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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이건 제가 꼭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최지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 본명은 최군서였어요. 그런데 부대에 들어가고 나니 이름이 너무 여성스럽게 느껴져서 지용으로 바꿨어요.”

“맞아, 우리 집안에서 이름을 바꿀 용기를 낸 건 이 사람이 유일해.”

최군형도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안 이름은 다 증조부님이 지어주셨는데, 이 사람은 이름은 바꿔버렸죠!”

최지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름이란 건 단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니까요,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배 씨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최지용은 줄곧 말이 없던 배인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배인서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참 후에야 최지용을 멍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저를 부르신 건가요?”

최지용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여기 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또 있나요?”

“아, 그렇군요.”

배인서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배 씨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면...”

“아까 이름이 그냥 상징이라고 하셨잖아요?”

배인서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제 상징은 ‘배인서’예요.”

배인서는 고개를 들어 최지용을 바라보았다. 야구 모자 아래로 청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이목구비는 정교하고 피부는 하얗고 고요한 분위기가 배인서를 감쌌다.

하지만 그날 호정길을 제압할 때, 배인서의 눈매에서는 남다른 기개가 엿보였다.

최지용은 가슴 속 어딘가가 살짝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그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배인서?”

그는 낮게 물었다.

“인은 어떤 글자죠?”

“너그러움의 ‘인’이에요.”

“인서야.”

“무슨 말씀하셨죠?”

배인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아, 미안해요.”

최지용은 진심으로 사과하며 말했다.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게 참 예쁘다고 생각해서요... 그러면 앞으로 제가...”

“안 돼요.”

배인서는 차갑게 거절하며 최지용을 한 번도 쳐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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