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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최연준은 놀라서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그 서예 작품의 필체는 강력하면서도 우아했고 독특한 글씨체는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림은 세밀한 공필화로, 색채의 조화가 우아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또 몇 개의 도자기 병이 있었는데 모두 최문혁이 직접 디자인하고 구워낸 것이었다. 전각 작품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최연준은 문득 깨달았다.

“이제 보니 군성이는 할아버지를 닮았던 거였구나!”

권모술수 빼고는 다 잘하네.

강서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연회에서 최문혁이 두 아내 사이에 끼어 아무 말도 못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음... 그래도 할아버지보다는 낫네요.”

강서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군성이는 두 명의 강한 아내를 맞이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하하!”

“정말 세월이 야속하네요.”

강서연이 조용히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이 다 자랐고, 우리도 늙었네.”

최연준의 큰 손이 강서연의 어깨에 살짝 얹혔고, 강서연은 그 익숙하고 따뜻한 품에 기대어 이 모든 것이 마치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여보, 기억나? 우리가 예전에 했던 약속.”

“네?”

너무 많은 말을 주고받았기에 다 기억나지는 않았다.

최연준은 고개를 숙여 강서연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가득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최연준은 손가락으로 강서연의 머리카락을 살짝 밀어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말했었잖아. 다음 생, 그다음 생까지도 언제나 함께 하자고.”

“그래서 이번 생이 끝나도 우리는 사실 늙은 게 아니야. 영원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셈이지.”

강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최연준의 품에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강서연이 덧붙였다.

“다음 생에 당신이 고기 완자라면, 나는 채소 완자가 될 거예요. 우리가 다 익어도, 우리는 한 접시에서 함께할 수 있겠죠.”

최연준은 가볍게 웃으며 강서연의 이마에 깊은 애정을 담아 입맞춤을 남겼다.

세상에서 이 긴 사랑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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