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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곧 방 안에서 호정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멍청한 계집애, 그것 하나도 제대로 못 나르냐? 빨리 들어와!”

“아빠, 이 상자가 정말 무거워요!”

호세연은 온 힘을 다해 상자를 끌어당겼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상자가 계속해서 팔을 짓눌렀다.

상자의 반대편에서 배인서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배인서는 원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자 뒤에 숨어 있으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배인서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호텔 종업원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한 호세연은 배인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배인서는 아예 상자 위에 몸을 기대어 버렸다.

호세연은 상자뿐만 아니라 배인서의 무게까지 견뎌야 했기에 당연히 버티기 힘들었다.

“아빠, 제발 와서 도와줘요! 나...”

호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인서는 호정길이 서둘러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배인서는 즉시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배인서는 힘껏 상자를 밀어버렸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힘은 매우 강력했다. 호세연은 갑자기 밀려나 뒤에서 다가오던 호정길과 부딪혔다.

“아아...”

호세연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호정길은 바로 뛰어올랐다. 배인서는 상자를 밟고 뛰어오르더니 몇 걸음 만에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호정길은 바로 뒤쫓아갔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총을 뽑아 서로를 겨누었다.

하지만 호정길은 조금 늦었고 배인서는 김자옥의 앞을 단단히 막으며 서 있었다. 배인서의 어린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호정길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배인서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너...”

“호 선생님.”

배인서는 총구를 높여 그의 이마를 겨누며 말했다.

“저와 내기하시겠습니까?”

“흥, 어린 계집애가, 네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배인서는 그를 무시하고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목숨을 걸고 내기하자는 겁니다.”

호정길은 이 작은 소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인서의 말투가 호정길을 분노하게 했다.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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