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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Author: 빛나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9-04 18:00:01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호정길이 김자옥을 끌고 방으로 들어간 지 고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연준과 강서연에게는 다섯 세기가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상황을 보고하러 달려왔다.

“범인이 인질을 창문 근처에 묶어놓았습니다. 그의 손에는 총과 칼이 있어 강제로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방의 시야가 좋지 않나요?”

강서연은 초조한 마음에 물었다.

“시야는 좋습니다만...”

경찰이 잠시 머뭇거렸다.

“범인이 교묘하게도 김 회장을 창문 앞에 두었기 때문에 우리 저격수가 맞은편 건물에서 총을 쏘면 인질이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서연은 참아왔던 눈물을 결국 흘리고 말았다.

최연준은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 보려 했지만, 지금 자신의 친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자제하려 해도 완전히 침착해질 수는 없었다.

최연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경호원에게서 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분노로 인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연준 씨!”

강서연은 그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최연준은 아내의 간절한 눈빛과 마주치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침착하세요...”

강서연은 최연준을 껴안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회를 기다려야 해요.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는 어머니가 다칠 거예요.”

“그래요, 아버지.”

최군형은 최연준의 어깨를 붙잡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와 엄마는 뒤로 물러나세요. 여기는 저에게 맡기세요.”

강소아는 사람들에게 호텔의 전체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곧 두꺼운 설계도가 눈앞에 쌓였다. 강소아는 건물 구조를 연구하며 눈썹을 잔뜩 찌푸렸고 콧잔등에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맺혔다.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지만, 복잡한 데이터와 선들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최군형도 함께 도면을 살펴보며, 두 사람은 연필로 도면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 위치... 그리고 저기...”

“군형 씨, 맞은편 건물의 이 방향, 여기가 좋은 지점인 것 같아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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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아이의 둘째 삼촌입니다!”체육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릎을 굽혀 부드럽게 최가원에게 물었다.“가원아, 이 사람 알아?”최군성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아니, 선생님! 저를 못 믿으시겠단 건가요?”“정말 죄송합니다.”체육 선생님은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유치원 규정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모든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거든요. 평소에 가원이는 보모나 경호원, 때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데리러 오셨죠. 가끔은 지용 삼촌이나 인서 이모도 오셨는데, 둘째 삼촌이라는 분은 없었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다시 확인한 겁니다. 아이를 모르는 분께 맡길 순 없잖아요.”최군성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최군성이 유치원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경쟁자’를 확인할 일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가원아, 이 사람 알아?”체육 선생님은 다시 물었다.최군성은 조카에게 눈짓을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최가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최군성은 조카를 놀리듯 평소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면서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평소에도 삼촌과 조카는 이런 유치한 장난으로 서로를 놀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서로 장난감을 뺏거나 간식을 두고 자주 다퉜다. 심지어 그림 도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몸싸움까지 하는 모습은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최가원은 늘 삼촌에게 밀려 속상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었다.오늘,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최가원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미소 짓더니 천천히 말했다.“모르는 사람이에요!”“뭐?”최군성은 당황한 나머지 거의 뛰어오를 뻔했다.“이 꼬맹아!”최군성은 조카의 머리끈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체육 선생님은 아이를 납치하려는 줄로 오해해 재빨리 최군성의 손목을 붙잡아 힘껏 비틀었다.“아!”최군성은 고통을 느끼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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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배윤아와 최군성은 지금의 관계에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지난 2년 동안, 두 사람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저작권을 판매하며 작품을 각색했다. 나아가 함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두 사람은 함께 바쁘게 뛰어다니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함께 나누며 예술적 영감도 서로 나눴다.두 예술인이 함께 지내는 만큼, 각자의 예술적 견해를 두고 종종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최군형과 강소아는 몇 번이나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 끝나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방금까지 싸움닭처럼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화해했고 화실 안은 금세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찼다.강소아가 딸에게 물었다.“엄마가 알려준 말, 다 전했어?”최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삼촌 반응은 어땠어?”“음...”최가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삼촌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뭐라고?”강소아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최군형은 강소아를 끌어안으며 웃었다.“찮아, 천천히 풀어가자. 군성이는 생각보다 고집이 센 편은 아니니까.”“그래도 이렇게 질질 끌고 있으니까...”강소아는 여전히 답답한 표정이었다.“걱정하지 마.”최군형은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가원아, 내일 유치원 끝나면 누구 손잡고 나올 거야?”최가원은 크림 케이크를 한입 먹던 중 아빠의 말에 신이 나서 고양이 같은 얼굴로 대답했다.“체육 선생님!”“정답이야!”부녀는 힘차게 손뼉을 마주쳤다.다음 날, 최군성은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유치원 정문에 나타났다.최군성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늘 폴로셔츠와 청바지 같은 편한 옷만 입던 그가 오늘은 세련된 정장을 입고 머리까지 깔끔하게 손질했다.평소 화실에서의 부스스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최군성의 외모와 체격은 최씨 가문의 젊은 세대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남양 제일 미남’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9화

    최군형은 방금 다 먹은 닭 날개 꼬치를 들고 최군성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꼬치를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엄마가 항상 옳다니까. 넌 정말...”최군성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뭐가?”최군형은 이를 악물며 한 마디로 대답했다.“유난이야!”그 말을 내뱉고는 최지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최군성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리둥절했다. 멀찍이서 바라보니 저쪽은 꽤 북적거리고 있었다. 최군성의 내면 깊은 곳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는 본능’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최군성은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펴고 빠르게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다른 사람들은 대충 윤곽만 그린 반면, 특정 인물을 그릴 때만큼은 세심하게 한 획 한 획 공들여 그려내어 풍경 속에서도 돋보이게 했다....모든 일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남은 건 최지용과 백인서의 결혼식이었다.최군형도 두 사람의 결혼을 돕고 싶어 최근 며칠 동안 집에 머물며 부모님과 함께 세심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지용이와 인서는 둘 다 조용한 걸 좋아하니, 웅장한 것보다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결혼식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구나.”최연준은 상자에서 온갖 보물들을 꺼내며 결혼 선물로 줄 것을 고르고 있었다. 그중 강서연은 분홍빛 진주 세트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게 딱이겠네! 인서에게 정말 잘 어울릴 거야.”“엄마.”최군형은 살짝 놀라며 말했다.“그건 외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주신 거잖아요. 남양 주변 해역에서만 나는 진주라면서요.”“맞아, 그런데...”강서연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분홍색은 젊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잖아. 이제는 엄마한테 조금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어.”“누가 그래!”최연준은 즉각 반박하며 손을 뻗어 진주 세트를 집어 들려 했다. 그러자 강서연은 그의 손등을 톡 치며 진주를 되찾아왔다.“인서에게 줄 거니까 당신은 끼어들지 말아요!”“우리 다른 선물을 하자고! 이건 당신이 간직해야 할 물건이야!”두 사람은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8화

    강소아가 손짓하자 최지용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백인서에게로 달려갔다.“이제 딸을 보러 가야겠네요!”강소아가 웃으며 말했다.“저 대신... 인서 좀 돌봐줄 수 있을까요?”최지용은 그 말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아까는 주저하며 다가가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주변에 권욱과 강소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은 백인서의 오빠였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절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다가가면 괜히 이상하게 보일까 봐 망설였다.최지용이 어깨를 펴고 당당히 백인서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뭐 해요?”최지용은 깜짝 놀랐다.“너야 말고 뭐해?”권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감히 내 눈앞에서 내 동생한테 손대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어?”“...”최지용은 당황해서 말을 잃었다.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뭔가 삐걱거렸던 것 같았다. 서로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땐 권욱이 백인서의 오빠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오히려 잠재적 경쟁 상대로 여기기도 했었다.그리고 지금...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다.“쓸데없이 귀찮게 하지 말고 물러나!”권욱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최지용을 흘겨보며 말했다.“동생과 나에겐 나눌 얘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으니 방해하지 마!”“할 얘기가 뭐가 그렇게 많은데요?”“예를 들면... 인서가 권씨 가문에서 맡게 될 직책 같은 거?”“그나저나!”최지용은 그제야 떠오른 듯 고개를 치며 말했다.“아까 권욱 씨 입으로 직접 말했어요. 최상 그룹과 권오 그룹이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권씨 가문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동생을 우리 최씨 집안에 시집보내겠다고요!”“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권욱은 태연하게 모른 척하며 말을 돌렸다.“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저기요, 권욱 씨!”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백인서는 살짝 뒤로 물러나 두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났다.백인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 과거에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7화

    손님들이 웅성거리며 비명이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백인서?”배윤아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큰 소리를 질러?”“아니야... 난 백인서가 아니야!”백시연은 목이 쉬도록 외치며 갑자기 강소아를 돌아보았다.“말해봐! 아까 다 알고 있었던 거잖아? 내가 백인서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게 똑똑히 말하라고!”“인서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강소아는 담담하면서도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차분히 백시연의 손을 밀어냈다.“혹시 술이라도 마신 거야? 취한 것 같아.”“강소아 씨!”백시연은 분노에 치를 떨며 외쳤다.강소아는 백시연의 손을 잡고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인서야, 우린 자매잖아. 여기서 소란스러운 모습 보이지 말자. 오늘은 어쨌든 육씨 가문의 중요한 날이기도 하고 내 딸도 여기 있어... 그러니까, 제발 진정해 줘.”“아니야...”“인서야!”“아니라고! 아니라고!”백시연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난 백인서가 아니야! 몇 번을 말해야 믿을 거야?”배윤아는 피식 웃으며 백시연의 팔짱을 끼고 태연히 말했다.“어머, 백인서. 왜 그래? 백인서가 아니면, 왜 백인서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 그런데... 굳이 너와 백인서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손목에 그림이 있다는 거?”“비켜!”백시연은 배윤아를 거칠게 밀어내고 다급히 무대를 향해 뛰어갔다.백인서는 고요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마침내 기다리던 이 순간이 왔다.백인서는 천천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눈앞의 백시연을 바라보았지만,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눈앞의 이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백인서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백시연은 진짜 악마일지도 모른다고.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한쪽은 천사, 다른 한쪽은 악마. 그리고 자신과 백시연 같은 쌍둥이의 운명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극대화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6화

    그 가면은 순금으로 빚어졌고 가장자리에는 보석이 촘촘히 박혀 조명이 닿을 때마다 눈 부신 빛을 흩뿌렸다.백시연은 그 자리에 선 채 몸이 굳어버렸다.“이... 이럴 수가!”그 사이, 백인서는 이미 무대 위로 올라가 권욱 옆에 서 있었다.권욱은 이어서 말했다.“이분이 바로 제 이복동생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늘 제 동생을 걱정하며 꼭 찾아달라고 당부하셨죠. 이제야 동생을 찾게 되었습니다!”권욱은 백인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진심 어린 애정과 따스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동생의 출생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죠. 우리는 결국 한 가족입니다. 동생을 찾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동생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요... 우리 권씨 가문이 제 동생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하늘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동생의 존재는 제 딸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분은 제 동생일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은인이기도 합니다!”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고 몇몇은 감동에 겨워 눈가를 붉혔다.하지만 백시연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동생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저 여자도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분명 백인서는 종수가 지하실에 가둬뒀고 곧 처리될 운명이 아니었던가.“그리고 이어서 발표하겠습니다!”권욱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권씨 가문의 재산 중 절반을, 이 세상 유일한 동생에게 넘기겠습니다!”“뭐... 뭐라고?”백시연의 온몸은 떨림으로 굳어졌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갔다.“아니야... 이건 아니야!”“뭐가 아니야?”강소아가 일부러 물었다.“인서야, 어디 아파?”“그게....”“권 대표는 네 직장 상사잖아? 상사가 가족을 찾은 거니 축하해줘야지!”백시연은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강소아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백시연의 귀에 속삭였다.“그렇게 백인서의 자리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5화

    “그게... 무슨 뜻이에요?”백시연은 침착함을 가장하며 입을 열었지만, 권욱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이 카드가 제 거 아니면 누구 건데요?”“난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권욱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그냥 문득 우리 아내도 이런 비슷한 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던 게 떠올랐을 뿐이야. 카드 색깔도 이런 파란색이었고 뒷면에는 대나무 무늬의 홀로그램이 새겨져 있었어. 조씨 가문은 학문을 중시하는 전통을 지닌 집안이라 대나무처럼 강인하고 꿋꿋한 식물을 특별히 아낀다고 하더군. 한번 뒤집어 확인해 볼래?”백시연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창백해졌고 손은 카드 위에서 더욱 굳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백시연은 강소아를 찾아갔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약속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묘안석이 그렇게 비싼 줄 몰라서 서둘러 나오느라 준비가 부족해 지금은 이 카드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그러고는 억지로 친근한 미소를 띠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소아 언니, 우리 자매처럼 친한 사이잖아요. 언니 딸은 곧 제 딸이나 다름없죠! 가원이에게 쓰는 돈이라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강소아는 미소를 머금고 백시연의 손에서 카드를 슬쩍 가져가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고마워! 나중에 가원이가 크면 널 두 번째 어머니로 생각할 거야.”백시연의 얼굴 근육이 떨렸지만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인서야.”강소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백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권욱의 공익 프로젝트를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면서? 잘한다는 칭찬이 자자하더라. 몇 번이나 넌 정말 유능한 관리형 인재라고 말했어.”“아... 그래요?”백시연은 속으로 긴장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그럼!”강소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앞으로도 너한테 정말 잘해줄 생각이야.”그 말을 듣자 백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10억 원을 써서 강소아의 호의를 얻은 거라면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아 아가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4화

    연회장 한편에서 백시연은 마침내 잠시 자리를 빠져나갈 기회를 잡았다. 화장실에 간다고 둘러대고는 한적한 구석에 숨어 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언가 해답을 찾고 싶었다.긴 신호음 끝에야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백시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백시연은 알지 못했다. 종수가 이미 경찰차에 타고 있었고 간신히 경찰의 허락을 받아 전화를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아저씨! 정말 급해서 전화했어요.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종수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시연아...”뭔가 말을 더하려던 종수는 경찰이 허리춤에 총구를 겨누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됐어요, 됐다고요!”백시연은 짜증을 내며 말을 끊었다.“딱 한 가지만 물을게요... 아까 소아 아가씨가 저한테 10억 원짜리 선물을 요구했는데, 그거 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10억?”“네!”상황을 모르는 백시연은 초조한 듯 말을 더 이어갔다.“그 재수 없는 여자가 과거에 강소아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강소아가 저를 보자마자 자기 딸이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선물을 요구하더라고요. 뭐였더라... 묘안석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게 10억 원짜리래요!”종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건 강소아가 원하는 게 아니라 조순영을 대신해 요구한 것이라는 사실을.세상은 언제나 공평했다. 무엇을 얻었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같은 무게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종수는 지친 듯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저씨? 종수 아저씨!”백시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뭐라도 말 좀 해주세요! 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시연아, 이제 너도 어른이야. 이런 일은 네가 직접 판단해야 해.”“제가 알아서 할 수 있었으면, 아저씨께 묻겠어요?”백시연은 이마를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오늘의 종수는 어딘가 낯설고 이상했다.“솔직히... 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런 비싼 걸 고작 어린애한테 준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3화

    “뭐라고요? 10억 원이요?”백시연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강소아는 슬쩍 백시연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왜 그래? 고작 10억 가지고. 게다가 가원이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고 네가 먼저 약속한 거잖아. 혹시 후회라도 하는 거야?”“그럴 리가!”배윤아가 옆으로 걸어오며 백시연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우리 인서는 분명히 선물을 줄 거야, 그렇지? 너희 둘 사이에 보석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백시연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고 입술이 굳게 닫혔다.10억? 조순영에게서 받은 카드에는 고작 10억 원뿐이었다.백인서가 이때까지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 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걸까?그래서 강소아가 그렇게 말한 것일까?“어머, 저 사람은 육 아가씨와 친하다던 백인서 아니야?”그때, 근처에 있던 여배우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방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었어?”“예전에... 둘이 약속했나 봐, 백인서가 육 아가씨의 딸에게 선물을 주기로.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바뀐 것 같아!”“정말? 풉! 상류층 자매라는 것도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봐! 백인서는 육 아가씨와 둘도 없는 사이처럼 보였는데. 육 아가씨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잖아... 이제는 최씨 가문의 아들과 친해지니까, 가식적인 행동도 하기 싫어졌나 봐.”“그 선물이 10억 원짜리라고 하던데... 역시 두 사람 우정은 10억 원도 안 되는 거였어!”백시연의 얼굴은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갔다. 뒤돌아 그들에게 따지려던 찰나, 강소아가 재빠르게 백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됐어, 인서야.”강소아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 사람들은 평소에도 입만 살았어. 나중에 제대로 혼내 줄 거야.”“그래야죠, 저 사람들은 정섭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잖아요. 제대로 가르쳐야 해요!”백시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소아 언니, 저 사람들이 이런 자리에 나온 건 정섭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언니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저렇게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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