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송종철은 바로 강씨 집안의 WS그룹으로 달려갔다.“실례지만, 어디를 찾으십니까?” 프런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송종철에게 물었다.“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건물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모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낀 송종철이 불안한 듯 두 손을 비벼댔다.“예약은 하셨습니까?” 프론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다시 물었다.송종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오. 하지만 회장님에게 송종철이라고 하면 바로 만나 주실 겁니다.”“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위층의 사무실로 전화를 건 안내원이 상황을 보고했다.송종철이 찾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안금여가 바로 올라오게 했다.“왼쪽으로 가셔서 엘리베이터를 타십시오, 회장실은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프런트의 안내원이 팔을 내밀며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맨 위층으로 올라와 비서실을 거친 송종철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후, 손을 들어 노크했다.“들어와요.” 안에서 안금여의 음성이 들렸다.송종철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니, 과연 강씨 집안다웠다. 이 사무실 안에 진열된 골동품만해도 어림잡아 수십억 원일 터였다.모두 둘러본 후 눈길을 거둔 송종철이 안금여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애초에 우리 성연일 보낼 때, 약속하셨잖습니까?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로요.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줄곧 인기척이 없어서 찾아왔습니다…….”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송종철은 민감한 단어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돈을 받으러 왔다는 말을 들은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지참금은 내가 주었습니다. 내 손자에게 있으니, 조만간 넘겨주겠지요. 좀 기다리시죠.”‘송성연, 참 불쌍하기도 하지. 그처럼 착한 아이에게 이런 탐욕스러운 아비가 있다니.’‘돈 때문에 아이를 팔아 넘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송종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어째서 그 미치광이가 가져갔지? 만약 자신이 가서 달라고 하면 돌려줄까?’‘내가 갔
안금여는 관여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해서, 성연이가 부탁한다면 어쩌면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한 딸은 치켜세우고, 또 한 딸은 패대기치는 송종철의 말에 정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똑같은 딸인데 어찌 이리 차별하는 게야.’하지만 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했다면 강씨 집안으로 시집보내지도 않았을 터.소위 명문 세가의 영애들은 강씨 집안을 무슨 독처럼 피한다는 걸 안다.‘성연이를 귀하게 여기는 자신이 어찌 그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겠나?’안금여는 그저 접대성 대답만 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충 알겠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지요. 만약 성연이의 잘못이라면 반드시 잘 훈계하겠습니다. 이렇게 버릇이 없으면 안되지요.”이어 말머리를 돌렸다.“사돈, 잠시 뒤에 회의가 있어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편하게 있다 가세요.”할 말을 마친 안금여가 바로 일어나 나갔다.송종철 역시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무척 바쁘신 분인데, 볼 일 보셔야죠.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안금여가 나갔으니 그 역시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안금여는 명명백백히 그에게 축객령을 내린 것이다.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대단한 귀중품들이다. ‘‘만약 잃어버리거나 깨기라도 한다면…….’ 송종철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송종철은 그저 씩씩거리며 나갈 수밖에 없었다.강씨 집안의 WS그룹을 나오는 송종철의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돈도 받지 못하고, 아연이도 유치장에서 꺼내지 못했다.이제 안금여도 늙어 노망이 들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여전히 늙은 여우였다. 하나도 제대로 얻어낸 것이 없었다.‘사람 하나 풀어주는 건데, 간단하지 않아? 늙은 할망구 말 한마디면 될 것을.’그런데 방금 안금여는 분명 일부러 얼버무리는 태도였다. 송종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었다.임수정은 하루 종일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남편 송종철로부터의 희소식을 기다렸다.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종철이 돌아왔다.
임수정이 따졌다.“그럼, 우리 딸은 어떡해?”‘아연일 계속 경찰서에서 고생시킬 순 없잖아?’송종철이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내가 다시 임씨 집안과 얘기해 볼게…….”송종철이 안금여를 찾아간 일에 대해, 성연은 전혀 몰랐다.어제는 속이 좋지 않아 서한기와 샤브샤브를 먹기로 한 걸 오늘로 미루었다.점심에 서한기와 학교 밖의 음식점 룸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다.옆에서 서한기가 열심히 고기를 데쳐 성연에게 주며 물었다.“보스, 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어떻게 됐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네요. 서두르지 않다가 저쪽에서 개발이라도 할까 걱정입니다”먹느라 입술이 빨갛고 이마엔 온통 땀범벅이 될 정도였지만, 성연은 즐거웠다.얼큰하고 매운 게 아주 자극적이다.서한기의 말을 들은 성연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뒤,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럼 먼저 비밀번호부터 풀어야지. 비번은 못 풀어. 결국 땅 속에 매장된 거액의 보물을 손 안에 넣은 꼴이지.”자신이 디자인한 것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성연이었다.그녀의 물건을 가지려 한다면,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서한기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 이제 움직여야지.”‘결국 드넓은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지. 진짜 해독할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터. 그때는 이미 늦는다.’여기까지 생각한 서한기는 젓가락을 재빠르게 놀리는 성연을 원망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보스, 잠만 자서는 안 됩니다! 본업에 집중 하셔야죠!”성연이 서한기를 흘깃 보았다.“네 말 대로, 학생의 본업은 잠을 자는 거야.”‘학교에서 잠을 안 자면 소금에 절인 생선이랑 마찬가진데?’게다가 수업 내용들은 성연이 이미 다 아는 것들이었다.매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제 뇌에 마비가 올 것 같다.‘잠을 좀 자면서 자신을 위로하면 안되나?’듣고 있던 서한기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학생의 본분은 학교에 다니는 것 아니
송씨 집안의 일은 무진에게 맡기는 게 확실히 더 타당할 터.그에 대해 안금여 또한 이견이 없었다.원래 오늘 방문한 것도 무진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그렇게 차를 한 잔을 나눈 뒤, 안금여가 돌아갔다.바쁜 가운데 잠시 짬을 낸 집사가 거실에 앉아 있는 무진에게 다가왔다.“도련님, 저녁에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무진의 입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었지만, 집사는 매번 조리법을 바꾸어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을 만들어 주려 했다.매번 물어본 후에야 주방에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게 하고, 또 몸을 보양하는 음식을 만들게 했다.무진이 바로 대답했다.“샤브샤브.”‘샤브샤브?’집사는 의아했다.‘도련님이 한 번도 드셔 본 적이 없는 것인데?’또 나이가 들어 귀가 약해진 게 아닌가 의심했다.메뉴를 말한 무진은 집사가 여전히 제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또 뭔가?”“아닙니다, 도련님.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샤브샤브’, 맞으십니까?” 무진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특히 ‘샤브샤브'를 강조하며 물었다.“응.” 무진이 조용히 대답했다.왠지 언짢은 듯한 기운을 느낀 집사가 잠시도 지체 않고 얼른 주방으로 달려 갔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성연은 식탁에 올려진 샤브샤브 용 화로를 보고 눈썹이 찌푸려졌다.“오늘 저녁, 이거 먹어요?”화로 옆에 앉아 있는 무진은 블랙 셔츠 차림이었다.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인간계의 화식은 먹지 않는 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샤브샤브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잘 먹는다고 해서.”무진의 대답에 성연이 벙 쪘다. 잠시 후,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누구한테 들은 거예요? 이런 엉터리 정보라니. 가끔 한 번씩 먹으면 몰라도, 두 끼 연달아 먹으면 누가 견디겠어요?”점심에 서한기와 먹었던 것도 아직 소화가 안되어 위가 불편한 느낌이었다.그런데 의외로 무진이 성연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식기를 세팅하게 했다.팔
무진이 묻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성연이 집에 돌아와 공부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성연은 무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괜찮아요. 어차피 나도 할 생각 없고.”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손건호는 속으로 의심스러웠다.‘숙제도 안 하고, 완전 낙제생 아냐? 그런데 만점을 받았다고? 정말 우리 보스가 돈 주고 만든 거 아니야?’ 무진이 성연을 보며 진지하게 질문했다.“공부에 관심도 없으면서, 왜 굳이 학교에 가서 자?”성연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자신의 본분을 다 해야지.”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건호의 입에서 물음이 튀어나왔다.“무슨 본분요? 잠자는 본분?”기분 나쁘다는 듯이 성연이 손건호를 흘겼다.“청춘을 체험하는 거지.”보건실에서 서한기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물론 되는 대로 지껄인 것이 분명하지만.성연에게 당한 손건호는 정말 말로는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입술 끝을 올린 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게임 조종기를 내려놓은 성연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주방에 가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왔다.막 거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무진이 언뜻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주방에 가 요구르트 하나를 더 꺼내 왔다.TV 앞으로 걸어간 성연이 요구르트를 무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잘하는 지 볼래요? 요구르트도 가져다주잖아요.”무진이 요구르트를 들어 올렸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요구르트는 아직 차가웠다. 손으로 잡으니 물방울도 맺혔다.아연실색한 손건호가 멍하니 성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 보스에게 요구르트를 주다니.’‘요구르트, 저거 어린애들이나 먹는 거잖아. 우리 보스가 저걸 마시겠어?‘아예 싫어할 걸?’성연의 손에 들린 요구르트는 곧 빈 병이 되었다. 그런데 무진이 여전히 들기만 한 채 꼼짝도 않자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요? 먹기 싫어요?”계속 말이 없자, 성연이
성연을 한 번 쳐다본 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그러지. 내일 내가 데리고 갈게.”내리 뜬 그의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이 서렸다 사라졌다.엠파이어 하우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무엇에 대해서도 강한 욕망을 내비치지 않았던 아이였다.그런데 유독 회사 얘기만 나오면 감정의 기복이 커졌다.성연이 어떤 목적을 띠고 회사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무진은 한눈에 파악했다.‘다만, 송성연의 목표는 강씨 집안의 뭐지?’무진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다음 날 오후,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회사로 갔다.옅은 파란색의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성연은 귀 양 옆으로 머리를 작게 말아 올린 후, 긴 머리를 등 뒤로 내리고 있었다. 크고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니 진짜 앙증맞아 보였다.성연이 생각하기에,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금여는 분명 회사에 있을 것이다.안금여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메스꺼움을 참고 일부로 순진해 보이게 단장했다.성연이 휠체어를 밀며 무진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회사 내에는 강무진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회사에 왔지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안금여의 사무실로 갔다.무진이 전화를 걸어 방문을 알린 후부터 안금여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성연을 본 안금여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다정하게 성연의 손을 잡은 채 소파로 이끌었다.“성연아, 무진이가 힘들게 하지는 않아? 무진이 집에서 지내는 건 익숙해졌고?”안금여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었다.이런 다정한 인사와 말투는 살아생전 외할머니의 말투와 똑같았다. 순식간에 코끝이 매워진 성연이 애써 눈물을 참아 내며 대답했다.“할머니, 저 잘 지내요. 잘 먹고 잘 자고요. 아무 문제없는 걸요.”“그럼 됐다. 만약 무진이가 못되게 굴면 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 이 할머니가 혼내 주마!”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도대체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무진이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을 학대하는 기벽은 없답니다, 할머니.’가볍게 콧방귀를 뀐
비서가 성연을 데리고 가장 아래층부터 안내하기 시작했다.그룹 건물의 매 층마다 별도의 티 룸과 화장실이 있었다.사내 직원 식당은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또 일부러 가까이 가서 보니, 주방에서는 거의 매주 다른 식단들을 준비했다.이게 끝이 아니었다. 건물 인테리어에 쓰인 자재들도 최상급이다.바닥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다.건물 로비는 2층까지 트여 있고 복도와 이어진 전면창으로 북성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건물 전체를 둘러본 성연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씨 집안 WS그룹의 규모와 그 호화로움에 감탄했다.매년 WS그룹에 들어오려고 그 많은 인턴들이 머리를 쥐어 싸매는 것도 당연했다.강씨 그룹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매우 높지만, 그만큼 직원 대우가 좋았다.그리고 들어오기만 하면 거의 철밥통이다.뒷짐을 진 채 비서의 곁에서 유유히 걸으며 그룹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모퉁이를 도는데 정면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성연이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넓은 건물 안에서 하필 딱 저 놈과 마주치냐? 정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정장 차림의 강진성은 막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손에 서류 한 부를 들고 있었다.성연을 발견한 강진성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여기에서 송성연을 만나다니, 재수없게.’강진성은 성연 옆에 서 있던 비서를 향해 화를 내며 질책했다.“회사 규정을 잊었습니까? 이 회사가 개나 소나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까?”성연이 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개와 소는 누굴 말하는 거예요?”순간 말문이 막힌 강진성이 깨달았다는 듯이 무거운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너는, 네가 정말 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라고 생각하는 거냐?”매번 성연을 난처하게 하려다가 도리어 제가 당하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이 계집애 이빨이 더 날카로워진 듯하다.회사는 송성연이 절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오늘은 반드시 송성연 저 것에게 본때를
강진성은 결국 성연을 욕 보이는 데 실패하고 분기탱천해서 떠났다.안금여의 비서는 계속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안금여 측의 사람으로, 강씨 집안 전 회장이 있을 때 키운 사람이었다. 이후 줄곧 안금여 회장을 보좌해 왔기에, 자연히 둘째, 셋째 일가의 그 음흉한 속셈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러니 평소 회사에서 위세 떨기 좋아하던 강진성이 무참히 깨지는 장면에 속이 시원해지는 게 당연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도 무지 힘들었다.그녀는 이 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보통 사람이 아니야.’강진성을 만난 뒤, 성연은 단번에 회사 구경할 기분이 사라졌다.이따가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사람을 만날지 누가 알겠는가?큰집 본가를 제외한 강씨 집안 사람들은 마치 미친 개처럼 사람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물고 뜯으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성연은 한가하게 말다툼이나 할 시간이 없었다.“돌아가요.” 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작은 사모님, 구경 더 하지 않고요?” 비서의 물음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성연을 데리고 안금여의 사무실로 돌아왔다.안금여의 사무실에는 아주 큰 소파가 하나 있었다.마침 딱 성연이 바로 눕기 좋을 정도였다.소파에 기댄 성연이 비서에게 말했다.“여기서 나랑 같이 있을 필요 없어요. 가서 일 하세요. 난 신경 쓰지 말고요. 여기서 혼자 게임하면서 기다리면 돼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세요. 제 사무실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말을 끝낸 비서가 곧장 나가며 친절하게 문을 닫아주었다.부드러운 소파에 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성연은 귀를 세워 문밖의 동정을 엿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비서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성연은 일어나 책상 뒤로 갔다.안금여의 컴퓨터 모니터가 아직 켜져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데스크톱으로 들어갔다.컴퓨터 시스템을 켜려고 키보드 몇 개를 눌렀다.그런데 암호가 설정되어 있어 비밀번호가 필요했다.입술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