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군성은 술을 마셔 얼굴이 조금 빨개졌는데 김씨 가문의 형제들과 춤을 추며 웃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은 스코틀랜드 남자들의 전통적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최군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김씨 가문의 자제들은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 지역의 문화와 인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남자는 '길드'의 오래된 옷을 입는다. 바로 스코틀랜드 스커트이다. 큰 네모의 무늬가 있는 밝은 색깔의 치마였는데 치맛자락은 어찌나 큰지, 이것을 입은 최군성은 더없이 눈에 띄었다.스코틀랜드에서는 이게 정상이겠지만 여기서 이렇게 입으면 하객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최군형은 눈앞의 사람이 볼꼴이 사나워서 고개를 숙였다. 최군성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형, 괜찮지?”최군성은 아직도 넉살 좋게 웃고 있었다.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내가 스코틀랜드 백파이프를 불어 줄게!”“괜찮아!”최군형은 서둘러 손짓을 했다.최군성은 실망해서 물었다. “형, 왜?”“그게… 이건 네 레퍼토리야!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준비한 것을 다 하면 이따가 어떡하려고?”그의 말이 이치가 있다고 생각한 최군성은 다시 즐겁게 웃으며 사람들과 장난을 쳤다.최군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육연우가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남편을 고르는 자신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을까 하고 최군형은 생각했다. 다행히 육연우는 여기에 없었다.말을 잘 듣는 그녀는 임우정과 육경섭의 곁을 따라다니며 돌봤다. 오늘만큼은 강소아가 모두를 잘 돌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애야, 우리 곁을 지키지 않아도 돼!”임우정은 그녀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어서 군성이한테 가서 같이 놀아! 쟤 노는 것 좀 봐!”육연우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저씨, 숙모님, 오늘은 제가 언니를 대신해서 당신들을 돌봐야겠어요! 아 참, 그리고 강씨 아저씨와 소씨 숙모님까지, 오늘 네 분이 제 가장 큰 임무입니다!”“이 아이도 참…”임우정은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육연우의 엄마 성소월이 또 혼수상태에 빠졌다.강소아와 최군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성소월은 이미 응급실에 실려 가 있었다.최연희와 신석훈은 응급처치를 조직했다.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건 모두 의사와 간호사들의 분주한 모습이었다.“연우야…”강소아가 그녀를 안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고모랑 고모부는 다 의학 교수시잖아. 그들이 전에 아주머니의 병세가 신장을 바꿀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육연우는 너무 울어서 누이 팅팅 부었는데 온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최군성이 말했다. “고모와 고모부가 말한 것은 그때의 상황으로 봐서는 신장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셨지. 신장병은 매우 성가신 병이라고 하셨어.”“특효약을 쓰지 않았어?”최군형이 미간을 찌푸렸다.최군성도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몰라서 밖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이윽고 응급실의 불이 꺼지자 몇 사람이 재빨리 문 앞을 에워쌌다.최연희는 마스크를 벗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내가 봤을 때 그 특효약의 부작용 같아.”“네?”“약의 부작용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최연희가 설명했다. “즉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고 장기간의 시간을 걸쳐 축적되는 부작용도 있어. 이 특효약은 신장병 치료에 효과가 있어. 하지만 환자의 체질도 변하고 있었지. 그래서 세상에는 절대적인 특효약은 없단다.”최연희는 두 손을 흰 가운 주머니에 넣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의사라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옛말이 맞을 때도 있어. 죽음은 운명에 달린 거라고 말이야. 가끔은 진짜 이래.”“그럼… 우리 엄마를 살리지 못한다는 말씀이세요?”육연우는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옆에 있던 최군성이 그녀의 어깨를 부축해 품에 안았다.“나와 선생님은 최선을 다할 거야.”최연희가 그녀를 위로했다. “선생님은 해외에서 전문가를 불러 상담할 것을 제안했어.”“고모.”최군성은 급해 났다. “외국 전문가요? 어떤 분이요? 어떻게
“앞으로 내 아내는 아무 일도 직접 할 필요 없어.”최군성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연우야, 라는 책 읽어봤어?”육연우는 문학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다소 겸연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최군성이 속삭였다. “책 안에 여주가 어려움에 부딪혀 남주를 찾아가 돈을 빌리는 대목이 있어. 그동안 여주는 자기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왔지. 그러다가 남주 앞에 화려하게 입고 나타났는데 남주는 여주가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어. 왜 그런지 알아?”“몰라요.”“남주가 여주의 손을 본거야.”최군성은 육연우의 손을 잡았다. “여주가 아무리 꽃단장을 해도 여주의 거친 손은 여주가 잘 지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난 널 이렇게 만들지 않을 거야!”최군성은 미소를 지었다. “나와 함께라면 너는 손가락에 물을 묻히지 않아도 돼. 힘든 일은 모두 나한테 맡겨!”육연우는 그를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는데 금세 눈물이 핑 돌았다.최군성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앞으로 이 작은 손을 평생 잡아야 하는데... 내가 잘 관리해줘야지.”...최군형은 허니문을 못 가서 좀 억울했다.더욱 억울한 것은 최상 그룹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최군형 도련님이셔. 허니문도 가지 않고 말이다. 정말 대단하셔.”“허니문만 안 간 게 아니야. 결혼식을 치르고 사흘 만에 출근했다니까? 사업하는 의욕이 대단하셔!”“정말 청출어람이네.”최군성은 머릿속이 마구 엉켜져 있는 것 같았다.오후에 그는 강소아와 로맨틱하게 디저트를 먹으려고 바다 옆에 있는 카페를 예약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비서가 서류를 들고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바람에 그는 폰을 잘못 눌러 카페 위치를 최군성한테도 보냈다.그래서 두 사람의 데이트는 세 사람의 데이트로 변했다.게다가 최군성은 또 너무 잘 먹었다. 최군형의 얼굴을 어두워질 정도로 말이다. “그만 막지?”친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
최군성이 말했다. “그저께 퇴원했을 때 정신 상태는 많이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연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연우가 부축하러 갔는데 연우를 밀쳤어. 집에 돌아간 후, 연우는 아줌마를 도와 짐 정리를 해주면서 다가가고 싶어 했어. 근데 아줌마는 마치 연우가 자기 앞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차갑게 거절했었어...어쨌든 그런 모습은 정말 아줌마 같지 않았어.”최군형과 강소아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들도 전에 성소월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병이 들어 아파했던 때였는데 그녀는 마음씨가 착하고 부드러운 여자로 보였다.갑자기 차가워진 것은 확실히 좀 이상하다.“어제 아줌마가 연우를 혼내서 연우를 울렸다니까?”최군성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연우가 직접 밥을 해 줬는데 싱겁다면서 화를 내시는 거야. 하지만… 아줌마는 전에부터 싱겁게 드셨거든? 게다가 신장병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짜게 먹을 수 있겠어? 아무튼 이해가 안 돼. 오늘도 나랑 같이 오자고 설득했는데 연우는 또 고지식해서 꼭 어머니 곁에 남아야 한다고 하네...”“너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강소아가 위로했다. “사람도 여러 번 아픔을 겪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겠지. 특히 그분은 금방 큰 수술을 받았잖아. 죽을 뻔하다가 산 것과 같은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어?”“소아 말이 맞아.”최군형이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연우 엄마니까 우리가 많이 돌봐드려야지.”최군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컨디션이 좋아져 디저트를 계속 먹었다.근데 최군형은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눈동자가 점점 어두워졌다....육자 그룹의 몇 개의 부동산 프로젝트가 잇달아 건설하기 시작했다.이번에도 샘이 메인 디자이너를 맡았고 강소아가 그와 협력했다. 샘의 전력 도움으로 부동산 초기 판촉 효과가 매우 좋았다.이 동안 강소아도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숙식도 도면실에서 하면서 경험 많은 베테랑 엔지니어 몇 명에게 조언을 구했다.이건 최군형을 안타깝게
최지용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 최군형의 어이없는 눈빛을 계속 마주해야 했다.그래서 그는 부엌을 청소하면서 최군형을 쫓아다니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말이야? 갑자기 나보고 총을 한 방 쏘라니? 이건 네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면 뭘 알아낸 거야? 아니면…그 계집애가 너의 미움을 샀어?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군형이 너는 그렇게 옹졸한 사람이 아니잖아. 여자와 따질 일은 더더욱 없고! 군형아 도대체...”“그만 해요!”최군형은 얼굴이 다 붉어졌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일이나 하자고요.”최지용은 멍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부엌을 치우는 과정에서도 최지용은 실력을 발휘하여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인지 꽤 깔끔하게 치웠다.“처음 군대에 갔을 때 취사반으로 배정받았었어.”최지용 웃으며 말했다.최군형은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그럼 왜 계속 거기에 있지 않았어요?”“그때는 특전사가 되겠다는 의욕이 넘쳐서 그런 분배에 불만이 많았지. 근데 감히 말하지는 못하고 종이에 다 적었어... 그러다 내 전우가 그걸 보고 상급자에게 보고했어. 그래서 저격수가 될 기회를 얻게 된 거야.”“그 전우...”최군형은 헛웃음을 두어 번 지었다. “만약 그 전우가 보고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 5성급 쉐프님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명황 호텔에서 일자리를 남겨 줄 수도 있겠네요.”최지용은 프라이팬을 들고 그를 때리려 했다. “넌 네 동생이랑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최군형은 헤헤 웃었다. 결혼하고 나서 최군형도 자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고 느꼈다.전에는 점잖아서 군말 한마디 없었다. 항상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몇 킬로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었다.지금은 농담도 하고 야릇한 얘기도 한다. 최지용은 거의 다 치우고 냉장고에 기대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비밀을 종이에 쓴 것을 말하니 말이야...”그는 눈동자를 돌리더니 낮
최군형은 최지용을 슬쩍 쳐다보았다.배인서가 뭐가 그리 무서워 그와 같은 특수부대원이 이렇게 쩔쩔매는지 몰랐다. 최군형은 기침을 두어 번 하고 최지용의 모습을 흉내 내며 허리를 굽혀 부엌 바닥을 닦았다.배인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고 갈비, 전복, 닭 날개, 해삼 그리고 호주 바닷가재 한 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찜통과 오븐을 예열하고 앞치마를 둘렀다.“배인서 씨.”최지용이 조용히 물었다. “밥을 하려고요?”그러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저녁을 이렇게 푸짐하게 먹는다고요?”최군형이 알기에는 경섭 삼촌과 우정 이모는 연세가 많으셔서 몸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저녁 식사는 담백한 것을 위주로 한다. 기껏해야 국을 좀 마시거나 제비집 같은 영양제를 만들어 드신다.하지만 지금 배인서는 저녁에 파티라도 열 것 같았다.혹시 최지용을 위한 밥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소아 언니가 요즘 일하느라 고생이 많아서 몸보신할 수 있게 좋은 거 해드리는 거예요.”배인서는 닭 날개를 구우려고 양념을 하기 시작했다.“저기…”최지용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떠보았다. “소유한테 줄려고 만드는 거라고요?”배인서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속으로는 당연히 언니한테 해주지 자기한테 해주겠냐 하고 생각했다. “배인서 씨, 참 공교롭네요.”최지용이 웃었다. “방금 군형이가 금방 소유랑 통화했는데요, 소유는 밤에 야근해야 한다며 밥을 먹으러 오지 않는다고 했어요!”“야근이요?”배인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두 손을 허리에 짚었다. 그녀는 이 한 더미의 음식 재료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그녀는 전복, 해삼, 바닷가재 등을 하나하나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최군형과 최지용은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저기...”“육 회장님과 사모님의 국은 이미 가져다드렸어요. 그러니 오늘 저녁에는 밥을 먹을 사람이 없겠네요.”“아니...”최지용은 최군형이 말하기 전에 말했다.
최군형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어이없어했다. 최지용이 박장대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점점 더 배인서가 최지용을 거두기를 기대했다. 그때가 되면 그는 최지용을‘배 매제'라고 부를 수 있게 될 것이다.결국 최군형은‘육 매형'의 신분으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그가 이 일을 강소아한테 말했더니 그녀는 웃겨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최군형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자기가 오랫동안 빈집을 지켜온 것이 생각났다. 반드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다음 날, 강소아는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한참 후에야 똑바로 걸을 수 있었다.이미 거실에서 늠름하게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최군형을 보니 그를 두 발 걷어차고 싶었다.“큰 도련님, 물건을 거의 다 챙겼습니다.”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최 대표님과 사모님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든 그분들은 좋아하실 겁니다!”“이것을 집에 보내면서 작은 아가씨가 골랐다고 하세요.”“알겠습니다.”강소아는 어리둥절해 하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일어났어?” 최군형이 그녀를 향해 웃으며 그녀의 작은 손을 잡으러 갔다.“미…”강소아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미안해, 군형아. 아버님, 어머님께 드릴 선물을 깜빡하고 못 샀어. 내일이 그분들의 결혼기념일인데 말이야.”“다 준비돼 있잖아. 걱정하지 마.”최군형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념일은 내일이니 두 분은 틀림없이 단둘이 보내려고 하실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밥만 먹으면 돼!”강소아는 눈을 크게 뜨고 곧바로 옷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뭔가 찔리는 듯이 목이 긴 셔츠를 골랐다....두 사람이 여주 별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최연준과 강서연이 마당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이 보였다. 마당에는 보라색 아이리스가 활짝 피어 있었는데 파란 하늘과 유독 잘 어울렸다.햇살이 내리쬐면서 행복해하는 최연준과 강서연의 웃는 얼굴을 비추었다.최군형과 강소아는 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인사를 나눈
“인서야...”강서연은 그녀가 안쓰러운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렇게 말하지 마. 난 항상 널 내 가족으로 생각해왔어.”“정말?”배인서의 어두웠던 눈에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네가 나를 지켜줬고, 내가 결혼할 때 너는 나의 들러리로 돼주었어. 너는 나에게 진심을 보였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남으로 대할 수 있겠어?”“소아 언니...”“성 아줌마와 너 사이에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강서연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사람이 계속 서재 주변을 맴돈 것도 그냥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잖아?”“호기심이든 뭐든!”배인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서재에 육자 그룹에 관한 서류와 언니의 설계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런 것들은 나는 알아보지는 못해. 하지만 중요한 물건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강소아는 어리둥절해서 있다가 가슴이 뭉클해졌다.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서야,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야?”배인서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고개를 숙인 채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 “인연이겠지.”강소아는 계속 물으려 했지만 배인서는 자리를 떴다....성소월은 최상 별장에 초대받아서 왔다. 지난번에 임우정의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강서연은 핑계를 대서 성소월을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최군성은 그 사람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 양가 부모님이 사이좋게 지내면 젊은 부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최씨 가문에 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성소월은 놀라워하면서 부러워하는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별장이 크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 마당입니다.”강서연이 성소월의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이 마당이 참 좋네요. 꽃도 있고 풀도 있고 산까지 있으니...경치도 좋고요.”강서연은 몰래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성소월은 자연스럽게 웃었는데 말투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아직까지는 별로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없었다.강서연의 불안해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