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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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이렇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거야?

은색 잠옷을 입은 무진이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왔다.그의 컨디션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상태였다.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던 성연이 곁눈질하듯이 슬쩍 한 번 쳐다보았다.약을 사용한 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만약 조금이라도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 성연이 하겠다고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기본이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성연이 고개를 치켜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내일 저녁엔 다리에 집중해서 침을 놓을 거예요. 약욕의 재료도 다를 거고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몸 상태가 잘 느껴졌다. 성연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평소에 주의해야 할 건?”무진이 물었다.미간을 살짝 문지르며 대답하는 성연의 안색은 피로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틈날 때마다 많이 걷는 게 좋아요. 위축된 근육을 단련시키려면,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 건 안 좋아요.”하품을 한 성연이 침대에 올라가 머리를 대더니 곧바로 잠이 들었다.무진도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머리만 쏙 내밀고 온몸을 웅크리고 자는 모습이 작고 연약한 동물 같았다.무진이 픽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애는 도무지 경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듯 아무 생각없이 군다.‘하, 아니 나도 남자인데, 이렇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거야?’천천히 성연의 옆에 누운 무진은 은은하고 맑은 약향을 맡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로 잠들었다.이튿날, 깨어난 무진은 활기가 넘쳤다. 안색 또한 평소의 창백한 빛이 아니라, 건강한 붉은 빛이 더해졌다.이렇듯 눈에 띌 정도로 변화를 보이자, 집사와 손건호는 놀랍도록 반가웠다.‘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셔. 허풍이 아니었어.’‘몇 십년의 경험을 자랑하는 나이 많은 명의들보다도 의술이 더 뛰어난 것 같아.’진우현이 또 방문했다. 진료하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의약품 상자도 챙겨 가지고 왔다.하지만 사실, 의약품 상자 안은 비어 있는 채였다.무진의 멘탈 부분을 좀 살펴볼 생각에 방문한 터였다.며칠 오지 않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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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집에서 자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온몸이 거의 탈진 상태가 된 진우현이 창백한 안색으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성연이 없는 틈을 타서 우연이 무진에게 참소했다.“네 아내도 너무 몰인정하지 않냐? 정말 너무하잖아. 이건 그냥 둘 수 없어, 절대!”손건호가 아예 대놓고 웃었다.“저희 작은 사모님은 절대 원한을 잊으시는 법이 없죠. 그러게 왜 사모님을 의심해서는. 보기 좋습니다!”성연에게 미움 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작은 사모님에게 줄곧 공손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낭패를 당한 사람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손건호의 말에 무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비분강개한 우현의 어조에는 말로 드러내지 못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너 정말 변했어. 나한테 의지하던 이전의 너가 더 맘에 든다고!”무진이 느른한 음성으로 말했다. “넌, 너 자만하는 경향이 있어. 어린 여자아이가 너보다 훨씬 유능해.”“너, 너, 마누라한테 빠져서 친구를 내팽기치다니.” 우현이 손을 떨며 과장된 동작으로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이 세상에 진짜 사랑은 없어.’웃음을 참는 손건호의 입이 연신 실룩거렸다. 무진의 눈썹 끝이 쓰윽 올라가며, 침착한 모습으로 우현이 펼지는 연기를 지켜보았다.학교에서 성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송아연도 해치운 마당에 누가 또 그녀를 건드릴까?반 학우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송아연의 선동에 따랐을 뿐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성연의 학교 생활이 그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뭐, 지금도 괜찮은 것 같군. 그 아인 아예 친구가 없어도 돼.’‘혼자 고고하고 자유롭게, 얼마나 좋아.’하루를 조용히 보내며 평상시 대로 수업을 한 성연은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사람들을 피해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출입이 편하도록 서한기가 뒷문을 열어주었고, 또 따로 열쇠까지 맞춰 줬다. 바로…… 잘 수 있도록.성연이 올 때마다 매번 서한기는 세심하게 깨끗한 이불로 갈아준다.보건실로 말하자면 원래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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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학교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르니, 성연이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었다.할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에요?”“송성연, 우리가 왜 왔는지 몰라? 무슨 모르는 척을 해?” 임수정은 성연을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신의 딸 아연이는 유치장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송성연은 무슨 자격으로 안락한 교실에서 수업을 한단 말인가?“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성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임수정 앞에 섰다.“이 사갈 같은 게, 우리 딸 아연이 너 때문에 어떤 꼴인데? 그 연약하고 겁 많은 것이 며칠 동안이나 경찰서에 있으면서 바짝 말라가고 있는데, 넌? 이 죄값 모두 네가 받아야지!”분노를 참지 못해 성연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임수정의 눈동자는 마치 잘 벼린 칼날처럼 성연을 잘게 썰어낼 것만 같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성연이 눈썹 끝을 세웠다.‘연약하고 겁이 많다고? 하, 약을 탈 땐 전혀 약하지 않던 송아연이?’“바로 너 때문이야. 우리 아연이는 늘 사리가 분명한 아이였어. 도대체 우리 아연이한테 무슨 철천지원수가 졌다고 걔를 그 지경으로 모함해?”울고 있을 아연의 모습을 떠올리자 임수정의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아요.” 성연의 표정은 차분했다.임수정이 냉소를 지었다.“너 즉시 경찰서에 가서 네 죄를 인정해. 이 일은 절대 아연이 잘못이 아니야. 아연인 곧 피아노 콘테스트에 참가해야 해. 만약 이 일로 오점이 생긴다면 대회 참가 자격이 박탈당할 거란 말이야!”임수정의 사나운 어조로 봐서는 성연이 갈 때까지 그만두지 않을 기세다.송종철도 옆에서 거들었다.“내가 이 일을 알아봤다. 네가 여동생을 모함한 것이더구나. 지금 즉시 경찰서에 가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라.”송종철과 임수정에게는 누가 옳고 그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성연은 이미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다. 그들에게 있어 여태 아낌없이 지원해 온 송아연만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줄 존재이기에, 송아연은 절대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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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화를 낸 지도 오래 되었답니다

저 멀리서 송종철이 분노에 차서 내지르는 고함이 들려왔다.조롱의 기운이 담긴 냉소를 지으며 몸을 돌린 성연이 강씨 집안의 차가 세워진 골목으로 들어갔다.엠파이어 하우스.무진은 학교에서의 소동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집에 돌아온 성연에게 먼저 꺼내지 않았다.성연이 먼저 말해 주기를 기다릴 셈이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소소한 일 정도는 성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무진이 나설 필요도 없이.뭐든 자신이 직접 하는 걸 좋아하지, 남에게 의지하는 걸 싫어하는 성연이다.창백한 얼굴의 진우현이 성연이 수업 마칠 때를 맞춰 찾아왔다. 죽상을 하고서 성연에게 약을 부탁했다.“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설사 약을 좀 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처음 설사를 할 시작했을 때에는 참을 수 있는 듯했으나 점점 뒤로 갈수록 더 심해졌다. 약국에서 처방을 받은 여러 약들을 먹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설사 증세가 심해질까 봐 다른 것들은 아예 먹지도 못했다.성연이 자신에게 준 게 어떤 건지 누가 알겠는가?성연이 눈을 깜빡깜빡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어, 배탈이 난 거 아니에요? 위장이 안 좋은가 봐요. 관상을 보니 신장이 좀 약한 것 같은데, 평소에 밤샘도 많이 하지요? 생활을 균형 있게 잘 하셔야겠어요.”화가 나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우현이 한쪽에 서 있었다.성연이 약을 주기만 한다면 몇 마디 더 듣는 것쯤 참을 수 있었다.“집사 아저씨, 이 처방대로 약재를 꺼내어 진 선생님께 약을 달여드리세요.”말하는 사이, 성연은 이미 약방문을 써서 집사에게 건넸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저녁 식사 후, 다 달여진 약을 집사가 받쳐 들고 왔다.시커먼 약은 보기만 해도 무진장 쓸 것 같았다.설사로 인한 공포가 더 컸던 우현은 마지못해 눈 딱 감고 약을 마셨다.쓰고 떫은 맛이 혀를 자극하자 우현의 얼굴이 말도 아니게 찡그려졌다. 여러 잔을 물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입안의 쓴 맛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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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백수 생활이 이렇게 어려운가

집사의 말에 안금여는 상당히 놀랐다. 곁에 있던 강운경 역시 무척 의아했다.무진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실은 두 모녀의 오랜 근심이었다.할 수 있는 건 해볼만큼 다 해보았다. 가끔은 좀 나은 듯도 했지만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했다.해외의 저명한 최면 전문가를 모셔도 봤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조카 무진의 수면장애는 최고의 정신과 의사도 치료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좋아질 수 있단 말인가?무엇이 원인이었든, 무진을 잘 자게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은가.그들 심중의 제일 큰 걱정이 해결된 것이다.안금여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이 아이, 역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본인도 역술가를 그다지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만일 진짜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어차피 강씨 집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번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어린 여자애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과연 무진의 ‘평강공주’였다.강운경 역시 무척 기뻐하며 감탄했다. “큰오빠와 올케가 떠난 후, 무진이 하루도 안식을 취하지 못 했는데, 성연이가 무진이를 평온하게 해주면 좋겠어요.”모든 게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앞으로 무진이 점점 더 좋아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안금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보게, 돌아가거든, 우리 무진이와 새아기를 잘 돌봐 주게. 특히 새아기가 요구하는 게 있으면, 나쁜 것만 아니면 뭐든 다 들어주고. 새아기를 진짜 주인으로 잘 모셔야 하네. 만약 제대로 모시지 않는 고용인이 있다면 단단히 교육을 시키게.” 지난 십여 년간 강씨 집안을 관리해온 집사는 매우 신임을 받는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안금여가 무진의 곁에 두지 않았을 터.다만 집안 규율을 잘 모르는 일부 새로 온 고용인들을 집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까 걱정되었을 뿐이다.안금여의 지시를 받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집사가 물러났다.저녁을 먹은 성연은 오늘도 소파에서 게임 중이었다.도대체 어디에서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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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여자애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한 무진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었다. 그리고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서 목욕가운으로 갈아입었다.문을 열고 들어오며 고개를 들던 성연이 앞을 쳐다본 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멈춰 섰다.무척 키가 큰 무진의 이목구비는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검은색 목욕가운과 대비를 이루며 하얀 피부가 더욱 두드러졌다.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다비드 상 같았다.선명하게 갈라진 복근이 가운 아래에서 슬쩍 보였다.하늘이 오직 강무진만 편애한 듯하다.넓은 어깨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역삼각형의 몸은 섹시함의 극치를 달린다.다른 것은 차치하고, 이 남자의 외모와 몸매는 정말 최고였다. 사람을 마구 홀린다.이 모습을 평범한 사람이 보았다면 분명 버티지 못할 것이다.절제력이 뛰어나다 자부하는 성연조차 하마터면 마음을 뺏길 뻔했으니까.힘껏 자신의 볼을 두드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 멍청하게 굴면 안된다고 재차 자신을 다그쳤다. “와서 누우세요.” 성연이 침대 위를 톡톡 두드렸다.무진은 성연의 말을 좇아 침대에 누웠다.숨을 죽인 채 은침을 꺼낸 성연이 손을 내밀어 무진의 가운을 걷어 올렸다.먼저 무진의 상처 부위를 확인한 다음, 침을 놓을 위치를 판단할 것이다.어느덧 목욕가운이 허벅지까지 걷어 올라갔지만, 무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모습이다.그런데 오히려 성연이 왠지 볼이 뜨끈뜨끈해지더니, 귀 뒤편에도 열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가벼운 헛기침 소리와 함께 잡념을 떨친 성연이 무진의 다리를 세세하게 훑었다.무진의 신체 비율은 원래부터 좋았다. 고르게 근육이 잡힌 두 다리가 곧고 길게 뻗어 있었다. 하지만 무릎 부위의 상처가 선명했다.심하게 다쳤던 것 같은 상처는 아주 오래되었다.완벽한 미옥에 흠집이 난 것 같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무진 또한 줄곧 성연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성연이 어떻게 다쳤는지 등 자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결국 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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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냥 100억을 벌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않는 성연이다.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말이다.강무진처럼 겨우 몇 번 본 사람 때문에 이처럼 노심초사하기는 처음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 한다. 바로 그 점을 고려해서 친절한 마음으로 강무진을 돕기로 한 것이다.불쑥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무진은 절대 휠체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또 저런 모습이어서도 안 된다는…….여기까지 생각한 성연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나가서 무진을 불렀다.무진이 어제처럼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깨끗이 씻고 나와 보니, 성연은 이미 잠들어 있다.물기에 젖어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닦던 무진이 아무 생각 없이 잠든 성연을 쳐다보았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침대에 머리를 묻고 잠든 성연의 긴 머리카락이 등뒤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오목조목 그린 듯이 어여쁜 얼굴이 보였다.무척이나 섬세한 피부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모공이 보이질 않는다.헐렁한 잠옷 깃이 살짝 벌어지며 그 사이로 선명한 쇄골선이 보였다. 뛰어난 발육 상태를 자랑하는 작고 깜찍한 몸매는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와야 할 곳은 확실하게 나와 있었다. 자라야 할 곳은 이미 완벽하게 자란 상태인 셈이다.무진은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반응하진 않았다. 다만 눈길이 갈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성연의 곁에 누운 무진은 그날 밤도 예외 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다.아침.성연이 깨어날 때면 매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보이지 않았다.강무진은 무섭도록 자기 절제가 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듯하다.하품을 하고 일어난 성연이 커튼을 열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차분한 색조의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어두운 분위기는 싫었다.여기에 오래 있으면, 좀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햇빛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을 본 성연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손뼉을 쳤다.욕실에 가서 세수하고 교복을 입은 성연이 책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성연의 책가방은 늘 가볍다. 선생님이 책을 집에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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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확실히 좀 싸군

한 번 쳐다본 후, 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떠먹었다. 마치 식탁 위의 죽이 수표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그다지 가슴이 뛰지도 않는다는 듯이.성연이 웃었다.“100억, 음, 내가 겨우 100억 가치란 거예요?”곁에 서 있던 손건호가 곁눈질로 성연을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100억, 다른 사람 같으면 엄청나다고 여길 텐데, 역시 이 분은 눈에 차지도 않으신가 보군.’이점 역시 순박한 시골 사람의 기운과는 다른 듯하다.그런데, 손건호를 더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한쪽편에 앉은 강무진이 성연의 소감에 동의한 것이다.“그러게. 100억은 확실히 좀 싸군. 아무리 해도 1000억은 돼야 할 텐데 말이야. 하지만 송종철은 이 액수에 맞지. 100억은 너에 대한 가치가 아닐 거야…….”강무진의 눈에, 사실 이 녀석이 보여주는 것들은 가치를 따질 수가 없었다.‘이 말은 듣기 좋네. 마음에 들어.’성연이 뻗쳐 일어난 성질을 잠시 가다듬었다.입가를 닦은 성연이 그릇 안의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식탁 위의 수표를 집어 가방에 넣고 지퍼를 채운 뒤에 가방을 툭툭 쳤다.“송종철은 1000원도 받을 자격 없어요.”성연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송종철이 그녀에게 쓴 시간과 에너지는 겨우 한 손으로 세고도 남았다.기억을 하는 순간부터 성연은 줄곧 외할머니와 살았다.만약 가끔씩 찾아와서 위선적으로 굴지 않았더라면, 저런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성연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가뿐하게 100억을 번 성연은 기분 좋게 학교로 갔다.힘 하나 들이지 않고 100억 번 걸 기념하는 축하 파티를 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점심 시간에 서한기를 불러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야지.’성연이 학교에 가고 난 뒤, 망설이던 손건호가 한 마디 했다.“보스, 사모님께 너무 잘해 주시는 건 아닌지…….”이건 잘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성연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정도의 방임에 가까웠다.“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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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

무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둘째 할아버님 일가와 셋째 할아버님 일가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은 사실 오래전부터 본가에 눌려 지내는 내내 빈번하게 있어 왔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된 건가?‘하지만, 그럼 또 어찌 될까? 저들을 핑계로 판을 한 번 뒤집어 봐?’‘우습군.’저들 눈에 강무진은 겨우 조광증이나 앓고 있는 쓰레기였다.강무진이야말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진짜 주인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무진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이 일, 회장님께 보고했나?”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무진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님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이 일을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겠군.”“보스, 당신의 능력은 이미 회장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선 먼저 주주들을 다독이실 겁니다.” 손건호의 어조에는 일말의 감탄이 묻어났다.강무진의 능력은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바이다.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숨겨왔을 뿐이다.대답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점점 깊어져 갔다.송씨 집안.송종철과 임수정은 침대에 누워 엎치락뒤치락하며 밤새도록 편히 자지 못했다.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던 딸이 경찰에 구류 중이었고, 임씨 집안에서는 합의를 해주지 않아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쫓아다닌 며칠이다.현재 세력도 인맥도 없는 송씨 집안으로서는 도움을 청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송종철은 죽기 살기로 악착같이 일해서 오늘날에 이른 사람이었다.그러나 겨우 상층부 한 귀퉁이에 비집고 들어섰을 뿐, 그 중심부의 집안에서는 송씨를 안중에도 두지 않을 터였다.하물며 이번에 건드린 게 임씨 집안의 아들이다.임씨 집안은 북성에서 이름난 상류층 가문이고.그러니 누가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송종철을 보고 임씨 집안에 미움 살 짓을 하겠는가?임수정은 잠이 오지 않자 아예 일어나 물 한 잔을 들고 침대 옆을 서성거렸다.가뜩이나 마음이 답답하던 송종철은 임수정의 발소리에 결국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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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재수 없는 거기에 가기 싫어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송종철은 바로 강씨 집안의 WS그룹으로 달려갔다.“실례지만, 어디를 찾으십니까?” 프런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송종철에게 물었다.“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건물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모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낀 송종철이 불안한 듯 두 손을 비벼댔다.“예약은 하셨습니까?” 프론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다시 물었다.송종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오. 하지만 회장님에게 송종철이라고 하면 바로 만나 주실 겁니다.”“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위층의 사무실로 전화를 건 안내원이 상황을 보고했다.송종철이 찾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안금여가 바로 올라오게 했다.“왼쪽으로 가셔서 엘리베이터를 타십시오, 회장실은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프런트의 안내원이 팔을 내밀며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맨 위층으로 올라와 비서실을 거친 송종철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후, 손을 들어 노크했다.“들어와요.” 안에서 안금여의 음성이 들렸다.송종철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니, 과연 강씨 집안다웠다. 이 사무실 안에 진열된 골동품만해도 어림잡아 수십억 원일 터였다.모두 둘러본 후 눈길을 거둔 송종철이 안금여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애초에 우리 성연일 보낼 때, 약속하셨잖습니까?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로요.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줄곧 인기척이 없어서 찾아왔습니다…….”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송종철은 민감한 단어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돈을 받으러 왔다는 말을 들은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지참금은 내가 주었습니다. 내 손자에게 있으니, 조만간 넘겨주겠지요. 좀 기다리시죠.”‘송성연, 참 불쌍하기도 하지. 그처럼 착한 아이에게 이런 탐욕스러운 아비가 있다니.’‘돈 때문에 아이를 팔아 넘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송종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어째서 그 미치광이가 가져갔지? 만약 자신이 가서 달라고 하면 돌려줄까?’‘내가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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