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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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그는 바지를 안 입었다!“아아!”‘망했다!’배경원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옆에서 옷 한 벌을 가져와 가렸다.소녀는 겁에 질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바로 그때 탈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배경원은 비명을 멈추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 들어가도 됩니까?”남자 목소리다.배경원은 어리둥절했다.그는 막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무엇에 발목을 잡혔다.고개를 숙여 봤는데 소녀가 그의 앞에 엎드려 그의 다리를 잡고 있었고 눈에는 물안개가 한층 가라앉았다.“제발”그녀는 애원했다.“제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네?”배경원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제발요!”밖에서 노크 소리가 더 커졌다.배경원은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쾅 차고 들어오는 순간 그는 몸에 걸친 옷을 벗어 던지고 소녀를 바닥에 눕혔다.그는 그녀의 등에 손을 얹고 차가운 바닥과 닿지 않도록 막아줬다.그의 건장한 몸은 작은 그녀를 꽁꽁 싸맸다.몇 명의 남자들이 뛰어 들어와서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뭐 하는 거야?”배경원은 살짝 고개를 돌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죽고 싶어?”이 사람들은 전부 임씨 집안의 집사여서 배경원을 알아봤다. 다들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배씨... 도련님...”“당장 꺼지지 못해! 지금 바쁜 거 안 보여?”“네. 네...”사람들이 허둥지둥 뛰쳐나갔고 문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발소리가 멀어지자, 배경원은 그제야 몸을 추스르고 조심스럽게 소녀를 일으켜 세웠다.“괜찮아요?”소녀는 기침을 많이 해서 말할 힘조차 없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배경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병원에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그녀는 겨우 이 말을 내뱉었다.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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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이름이 수정이에요?”배경원은 볼을 불룩하게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성이 뭐예요?”임수정은 시선을 아래로 보며 묵묵부답했다.어차피 그녀의 성이 무엇이든 이름은 암호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한 배경원은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마당에 산책하러 갑시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아니, 그게...”그는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임수정에게 붙잡혔다.배경원은 멍하니 고개를 숙였는데...‘바지를 안 입었잖아!’그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놀란 눈으로 임수정을 바라보면서 우는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웃음을 지어냈다.임수정은 배경원 덕분에 웃었고 창백하던 작은 얼굴에 마침내 핏기가 돌았다.배경원은 황급히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바지를 입은 뒤 임수정을 데리고 마당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가을밤은 아름다웠다. 마당은 하루 종일 햇볕을 쫴서 아직도 따스한 햇볕 냄새가 난다. 마당은 조용했고 때때로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반딧불도 날아다녔다.임수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눈을 감았다.이렇게 마당에 서서 자유롭게 숨을 쉬는 건 전생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너무 좋아요.”임수정은 웃으며 눈을 뜨고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네?”배경원은 못 알아들었다.“제가 이렇게 마당에 서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이미 저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배경원은 더 이해가 안 갔다.“평소에 숨 안 쉬어요? 혹시 인공호흡기를 차고 살아요?”임수정은 그를 보고 싱긋 웃었다.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았다.임수정은 오랫동안 웃지 않았는데 오늘 밤의 웃음은 모두 배경원이 선사해 준 것이다.방금 전 그는 그녀를 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바닥에 눕혔고... 그 순간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임수정은 배경원 셔츠에서 나는 맑은 냄새를 맡았고 그의 남자다운 기운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문이 갑자기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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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배경원은 한순간 심장이 멈칫한 것을 느꼈고 자신이 주체할 수 없었다.임수정의 청아한 얼굴은 마치 마법이 있는 듯했고 그 두 눈은 마치 신비로운 세계처럼 그를 유인했다.그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고, 온 세상의 빛이 그녀에게 집중되는 것 같았다.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임수정은 기침을 몇 번 했다.배경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괜찮아요!”“어서 걸치세요!”배경원은 옷을 그녀에게 걸쳐 주었다. “몸이 안 좋다면서요? 그럼 더더욱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임수정은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경매장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은 문밖으로 걸어 나왔다.“다 끝난 것 같네요.”배경원이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제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어디 사세요?”임수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의 모든 것이 마치 꿈인 것 같았다. 이제는 꿈에서 나올 무렵이 됐고 그녀도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현실은 임씨 가문의 알려지지 않은 딸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자신에게 미래가 있을지 전부 미지수다...임수정은 몸을 돌려 천천히 걷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임씨 가문 집사들이 자기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배경원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그에게 감사해야 한다.방금 이 꿈은 모두 그가 선사해 준 것이다.배경원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괜찮아요!”배경원은 퉁명스럽게 굴었다.“다음에 또 산책하고 싶으면 저를 찾으세요...”그러나 말소리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임수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배경원은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흰 그림자가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최연준은 강서연에게 은근슬쩍 말했다.“경원이 연애하는 것 같아.”강서연은 뚱냥이한테 고양이 밥을 주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잠깐 안 돌아갔다.“경원 씨가 연애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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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강서연은 얼굴을 붉혔다. 최연준이 정신이 산만해진 틈을 타 황급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한서는 등골이 오싹해져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최연준의 그 얼굴은 너무 어두워 잉크를 짜낼 수 있는 정도다.그는 대문까지 몇 걸음 걸어가서 철문을 쾅 하고 열어 얼음장처럼 굳은 눈으로 방한서를 노려보았다.방한서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억지웃음을 지었고 심장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무슨 일이야?”최연준은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방한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잊어버리고 멍하니 그를 쳐다만 봤다.몇 초간의 침묵은 마치 몇 세기처럼 길었다.그리고 강서연은 방에서 누군가의 포효를 들었다.“방한서!”박경실은 채소를 반쯤 다듬다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주방에서 뛰쳐나왔다.“도련님, 왜 그러세요?”강서연은 소파에 앉아 몰래 실실 웃었다.“이 방비서가 또 무슨 사고를 쳤길래!”박경실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주방으로 돌아가 혼잣말했다.“도련님께서 목이 너무 무리한 것 같은데, 이따가 탕을 끓여서 몸보신을 해줘야겠어.”마당에서 뚱냥이는 밥을 몽땅 먹어 치우고 몸을 비틀거리며 두 남자 사이로 파고들어 갔다.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울음소리를 냈다.최연준이 고개를 숙여 뚱냥이를 보고 나서야 어두운 얼굴이 그나마 조금 풀렸다.그는 방한서를 째려보았다.“너는 고양이보다도 못해!”고양이도 용돈 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네, 네...”방한서는 사과하는 내내 진땀이 났다.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게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이 생각난 방한서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낡은 핸드폰을 꺼냈다.바로 전에 인지석 방에서 발견한 그 폰이다.“도련님, 핸드폰의 데이터가 복구되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최연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받고 뒤적였다. 그 안에는 최연희와 인지석의 채팅 기록이 남아있다.그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성큼성큼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최연준은 핸드폰을 강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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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네, 도련님.”방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윤정재는 신비한 존재고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경매장에도 그는 모습만 드러냈을 뿐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참모습을 본 사람도 몇 명 되지 않았다.“우리의 이름으로 초대하면 아마 거절할 거야.”최연준은 일찍이 이를 생각하였다.“그러면... 영감님 이름으로 요청할까요?”“그럴 필요는 없어.”최연준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냥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해줘!”방한서는 잠깐 멈칫했다.“네, 이것도 방법이네요! 어차피 영감님 위신이 거기에 있으니, 윤정재가 거절할 수는 없을 거예요.”최연준은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졌다.그는 몸을 굽혔고 다리 관절이 뭔가에 갈라지는 것 같아 통증이 심해서 낮은 소리로 신음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방한서가 많이 당황했다.최연준은 강서연이 주방에 있어 조용히 하라고 눈길을 줬다.“괜찮아. 큰 문제 아니야.”그는 몸을 움직이면서 통증을 완화했다.“예전에 입었던 상처가 재발한 거예요?”방한서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항공 사고 후, 최연준은 상처를 입었다. 다른 곳은 괜찮았는데, 두 다리의 부상만이 후유증을 남겼다.“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최연준은 몸을 곧추세우고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가끔 아픈 거야. 날씨에 적응하면 괜찮을 거야.”“신 의사님께... 한 번 더 여쭤볼까요?”최연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그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뼈는 한 조각 한 조각 강제로 떼어진 것처럼 몇 번이나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던 기억이 났다.신석훈은 그의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그의 썩은 표정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그가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신석훈 덕분이다.그리고 최연준이 어렴풋이 기억하기로 신석훈이 그에게 일종의 약을 사용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지금 다시 재발했으니 그 약을 다시 한번 먹으면 금방 나을지도 모른다....다음날 최연준은 의학연구센터에 찾아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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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네.”최연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서연이 몰래 온 거라서 비밀로 해주세요...”“무슨 일인데요?”“제 다리 상처가... 최근에 아프기 시작했어요.”신석훈은 깜짝 놀라 그를 진찰실로 데리고 가서 제대로 검사하려고 했다.“그럴 필요는 없어요.”최연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고질이에요. 전에는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지면 심하게 아파요. 그때 석훈 씨가 저한테 약 처방을 했잖아요. 반은 내복, 반은 외용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오늘 온 것도 그 약을 더 처방해 줬으면 하는 거예요.”신석훈은 좀 난처해서 한참 동안 말을 안 했다.“왜 그래요?”최연준은 궁금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것이 어려운 건가?’“연준 씨.”신석훈은 그를 보며 입술을 깨물면서 우물우물 말했다.“사실 저는... 그게 무슨 약인지 몰라요.”“무슨 소리예요?”최연준은 의아했다.“석훈 씨가 저한테 준 약이잖아요!”“제가 쓴 거는 맞는데 약은 다른 사람이 준 거예요!”최연준은 더욱 의심스러웠다.신석훈은 한숨을 내쉬고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연준 씨, 생각해 보세요. 그때 제가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혼자서 수술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당신을 치료해 줄 수 있었겠어요? 저는 당연히 연준 씨를 치료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그때 연준 씨는 상처투성이였고, 상처가 감염되어 고열을 일으켜 엄청 위독한 상태였어요. 저는 당신이 구제 불능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 손에 죽은 부상자라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때 제가 속수무책이었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저한테 그 약을 주면서 연준 씨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제가...”“어르신?”최연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네.”신석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에 대해서 제가 연준 씨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저의 허영심 때문이에요. 어떤 의사도 자신이 다른 사람을 치료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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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군요!”윤정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최진혁은 교활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나쁜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최연준이 전용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가 났었던 사실을 윤정재는 모르고 있었다. 그때 그와 최진혁은 연회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 기껏해야 고개나 끄덕이며 인사한 정도였다.남양의 윤제 그룹은 제약 회사 말고도 민용 공항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남양 지역의 몇몇 대형 공항도 전부 윤제 그룹이 관리하고 있었다.하여 최진혁은 윤정재에게 사실을 숨기고 기술 직원을 매수하여 최연준의 전용 비행기에 손을 썼던 것이었다...그러고는 윤정재에게 엄청난 금액의 보험증명서를 보여주면서 거기에 적힌 수천억에 달하는 보험금이 그의 것이라고 했다.윤정재는 자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회장님, 이 일이 만약 퍼져나가기라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회장님의 변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회장님의 부하가 최연준을 해쳤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회장님이 평생 쌓아온 명예도 함께 무너지겠죠!”윤정재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보험증명서를 혐오스럽게 힐끗 보고는 자리를 떠났다.그러다가 나중에 죄책감이 들어 최연준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윤정재는 이건 하늘이 그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하여 사람을 보내 최연준이 얼마나 다쳤는지 상태를 몰래 알아보게 했고 또 약까지 보내줬다. 그때 보낸 약으로 거의 이삼 년은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 그 기한이 거의 된다...“최진혁 씨.”그의 눈빛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당신 같은 나쁜 사람과 손을 잡지도 않아요.”“하하, 윤 회장님.”최진혁이 코웃음을 쳤다.“어디서 고상한 척이에요? 회장님이 무슨 짓까지 해가면서 그 자리에 앉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은 내 앞에서 대놓고 얘기하진 못해요. 왜인 줄 알아요?”윤정재는 뒷짐을 지고 카리스마를 뽐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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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화려한 치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과한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여자가 흐느적거리며 걸어왔다.“프로 매니저팀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선글라스를 벗고 강서연을 쳐다보는 그녀의 태도는 쌀쌀맞기 그지없었다.“어디 있는 거죠?”하 매니저는 강서연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그러자 강서연이 먼저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문나 씨죠? 저는...”문나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고 그녀가 건네는 악수도 가볍게 무시했다. 강서연은 허공에 머무른 손을 멋쩍게 거두어들였다.하 매니저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문나 씨, 이분은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비서 강서연 씨입니다. 연예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니, 앞으로 문제 있으면 서연 씨와 얘기하시면 돼요.”“아, 강서연 씨!”문나는 새로 한 크리스탈 네일을 보며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서연 씨는 경험이 있어요? 전 아무나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문나 씨. 강 비서님이 이 바닥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업무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업무 능력이 뛰어난가요, 아니면 남자를 달래는 능력이 뛰어난가요?”하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로 강서연을 쳐다보았다. 강서연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조금 전 문나는 임나연의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하 매니저에게서 들었다.‘의도가 불순한 걸 보니 날 노리고 온 거 맞네.’하지만 근래 문나의 인기가 높은 건 사실이었다. 대표작이 없어도 팬덤만으로도 평생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게 살 수 있었다.이게 바로 어진 엔터테인먼트가 그녀와 계약한 이유겠지.숨을 깊게 들이마신 강서연이 뭔가 얘기하려던 그때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먼 유럽에서 걸려 온 김자옥의 전화였다.강서연은 그 핑계로 자리를 피하여 김자옥의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방음 효과가 좋아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대표님.”그녀는 전화를 받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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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강서연이 물잔에 물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려다가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전화를 끊은 강서연은 사무실에서 나왔다.문나는 밖에서 조급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를 째려보았다.“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이러면서 프로라고 할 수 있어요?”문나가 목청 높이 소리쳤다.“어진 엔터테인먼트는 그래도 업계에서 실력 있는 큰 회사인데 이런 매니저가 있다는 게 말이 돼요? 오자마자 연예인을 혼자 내팽개치기나 하고. 정말 예의라곤 없네요!”더는 참을 수 없었던 하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그러는 문나 씨는 예의가 있고요?”문나는 하 매니저를 째려보았다.“강 비서님은 김 대표님의 수석 개인 비서예요. 모든 연예인들의 활동과 그 외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나석진 씨마저도 강 비서님의 말을 따라야 하는데, 문나 씨 설마 자기 지위가 나석진 씨보다도 높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하 매니저의 말은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 문나는 하는 수 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얼굴에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강서연은 웃으며 책상 위의 서류를 집었다. 서류에 몇몇 연예인들의 스케줄이 적혀있었다.“이건 문나 씨 스케줄이에요.”강서연은 서류를 문나에게 건넸다.“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주의 사항이 몇 가지 있어요. 나중에 문나 씨 매니저한테 미리 얘기해 둘게요.”“이건 무슨 프로그램이에요?”문나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옆으로 휙 던졌다.“저 안 나가요!”“이건 회사의 지시예요.”강서연은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회사 지시? 강 비서님, 전 유명한 감독님과 대형 프로젝트를 보고 어진 엔터테인먼트랑 계약한 거예요. 지금 저한테 영화나 드라마를 주는 게 아니라 예능프로에 출연하라고요?”“문나 씨는 팬덤이 큰 연예인이라서 얼굴을 자주 비춰야 해요. 그리고 지금 문나 씨한테 어울리는 작품이 없어요.”“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죠?”문나는 그녀를 아니꼽게 노려보았다.“문나 씨.”강서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문나 씨가 벌어들인 돈은 전부 회사에 들어가는데 제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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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강서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문나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곽보미는 업계의 유명한 감독이고 작품마다 거의 다 국제상을 받았다. 그녀는 국내의 연예계에 큰 돌풍을 일으켰고 국제 영화계에서도 이름을 날렸다.하여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 곽보미의 팀에 들어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물론 문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천재인 곽보미는 평소에도 기고만장한 성격이라 대표작은 없고 팬덤만 큰 연예인을 별로 눈에 차지 않아 했다. 그런데 방금...“정말 곽보미 감독님한테 전화한 거예요?”“네.”하 매니저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곽 감독님 요즘에 새 작품을 기획하시는데 나석진 배우도 출연한대요. 강 비서님은 줄곧 곽 감독님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요.”문나는 후회막심했다.“강... 강 비서님.”문나가 강서연을 보며 말했다.“곽 감독님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세요? 곽 감독님은 절대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다던데요!”강서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거 그냥 일반 예능프로 아닌가요?”약이 바싹 오른 문나와 달리 강서연은 입술을 적시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우리 회사는 항상 연예인의 선택을 존중하거든요. 문나 씨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다른 사람을 찾으면 돼요. 아니면 제가 위약금을 내도 되고요. 꽤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김 대표님한테는 별거 아니에요. 소속 연예인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잠깐만요!”문나가 황급히 그녀를 불렀다.곽보미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했으니, 그녀와 안면을 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나중에 조연 역할이라도 주어질지 누가 알겠는가?강서연은 돌아서서 웃으며 물었다.“또 다른 일 더 있어요?”“저...”문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 프로그램 나갈게요!”“정말이에요?”“네. 회사의 지시에 따를게요.”문나는 갑자기 태도를 확 바꾸었다.“예능에 출연하는 게 나쁠 것도 없죠. 방금 비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화면에 자주 얼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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