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1488 챕터

제91화 보스에게 짜증내는 유일한 사람

할머니 안금여의 깜짝 발언에 놀라 멍해 있던 성연이 곧 정신을 차리고 도리질을 쳤다.“그럴 필요 없어요, 할머니. 너무 번거로운 걸요.”그런 것엔 별 흥미가 없는 성연이다.어찌 되었던 멀지 않아 강씨 집안을 떠날 터인데, 그때 조용히 나가면 된다. 지금 되는 대로 일을 벌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질 게 뻔하다.성대한 성년식을 치르는 것에는 강운경 역시 찬성하지 않았다.“그때 방해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강씨 집안의 다른 일족들이 절대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강무진이 잘되는 걸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치들이니까.그런데 안금여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웃었다.“그럴수록 더 해야지. 그래야 우리 강씨 집안에서의 네 위치를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지.”이후 밖에서도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사람임을 모두 알게 해야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할머니, 안 그러셔도 돼요. 전 간단한 게 좋아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성연이 우거지상을 했다. 그저 강씨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다 졸업할 생각이다.자신의 계획에서 미래의 배우자 또한 강무진이 아닐 것이다.지금의 두 사람은 동업자 마냥 상부상조하며 지내는 것일 뿐.다리를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강씨 집안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무진이 보호해 주는 셈이다.“얘, 성연아, 긴 말 필요없이 이 할머니 시키는 대로 하거라.” 안금여는 성연의 말을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러버렸다.흥이 난 나머지 이미 머리 속에서는 성년식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보통의 사람들은 강씨 집안과 관계를 맺어 조금이라도 혜택을 누리지 못해 안달이다.그런데 성연이는 달랐다. 사리에 밝으면서도 악의가 없어 더 마음에 들었다.안금여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진 성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면 바로 강무진을 구슬려 볼 참이다.손자인 강무진이 말하면 안금여가 좀 들을 지도 모르겠다.불필요한 번거로움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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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자업자득이다

같은 시각, 강변의 어느 한 식당. 강씨 집안 둘째, 셋째 일가가 모인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하다.지난 번 강씨 고택에서 열렸던 집안 모임보다, 지금 이 자리가 훨씬 더 집안 모임 같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 즐거워 보였다.큰 형님이 살아있을 때는 그 위세에 눌려 쥐 죽은 듯 살았던 둘째 강상철과 셋째 강상규가 함께 모여 의기투합했다.강씨 그룹의 수장이던 큰 형님 강상중이 죽은 뒤에 이제 손자 강무진만 남은 셈이지만, 그 미치광이는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 큰 형수 안금여도 나이가 들어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테니, 강씨 집안의 WS그룹이 그들 수중에 들어오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눈이 마주쳤다. 야심으로 가득 찬 서로의 눈빛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통했다.손자 둘이 옆에서 식사를 거드니 두 노인의 마음은 더없이 흡족했다.자신들의 할아버지 강상철과 강상규가 강씨 집안의 진짜 실권자이며 자신들의 뒷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손자 강일헌과 강진성이다.식사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강진성은 무진이 오늘 성연을 회사에 데리고 온 일을 두 할아버지들에게 전했다.“보니까, 큰 할머님은 그 시골 계집애를 기어코 집안에 들일 셈이신 것 같아요. 쓸모없는 강무진이 쓰레기 같은 마누라를 들이는 건데, 도대체 큰 할머님이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네요.”송성연에게 한 방 먹은 일로 가슴이 꽉 막혀 아직도 내려가지 않은 것 같다.‘시골 계집애가 말이야, 자신을 보면 열심히 아부해도 모자랄 판에 감히 대들어?’강씨 집안에서 강무진은 폐인이나 매한가지다. 그런데도 큰집 손자며느리라고 제마음대로 휘젓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다른 방식으로 송성연에게 교훈을 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강씨 집안 전체를 다스리는 사람은 아직 큰 할머님이시니, 아무리 불만스럽고 눈가림용이라 해도 할 건 해야 한다.큰 할머님에게 약점을 잡혀 그들의 계획이 어그러지면 안되니까. 그리고 적당한 때가 오면 이 하늘 높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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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어찌 달갑겠는가

주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월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간 성연은 교실에서 송아연을 보게 되었다.교실에 들어온 학우들 대부분이 송아연을 손가락질했다.[송아연이 저런 애일 줄은 정말 몰랐다니깐. 임정용이 아연일 좋아했어도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았잖아. 너무 심했어.][임정용이 좀 멍청하긴 했어도 송아연에게 잘 했지. 요새 남자애들 눈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니까, 정말. 송아연 꽁무니 쫓아다니는 애들, 우리 반에도 몇 명 있지.][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야, 뭐야? 완전 내숭이야. 나는 쟤 옆은 아예 가지도 않을 거야. 너무 구역질 나. 경찰서에도 갔던 애잖아. 저런 재수 덩어리에게 옮으면 안되잖아.]“…….”평소 송아연은 어디를 가든지 공주 대접을 받았고 반에서도 아이들과 잘 지낸 편이었다.이런 저런 상도 많이 타면서 추켜세움만 받던 애가 언제 이런 비난을 받아 보았겠는가.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아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 손을 책상 아래로 내린 채 힘을 주어 말아 쥐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손톱이 살에 파고들 정도였지만 아연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자신에게 향하던 것은 언제나 칭찬과 사랑이었다. 절대 이런 비난이 아니라.곁에 서 있던 추종자가 아연을 위해 애써 변명했다.“모든 건 오해야. 임정용이 깨어나서 말했어. 아연이 음료수를 준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그랬다고, 완전히 오해라고 말이야. 그러니 너희들 더 이상 이상한 소리하지 마.”죽어라고 자기 손을 꼬집은 아연이 고개를 들며 눈시울을 붉혔다.“누가 내 서랍에 물건을 넣었는지 모르겠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경찰서에선 정말 무서웠어…….”말을 하던 아연이 뭔가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린 듯 울음을 터뜨렸다.불쌍하게 책상에 엎드려 우는 모습이 무척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듯이 보여서 또다시 많은 아이들이 속아 넘어갔다.그러자 아연을 편들며 말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어쩌면 송아연은 진짜 아무 잘못 없을 지도 모르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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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큰 싸움을 준비하셨네요

저녁이 되어 학교가 파한 후.수업을 마친 성연은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보통 때처럼 학교 뒷문을 통해 골목 쪽으로 나갔다.그런데 막 뒷문을 나선 순간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아니라 송종철이 앞에 나타났다.송종철이 이처럼 집요할 줄은 몰랐다.지난번 학교에 왔을 때 충분히 망신 주지 못한 게 짜증났는데, 감히 오늘 또 왔다.“볼 일 있어요?”담담한 모습의 성연이 송종철을 힐끗 쳐다보았다.성연의 저런 태도에 매번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나는 송종철이다.표정이 굳었지만,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해서 잠시 참았다.우는 것보다 못한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성연아, 네가 강씨 집안으로 간 지도 여러 날 되었지 않니?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해서 집에서 같이 밥 먹으려고 널 데리러 왔다.”송종철은 이번에 혼자 오지 않았다.꽤 큰 싸움을 준비한 듯하다. 옆에 모두 네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었다. 앞, 뒤로 두 명, 좌우로 붙어 선 두 명이 협공을 취하는 자세다. 만약 성연이 반항한다면 바로 붙잡을 수 있도록.성연의 능력으로 이 경호원들 몇 명쯤 해결하는 건 문제도 안된다.송종철은 정말 방법이 없는 사람이다. 데려온 이들마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꽃받침들이다. 경호원이라는 가죽을 덮어쓴 불량배들에 불과한.참, 송종철도 고생이다. 시골에서 온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크게 움직이다니, 정말 고마울 지경이다.성연 또한 반항할 생각은 없다. 우선 실력을 숨겨야 했고, 또 송종철이 직접 나선 걸 보니 상당히 급한 모양인데,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릴 작정인지 지켜볼 생각이다.일 없이 찾을 송종철이 아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성연 역시 능청스럽게 예의상의 인사를 건넸다.“아버지가 이렇게 친절을 보이시다니요. 전화 한 통이면 되는데. 이처럼 과분한 대우에 정말 얼떨떨하네요.”송종철이 조급할수록 성연은 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마치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장난치는 것처럼, 아주 재미있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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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자기가 뭐라고 감히

성연은 송종철의 명령에 반항하지 않았다. 도리어 영리하게도 강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진은 서재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일하는 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 보통 서재에 갈 때는 휴대폰을 지니고 가지 않는 무진이다.그때, 비서 손건호가 휴대폰을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휴대폰 화면이 계속 반짝거렸다.고개를 든 무진이 목을 주무르며 물었다. “왜?”“보스, 사모님의 전화입니다.”“이 시간이면 하교할 때 아니야? 운전기사가 데리러 가지 않았어?”무진의 날카롭게 뻗은 눈썹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손건호는 아무런 대답없이 휴대폰을 무진의 눈앞으로 내밀었다.그 순간 또 언제부터 보스는 사모님의 하교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모든 일들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원래의 궤도를 이탈해서 말이다.휴대폰을 건네어 받은 무진이 수신 버튼을 누르며 귓가에 가져다 댔다.전화가 연결되자, 바로 성연의 음성이 들렸다.“우리 아버지가 무진 씨를 식사에 초대하셨어요. 방금 학교 교문 입구까지 절 데리러 오셨어요. 또 경호원도 같이 왔는데, 와 정말 볼 만했어요. 어찌나 정중한 지 제가 꼭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고요. 무진 씨도 오면 좋겠어요.”성연의 말은 조롱기가 다분했다.어쨌든 성연은 자신의 친딸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은 혈연관계인 것이다.강무진을 불러 내기 위해서 여러 명의 경호원들로 협박을 했는데도.조롱의 말을 못 알아들은 송종철은 성연이 진짜 좋아한다고만 여겼다.정말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하니 속에서 비웃음이 나왔다.물론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보아하니 강씨 집안에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강씨 집안으로 간 지 오래 되었는데도, 부자들의 습관 같은 게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하지만, 무진은 송종철의 생각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성연의 음성을 듣자마자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차리고는, 직설적이면서 냉담한 음성으로 대꾸했다.“자기가 뭐라고, 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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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남자의 환심 따위 사는 일은 하지 않아

화가 나 씩씩 대며 가슴을 들썩이던 송종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역시 송성연은 하등 쓸모가 없었다. 저런 이용 가치도 없는 애한테 희망을 걸다니.지금 당장 100억이 필요한 상황인데, 강무진이 아니면 어디 가서 구하단 말인가?지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월등히 많은 실정이다. 회사는 자금을 필요로 했고, 집, 차 등 생활 곳곳에서 돈이 들었다.이전에 돈이 있을 때는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 돈이 없으니, 회사의 구멍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고, 임수정도 잔소리만 해댔다. 그라고 어디 쉬웠겠나?정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나머지, 성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거지.송종철이 거래를 하듯 성연을 어르기 시작했다.“널 시집보낼 때, 강씨 집안에서 지참금으로 10억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주지 않으려 한다. 만약 네가 이 돈을 받도록 도우면 2억을 떼서 주마.”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제까짓 게’ 하며 성연을 얕잡아보았다.시골 사람이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2억을 준다고 했으니, 이만하면 많이 생각해 준 셈이다.소탐대실 하다 한 푼도 건지지 못할까 봐 눈물을 머금고 2억을 주겠다고 했지만,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다.송성연은 자신의 딸이다. 딸이 시집 가며 아버지에게 결혼 지참금을 넘겨주는 건 당연한 일이고.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도 있고.성연이 뭔가를 한다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그저 결정적인 순간에 약간의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 그런 생각에 성연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송종철이다.오로지 성연이 가진 모든 것을 뽑아 먹을 생각뿐이다.그리고, 당연히 자신의 속셈을 성연이 모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성연의 눈에는 그 속셈이 투명할 정도로 속속들이 다 보였다.참 가소로울 뿐이다.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작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바보 취급하며 휘두를 생각인 모양이다. 분명 결혼 지참금은 100억인데도, 자신에겐 10억이라고 사기치는 것 좀 보소.‘하, 그 100억, 진짜 한 톨 부담감 없이 다 가져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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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누구도 만만하지 않아

송종철이 손을 휘두르는 순간, 성연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아챘다.미미한 통증과 함께 팔이 흔들리며 저렸다.송종철이 얼마나 힘을 줬는지.성연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차가운 비수를 품은 듯한 눈동자가 곧바로 송종철을 찔러왔다.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송종철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죽였다.무섭도록 매서운 기세에 꼼짝 할 수가 없었다.그저 놀라 멍하니 입만 벌린 채 제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그러나 한순간 뭔가 휙 지나간 듯 성연은 금세 원래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몸으로 확실하게 느끼지 않았다면 착각이라고 생각할 뻔했다.‘송성연, 이 아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불현듯 이 딸의 속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송종철이다.시골에서 올라온 성연을 쉽게 휘두를 수 있다고 줄곧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몇 차례의 계략에도 한 번을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설마 운이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그가 볼 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송종철의 마음속에서 점점 의심이 커져갔다.이때 차가운 시선으로 송종철을 바라보던 성연이 입을 열었다.“진짜 때리실려고요? 아무리 그래도 잠시간이지만 강씨 집안의 며느리예요. 제 뺨을 치는 건 강씨 집안의 뺨을 친 것이나 다름없어요. 저는 보잘것없지만, 강씨 집안은 다르지요. 아버지, 잘 생각하세요.”조금 전 성연의 눈빛을 떠올리며 또 강씨 집안과의 여러 관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결론은, 누구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돈을 요구하려던 계획은 이렇게 또 다시 허사가 되고 말았다.성연을 쳐다보니 화가 더 치미는지, 송종철이 연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얼른 가, 가, 빨리.”성연이 차문을 열고 내리자,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은 듯 송종철은 운전기사를 재촉해서 떠나버렸다.이때, 강무진이 보낸 차가 서서히 성연의 앞으로 와서 섰다.아까 전부터 계속 송종철의 차를 뒤쫓았던 차다.경거망동 말라는 강무진의 지시를 받았던 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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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더 이상 참지 않겠어

“아까처럼 계속해서 그렇게 맞춰 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결혼 지참금이 10억이라고 거짓말을 하시네요.”성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으쓱 어깨를 들어올렸다.집안의 허물은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법. 성연 또한 원래는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달려들어 뺨을 때리려는 판국이니,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무진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지참금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말이 나가면, 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 망신스럽다고 질색할 것이다.손건호는 또 참지 못하고 속으로 궁시렁댔다.‘송종철, 참 인물은 인물이다. 10억이라고 딸을 속여?’‘북성 제일의 유력 가문 강씨 집안에서 10억이면 껌 값도 안 되는구만.’‘강씨 집안 장손의 결혼 지참금이 10억이라는 건 말도 안되지.’저런 아버지를 둔 사모님에게 동정심이 이는 건 어쩔 수 없다.‘정말 사람도 아니야, 어떻게 딸한테?’하지만 성연은 외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뭐 어쨌든, 100억이 성연의 손에 들어온 이상 송씨 일가는 더 이상 이 돈에 손대지 못할 것이다.‘땡전 한 푼도 줄 수 없어.’송종철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임수정이 득달같이 달려와 다그쳤다.“성연이는?”“그 계집애 얘기는 하지도 마! 재수없어!”송종철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었다.“아니 어떻게 된 거야?” 임수정은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일이 잘못되었구나 싶으니, 자연 말투도 날카로워졌다.성연과 무진이 했던 말을 송종철이 그대로 들려주었다.잔뜩 성이 난 임수정이 성질을 부리며 송종철을 닦아세웠다.“정말 하나 도움이 안돼. 어떻게 어린 여자애 하나 못 데려와요? 강씨 미치광이가 사람을 괄시해도 유분수지 말이야. 그래도 명색이 자기 장인이잖아?”강무진이 제아무리 대단한 신분이라 한들 겨우 절름발이, 미친 놈일 뿐이야,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누가 누굴 업신여긴다는 건지.송종철 역시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할머니의 비호 아래에서 제마음대로 구는 저 미치광이를 상대로는.강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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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퇴학 처리

마침, 며칠 후면 북성남고의 월례고사가 돌아온다.송성연, 송아연 모두 올해 졸업 예정이었다.시험은 당연히 매우 엄격하게 치러졌다.학생들의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는 어떤 부정 행위도 용납하지 않았다.설령 백지를 내는 한이 있어도 성적 위조도 있을 수 없었다.아연은 바로 이 점을 파고 들어 송성연의 부정행위를 조작할 생각이다.부정행위는 퇴학 처분이 내려질 정도의 아주 심각한 문제로 취급될 터.이 기회를 빌려 송성연이라는 눈엣가시를 제거할 계획이다!그날 저녁, 깊은 밤.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학교.검은 그림자 하나가 담벼락 모퉁이의 벽돌을 빼낸 후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몸을 잔뜩 움츠린 채 신중하게 CCTV를 피해 가며 교무실로 몰래 숨어 들었다.잠긴 서랍을 따고 안에 들어있던 시험지를 훔칠 것이다.그런데 서랍 안에 시험지가 너무 많아 목적하던 시험지를 한 번에 바로 찾을 수가 없었다.휴대폰의 손전등을 켜고 다시 서랍 안을 헤집었다.한참을 뒤졌는데도 원하던 시험지가 보이지 않는다.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며, 설마 선생님이 시험지를 집으로 가져갔나 싶던 순간.서랍 한 귀퉁이에서 ‘월례고사’라는 글자가 불쑥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반짝 눈을 빛내며 손을 뻗어 시험지를 꺼냈다.‘바로 이거야.’시험지를 접어서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막 몸을 움츠린 채 서랍을 닫고 나가려 할 때, 갑자기 복도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누구야?”한 줄기 강렬한 불빛이 교무실 방향으로 쏘아졌다.당황한 그림자는 얼른 지퍼를 잡아당긴 후 뒷문을 열고 달아났다.순찰을 돌고 있던 보안 요원이 교무실 앞문 쪽으로 다가서는 순간 뒤에서 뭔가 휙,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바로 뒤 돌아선 보안요원이 뒤쫓아 복도를 달리며 소리쳤다.“거기 서, 얼른 서지 못해!”대담하게도 교무실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보안요원이 끝까지 그림자의 뒤를 쫓았다.학교 뒷문까지 쫓아가 거의 다 잡을 뻔한 순간, 결국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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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녀의 원망을 사고 싶지 않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시험지를 훔쳤다면 학생의 소행일 테니까.학력에 대한 북성남고의 요구가 너무 높다 보니,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제의 난이도 또한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았다. 결국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누군가가 시험지를 훔친 모양이다.이번 사태는 무척 심각했다.이 시험지가 이미 유포되었는지 어떤 지도 알 수 없는 상황.만약 말이 새어 나가 문제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많은 학생들의 성적이 가짜가 되는 것이다.다른 학생들에게도 당연히 불공평한 일.이 문제 때문에 북성남고의 모든 선생님들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냉정하고 야박하다는 평을 받는 이윤하이지만, 시험과 성적에 있어서만큼은 늘 엄격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여왔다.또 시험지를 도난당한 당사자인 까닭에 제일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월례고사를 연기할 것을 제안합니다.”“이 선생님, 지금 다시 문제를 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월례고사는 무척 중요해요. 학생들의 학습성과를 테스트할 절호의 타이밍이란 말이죠. 후속 학습을 위해 학생들의 수준에 따른 학습진도와 계획을 세우기도 좋구요. 이제 고3입니다. 모두의 시간을 이렇게 허비할 수는 없어요.”다른 선생 하나가 이윤하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다.“맞아요, 이 선생님. 어젯밤에 분실됐어요. 그 문제들 모두 우리가 직접 낸 것들이라, 인터넷에서 정답 찾을 시간도 없었을 거예요. 어쩔 수 없지요, 뭐.” 시험문제를 재 출제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들도 있었다.오로지 월례고사를 위해 몇 날 며칠을 밤 새운 선생들이다.이번 사고가 생기고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원래 일정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시험지가 분실되었는데, 다시 시험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시험을 쳐봤자 가짜 성적 아닌가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가 없잖습니까? 선생님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학생들은 예전과 다릅니다. 아주 똑똑해요. 하룻밤이 뭡니까? 반나절이면 정답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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