이유가 강서연과 함께 남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고, 작은이모의 병이 걱정돼서 자신도 한동안 남양에 가서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나 사실은 서지현이 남양으로 가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것이다.실제로 그는 두 개의 급한 행사가 더 있었는데 오늘 임시로 짐을 정리해서 달려오는 바람에 박철이 화가 많이 나 있었다.나석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씁쓸하게 웃었다.헬리콥터에서 그녀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느냐?그는 그저 아저씨, 아저씨일 뿐이다!이때 최군형이 잠에서 깨어나 한바탕 통곡하여 이곳의 침묵을 깨뜨렸다.강서연은 서둘러 그를 모유 수유실로 데려갔다.나석진은 최연준앞에 가서 마른기침을 두 번하고 말했다.“그... 지현이는 제가 데려갈게요.”“네?”최연준은 어안이 벙벙했다.나석진은 아무 이유 없이 서지현을 자기 곁으로 끌고 왔다.“아저씨...”“너는 내가 영국에서 데려온 사람이니 당연히 나를 따라가야지!”“하지만 서연 언니가 자기를 따라다니면 된다고 했어요...”서지현은 고개를 숙였다.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달콤했다.“서지현.”나석진이 오만하게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이제 내가 말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거야?”“아니에요!”“그러면 내 비행기에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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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설마 부끄러운 나머지 화가 난 것인가?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 마주 보며 히히 웃기 시작했다.나석진은 이 부부가 한패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과 말다툼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저어 두 손은 등 뒤로 한 채 자기 세상에 심취한 걸음걸이로 비행기를 타러 나갔다.나석진의 전용기는 최씨 가문 비행기에 비해서는 좀 작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세련되었다.비행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촬영을 하기 때문에 이 비행기도 그의 슈퍼스타 기질에 걸맞게 꾸며져 있었다.서지현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조금만 더 움직이면 어디 부딪히고 더럽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큰 눈을 뜨고 호기심에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기내에는 나석진이 출연했던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포스터마다 그는 센터 자리에 서 있었다.스타일도 다르고 메이크업도 제각각이지만 이 남자는 아무리 꾸미고 다녀도 잘생기셨다는 공통점이 있다.특히 눈에 띄는 한 장이 있었는데 킬러 역할을 맡았다.포스터 속 그는 상반신을 드러낸 채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를 자랑하고 있으며 탄탄한 가슴 근육에는 상처가 선명하게 한 줄 그어있었고 그의 각진 얼굴 위로 빛이 은은하게 드리워져 있다.서지현은 금사빠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아가씨, 비행기가 곧 이륙하니 안전벨트를 매 주십시오. 아가씨? 아가씨!”스튜어디스가 몇 번이나 그녀를 불렀지만 서지현은 반응이 없었다.나석진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낮은 소리로 외쳤다.“서지현!”“네?”서지현은 깜짝 놀라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스튜어디스가 웃으며 안전벨트를 채워주고는 몇 마디 당부한 뒤 슬리퍼와 담요를 가져다줬다.서지현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서 어색하게 웃었다.그러나 그녀는 나석진의 굵직한 기침 소리를 듣고는 조심스럽게 미소를 감추었다.“너...”나석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나에게 할 말이 없어?”서지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이어 고개를 저었다.지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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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서지현은 임시거주 증명서를 쥐고 가슴에 살포시 대었다.그녀는 조용하게 나석진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시간이 이 순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사실 그녀가 그렇게 똑똑한데 어떻게 그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모를 수 있겠는가? 그녀는 단지 그를 더 멀리 밀어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때로는 밀어내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위해서이기도 하다.서지현은 웃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창밖에 햇빛이 눈부시게 비치고 그녀의 얼굴 위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비행기는 곧 남양에 착륙했다.공항 밖에는 윤씨 가문의 운전기사와 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강서연과 최연준은 황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통로를 걸었다.공항 밖으로 나가자 강서연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이것은 사방이 높은 야자수로 둘러싸인 낯선 환경이었다. 남양의 기후는 습하고 덥기 때문에 태양이 모든 빛과 열을 이 땅에 쏟아붓는 것 같아 길가의 들꽃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화사했다.강서연은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야 했는데...최연준은 아들을 안고 뒤에서 걸어가며 속삭였다. “여보, 빨리 차에 타.”강서연은 억지로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안 돼서 윤씨 가문의 사가원림에서 윤정재를 만났다.그는 전형적인 남양 차림을 하고 있었고 최군형이 살이 찐 것을 보자 몹시 기뻐하며 돈봉투뿐만 아니라 금 한 상자를 가득 준비하였다.“아빠, 이렇게 하면 애를 버릇없게 만들 거예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나의 외손자는 당연히 좋은 것만 가져야지!”강서연은 윤문희의 병세를 걱정해서 물었다.“아빠, 엄마는 어떠세요?”최군형을 달래고 있던 윤정재의 손은 순간 멈칫하고 얼굴에 먹구름이 스쳤다.“엄마가 많이 아파요? 지금 어디 있어요? 빨리 가봅시다!”강서연은 몹시 긴장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윤정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문희는 지금 요양원에 계셔. 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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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강서연은 잠깐 멈칫했다.“아빠? 무슨 친왕이에요?”윤정재는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고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군형이를 도우미에게 맡기고 연준이를 불러와. 내가 너희 둘을 데리고 사람들을 만나야 해.”잠시 후 다들 거실로 모였다.문을 들어서자마자 강서연은 소파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윤씨 가문의 거실은 화려하게 꾸미었고 그들 두 사람은 그곳에 앉아 전통 남양 복식에 진주로 화려한 용모를 과시했다.진용수는 황실 예절에 따라 강서연과 최연준을 그들에게 안내했다.“아가씨, 도련님.”진용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왼쪽에 있는 분은 송지아 친왕이고 오른쪽에 있는 분이 송혁준 친왕이에요. 인사해야 합니다.”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그들을 바라보았다.송지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인사를 하는데 그녀는 황실에서 유일한 여성 친왕으로 지위가 높다고 들었다.지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예쁘고 어려서부터 황실에서 자라 우아하고 고귀함이 이미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고 강서연이 속으로 생각했다.그녀의 곁에 있는 송혁준 친왕이 도리어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사람에게 온화하고 예의 바르고 사람에게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전에는 윤 회장님 댁의 도련님만 보았는데 이 아가씨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송혁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는 이 아가씨를 들어본 적이 있어.”송지아가 살짝 웃었다.“예전에 줄곧 강주에 살았던 강서연이잖아.”“이미 윤서연으로 개명했습니다.”윤정재는 입술을 치켜올렸다.“서연이가 20여 년 동안 강서연으로 살아와서 예전에 쓰던 이름이 더 익숙해요. 사실 이름은 중요하지 않아요. 서연이가 내 딸인 것이 가장 중요해요.”강서연은 송지아와 처음 만났는데 이 여친왕이 이미 그녀의 배경을 낱낱이 조사해 와서 의외였다.반면 송혁준은 줄곧 옆에서 웃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최연준의 얼굴에 잠시 멈췄다.“누나, 중요한 일을 잊지 마.”그가 일깨워줬다.송지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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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여친왕이 남자에 너무 목메어 있다는 것을 남들이 알면 황실의 체면은 전 세계에 망신을 당할 것이다!그러자 윤정재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눈빛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전하께서 묻고자 하시는 것은 나석진이신지요?”송지아는 계속 구슬을 만지작거리다가 나석진 이름을 듣고는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그러나 여전히 얼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윤정재가 웃으며 말했다.“석진이도 따라왔어요.”송지아는 망설였다.“그럼 제가...”“전하께서 귀하신 몸이신데 어떻게 이런 말씀을 주선하십니까?”윤정재는 느긋하게 말했다.“황실의 법도에 따르면 전하는 독단적으로 남자를 만날 수 없습니다. 만나더라도 석진이가 선물을 준비하고 전하를 정식으로 초대하는 것이 맞습니다.”송지아의 안색이 변했다.나석진더러 데이트를 신청하라고? 해가 서쪽에서 뜨게 하는 거랑 뭐가 다를까?그러나 윤정재는 황실의 규칙을 가져와 그녀를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손가락 사이의 구슬을 힘껏 잡아당기며 입술을 깨물었다.송혁준은 눈치가 빨라 윤정재가 두 사람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황실이지만 이 나라에서 황실은 장식품에 불과했다.윤정재는 체면을 생각하고서야 비로소 전하라고 우러러 존칭하였다.이제 그들 둘은 떠날 때가 되었다.송혁준은 송지아의 소매를 잡아당겨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송지아는 기분이 좋지 않아 얼굴이 굳었고 송혁준은 스스로 일어나 몇 마디 인사를 더 한 뒤 수행원들이 길을 터주며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최연준과 스쳐 지나갈 때 그의 시선이 다시 그의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최연준은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눈을 들어 상대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온화한 미소였다.두 사람이 떠난 후 강서연과 최연준은 윤정재를 데리고 서재로 왔다.“남양왕은 자기 자식이 없어.”윤정재가 설명해 줬다.“종족 중의 자식들 가운데 친왕으로 책봉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데 살펴보고 누가 뛰어나서 장차 왕위를 이을 것인지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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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양 황실에는 파벌이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오성의 4대 가문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어쩌면 4대 가문보다 지나쳤으면 지나쳤지 절대 못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다투는 것은 재산뿐만이 아니었고 더 중요한 건 왕위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병권을 잡는 사람이 왕위를 차지하는 데 승산이 더 컸다. 그래서 현재 나씨 가문의 권세가 대단하다. 나 장군께서 나석진의 혼약을 서두르지 않는 것 또한 어떤 파벌이 가장 잠재력이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송지아와 송혁준 두 사람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두 사람은 평소에도 황실의 사람들과 자주 왕래해야 하니 꼭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고 절대 자신이 어느 편인지 보여서는 안 돼. 알겠느냐?”옆에 있던 윤정재가 두 사람을 쳐다보며 신신당부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알았어요.”“앞으로 윤제 그룹은 너희 두 사람에게 부탁한다...”윤정재가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네?”그 말에 강서연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최연준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최연준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장인어른, 처남도 있는데 이렇게 결정하시면...”“허튼 생각하지 말게나.”윤정재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예전처럼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자네한테 윤제 그룹 전체를 맡긴다는 소리는 아니었네.”말문이 막힌 최연준은 입을 삐죽거렸다. “서연아, 윤찬이가 배운 것이 많긴 하지만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애가 선비 같은 면이 있어. 윤제 그룹을 그한테 맡기는 건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그래서 회사의 일부를 너와 연준이 명의로 해놓을 생각이야. 윤찬이가 스스로 회사 일을 맡을 수 있을 때까지 연준이가 옆에서 잘 도와줬으면 좋겠구나.”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최연준은 입을 삐죽거렸다.‘늙은이가 이제서야 내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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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남양 현지에는 이런 재봉소가 많았고 솜씨가 뛰어난 재봉사들도 꽤 있었다. 서지현이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사장은 그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니 그녀가 면접을 통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임시 거주 자격만 있을 뿐 정식 신분이 없기 때문에 월급이 남보다 적었다. 그래도 서지현은 상관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예전에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녀는 자신이 하수구에 있는 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떳떳하게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겼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돈을 충분히 저축한 다음 먼저 강서연이 대신 내준 집세를 갚고 계속 돈을 모아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그녀가 재봉소의 일에 익숙해진 후, 예쁘고 일 잘하고 부지런한 그녀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 사장은 가끔 그녀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오후, 서지현은 한창 손님 옷에 자수를 놓고 있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장 아주머니가 차 한 잔을 들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좀 쉬어. 이건 급한 거 아니니까.”서지현은 고개를 들고 웃고는 단숨에 차를 마셔버렸다. “오전 내내 일했더니 눈이 피곤하지?”“괜찮아요. 피곤하지 않아요.”사장 아주머니의 물음에 서지현은 어깨를 주물럭거리며 입을 열었다. “다른 여자애들은 이 나이 때면 게으름을 피울 것인데 넌 어쩜 여기서 이리 죽기 내기로 일을 하는 거야?”사장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더 벌 수 있으면 더 벌어야죠.”서지현의 목소리는 은방울 소리와 같이 듣기 좋았다.“그리고 전 이 일이 마음에 들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돈도 벌고...”그녀는 눈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일석이조이니 얼마나 좋아요?”사장 아주머니는 그녀를 쳐다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요즘 그녀는 서지현에게 한국어를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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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서지현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몇 번이고 돌아서려 했지만 마치 저항하는 힘이라도 있는 듯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발소리가 그녀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작은 재봉소 안은 한순간에 싸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많은 사람을 봐온 사장 아주머니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나석진을 보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이내 알아차리고 황급히 다가가서 웃으며 물었다.“손님, 옷 만들러 오셨나요?”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후회가 되었다. 나석진의 옷차림으로 보면 딱 봐도 어느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았고 모든 옷을 맞춤 제작하는 그가 이런 작은 재봉소로 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 사람은 재봉소를 들어서자마자 곧장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서지현을 향해 걸어갔다. 사장 아주머니는 입을 삐죽거렸다.‘이제 보니 이 계집애한테 남자친구가 있었군. 남자친구가 꽤 신분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데.”“저기, 손님...”“옷을 맞추러 온 것이 아닙니다.”나석진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한편, 서지현은 숨을 죽인 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여기 사장이 당신인가요?”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싸늘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사장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낯이 익은 것 같지만 그의 매서운 카리스마에 그녀는 약간 몸이 떨렸다. “네... 그런데요.”“잠깐 나가주실래요?”“네? 하지만 손님, 저...”“사장님께서 계속 계시겠다는 건 저한테 돈을 달라는 뜻인가요?”나석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제가 일단 돈을 지불하게 된다면 옷만 사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사는 건 이 가게가 될 것입니다.”그의 말에 사장 아주머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사람이야? 오자마자 남의 가게를 사겠다니?’“사장님, 이 집 오래됐죠?”이때, 여기저기 둘러보던 나석진이 차갑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이 거리에 남은 재봉소가 많지 않고 곧 정부에서 이곳을 철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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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저씨 말이 틀렸어요...”“뭐라고?”그녀는 매우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첫째, 아저씨가 남양 황실과 친해서 제 신분을 얻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어떻게 ‘천신만고’ 끝에 절 남양으로 데려왔다고 할 수 있어요?” “둘째, 제가 헛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누가 그래요? 전 명문대에 꼭 갈 거예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공부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고요.”“그리고... 남양에 오면 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아저씨가 그랬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나석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째려보았다. “허허허! 이 계집애가 한국어가 늘었다고 이젠 나한테까지 말대꾸하는 거야?”겁이 난 서지현은 뒷걸음쳤고 구석의 긴 테이블까지 내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석진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몇 번이나 심호흡했다.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녀가 반박한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지? 평소에 모르는 팬들에게조차 상냥한 그였다. 하지만 서지현만 만나면 자꾸만 화를 내게 된다. 나석진은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문득 마음속에 한 가닥 안쓰러움이 떠올랐다.“이리 와봐.”뻣뻣한 말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서지현은 벽에 기댄 채 숨조차 쉬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리 와.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한대?”“네...”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감히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나석진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두 팔을 들어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뭐 하는 거예요?”그가 도도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사이즈 재줘, 옷 만들 거야.”“네?”깜짝 놀란 그녀는 그의 눈빛에 얼른 입을 다물고 재빨리 줄자를 꺼냈다.세심하고 손발도 민첩한 그녀는 사이즈를 재면서 수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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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한참 동안 멍해 있던 나석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바짓가랑이 사이즈 잰다고? 그렇지. 예전에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와서 맞춤 제작을 할 때도 몸 전체의 사이즈를 꼼꼼히 측정했었어. 하지만 그 디자이너들은 모두 남자였다고. 지금 서지현이 사이즈를 재고 있으니...’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녀를 노려보며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른 손님들한테도 이렇게 해줘?”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른 남자한테도 바짓가랑이 사이즈를 재어줬었냐고?” 나석진의 고함은 지붕을 뚫고 나갈 기세였다. 눈을 감고 있던 서지현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니요...”나석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아니에요. 전... 전 지금 그냥 조수일 뿐이에요. 자수와 바느질만 할 뿐 손님에게 사이즈를 재주는 일은 하지 않아요.”“아저씨... 아저씨가 처음이에요.”그녀의 말에 그의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내가 처음이었군.’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트에 적힌 일련의 숫자를 보고 갑자기 마음이 설렜다. “다 쟀어?”“네, 다 쟀어요.”서지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럼...사이즈는 어때?”그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좋네요.”그녀는 노트를 들여다보며 대답했고 사이즈로 봐서 그의 몸은 황금비율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그래?”그가 몸을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넌 사이즈가 만족스럽다는 거네?”“네, 만족해요.”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이 야하게 들려 그는 귀까지 빨개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순수하게 웃고 있었다. 아직은 한국어의 정수를 배우지 못했나 보다. 그녀의 대답에 나석직은 피식 웃었다. 방금 그녀가 치수를 재었을 때 그는 무의식중에 선반 위에 옷 두 벌이 있는 것을 언뜻 보았다. 그것은 남양의 가장 전통적인 옷이었고 그 위에는 자수와 꽃장식이 있었다. 붉은 계열의 옷인 걸 보면 혼례식 때 입은 혼례복인 것 같았다.“저건 손님 거야?”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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