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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이름이 수정이에요?”

배경원은 볼을 불룩하게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성이 뭐예요?”

임수정은 시선을 아래로 보며 묵묵부답했다.

어차피 그녀의 성이 무엇이든 이름은 암호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한 배경원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마당에 산책하러 갑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니, 그게...”

그는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임수정에게 붙잡혔다.

배경원은 멍하니 고개를 숙였는데...

‘바지를 안 입었잖아!’

그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놀란 눈으로 임수정을 바라보면서 우는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웃음을 지어냈다.

임수정은 배경원 덕분에 웃었고 창백하던 작은 얼굴에 마침내 핏기가 돌았다.

배경원은 황급히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서둘러 바지를 입은 뒤 임수정을 데리고 마당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가을밤은 아름다웠다. 마당은 하루 종일 햇볕을 쫴서 아직도 따스한 햇볕 냄새가 난다. 마당은 조용했고 때때로 작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반딧불도 날아다녔다.

임수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눈을 감았다.

이렇게 마당에 서서 자유롭게 숨을 쉬는 건 전생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너무 좋아요.”

임수정은 웃으며 눈을 뜨고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네?”

배경원은 못 알아들었다.

“제가 이렇게 마당에 서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이미 저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

“...”

배경원은 더 이해가 안 갔다.

“평소에 숨 안 쉬어요? 혹시 인공호흡기를 차고 살아요?”

임수정은 그를 보고 싱긋 웃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았다.

임수정은 오랫동안 웃지 않았는데 오늘 밤의 웃음은 모두 배경원이 선사해 준 것이다.

방금 전 그는 그녀를 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대로 바닥에 눕혔고... 그 순간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

임수정은 배경원 셔츠에서 나는 맑은 냄새를 맡았고 그의 남자다운 기운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문이 갑자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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