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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서지현이 경찰서에 앉아있었다.

협소하고 숨 막히는 방에 CCTV가 가득했다. 서지현은 CCTV 뒤에 수많은 눈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두 경찰은 얼음장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지현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자신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겁에 질리면 더욱 희망이 없으니까.

“써니?”

한 백인 경찰이 벌써 이 질문만 몇 번이나 던졌는지 모른다.

“성이 뭐야?”

서지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 말 못 알아들어?”

다른 한 경찰의 눈빛이 날카롭기에 그지없었다.

“번역이라도 찾아줄까?”

서지현의 허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찌나 무서운지 속눈썹마저 파르르 떨렸다.

경찰은 형식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다.

“영국에는 어떻게 왔어?”

“평소 수입은 어디서 난 거지?”

“남부 길거리에 총격 사건이 몇 건 있었는데 사건 발생 시간에 어디 있었어?”

“체포될 때 김중 호텔이 있던데 거긴 어떻게 들어갔어?”

서지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두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사실 그녀는 가장 나쁜 결과까지 진작 생각했었다. 영국에서 추방된다면 다른 곳에서 살면 된다. 어차피 어딜 가든 다 불법체류자니까.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며 길거리의 쥐처럼 숨어다니면서 평생 노숙자로 사는 삶 따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되는 건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경찰이 김중 호텔 얘기를 꺼냈다. 서지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씨가 그녀를 호텔에 묵게 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지현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그녀는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떤 나머지 손과 발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서지현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아저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무슨 말은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은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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