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현지에는 이런 재봉소가 많았고 솜씨가 뛰어난 재봉사들도 꽤 있었다. 서지현이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사장은 그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니 그녀가 면접을 통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임시 거주 자격만 있을 뿐 정식 신분이 없기 때문에 월급이 남보다 적었다. 그래도 서지현은 상관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예전에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녀는 자신이 하수구에 있는 쥐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당시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떳떳하게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겼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돈을 충분히 저축한 다음 먼저 강서연이 대신 내준 집세를 갚고 계속 돈을 모아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그녀가 재봉소의 일에 익숙해진 후, 예쁘고 일 잘하고 부지런한 그녀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 사장은 가끔 그녀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오후, 서지현은 한창 손님 옷에 자수를 놓고 있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장 아주머니가 차 한 잔을 들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좀 쉬어. 이건 급한 거 아니니까.”서지현은 고개를 들고 웃고는 단숨에 차를 마셔버렸다. “오전 내내 일했더니 눈이 피곤하지?”“괜찮아요. 피곤하지 않아요.”사장 아주머니의 물음에 서지현은 어깨를 주물럭거리며 입을 열었다. “다른 여자애들은 이 나이 때면 게으름을 피울 것인데 넌 어쩜 여기서 이리 죽기 내기로 일을 하는 거야?”사장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더 벌 수 있으면 더 벌어야죠.”서지현의 목소리는 은방울 소리와 같이 듣기 좋았다.“그리고 전 이 일이 마음에 들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돈도 벌고...”그녀는 눈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일석이조이니 얼마나 좋아요?”사장 아주머니는 그녀를 쳐다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요즘 그녀는 서지현에게 한국어를 가르
서지현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끼고 몇 번이고 돌아서려 했지만 마치 저항하는 힘이라도 있는 듯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발소리가 그녀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작은 재봉소 안은 한순간에 싸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많은 사람을 봐온 사장 아주머니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나석진을 보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이내 알아차리고 황급히 다가가서 웃으며 물었다.“손님, 옷 만들러 오셨나요?”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후회가 되었다. 나석진의 옷차림으로 보면 딱 봐도 어느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았고 모든 옷을 맞춤 제작하는 그가 이런 작은 재봉소로 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 사람은 재봉소를 들어서자마자 곧장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서지현을 향해 걸어갔다. 사장 아주머니는 입을 삐죽거렸다.‘이제 보니 이 계집애한테 남자친구가 있었군. 남자친구가 꽤 신분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데.”“저기, 손님...”“옷을 맞추러 온 것이 아닙니다.”나석진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한편, 서지현은 숨을 죽인 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여기 사장이 당신인가요?”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싸늘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사장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낯이 익은 것 같지만 그의 매서운 카리스마에 그녀는 약간 몸이 떨렸다. “네... 그런데요.”“잠깐 나가주실래요?”“네? 하지만 손님, 저...”“사장님께서 계속 계시겠다는 건 저한테 돈을 달라는 뜻인가요?”나석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제가 일단 돈을 지불하게 된다면 옷만 사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사는 건 이 가게가 될 것입니다.”그의 말에 사장 아주머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사람이야? 오자마자 남의 가게를 사겠다니?’“사장님, 이 집 오래됐죠?”이때, 여기저기 둘러보던 나석진이 차갑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이 거리에 남은 재봉소가 많지 않고 곧 정부에서 이곳을 철거한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저씨 말이 틀렸어요...”“뭐라고?”그녀는 매우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첫째, 아저씨가 남양 황실과 친해서 제 신분을 얻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어떻게 ‘천신만고’ 끝에 절 남양으로 데려왔다고 할 수 있어요?” “둘째, 제가 헛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누가 그래요? 전 명문대에 꼭 갈 거예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공부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고요.”“그리고... 남양에 오면 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아저씨가 그랬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나석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째려보았다. “허허허! 이 계집애가 한국어가 늘었다고 이젠 나한테까지 말대꾸하는 거야?”겁이 난 서지현은 뒷걸음쳤고 구석의 긴 테이블까지 내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석진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몇 번이나 심호흡했다.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녀가 반박한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지? 평소에 모르는 팬들에게조차 상냥한 그였다. 하지만 서지현만 만나면 자꾸만 화를 내게 된다. 나석진은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문득 마음속에 한 가닥 안쓰러움이 떠올랐다.“이리 와봐.”뻣뻣한 말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서지현은 벽에 기댄 채 숨조차 쉬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리 와.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한대?”“네...”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감히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나석진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두 팔을 들어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뭐 하는 거예요?”그가 도도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사이즈 재줘, 옷 만들 거야.”“네?”깜짝 놀란 그녀는 그의 눈빛에 얼른 입을 다물고 재빨리 줄자를 꺼냈다.세심하고 손발도 민첩한 그녀는 사이즈를 재면서 수첩에
한참 동안 멍해 있던 나석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바짓가랑이 사이즈 잰다고? 그렇지. 예전에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와서 맞춤 제작을 할 때도 몸 전체의 사이즈를 꼼꼼히 측정했었어. 하지만 그 디자이너들은 모두 남자였다고. 지금 서지현이 사이즈를 재고 있으니...’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녀를 노려보며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른 손님들한테도 이렇게 해줘?”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른 남자한테도 바짓가랑이 사이즈를 재어줬었냐고?” 나석진의 고함은 지붕을 뚫고 나갈 기세였다. 눈을 감고 있던 서지현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니요...”나석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아니에요. 전... 전 지금 그냥 조수일 뿐이에요. 자수와 바느질만 할 뿐 손님에게 사이즈를 재주는 일은 하지 않아요.”“아저씨... 아저씨가 처음이에요.”그녀의 말에 그의 기분은 한결 좋아졌다.‘내가 처음이었군.’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트에 적힌 일련의 숫자를 보고 갑자기 마음이 설렜다. “다 쟀어?”“네, 다 쟀어요.”서지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럼...사이즈는 어때?”그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좋네요.”그녀는 노트를 들여다보며 대답했고 사이즈로 봐서 그의 몸은 황금비율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그래?”그가 몸을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넌 사이즈가 만족스럽다는 거네?”“네, 만족해요.”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이 야하게 들려 그는 귀까지 빨개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순수하게 웃고 있었다. 아직은 한국어의 정수를 배우지 못했나 보다. 그녀의 대답에 나석직은 피식 웃었다. 방금 그녀가 치수를 재었을 때 그는 무의식중에 선반 위에 옷 두 벌이 있는 것을 언뜻 보았다. 그것은 남양의 가장 전통적인 옷이었고 그 위에는 자수와 꽃장식이 있었다. 붉은 계열의 옷인 걸 보면 혼례식 때 입은 혼례복인 것 같았다.“저건 손님 거야?”그의
두 사람은 남양 전통의 혼례복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나란히 섰다.남자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여자는 아담하고 예뻤다. 마치 두 사람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옷이 몸에 딱 맞았다. 이런 옷을 처음 입어본 서지현은 유난히 밝게 웃었다. 사실 나석진 옆에만 있어도 그녀는 마음이 달콤했다. 한편, 나석진은 거울에 비친 그녀를 훑어보면서도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아저씨, 나 예뻐요?”그녀가 한껏 들뜬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석진은 진심으로 활짝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뻐.”“집시 옷을 입는 것보다 더 예뻐요?”“응.”사실이었다. 남양의 옷은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몸집이 작아서 남양 현지 여자애들과 체형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얗고 환한 혼혈인 얼굴과 밤색 긴 머리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뒤에서 보면 그냥 남양 여자였다. 나석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때 그녀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가위손 포즈를 취했고 나석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촌스럽긴.”“촌스러워요?”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럼 아저씨가 멋있는 걸로 가르쳐줘봐요.”나석진은 도도하게 웃더니 엄지와 검지를 모아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봤지? 우리는 사진 찍을 때 다 이 포즈를 취해.”그녀가 보지 않자 나석진은 하트를 그녀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봐봐, 이걸 하트라고 해. 하트 알아?”“서지현, 겸손한 자세로 배워.”“아저씨,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여자들처럼 재잘재잘.”“이 계집애가!”그가 그녀를 혼내주려고 소매를 걷어붙이자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도망쳤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웃으며 장난쳤다. 남양 전통 의상에 달린 꽃장식이 태양에 비춰 행복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석진이 동작을 멈추었다. 검은 그림자가 가게 입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경각심을 가지고 빠른
진용수의 표정을 쳐다보고 강서연은 대충 짐작이 갔다. 황실 종친들 사이에서 송지아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건 분명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왕위 계승자로 떠오르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다. 강서연은 워낙 복잡한 배경이 있는 사람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친왕의 초대에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저씨, 스타일리스트 좀 불러주세요.”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황실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 써야 했다.윤씨 가문에도 부르면 바로 오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었다. 잠시 후, 스타일리스트는 강서연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왔고 그녀에게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갈아입게 하였다. 오후 티타임 시간에 맞춰 강서연은 황실 정원에 나타났다.황궁은 으리으리하고 위엄이 있었고 바닥 타일에도 금이 잘게 박혀 있어 곳곳에서 황실의 기품을 드러내고 있었다. 럭셔리하지만 강서연은 들어오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경호원의 인솔하에 그녀는 황궁 남쪽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송지아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번에 강서연은 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황실의 규칙에 따라 행동했다. 송지아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살갑게 말했다.“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얼른 이리와 앉아요.” 강서연은 그녀의 옆에 있는 소파 빈자리로 눈길을 돌렸다. 이렇게 큰 정원에는 소파가 하나뿐이었고 그 소파의 질감과 무늬를 보니 송지아만 앉을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경호원과 하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강서연은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실수라도 하면 황궁에는 보는 눈이 많아서 틀림없이 이야기가 부풀려 소문이 돌릴 것이다. 그건 윤씨 가문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이었다. 강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두 걸음 물러서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눈빛을 반짝거리던 송지아는 저도 모르게 강서연을 몇 번 더 쳐다보았다. “강서연 씨, 편하게
이 주얼리 세트는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럭셔리하기 그지없었으며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그 사파이어 반지는 크기가 크고 완벽한 품질로 희귀한 보물이었다. 만약 경매장에 내놓으면 아마 최고가에 팔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옛말에 남의 신세를 지고 있으면 심한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받는다면 앞으로 송지아의 통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하, 그런 말씀 마세요.”강서연은 웃으면서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저와 친구가 되어 주신 것만으로 영광입니다. 제가 어찌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우리는 이미 친구 사이인데 이런 선물 좀 주면 뭐 어때서요?”송지아는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어차피 비싸지도 않으니까 그냥 받아요.”“전하께서는 좋은 것을 자주 보셨으니 당연히 귀하게 여기지 않으시겠죠. 그러나 저희 같은 서민들의 눈에는 정말 값진 보물이에요.”송지아의 입가에 뜬 미소가 점차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강서연이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거절하는 말조차 이리 예쁘게 하다니. 역시 윤정재 그 늙은 여우의 딸이군.’그녀는 계속해서 강서연을 떠보았다. “서연 씨, 우리는 친구잖아요.”강서연은 계속 웃으며 거절했다.“친구니까 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공로가 없으면 봉록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요? 이 선물은 너무 귀해서 받을 수 없습니다.”“공로가 없다고 누가 그랬나요?”송지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서연 씨는 곧 공을 세울 기회가 있을 거예요.”그녀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강서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인은 리치의 껍질을 까서 금 그릇에 넣어두었고 송지아는 천천히 한 알 한 알 먹기 시작했다.한편, 강서연은 그 옆에 앉아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해가 천천히 지면서 마지막 노을빛을 대지에 뿌렸다. 기온이 분명 내려갔을 텐데 강서연은 더 덥고 숨이 턱턱 막혔다. 송지아는 마지막 리치를 먹고 난 다음 그녀를 쳐다보았다.
“모른다니 됐어요. 그냥 물어본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시간이 늦었으니 아기도 이젠 엄마가 보고 싶을 것 같네요.”이내 송지아는 옆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강서연 씨, 바래다줘.”두 명의 경호원은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 뒤 강서연의 양쪽에 섰다. 한편, 강서연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방금, 송지아의 의미심장한 웃음과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두 사람의 기세를 보면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한테 해코지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서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의심이 많은 자신을 비웃었다. 그녀는 송지아에게 인사를 한 뒤 정원을 떠났다.송지아는 방금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를 쳐다보았고 그 주얼리 세트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사파이어 반지를 꺼내어 자신의 손에 끼우고는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수행원에게 입을 열었다. “그 두 사람에게 강서연 씨 잘 데려다주라고 하세요. 아시겠어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두 명의 경호원은 강서연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송지아의 얼굴에 약간의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 뒤에 송혁준이 나타났다.“어떻게 같이...”“누나를 만나러 오던 참에 강서연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강서연은 송혁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윤씨 가문의 응접실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 당시 그녀는 이 사람에 대해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저 겉으로는 유순해 보이지만 속은 검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리 가까이 있으니 강서연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음산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송혁준은 수려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늘씬한 키에 깡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귀티가 나는 전형적인 미남이었다. 그는 강서연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의 웃음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하느님이 모든 아름다움을 그의 눈에 넣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