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1655 챕터

제381화

윤정재는 유리창을 통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 오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침에 강서연이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고 10시가 조금 지나서 커피 사러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걸 보았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강서연은 건물 밖을 나온 적이 없다.윤정재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로 그냥 가기 아쉬운지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회장님, 계속 기다리실 건가요?”부하 진용수는 그의 밑에서 일한 지 오래되어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그 기분은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회장님.”진용수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왜 직접 가서 만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사실 오랜 시간 동안 회장님은 두 분을 계속 마음에 품고 계셨잖아요...”“그만 얘기해.”윤정재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어찌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윤문희 말고 평생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강서연은 또 두 사람의 귀한 딸인데.젊었을 때 그는 나중에 딸이 생기면 사랑을 마음껏 주면서 예쁘게 키울 거라는 상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윤정재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고 마음이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그럼... 회장님.”진용수가 또 물었다.“최연준 도련님한테는 언제 약을 가져다줄까요?”윤정재는 잠깐 생각하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급할 거 없어.”“네?”진용수가 화들짝 놀랐다.“하지만 도련님의 약이 기한이 다 됐을 텐데요...”“기한이 다 돼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잖아!”윤정재는 진용수를 노려보았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아?”진용수는 더는 아무 말이 없었다.“최연준이 우리 서연이한테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치료해 줄지 결정해야지, 안 그래?”진용수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을 지었다.의술로 세인을 구제한다면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은 어디로 간 걸까?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베풀면서 자기 사위는 지켜보겠다고 한다.“회장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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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진용수는 계속하여 말했다.“오성에서 그 땅을 눈독 들인 대가문이 여러 집 있는데 다들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연합 병원 프로젝트는 꽤 할 만한 프로젝트예요.”“그래, 알았어.”윤정재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그에게 있어서 병원은 둘째였다. 가장 중요한 건 강서연과 만나 말이라도 몇 마디 하면서 마음껏 지켜보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 같았다.사실 강서연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오성대에 가서 윤찬을 몰래 봤었다.기세가 드높은 아들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머리가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장차 아주 훌륭한 인물이 될 기질이 보였다. 게다가 의학원에 들어가 연구까지 하는 걸 보면 뭔가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게 확실했다.그 모습에 윤정재는 무척이나 뿌듯했다.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는 아들보다 딸을 더 예뻐했다...남자애는 시련을 겪어도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하기에 과하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애는 애지중지하며 예쁘게 키워야 한다.윤정재의 침착하고 차가운 얼굴에 따뜻한 웃음이 지어졌다.“일단 내가 아직 누구랑 손을 잡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알려.”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때가 되면 그 사람들이 먼저 날 찾아올 거야.”진용수는 잠깐 망설였다. 다른 가문은 그래도 말이 잘 통하지만 유독 최씨 가문만 예로부터 기고만장하여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최연준 도련님은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겁니다.”진용수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은 아마 회장님께서 먼저 고개를 숙이시길 기다릴걸요?”“지금 장난해?”윤정재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아까보다 훨씬 높아졌다.“그 새X 눈에 장인어른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회장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그날 최진혁이 도련님을 새X라고 했을 때 회장님께서...”“내가 그러는 건 괜찮아!”윤정재가 두 눈을 부릅떴다.“하지만 다른 사람은 안 돼!”진용수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정재는 이 사위를 그래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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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전화한 건 맞지만 그저 안부 전화였을 뿐이에요.”문나의 낯빛이 창백해졌다.그렇다. 강서연은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까 곽보미와 통화할 때도 그저 문나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이었다.이게 다 문나가 너무 조급했던 탓이었다. 곽보미의 새 작품에 출연하려고, 유명 감독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려 했기 때문에 강서연의 꾀에 넘어간 것이었다.문나는 너무도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날 엿먹였다 이거죠?”강서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회사 규정도 따르지 않고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게 옳은 일이라 생각해요? 팬이 좀 있다고 해서 진짜 공주라도 된 줄 알아요?”“강서연, 당신...”“팬은 당신을 높이 치켜세울 수 있지만 감옥에도 처넣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말아요.”강서연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무거운 돌덩이처럼 그녀의 마음을 마구 때렸다.문나는 분통이 터졌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리고 저.”강서연은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웃었다.“문나 씨가 여기서 마구 행패를 부리는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가진 모든 걸 잃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요!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든지!”문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연신 심호흡을 했다.그녀의 몇몇 매니저들이 다가와 귀띔했다.“문나야, 강 비서님은 김 대표님을 모시는 수석 비서이자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총괄 매니저란 말이야. 강 비서님을 건드려서는 절대 안 돼.”“왜? 저런 사람을 내가 겁내야 해?”“그럼요! 당연히 겁내야죠.”그때 책장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왔다.화들짝 놀란 문나는 인기척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책장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박경실이 웃으며 걸어 나왔다.그녀는 휴대 전화를 흔들며 강서연에게 말했다.“서연 씨, 저 이러다가 아주 촬영 쪽으로 전향하겠는데요?”강서연은 박경실의 팔짱을 끼고 애처럼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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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문나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와 두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조금 전 내뱉은 말은 홧김에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나온 말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리 임나연을 위해 나선 거라고 해도 이 타이밍에 나서서는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서연이 어떻게 나올까? 설마 따귀를 때리진 않겠지?’문나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힐끔거렸다. 마침 문 앞 복도에 서 있어 멀지 않은 곳에 CCTV가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만약 강서연이 손이라도 댄다면 살을 더 보태 CCTV 영상을 공개하여 팬들의 악플 세례를 받게 할 생각이었다.“왜요? 제 말이 틀렸어요?”문나는 다시 의기양양했다.“4대 가문에서 그 자리를 어떻게 지켰는지 알아요? 서로 혼약을 맺고 자원을 교환하면서 지금까지 지킨 거예요!”문나가 코웃음을 쳤다.“나중에 연준 도련님한테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생기면 나연 씨는 도련님을 도울 수 있지만 서연 씨는 발목만 잡을 거예요! 서연 씨는 남자한테 빌붙어 사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예요?”“그래요.”강서연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전 연준 씨한테 빌붙어 살아요. 그런데 왜요? 어떤 사람은 빌붙고 싶어도 못 빌붙는데!”말문이 막힌 문나는 그녀를 노려보기만 했다.강서연은 상 위에 놓인 산세베리아를 만지며 씩 웃었다. 눈빛이 어찌나 그윽한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저한테 배경이 없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 연준 씨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결혼에 관하여 연준 씨가 저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요?”그녀가 피식 웃었다.“제가 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게 아니라 저한테 장가오는 거랬어요!”문나는 놀란 나머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문나 씨, 우리 결혼 때문에 걱정 끼쳐서 정말 미안해요.”강서연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하지만 앞으로는 일에 더 많이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저랑 연준 씨 일은 문나 씨가 신경 쓰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겁니다!”...최연준이 집에 돌아와 보니 강서연은 뚱냥이를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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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강서연이 어리둥절해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와 서랍에서 서류 몇 개를 꺼냈다. 서류를 본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움찔했다.“이건 서교 땅 기획도이고.”최연준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녀에게 설명했다.“이건 다 프로젝트 협력안이야.”그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보이자, 강서연의 사인이 떡하니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최연준을 쳐다보았다. 최연준은 그녀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지난번 연회의 대기실에서 그녀에게 서류 몇 장에 사인하라던 때가 떠올랐다. 자신과 함께 맞서 싸우고 리스크를 부담하자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었다...그때 그녀는 최연준을 철석같이 믿었기에 사인한 서류가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사인했었다.“사실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자는 거 아니야.”최연준이 부드럽게 말했다.“프로젝트 리스크는 내가 다 평가해 봤어. 당신한테 사인하라고 한 건... 이 프로젝트가 당신 것이기 때문이야. 난 그저 당신 밑에서 일하는 부하니까 당연히 대표의 사인을 받아야지.”“뭐라고요?”강서연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최연준의 따뜻한 눈웃음 속에는 온통 그녀의 모습뿐이었다.“이 땅뿐만이 아니야.”최연준이 계속 말했다.“이 몇몇 회사들.”그러고는 다른 서류를 꺼내 그녀에게 일일이 보여주었다.강서연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서류에 큼지막하게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고 이 모든 게 마치 꿈만 같았다.‘동명, 레이안, 웨스턴... 이게 다 연준 씨 회사 아니었어?’“이젠 다 당신 거야.”최연준은 그녀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강서연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고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당신 뒤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 당신은 내가 있다고.”강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이 한마디만 내뱉었다.“미안해요...”최연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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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에덴 밖에 서 있던 마이바흐의 불빛이 깜빡였다.조금 전 윤정재는 최연준이 강서연을 쫓아 나오는 걸 보았다. 그러다가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거실의 불이 꺼졌다.진용수는 고개를 돌려 윤정재를 보며 웃었다.“회장님, 아무래도 화해했나 봐요.”“그래.”윤정재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저 자식 사람을 달래는 건 선수인가 보네!”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씩 웃으며 은침을 다시 거두어들였다.“용수야, 그만 가자.”“네.”진용수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회장님, 다음엔 뭘 할까요?”윤정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번에 오성에 와서 꽤 오래 있을 계획이었다.첫 번째는 연합 병원 프로젝트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곳을 떠나기 점점 아쉬워서였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의 마음속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회장님.”진용수는 그의 생각을 단번에 눈치챘다.“윤문희 씨가 지금 살고 계시는 주소를 알아냈어요. 알려...”“싫어.”윤정재가 어두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미치게 보고 싶지만 또 그녀를 만나는 게 두려웠다.이십여 년 동안 그는 윤제 그룹을 휘황찬란하게 발전시켰다. 이미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 주주, 그리고 약 사 먹을 돈도 없는 가여운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이의 앞에서 떳떳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그가 유일하게 미안한 사람이 바로 윤문희였다.그때 윤문희가 남양을 떠난 후 윤정재는 여전히 그녀를 놓지 못했다. 그녀를 찾았을 때 윤문희는 자신이 강명원의 여자가 되었다고 했었다.윤문희가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몰래 그녀를 보러 강주로 갔었다. 그런데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다.윤문희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강서연은 그의 친딸이었다. 하여 지금까지 매달 윤문희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강서연과 윤찬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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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녀는 모든 화살이 강서연에게 쏠리는 걸 원치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강서연을 지킨다면 귀찮은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예를 들어 지금처럼 문나는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도무지 몰랐다...잠깐 생각하던 그녀는 뭔가 깨달은 듯했다.‘이게 다 나연 씨 탓이야!’“다른 일 없으면 그만 나가봐.”김자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가더니 어깨를 툭툭 쳤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문나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문나 씨.”김자옥이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해! 이 점을 놓고 봐도 문나 씨랑 임나연은 많이 배워야 해!”문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무서운 그녀 앞에서 티를 낼 수도 없었다.그녀는 대표 사무실 밖의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강서연이 마침 자리에 없었다.“왜? 강 비서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김자옥의 위엄있는 목소리에 문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닙니다, 아니에요...”“그래, 그럼 가서 일이나 해. 문나 씨가 요즘 출연해야 하는 예능이 몇 개 있어. 매니저한테 얘기해 놓았으니까 출연하지 말지는 문나 씨가 알아서 결정해.”문나는 당연히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그 예능들은 전부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이라 한물간 연예인도 출연하지 않았다.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하지만 김자옥이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였다.연예인 하나가 내리막길을 걷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진 엔터테인먼트에는 연예인이 부족하지 않으니까.그리고 회사가 입을 손해도 두렵지 않았다. 김자옥은 그깟 돈이 부족한 게 아니니까.하지만 그녀의 며느리를 괴롭히는 자라면 팬덤이 얼마나 크든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돈으로 강서연을 괴롭힌 사람을 처리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문나는 잿빛이 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김자옥이 코웃음을 치고는 계속 일에 몰두하려던 그때 휴대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여보세요? 아들.”최연준은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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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강서연은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최연준 씨요.”사실 그녀가 뭐라 대답할지 나석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최연준이 그녀 마음속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 서슴없이 대답할 리가 없다.박철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어색함을 깨려고 웃음을 터뜨렸다.“저기... 석진 씨, 먼저 저기 앉아서 대본 좀 보고 있어요. 곽 감독님이 오시면 맨 먼저 대본 리딩하게 할게요. 강 비서님도 쉬고 계세요. 석진 씨가 먹을 것 좀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왔거든요. 드셔보세요...”그들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마침 햇살이 내리쬐어 분위기를 더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고 창밖에는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박철이 차를 내리자 방안에 고소한 차 향기가 가득 퍼졌다.나석진은 가방 안에서 정교한 간식 상자를 꺼냈다.짙은 색의 나무 상자였는데 그 위에 정교하고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순간 움찔한 강서연은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엄마가 그녀에게 준 상자에도 이것과 비슷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예뻐요?”나석진이 가볍게 웃었다.“남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늬예요.”“그렇군요.”강서연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전 성남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성남이랑 남양이 아주 가까워서 문화와 음식 면에서 남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그러고는 작은 접시를 꺼내 디저트를 담고 그녀에게 건넸다.“먹어봐요!”강서연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접시에 담긴 디저트는 앙증맞고 정교했다. 초록색의 옥같이 반투명한 색상에 마치 공예품처럼 예뻤다.“이건...”강서연은 놀라면서도 기뻤다. 이건 어릴 적에 어머니가 그녀에게 해줬던 디저트였다.“이게 뭔지 알아요?”나석진이 다정하게 물었다.“녹옥떡이라고 하는데 남양에만 있는 음식이에요.”“남양에만 있다고요?”강서연은 잠깐 멈칫했다. 지난번에 어머니와 함께 서화전에 갔을 때 어머니가 스카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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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외부인 앞에서 그는 늘 카리스마 넘치고 진지하며 차가운 얼굴이었지만 강서연 앞에서는 질투를 밥 먹듯이 하는 소년으로 변했다.나석진의 눈빛이 복잡미묘해졌다.“지난번에는 카드 게임만 한판 하고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최연준은 그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나석진은 그의 뜻을 알아채고 먼저 악수를 청했다.“도련님, 안녕하세요. 전 나석진입니다. 회사에 저에 관한 자료가 자세하게 있을 거예요.”최연준은 그와 악수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최연준입니다.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제2 주주고요.”“알아요.”나석진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전 김 대표님께서 직접 데려와 계약했어요...”“허!”최연준이 코웃음을 쳤다.“문나 씨도 그렇게 얘기하던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보셨죠?”나석진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물론 나 배우님과 문나 씨는 천지 차이죠. 두 사람을 함께 비교해서는 안 되죠.”나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 약을 올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사실 최연준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약을 올렸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최연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고양이가 참 귀엽네요.”나석진이 화제를 돌렸다.“무슨 품종이에요?”최연준은 그제야 고양이도 함께 데려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그건 모르겠고 뚱냥이라고 불러요.”그는 소개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강서연을 와락 끌어안으며 의기양양했다.“저랑 서연이가 함께 키우고 있어요.”그는 ‘함께’ 라는 단어에 힘을 실었다.나석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뚱냥이를 만지려 했다. 그런데 뚱냥이는 고개를 옆으로 피하며 싸늘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나석진의 손이 멋쩍게 허공에 머물렀다.최연준은 기분이 날아갈 듯이 기뻤다. 평소 그를 별로 반기지도 않던 뚱냥이가 중요한 순간에는 그래도 그의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감동이 밀려왔다.‘오늘 저녁에 생선 통조림 줘야겠다.’“연준 씨.”강서연이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오늘 회사 안 나가도 돼요? 왜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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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그날 저녁 임씨 가문.임정수네 부부는 서재에서 연합 병원 프로젝트를 따낼 방법을 상의하고 있었고 임나연은 옆에 앉아 주의 깊게 들었다.임씨 가문 사모님은 그녀에게 별로 알려주고 싶지 않아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몇 년 전부터 그녀는 임나연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임씨 가문의 중요한 업무를 그녀에게 맡기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임정수는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키웠는데 정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임나연이 사업적으로도 그를 잘 도와주었다.“어디서 들려온 소문인지는 모르겠는데.”임정수가 목소리를 낮췄다.“윤정재가 4대 가문 중에서 우리 임씨 가문을 가장 눈여겨 보고 있고 우리랑 손을 잡으려 한대.”임씨 가문 사모님이 눈살을 찌푸렸다.처음에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소문이 퍼지면 퍼질수록 점점 진짜처럼 변해갔다. 그런데 소문과 달리 윤정재는 임씨 가문과 실질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아빠, 정말 그런 소문이 돌아요?”임나연이 우쭐거리며 물었다.“응.”임정수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뭐 아는 거라도 있어?”“그건 아닌데.”임나연이 가볍게 웃었다.“이 서교 땅 프로젝트가 최씨 가문에서 주요하게 밀고 있는 프로젝트잖아요. 저도 요즘 계속 알아보면서 연합 병원에 관한 기획안을 만들고 있었어요. 최상 그룹의 뜻은 이 땅이 최상 그룹의 것이니까 병원 프로젝트의 이윤을 적당한 선에서 양도하겠다는 뜻이더라고요. 어차피 그 땅에 지으니까요. 아빠, 이건 제가 최상 그룹 측과 몇 번 미팅한 결과인데 쉽지 않아요!”임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최씨 가문은 진짜 참여하지 않는 모양이다. 땅과 프로젝트 모두 차지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최씨 가문은 줄곧 다 함께 돈을 버는 걸 지향했었다.“만약 최상 그룹이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소문이 진짜일지도 몰라.”“설마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임씨 가문 사모님이 싸늘하게 웃었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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