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281 - 챕터 1290

1344 챕터

제1281화

“돈과 사람을 교환하더라도, 준비할 시간을 조금은 주셔야 합니다.”강서연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다. “호 선생님, 저희 어머니께서는 연세가 많으셔서 이런 일로 더 이상 괴로움을 겪으실 수 없어요. 만약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께서는 감옥에 가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실 겁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잘 생각해 보세요.”호정길은 눈을 굴리며 김자옥의 목을 조르던 손을 잠시 느슨하게 했다가 다시 강하게 움켜쥐었다.“나를 속이려는 거야? 흥! 최 여사, 아직 한참 멀었어.”“허 아저씨!”이때, 강소아가 앞으로 나섰다. 강소아는 강서연의 팔을 붙잡아 뒤로 물러나게 했다.강서연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졌고 강소아의 부드러운 목소리만이 들렸다.“호 아저씨, 최 여사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우리 거래를 하나 하죠. 어떠세요?”“어차피 인질이라면 누구를 데리고 있어도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 저로 바꿔주세요... 저를 할머니와 바꿔주세요!”“유자야!”강서연은 놀라며 강소아를 힘껏 끌어당겼고 다시 최군형이 와서 강소아를 데려가게 했다.그러나 강소아는 강서연의 손을 놓고 최군형을 한 번 쳐다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최군형은 입술을 꽉 다물었지만, 그의 깊고 인내심 있는 눈빛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다 최군형은 멀리서 한 소녀가 언뜻 보였다. 그 소녀는 야구 모자를 쓴 채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움직였고 손에는 배홍이 강소아에게 준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호 아저씨.” 강소아는 호정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 딸이 군형 씨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가 호연 씨의 연을 망친 사람입니다... 그리고 복지원 사건의 시작도 저였어요. 그 아이들에게 오물을 던지게 하고 경찰을 불러 자선기금 조사를 하게 한 사람도 바로 저였어요.”강소아는 한 마디씩 말하며 천천히 발을 움직여 호정길의 주의를 끌었고, 배인서가 각도를 잡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했다.호정길은 강소아의 발걸음에 맞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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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호정길이 김자옥을 끌고 방으로 들어간 지 고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연준과 강서연에게는 다섯 세기가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상황을 보고하러 달려왔다.“범인이 인질을 창문 근처에 묶어놓았습니다. 그의 손에는 총과 칼이 있어 강제로 진입하기 어렵습니다.”“방의 시야가 좋지 않나요?”강서연은 초조한 마음에 물었다.“시야는 좋습니다만...” 경찰이 잠시 머뭇거렸다. “범인이 교묘하게도 김 회장을 창문 앞에 두었기 때문에 우리 저격수가 맞은편 건물에서 총을 쏘면 인질이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강서연은 참아왔던 눈물을 결국 흘리고 말았다.최연준은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 보려 했지만, 지금 자신의 친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자제하려 해도 완전히 침착해질 수는 없었다.최연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경호원에게서 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분노로 인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연준 씨!”강서연은 그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최연준은 아내의 간절한 눈빛과 마주치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침착하세요...”강서연은 최연준을 껴안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회를 기다려야 해요.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는 어머니가 다칠 거예요.”“그래요, 아버지.”최군형은 최연준의 어깨를 붙잡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와 엄마는 뒤로 물러나세요. 여기는 저에게 맡기세요.”강소아는 사람들에게 호텔의 전체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곧 두꺼운 설계도가 눈앞에 쌓였다. 강소아는 건물 구조를 연구하며 눈썹을 잔뜩 찌푸렸고 콧잔등에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맺혔다.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지만, 복잡한 데이터와 선들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최군형도 함께 도면을 살펴보며, 두 사람은 연필로 도면에 표시하기 시작했다.“이 위치... 그리고 저기...”“군형 씨, 맞은편 건물의 이 방향, 여기가 좋은 지점인 것 같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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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최지용은 밤의 어둠을 이용해 몰래 맞은편 건물로 이동했다. 저격용 총을 설치하고 이어폰을 통해 맞은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경찰도 다른 두 명의 저격수를 보내 여러 각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군형, 내 위치에서 보면 할머니는 일단 위험해 보이지 않아. 머리 상처는 이미 붕대로 감싸져 있고 호정길은 김 할머니 옆에 앉아서 권총과 단검을 할머니에게 겨누고 있어. 그 옆에 있는 호세연도 계속 김 할머니 옆에 서 있어.”“지금 총을 쏠 수 있나요?”“아직은 안 돼.” 최지용은 침착하게 속삭였다. “호정길이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 주의를 흐트러뜨려야 해. 할머니와의 거리가 세 걸음 정도만 벌어지면 명중시킬 수 있어.”강소아는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한 시간이 넘게 흘러 있었다.강소아가 이 방의 카드 키를 만들 때 이미 방 안에 있는 모든 음식과 음료를 치워달라고 지시했었다.방 안의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한 시간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이 방법이 김자옥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강소아는 심호흡을 한 후,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누구야?!”“아저씨, 저희 할머니가... 약을 드셔야 해요.”“약을 먹어야 한다고?” 방 안에서 호정길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할망구는 정신이 멀쩡해. 지금 나를 노려보고 있잖아! 무슨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아저씨, 아마 모르실 텐데 저희 할머니께서는 노인성 질환이 있어요.” 강소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약을 제때 드시지 않으면 발작이 올 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겁니다.”“아저씨, 저희 아버지가 지금 돈을 모으고 있어요... 육씨 집안의 자금 유동성이 많아 단시간 내에 1조 원을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방 안은 조용해졌다. 그때 최군형의 이어폰을 통해 최지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정길이 약간 동요하는 것 같아.”최군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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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최씨 집안의 사람들이 곧바로 유로화를 가득 채운 상자를 가져왔다. 강소아는 직접 종업원으로 변장해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전달하며 호정길과 대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바로 최군형에게 거절당했다.그 순간, 강소아의 귀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갈 필요 없어, 내가 갈게.”“인서야, 너...”“아까 연회장에서 김 할머니를 구하지 못한 건 내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야.” 배인서는 강소아를 잠깐 바라보다가 야구 모자의 챙을 더 깊숙이 눌러쓰며 말했다. “이번에는 안심해, 내가 알아서 상황을 살필게.”“안 돼!” 강소아는 배인서를 붙들고 애원하듯 말했다. “어떻게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어? 너를 연회장에 데려온 건 나야, 난 너를 여기서 무사히 나가게 해야 해.”그러나 배인서는 강소아를 최군형의 품으로 힘차게 밀어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소아를 잘 지켜줘요.”“배인서!”배인서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강소아는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어쩌면... 배인서만의 계획이 있을지도 몰라.”“그래도 안 돼요!”“소아야, 배인서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야. 분명 잘 해낼 거야. 게다가, 호정길은 배인서를 본 적이 없으니 배인서가 종업원으로 변장하는 게 가장 적합해.”“하지만...”“안심해, 배인서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 거야. 만약 무리라고 판단했다면 절대 무리하지 않을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배인서가 돌아왔고 이미 종업원의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배인서는 소매 속에 권총을 은밀히 숨겼다. 배인서는 최군형에게서 이어폰을 받아 최지용에게 연락했다. 최지용은 상대가 낯선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자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 “실례지만, 당신은 누구시죠...”“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급선무예요.” 배인서는 냉철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부터 내가 문을 두드려 물건을 전달할 겁니다. 이때 호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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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곧 방 안에서 호정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멍청한 계집애, 그것 하나도 제대로 못 나르냐? 빨리 들어와!”“아빠, 이 상자가 정말 무거워요!”호세연은 온 힘을 다해 상자를 끌어당겼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상자가 계속해서 팔을 짓눌렀다.상자의 반대편에서 배인서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배인서는 원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자 뒤에 숨어 있으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배인서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호텔 종업원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한 호세연은 배인서를 알아볼 수 없었다.배인서는 아예 상자 위에 몸을 기대어 버렸다.호세연은 상자뿐만 아니라 배인서의 무게까지 견뎌야 했기에 당연히 버티기 힘들었다.“아빠, 제발 와서 도와줘요! 나...”호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인서는 호정길이 서둘러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를 들었다.배인서는 즉시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배인서는 힘껏 상자를 밀어버렸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힘은 매우 강력했다. 호세연은 갑자기 밀려나 뒤에서 다가오던 호정길과 부딪혔다.“아아...”호세연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호정길은 바로 뛰어올랐다. 배인서는 상자를 밟고 뛰어오르더니 몇 걸음 만에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호정길은 바로 뒤쫓아갔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총을 뽑아 서로를 겨누었다.하지만 호정길은 조금 늦었고 배인서는 김자옥의 앞을 단단히 막으며 서 있었다. 배인서의 어린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호정길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배인서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너...”“호 선생님.” 배인서는 총구를 높여 그의 이마를 겨누며 말했다. “저와 내기하시겠습니까?”“흥, 어린 계집애가,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배인서는 그를 무시하고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목숨을 걸고 내기하자는 겁니다.”호정길은 이 작은 소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인서의 말투가 호정길을 분노하게 했다.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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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강소아는 말을 마치고 최군성을 향해 엄지를 들러 보였다. 최군형은 강소아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이 어제 하루 종일 주방에서 준비했어. 이 재료를 양념하는 데만 서너 시간이나 걸려서 우리 집 요리사들이 깜짝 놀랐다니까.”“왜요?”“요리사들이 자신들이 필요 없어질 줄 알고, 해고될까 봐 걱정했다더군. “강소아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육연우는 종업원처럼 모두에게 음료를 따라주고 양념을 나눠주었다. 바쁠수록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언니, 이 양념은 군성 오빠의 독자적인 레시피에요! 꼭 찍어 먹어봐야 해요.”“맞아, 꼭 한 번 맛봐!” 최군형도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 어제 주방에서 문을 닫고 뭘 하고 있는지 나한테 보여주지도 않더군.”“형이 이걸 배워 가면 어떡해? 이건 내가 힘들게 개발한 비밀 레시피야. 배우려면 수업료를 내야지.”최군형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 “얼마나 줄까?”최군성은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다. “친형제니까, 딱 10만 원.”“그거 아버지가 받는 용돈이잖아?”“하하하...”“너 이 녀석, 다행히 아버지가 여기에 안 계셔서 다행이야. 아니면 틀림없이 그 60만 원짜리 골동품 벨트를 풀어서 널 혼내셨을 거야.”최군성은 웃느라 거의 서 있지 못했다. 문성원은 최군성을 부축하며 손에서 꼬치를 받아 구이를 계속했다.“됐어, 됐어, 좀 쉬어. 내가 할게!”햇빛 아래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새들조차 부러워하며 나뭇가지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문성원은 갑자기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눈치챘다. 그 두 사람은 한쪽에서 너무나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둘 다 검은 옷에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심지어 담담한 표정까지 똑같았다.두 사람의 눈빛은 평온했고 마치 이 세상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었다.문성원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볍게 두 번 기침했다.“저기... 여러분,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최군성은 먼저 웃음을 멈췄다.모두 문성원의 시선을 따라가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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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이건 제가 꼭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최지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 본명은 최군서였어요. 그런데 부대에 들어가고 나니 이름이 너무 여성스럽게 느껴져서 지용으로 바꿨어요.”“맞아, 우리 집안에서 이름을 바꿀 용기를 낸 건 이 사람이 유일해.” 최군형도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안 이름은 다 증조부님이 지어주셨는데, 이 사람은 이름은 바꿔버렸죠!”최지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름이란 건 단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니까요,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그렇죠, 배 씨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최지용은 줄곧 말이 없던 배인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배인서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참 후에야 최지용을 멍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저를 부르신 건가요?”최지용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여기 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또 있나요?”“아, 그렇군요.” 배인서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배 씨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그러면...”“아까 이름이 그냥 상징이라고 하셨잖아요?” 배인서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제 상징은 ‘배인서’예요.”배인서는 고개를 들어 최지용을 바라보았다. 야구 모자 아래로 청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이목구비는 정교하고 피부는 하얗고 고요한 분위기가 배인서를 감쌌다.하지만 그날 호정길을 제압할 때, 배인서의 눈매에서는 남다른 기개가 엿보였다.최지용은 가슴 속 어딘가가 살짝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그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배인서?” 그는 낮게 물었다. “인은 어떤 글자죠?”“너그러움의 ‘인’이에요.”“인서야.”“무슨 말씀하셨죠?” 배인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아, 미안해요.” 최지용은 진심으로 사과하며 말했다.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게 참 예쁘다고 생각해서요... 그러면 앞으로 제가...”“안 돼요.” 배인서는 차갑게 거절하며 최지용을 한 번도 쳐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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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최지용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최지용의 앞에는 바비큐 그릴이 있었고 두 개의 닭 날개 꼬치가 그릴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배인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최지용은 어릴 때부터 호화로운 가문의 자제로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자랐다. 나중에 군대에 들어가서는 뛰어난 체력과 빠른 두뇌로 여러 차례 군공을 세우며 특수부대 내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한 어린 소녀에게 반박조차 못 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최지용은 마음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답답함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솔직히 말해, 배인서가 한 번 더 자신을 몰아붙여 주길 바라는 마음마저 들었다.최지용은 갑자기 자신을 깨우며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혹시 조금 이상한가...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최군성이 등을 힘껏 두드리며 소리쳤다. “지용이 형! 불이야! 불이야!”최지용은 거의 깜짝 놀라 뛰어오를 뻔했다.최지용이 올려놓은 두 개의 닭 날개는 이미 까맣게 타버려 불꽃을 내며 타들어 가고 있었다.“맙소사, 지용이 형!” 최군성은 불을 끄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특수부대에서 혹독한 야외 훈련을 받으셨죠? 그래서 이런 시커먼 걸 더 친근하게 느끼시나요?”“너...” 최지용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최지용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배인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배인서는 차갑게 돌아서며 점점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최지용은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최군성에게 물었다. “저 여자...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예전에 배인서 씨가 소유를 보호한 적이 있어요.”“늘 저렇게 냉정해?”“그렇죠.” 최군성은 입안 가득 꼬치를 물고 말했다. “자기가 그랬거든요. 원래 타고난 얼굴이래요, 웃음도 별로 없다고.”최지용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살짝 지었다.배인서가 웃으면 강가의 합환나무 꽃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군형과 강소아의 결혼식 날짜가 확정되었다.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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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최연준은 놀라서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그 서예 작품의 필체는 강력하면서도 우아했고 독특한 글씨체는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림은 세밀한 공필화로, 색채의 조화가 우아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또 몇 개의 도자기 병이 있었는데 모두 최문혁이 직접 디자인하고 구워낸 것이었다. 전각 작품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최연준은 문득 깨달았다. “이제 보니 군성이는 할아버지를 닮았던 거였구나!”권모술수 빼고는 다 잘하네.강서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연회에서 최문혁이 두 아내 사이에 끼어 아무 말도 못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음... 그래도 할아버지보다는 낫네요.” 강서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군성이는 두 명의 강한 아내를 맞이하지는 않을 거예요.”“하하하!”“정말 세월이 야속하네요.” 강서연이 조용히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이 다 자랐고, 우리도 늙었네.”최연준의 큰 손이 강서연의 어깨에 살짝 얹혔고, 강서연은 그 익숙하고 따뜻한 품에 기대어 이 모든 것이 마치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여보, 기억나? 우리가 예전에 했던 약속.”“네?” 너무 많은 말을 주고받았기에 다 기억나지는 않았다.최연준은 고개를 숙여 강서연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가득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최연준은 손가락으로 강서연의 머리카락을 살짝 밀어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말했었잖아. 다음 생, 그다음 생까지도 언제나 함께 하자고.”“그래서 이번 생이 끝나도 우리는 사실 늙은 게 아니야. 영원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셈이지.”강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최연준의 품에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 강서연이 덧붙였다. “다음 생에 당신이 고기 완자라면, 나는 채소 완자가 될 거예요. 우리가 다 익어도, 우리는 한 접시에서 함께할 수 있겠죠.”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강서연의 이마에 깊은 애정을 담아 입맞춤을 남겼다.세상에서 이 긴 사랑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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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인서야,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자고 가.” 강소아가 배인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널 강주에 있는 우리 부모님께 소개해 줄게. 그분들도 아주 좋으신 분들이고, 내 남동생은 오성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정말 잘생긴 학생이야...”“인서야,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서 마음에 드는 방이 있는지 한번 볼래?”기쁜 일이 많으면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강소아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동안, 배인서의 귀에 한 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배인서는 강소아에게 손을 이끌려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배인서는 다시 한번 육경섭을 힐끔 쳐다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배인서는 언니의 가족이 부러웠다.언니는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친부모님과 20년 동안 소중히 키워준 양부모님도 계셨으며, 또한 언니를 보물처럼 여기는 약혼자도 있었다.이런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배인서는 전혀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인서는 언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너무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겪어왔기에 뭐든 아름다운 것을 소중히 여겼고 그것을 망가뜨리는 일을 참을 수 없었다.그리고 자신이야말로 그 행복을 결코 망가뜨려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밤이 깊어지자, 배인서는 여전히 잠에 들지 못했다. 육씨 집안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은 처음이었고 아빠와 몇 개의 방만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어 조금의 졸음도 오지 않았다.배인서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내어 뒤쪽에 다시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엄마, 오늘 저는 아빠를 봤어요. 정말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사실 이렇게라도 아빠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해요.”“언니가 결혼하게 돼요. 매형이 언니를 많이 아껴줘서 저는 정말 기뻐요! 그런데 만약 매형이 언니에게 잘못하면 어쩌죠? 전에 엄마의 일기에서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본 적이 있어요. 음, 나중에 매형이 언니를 괴롭히면 제가 매형에게 총을 쏴서 해악을 남기지 않을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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