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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저씨 말이 틀렸어요...”

“뭐라고?”

그녀는 매우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첫째, 아저씨가 남양 황실과 친해서 제 신분을 얻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어떻게 ‘천신만고’ 끝에 절 남양으로 데려왔다고 할 수 있어요?”

“둘째, 제가 헛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누가 그래요? 전 명문대에 꼭 갈 거예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거예요. 공부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남양에 오면 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나석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째려보았다.

“허허허! 이 계집애가 한국어가 늘었다고 이젠 나한테까지 말대꾸하는 거야?”

겁이 난 서지현은 뒷걸음쳤고 구석의 긴 테이블까지 내몰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석진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몇 번이나 심호흡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녀가 반박한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지? 평소에 모르는 팬들에게조차 상냥한 그였다. 하지만 서지현만 만나면 자꾸만 화를 내게 된다.

나석진은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문득 마음속에 한 가닥 안쓰러움이 떠올랐다.

“이리 와봐.”

뻣뻣한 말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서지현은 벽에 기댄 채 숨조차 쉬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리 와.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한대?”

“네...”

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감히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나석진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두 팔을 들어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뭐 하는 거예요?”

그가 도도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사이즈 재줘, 옷 만들 거야.”

“네?”

깜짝 놀란 그녀는 그의 눈빛에 얼른 입을 다물고 재빨리 줄자를 꺼냈다.

세심하고 손발도 민첩한 그녀는 사이즈를 재면서 수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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