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몇 번이고 돌아서려 했지만 마치 저항하는 힘이라도 있는 듯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발소리가 그녀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작은 재봉소 안은 한순간에 싸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많은 사람을 봐온 사장 아주머니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나석진을 보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이내 알아차리고 황급히 다가가서 웃으며 물었다.“손님, 옷 만들러 오셨나요?”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후회가 되었다. 나석진의 옷차림으로 보면 딱 봐도 어느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았고 모든 옷을 맞춤 제작하는 그가 이런 작은 재봉소로 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 사람은 재봉소를 들어서자마자 곧장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서지현을 향해 걸어갔다. 사장 아주머니는 입을 삐죽거렸다.‘이제 보니 이 계집애한테 남자친구가 있었군. 남자친구가 꽤 신분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데.”“저기, 손님...”“옷을 맞추러 온 것이 아닙니다.”나석진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한편, 서지현은 숨을 죽인 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여기 사장이 당신인가요?”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싸늘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사장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낯이 익은 것 같지만 그의 매서운 카리스마에 그녀는 약간 몸이 떨렸다. “네... 그런데요.”“잠깐 나가주실래요?”“네? 하지만 손님, 저...”“사장님께서 계속 계시겠다는 건 저한테 돈을 달라는 뜻인가요?”나석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제가 일단 돈을 지불하게 된다면 옷만 사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사는 건 이 가게가 될 것입니다.”그의 말에 사장 아주머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사람이야? 오자마자 남의 가게를 사겠다니?’“사장님, 이 집 오래됐죠?”이때, 여기저기 둘러보던 나석진이 차갑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이 거리에 남은 재봉소가 많지 않고 곧 정부에서 이곳을 철거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