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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인서야,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자고 가.”

강소아가 배인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널 강주에 있는 우리 부모님께 소개해 줄게. 그분들도 아주 좋으신 분들이고, 내 남동생은 오성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정말 잘생긴 학생이야...”

“인서야,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서 마음에 드는 방이 있는지 한번 볼래?”

기쁜 일이 많으면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강소아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동안, 배인서의 귀에 한 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배인서는 강소아에게 손을 이끌려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배인서는 다시 한번 육경섭을 힐끔 쳐다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배인서는 언니의 가족이 부러웠다.

언니는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친부모님과 20년 동안 소중히 키워준 양부모님도 계셨으며, 또한 언니를 보물처럼 여기는 약혼자도 있었다.

이런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배인서는 전혀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인서는 언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너무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겪어왔기에 뭐든 아름다운 것을 소중히 여겼고 그것을 망가뜨리는 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야말로 그 행복을 결코 망가뜨려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밤이 깊어지자, 배인서는 여전히 잠에 들지 못했다. 육씨 집안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은 처음이었고 아빠와 몇 개의 방만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어 조금의 졸음도 오지 않았다.

배인서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내어 뒤쪽에 다시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엄마, 오늘 저는 아빠를 봤어요. 정말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사실 이렇게라도 아빠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해요.”

“언니가 결혼하게 돼요. 매형이 언니를 많이 아껴줘서 저는 정말 기뻐요! 그런데 만약 매형이 언니에게 잘못하면 어쩌죠? 전에 엄마의 일기에서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본 적이 있어요. 음, 나중에 매형이 언니를 괴롭히면 제가 매형에게 총을 쏴서 해악을 남기지 않을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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