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771 - Chapter 780

1660 Chapters

제771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 강서연은 최연준의 품에 살포시 기댔다. 그의 냄새만 맡으면 마음이 저도 모르게 안정되었고 의지하고 싶어졌다.그날 밤 강서연은 아주 꿀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 눈을 떠보니 최연준이 옆에 없었다.그런데 아래층에서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강서연은 불룩 나온 배를 이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최연준이 한창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데 몇몇 집사들은 그저 옆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주방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여보, 깼어?”최연준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강서연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강서연은 문득 그들이 강주에 있을 때 어느 하루 생리통이 너무 심하여 휴가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최연준이 밥을 차려주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섰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 결과... 주방은 아수라장이 돼버렸고 열심히 차렸다는 아침도 검게 탄 계란후라이와 우유를 잔뜩 부은 시리얼뿐이었다.강서연은 옅은 미소와 함께 주방으로 걸어갔다.그나마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주방이 난잡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리 솜씨는 눈에 띄게 향상했다.최연준은 그녀에게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아침상을 준비했다. 빨간색의 토마토, 노란색의 옥수수, 초록색의 상추, 보라색의 자색고구마 빵이었다.강서연은 최연준을 끌어안고 영어로 칭찬했다.“우리 남편 최고!”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에 집사들은 서로 쳐다보며 웃더니 준비한 아침을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전쟁터가 돼버린 주방을 청소하는 건 그들의 몫이었다.최연준은 호박죽을 한 그릇 떠서 강서연에게 천천히 떠먹여 주었다.“여보.”강서연이 입을 닦고 말했다.“오늘 주말인데 다른 스케줄 있어요?”“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싶어?”“네... 엄마 아빠 뵈러 가려고요.”최연준은 웃으며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윤정재와 윤문희는 김중 그룹 산하의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석진과 이웃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마 서지현도 만났을 것이다.강서연은 자색고구마 빵을 먹으며 생각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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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서지현이 경찰서에 앉아있었다.협소하고 숨 막히는 방에 CCTV가 가득했다. 서지현은 CCTV 뒤에 수많은 눈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두 경찰은 얼음장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서지현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자신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겁에 질리면 더욱 희망이 없으니까.“써니?”한 백인 경찰이 벌써 이 질문만 몇 번이나 던졌는지 모른다.“성이 뭐야?”서지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우리 말 못 알아들어?”다른 한 경찰의 눈빛이 날카롭기에 그지없었다.“번역이라도 찾아줄까?”서지현의 허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나 무서운지 속눈썹마저 파르르 떨렸다.경찰은 형식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다.“영국에는 어떻게 왔어?”“평소 수입은 어디서 난 거지?”“남부 길거리에 총격 사건이 몇 건 있었는데 사건 발생 시간에 어디 있었어?”“체포될 때 김중 호텔이 있던데 거긴 어떻게 들어갔어?”서지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사실 그녀는 가장 나쁜 결과까지 진작 생각했었다. 영국에서 추방된다면 다른 곳에서 살면 된다. 어차피 어딜 가든 다 불법체류자니까.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며 길거리의 쥐처럼 숨어다니면서 평생 노숙자로 사는 삶 따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되는 건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경찰이 김중 호텔 얘기를 꺼냈다. 서지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씨가 그녀를 호텔에 묵게 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서지현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그녀는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떤 나머지 손과 발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서지현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무슨 말은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은 하지 말아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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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윌이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추방될 때까지 못 만날 겁니다.”그러자 나석진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왜요?”“규정에 따라 불법체류자는 심문을 받고 절차를 거친 후에 담당자가 국경선까지 압송하는데 국경을 나가는 걸 직접 확인까지 하거든요. 그리고 이 과정이 아주 엄격해서 만날 방법이 없어요.”나석진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윌이 그를 보며 말했다.“석진 씨, 심문 시간은 일반적으로 5일을 초과하지 않아요... 마지막 날에 경찰서 문 앞에서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나석진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말을 마친 윌은 별장을 나섰다.강서연과 최연준은 나석진의 양옆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이 입을 열려던 그때 나석진이 갑자기 또 벌떡 일어난 바람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나석진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뛰쳐나갔다.“어휴...”강서연이 나석진을 부르려 하자 최연준이 말렸다.“그냥 가게 내버려둬.”“오빠가 어디 가는지 알아요?”“당연히 경찰서로 가겠지.”최연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 강서연이 회사 기밀을 누출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최연준은 영국에 있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최연준도 미친 듯이 강주로 날아와 경찰서에서 그녀를 기다렸었기에 지금 나석진의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서연아.”최연준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야.”강서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배가 불편해지더니 뭔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연신 심호흡하자 코끝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진통이 점점 명확해졌다.“여보, 왜 그래?”최연준이 바짝 긴장했다.“나...”강서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통이 시작된 것 같아요...”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래에서 뭔가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최연준은 재빨리 그녀를 안고 운전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했다.병원에 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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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의사는 강서연 모자가 무사하도록 책임질 테니까 최연준더러 뒤로 조금 물러나라고 했다.최연준은 분만실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안절부절못했다.강서연은 그가 걱정할까 봐 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힘을 주었다.무통 주사의 약효가 퍼진 건지, 아니면 진통에 적응된 건지 강서연은 아까처럼 그리 아프지 않았다.“잘하고 있어요, 사모님...”조산사가 옆에서 도와주었다.“지금 심호흡하고 힘주세요!”“계속 힘주세요!”“사모님, 아이의 머리가 보여요.”최연준은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쿵쾅거렸다.“잘하고 있어요, 사모님. 계속 이렇게 힘주세요.”“조금만 더 버텨요. 곧 나옵니다.”강서연은 온몸이 마비되었고 누군가 자신의 몸을 두 쪽으로 마구 찢어놓는 것만 같았다. 이젠 힘을 주는 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녀도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응애응애.”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울려 퍼졌다. 힘들었던 전투가 드디어 끝이 났다.강서연은 거의 탈진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만실 침대에 기댔다.최연준은 가슴이 벅차올라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굳은 채로 서 있었다.“축하드립니다, 도련님.”의사가 아이를 안고 그에게 보여주었다.“남자아이이고 몸무게는 8.8파운드예요.”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 8.8파운드면 거의 4㎏에 가깝다. 어쩐지 울음소리가 아주 힘이 넘치더라니 통통한 남자아이라서 그런 거였구나.의사는 아이를 강서연에게도 보여준 후 목욕하러 데려갔다.조산사는 강서연에게 마지막 뒷정리를 해주었고 최연준은 조각상처럼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아들이 생긴 그 벅찬 기분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흥분 다음에 밀려온 건 속상함이었다.통통한 아들을 낳느라고 강서연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예전에 누군가에게서 여자는 목숨 걸고 아이를 낳는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조금 전 강서연이 분만실에서 겪은 과정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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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우는 것보다도 더 구차한 그의 웃음에 강서연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왜냐하면...”최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아파하니까 나도 아파.”강서연은 웃으며 두 글자를 내뱉었다.“바보.”최연준은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던 다른 가족들은 속이 다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윤정재는 분만실 문턱에 조그마한 틈이라도 있을까 하여 문 앞에 엎드리고 안을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윤문희도 안절부절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만의 고통을 그녀도 경험했었다. 지금 딸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으니 한시도 시름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윤문희는 자신의 모든 것으로 두 모자의 건강을 기꺼이 바꾸겠다고 묵묵히 기도했다.김자옥도 조마조마한 마음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이쪽을 신경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영상 통화도 켜고 있었는데 휴대 전화 너머로 최문혁과 은미연, 그리고 최연희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이들이 감전된 것처럼 벌떡 일어나 분만실 문 앞을 둘러쌌다.잠시 후 간호사가 목욕을 마친 아이를 안고 나와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 순간 복도 전체가 떠들썩해졌다.그들은 저마다 아이를 안고 싶었지만 감히 안질 못했다. 그 모습에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아이 아빠가 아직 분만실에 있어요. 산모님의 몸이 아직 약해서 안는 건 무리고 이따가 아이 아빠가 나오면 먼저 안게 하는 건 어떨까요?”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동의했다.“네네, 아이 아빠가 먼저 안게 해요.”그때 의사 몇 명이 강서연을 VIP 병실로 옮겼고 최연준도 따라나섰다. 가족들이 병실에 모여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연준아, 얼른.”김자옥이 환하게 웃었다.“얼른 와서 아들 안아야지.”최연준은 허리를 곧게 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들이 태어나서 한번 힐끗 본 후에 간호사가 목욕시키러 데려갔다. 이젠 몸도 깨끗해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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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맞아요!”간호사도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갓난아이는 다 이래요. 머리 부분이 뾰족한 건 산도에서 나올 때 짓눌려서 그런 거니까 곧 회복될 거예요. 그리고 다른 부분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세요? 전 엄청 예쁜데요? 조산사로 수년간 일했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는 정말 드물어요.”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 마주 보며 웃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한 번 더 보니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았다.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손가락을 빨고 있었는데 통통한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주 귀여웠다.“이 아이 양미간이 넓어서 딱 봐도 부귀하고 복이 많은 상이야.”윤정재의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최 서방, 서연아, 아이의 이름은 지었어?”두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 이 문제에 대해 정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서연아.”윤문희가 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이름을 짓는 건 집안 어르신의 의견을 묻는 게 어떨까? 그러니까 내 말은 먼저 최 서방 할아버지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네...”“묻긴 뭘 물어.”김자옥이 손을 내저었다.“아이는 우리 서연이가 힘들게 고생하면서 낳은 건데 엄마가 돼서 아이 이름 하나 짓지 못해?”“자옥아!”윤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걱정하지 마. 서연이는 우리 집에서 그런 규정 지키지 않아도 돼.”김자옥이 절친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이름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윤씨 성을 따른다고 해도 난 불만 없어. 하하... 그렇지, 아들?”최연준은 이 상황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을 그도 동의했다. 강서연이 목숨 걸고 낳은 아이기에 무슨 이름을 짓든 다 괜찮았다.“하지만...”속이 깊은 강서연은 고개를 들고 최연준을 쳐다보았다.“연준 씨, 할아버지께 이름을 부탁해요.”“뭐?”“이 아이는 당신 아들이잖아요. 최씨 가문의 규정에 따라야죠.”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당신 집안에 족보가 있는 거 알아요. 당신 세대는 ‘연’ 자 돌림이고 다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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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강서연은 아직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유가 나오질 않아서 너무도 힘들었다.의사는 아이를 강서연에게 안겨주었다. 아이가 젖을 빠는 건 본능이라면서 빨다 보면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러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모유는 여전히 나오질 않았다.갓난아이는 힘이 너무 약했다. 모유가 나오질 않자 응애응애 울기 시작했고 강서연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아니면...”최연준이 입술을 적셨다.“내가 우리 아들 좀 도와줄까?”“뭐라고요?”강서연이 순간 멈칫했다.병실에 그들 세 식구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최연준은 아들을 아기 침대에 눕힌 후 강서연 앞에 앉아 옷을 벗겼다. 그러자 강서연이 소스라치게 놀랐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우리 아들은 힘이 약하지만 난 힘이 세.”“연준 씨...”강서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귀밑까지 빨개졌다. 부끄럽긴 하지만 그 방법이 통할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아이가 계속 울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여보,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알지?”최연준은 본심에 어긋나는 말을 내뱉었다.“난 그저 우리 아들이 배를 곯을까 봐...”물론 오랫동안 그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 탓에 말할 수 없는 엉큼한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강서연은 옷을 벗고 고개를 숙였다.“알았으니까 얼른 해요...”최연준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가 강서연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곧이어 김자옥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었다.이상한 자세의 최연준을 보자마자 김자옥은 순간 멍해졌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린 강서연과 달리 최연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우리 아들이 젖을 못 먹어서 내가...”김자옥이 새로 산 에르메스 버킨백이 드디어 유용하게 쓰일 때가 온 것 같다. 그녀는 가방으로 최연준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최연준!”김자옥이 그를 무섭게 째려보았다.“유축기가 있다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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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여보!”강서연은 국을 마신 후에도 배가 부르지 않아 민망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나 뭐 더 먹고 싶어요.”최연준은 김자옥이 가져온 음식을 차려주었다.“여보, 나 너무 많이 먹죠?”“많이 먹긴.”최연준이 웃으며 말했다.“기내식을 먹겠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강서연도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음식들 모두 김자옥이 산후조리 식단 기준에 맞춰 만든 것이라 간이 되어있지 않아서 매우 담백했다. 배가 아무리 고파도 이 음식들을 보면 별로 당기지 않았다.“왜 그래, 여보?”“이거...”강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싫어했다. 지금 남편이 옆에서 챙겨주고 있고 또 시어머니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라 이것저것 요구할 수도 없었다.꼼꼼한 최연준은 문제점을 바로 캐치했다. 음식들을 전부 맛본 후 아무 맛이 없자 다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웃었다.“먹기 싫어?”강서연이 억지웃음을 지은 후 숟가락을 들고 먹으려 하자 최연준이 말렸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몰래 꺼냈다.그때 강서연의 두 눈이 반짝였다.“소금을 들고 다녀요?”“아무 맛도 안 나는데 어떻게 먹어?”그러고는 음식에 소금을 넣으려 하자 강서연이 다급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어머님이 안 된다고 하셨어요.”“또 누가 안 된다고 했어?”“그리고... 엄마 아빠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강서연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갈 지경이었다.윤정재와 윤문희도 그녀에게 산모는 음식을 담백하게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만약 염분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모유의 질이 나빠져 아이에게도 해롭다고 했다.“다들 안 된대요.”강서연이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최연준의 깊은 두 눈에 다정함이 스쳤다.“내가 된다고 했어.”“연준 씨...”“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는데 살짝 넣는 건 괜찮대.”최연준은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젓가락으로 소금을 살짝 찍어 음식에 넣었다.아주 미미한 양이라 맛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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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최연준은 강서연의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이건 이미 약속한 거 아니었어? 어느 생이든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부부로 살자.”그때 아기 침대에 누워있던 최군형이 두 눈을 뜨고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직은 엄마 아빠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었던 최군형은 응애응애 울며 관심받길 바랐다.최연준은 황급히 다가가 아이를 달랬다. 이젠 아주 능숙하게 아이를 달래는 아빠가 되었다. 최군형이 조금 전 모유를 먹었으니 배가 고픈 건 아니겠다는 생각에 기저귀를 만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뭔가 따끈따끈한 게 만져졌다...그러자 최연준이 환하게 웃었다.“아들이 나에게 준 첫 선물이 아주 크네.”강서연도 히죽 웃어 보이고는 베개 옆에 놓인 가방에서 수제 옷을 꺼내 최연준에게 갈아입히라고 했다.“이거 다 지현이가 만든 거예요.”강서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강서연이 아이를 낳은 후에 나석진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다 보러 왔었다.“오늘 벌써 닷새째야.”최연준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윌한테서 들었는데 지현이 모든 절차를 다 밟았고 내일이면 국경선으로 압송된대.”“석진 오빠는요?”최연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사실 형님이 지현이와 함께 남양으로 돌아가서 왕실 가족과의 친분을 통하여 신분 하나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 전제는 형님이 그러길 원해야 한다는 거야.”최연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여보, 두 사람 걱정하지 마. 이런 일은 인연에 달려있어.”...서지현이 드디어 방을 나섰다. 요 며칠 방에 갇혀 심문을 받거나 각종 서류에 사인하고 지장을 찍은 것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 앞에 완전 무장한 경찰이 대여섯 명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이런 장면을 꿈에서도 여러 번 봤었다. 매번 이 꿈을 꿀 때마다 놀라서 깨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했다.윌이 천천히 다가와 서지현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서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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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서지현은 다른 몇몇 밀입국자와 함께 선실의 한 작은 방에 갇혔고 밖에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엄청나게 큰 배라 항해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배도 함께 흔들린 바람에 배를 타본 적이 없었던 서지현은 뱃멀미를 심하게 했다.서지현은 창가 옆에 기대앉았다. 창문 문틈 사이로 짠 내가 섞인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갈색 긴 머리를 헝클어놓았다.그녀가 여러 번이나 헛구역질하자 옆에 있던 밀입국자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들 제 코가 석 자라 동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문을 열더니 그들더러 전부 나오라고 했다.서지현은 불편한 몸을 참아가며 밖으로 비틀비틀 걸어 나갔다. 배는 이미 영국과 멀리 떨어진 공해에 도착했고 앞으로 더 가면 유럽 대륙이었다.밀입국자들 전부 유럽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라 다시 강제 송환하지만 서지현은 달랐다.어릴 적부터 맨체스터에 살았고 송환은 그녀에게 있어서 황당무계한 일일 뿐이었다. 그녀는 어디로 송환되어야 하고 또 어디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공해에 민간 배들이 여기저기 다녔는데 배의 주인들은 밀입국자를 돌려보내고 뱃값을 받는 장사를 했다.“얼른 가요!”경찰의 냉랭한 목소리에 서지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조롱 섞인 경찰의 눈빛과 마주했다.“아가씨, 잘 가요. 앞으로 다시는 영국으로 오지 말아요.”“저...”뱃멀미 때문에 서지현의 얼굴에 핏기라곤 없었고 배가 흔들릴 때마다 자꾸 헛구역질이 났다.“얼른 가자.”집시 할머니도 이 배에 타고 있었는데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지현의 두 눈에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전 어디로 가야 할까요?”“어디서 왔으면 어디로 돌아가야지.”할머니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프랑스에서 밀입국했어. 오랫동안 떠나있었으니 이젠 돌아갈 때도 됐지. 써니야, 정말 갈 곳이 없으면 나와 함께 프랑스로 갈래? 어차피 우리 집시들은 정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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