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80화

서지현은 다른 몇몇 밀입국자와 함께 선실의 한 작은 방에 갇혔고 밖에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배라 항해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배도 함께 흔들린 바람에 배를 타본 적이 없었던 서지현은 뱃멀미를 심하게 했다.

서지현은 창가 옆에 기대앉았다. 창문 문틈 사이로 짠 내가 섞인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갈색 긴 머리를 헝클어놓았다.

그녀가 여러 번이나 헛구역질하자 옆에 있던 밀입국자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들 제 코가 석 자라 동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문을 열더니 그들더러 전부 나오라고 했다.

서지현은 불편한 몸을 참아가며 밖으로 비틀비틀 걸어 나갔다. 배는 이미 영국과 멀리 떨어진 공해에 도착했고 앞으로 더 가면 유럽 대륙이었다.

밀입국자들 전부 유럽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라 다시 강제 송환하지만 서지현은 달랐다.

어릴 적부터 맨체스터에 살았고 송환은 그녀에게 있어서 황당무계한 일일 뿐이었다. 그녀는 어디로 송환되어야 하고 또 어디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공해에 민간 배들이 여기저기 다녔는데 배의 주인들은 밀입국자를 돌려보내고 뱃값을 받는 장사를 했다.

“얼른 가요!”

경찰의 냉랭한 목소리에 서지현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조롱 섞인 경찰의 눈빛과 마주했다.

“아가씨, 잘 가요. 앞으로 다시는 영국으로 오지 말아요.”

“저...”

뱃멀미 때문에 서지현의 얼굴에 핏기라곤 없었고 배가 흔들릴 때마다 자꾸 헛구역질이 났다.

“얼른 가자.”

집시 할머니도 이 배에 타고 있었는데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지현의 두 눈에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전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디서 왔으면 어디로 돌아가야지.”

할머니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프랑스에서 밀입국했어. 오랫동안 떠나있었으니 이젠 돌아갈 때도 됐지. 써니야, 정말 갈 곳이 없으면 나와 함께 프랑스로 갈래? 어차피 우리 집시들은 정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