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묻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성연이 집에 돌아와 공부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성연은 무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괜찮아요. 어차피 나도 할 생각 없고.”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손건호는 속으로 의심스러웠다.‘숙제도 안 하고, 완전 낙제생 아냐? 그런데 만점을 받았다고? 정말 우리 보스가 돈 주고 만든 거 아니야?’ 무진이 성연을 보며 진지하게 질문했다.“공부에 관심도 없으면서, 왜 굳이 학교에 가서 자?”성연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자신의 본분을 다 해야지.”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건호의 입에서 물음이 튀어나왔다.“무슨 본분요? 잠자는 본분?”기분 나쁘다는 듯이 성연이 손건호를 흘겼다.“청춘을 체험하는 거지.”보건실에서 서한기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물론 되는 대로 지껄인 것이 분명하지만.성연에게 당한 손건호는 정말 말로는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입술 끝을 올린 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게임 조종기를 내려놓은 성연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주방에 가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왔다.막 거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무진이 언뜻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주방에 가 요구르트 하나를 더 꺼내 왔다.TV 앞으로 걸어간 성연이 요구르트를 무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잘하는 지 볼래요? 요구르트도 가져다주잖아요.”무진이 요구르트를 들어 올렸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요구르트는 아직 차가웠다. 손으로 잡으니 물방울도 맺혔다.아연실색한 손건호가 멍하니 성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 보스에게 요구르트를 주다니.’‘요구르트, 저거 어린애들이나 먹는 거잖아. 우리 보스가 저걸 마시겠어?‘아예 싫어할 걸?’성연의 손에 들린 요구르트는 곧 빈 병이 되었다. 그런데 무진이 여전히 들기만 한 채 꼼짝도 않자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요? 먹기 싫어요?”계속 말이 없자, 성연이
성연을 한 번 쳐다본 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그러지. 내일 내가 데리고 갈게.”내리 뜬 그의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이 서렸다 사라졌다.엠파이어 하우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무엇에 대해서도 강한 욕망을 내비치지 않았던 아이였다.그런데 유독 회사 얘기만 나오면 감정의 기복이 커졌다.성연이 어떤 목적을 띠고 회사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무진은 한눈에 파악했다.‘다만, 송성연의 목표는 강씨 집안의 뭐지?’무진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다음 날 오후,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회사로 갔다.옅은 파란색의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성연은 귀 양 옆으로 머리를 작게 말아 올린 후, 긴 머리를 등 뒤로 내리고 있었다. 크고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니 진짜 앙증맞아 보였다.성연이 생각하기에,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금여는 분명 회사에 있을 것이다.안금여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메스꺼움을 참고 일부로 순진해 보이게 단장했다.성연이 휠체어를 밀며 무진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회사 내에는 강무진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회사에 왔지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안금여의 사무실로 갔다.무진이 전화를 걸어 방문을 알린 후부터 안금여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성연을 본 안금여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다정하게 성연의 손을 잡은 채 소파로 이끌었다.“성연아, 무진이가 힘들게 하지는 않아? 무진이 집에서 지내는 건 익숙해졌고?”안금여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었다.이런 다정한 인사와 말투는 살아생전 외할머니의 말투와 똑같았다. 순식간에 코끝이 매워진 성연이 애써 눈물을 참아 내며 대답했다.“할머니, 저 잘 지내요. 잘 먹고 잘 자고요. 아무 문제없는 걸요.”“그럼 됐다. 만약 무진이가 못되게 굴면 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 이 할머니가 혼내 주마!”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도대체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무진이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을 학대하는 기벽은 없답니다, 할머니.’가볍게 콧방귀를 뀐
비서가 성연을 데리고 가장 아래층부터 안내하기 시작했다.그룹 건물의 매 층마다 별도의 티 룸과 화장실이 있었다.사내 직원 식당은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또 일부러 가까이 가서 보니, 주방에서는 거의 매주 다른 식단들을 준비했다.이게 끝이 아니었다. 건물 인테리어에 쓰인 자재들도 최상급이다.바닥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다.건물 로비는 2층까지 트여 있고 복도와 이어진 전면창으로 북성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건물 전체를 둘러본 성연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씨 집안 WS그룹의 규모와 그 호화로움에 감탄했다.매년 WS그룹에 들어오려고 그 많은 인턴들이 머리를 쥐어 싸매는 것도 당연했다.강씨 그룹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매우 높지만, 그만큼 직원 대우가 좋았다.그리고 들어오기만 하면 거의 철밥통이다.뒷짐을 진 채 비서의 곁에서 유유히 걸으며 그룹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모퉁이를 도는데 정면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성연이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넓은 건물 안에서 하필 딱 저 놈과 마주치냐? 정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정장 차림의 강진성은 막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손에 서류 한 부를 들고 있었다.성연을 발견한 강진성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여기에서 송성연을 만나다니, 재수없게.’강진성은 성연 옆에 서 있던 비서를 향해 화를 내며 질책했다.“회사 규정을 잊었습니까? 이 회사가 개나 소나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까?”성연이 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개와 소는 누굴 말하는 거예요?”순간 말문이 막힌 강진성이 깨달았다는 듯이 무거운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너는, 네가 정말 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라고 생각하는 거냐?”매번 성연을 난처하게 하려다가 도리어 제가 당하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이 계집애 이빨이 더 날카로워진 듯하다.회사는 송성연이 절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오늘은 반드시 송성연 저 것에게 본때를
강진성은 결국 성연을 욕 보이는 데 실패하고 분기탱천해서 떠났다.안금여의 비서는 계속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안금여 측의 사람으로, 강씨 집안 전 회장이 있을 때 키운 사람이었다. 이후 줄곧 안금여 회장을 보좌해 왔기에, 자연히 둘째, 셋째 일가의 그 음흉한 속셈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러니 평소 회사에서 위세 떨기 좋아하던 강진성이 무참히 깨지는 장면에 속이 시원해지는 게 당연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도 무지 힘들었다.그녀는 이 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보통 사람이 아니야.’강진성을 만난 뒤, 성연은 단번에 회사 구경할 기분이 사라졌다.이따가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사람을 만날지 누가 알겠는가?큰집 본가를 제외한 강씨 집안 사람들은 마치 미친 개처럼 사람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물고 뜯으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성연은 한가하게 말다툼이나 할 시간이 없었다.“돌아가요.” 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작은 사모님, 구경 더 하지 않고요?” 비서의 물음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성연을 데리고 안금여의 사무실로 돌아왔다.안금여의 사무실에는 아주 큰 소파가 하나 있었다.마침 딱 성연이 바로 눕기 좋을 정도였다.소파에 기댄 성연이 비서에게 말했다.“여기서 나랑 같이 있을 필요 없어요. 가서 일 하세요. 난 신경 쓰지 말고요. 여기서 혼자 게임하면서 기다리면 돼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세요. 제 사무실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말을 끝낸 비서가 곧장 나가며 친절하게 문을 닫아주었다.부드러운 소파에 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성연은 귀를 세워 문밖의 동정을 엿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비서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성연은 일어나 책상 뒤로 갔다.안금여의 컴퓨터 모니터가 아직 켜져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데스크톱으로 들어갔다.컴퓨터 시스템을 켜려고 키보드 몇 개를 눌렀다.그런데 암호가 설정되어 있어 비밀번호가 필요했다.입술을 오
안금여가 멍하니 무진을 보며 소리 내어 물었다.“왜?”이 회의는 무진이 요구해서 참석한 것이다.그런데 회의가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나간다고 하니, 혹시 몸이 안 좋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회의 중 퇴장 또한 무진이 처음으로 요구한 것이다.안금여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빛이 드리웠다.무진은 답이 없었다.오히려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던 강일헌이 웃으며 빈정거렸다.“사촌 형님이 회사를 다녀 보셨어야지 말이지요. 확실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요? 매번 와서 숫자나 채우고. 앞으로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강무진의 몸 상태로는 진작 강씨 그룹에서 배제됐어야 했다.‘걸핏하면 발광하는 미친 놈이 뭘 알겠어?’‘아니 할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매번 데리고 들어오시지?’‘진흙으로 담을 쌓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도대체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애쓸 만한 가치가 있느냔 말이지.’‘맞아, 큰집에도 이제 저 미치광이 병자 하나랑 할머니만 남았어.’‘미친 놈 간신히 아직 쓸 만 한 거야.’‘쯧쯧, 정말 불쌍해서.’두 눈을 부릅뜬 강운경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일헌을 정시한 채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했다.“너는 말이 많구나. 수완이 좋다면서, 어째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건 안 보여? 만약 네 할아버지가 아니면, 네가 여기에 앉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강일헌은 정말 자신이 가진 진짜 능력이 없는 놈이었다. 그야말로 회사에서 머리 수만 채우는 잉여인간인 것이다.평소에도 대충대충 일하기 일쑤다. 둘째 할아버지의 권위 때문에 회사 누구도 감히 화 내거나 말하지 못할 뿐이다.‘나쁜 짓도 수없이 했지.’‘이런 인간이 어떻게 무진에게 큰 소리치는지, 부끄럽지도 않은지.’‘저들도 알아야 해, 무진이…….’강운경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충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당분간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강운경의 말에 한참동안 붉으락푸르락 하던 강일헌이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비꼬았다.“사촌 형님
무진이 사무실 안을 한 바퀴 휘이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사무실이 이처럼 커도 몸을 숨길 만한 곳은 없었다.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의 알반지를 돌리며 휠체어를 조작해 옆 사무실로 갔다.“내 아내는?”마침 티 룸에서 커피를 들고 나오던 차였는지, 비서의 손에 든 커피에서는 여전히 김이 나고 있었다. 무진의 말을 듣자마자,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사모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그런데 비서의 대답이 나왔을 때, 성연이 밖에서 들어왔다.비서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어, 안에 계시지 않았습니까?”그녀가 왔을 때, 분명 문이 잘 닫혀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성연이 자연스럽게 설명했다.“방금 커피를 끓이러 갔을 때, 향낭을 찾으러 나갔어요. 아까 밖에서 떨어트린 것 같아서요. 찾으러 나갔다 지금 오는 거예요.”비서는 의심하지 않았다.업무가 바빠서 매 순간 성연을 살피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성연이 다시 안금여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비서 언니, 뭐 먹을 거 있어요? 배가 좀 고픈데요.” 성연이 홀쪽해진 배를 더듬었다. 아침을 조금 먹었더니 지금 배가 항의하고 있었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져 준비해 오겠습니다. 뭐 드시고 싶은 게 있어요?”비서가 얼른 대답했다. 없어도 만들어 줘야 할 판이다.어린 사모님이 입을 열었다.“그냥 아무거나 먹으면 돼요. 무진 씨는요? 뭐 먹고 싶어요?” 성연이 무진을 보며 물었다.사무실 안 무겁게 팽팽하던 공기가 어느새 성연에 의해 가벼워졌다.무진은 줄곧 성연을 관찰 중이었다.상당히 침착한 모습의 성연이 자리에 앉아서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맞다, 당신, 회의 끝났어요?”무진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회의 내용은 알아듣지도 못해.”이미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무진은 회의실에서 휴대폰으로 전송되었던 ‘비상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그때,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는 비서가 언뜻 보이자 무진이 입을 열어 지시했다.“담백하고 간단한 음식들로 몇 가지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강진성이 나한테 뭘 어쩌겠어요? 내가 그 사람에게 뭘 어떻게 안 했으면 된 거지.”성연 앞에서 쩔쩔매던 강진성의 모습을 떠올린 안금여의 비서가 실소를 금치 못하며, 잠시 전에 있었던 상황을 무진에게 설명했다.“도련님, 못 보셔서 그렇지, 셋째 도련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셨어요. 사모님, 정말 대단하세요.”무진의 눈에도 웃음기가 어렸다.“당하지만 않으면 돼.”좀 늦은 시각, 회의를 끝내고 회장실로 돌아온 안금여는 곧장 성연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다 앉혔다.“성연아, 오늘 어땠니? 시간 즐겁게 보냈어?”“네, 재미있었어요, 할머니. 비서 언니가 세심하게 살펴 줬어요.” 성연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를 칭찬했다.“즐거웠으면 됐다.”안금여와 성연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금세 오후가 되었다.식사를 위해 미리 음식점에 자리를 예약해 두었던 안금여가 성연과 무진을 데리고 나갔다.소담하면서도 운치가 뛰어난 음식점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한복 차림으로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매우 독특했다.예약한 룸에 들어가 막 자리에 앉을 때, 강운경이 들어왔다.강운경은 전과 다름없이 마치 심사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연을 주시했다.“모두 한 가족이니,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편하게 식사하자.” 자리에 함께한 딸과 손자 부부를 바라보며 안금여는 썩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예전부터 내 손자 무진이는 언제쯤 손녀며느리를 데려오게 될까, 하고 늘 생각했었다.그렇게 오매불망하며 마음을 졸였더랬는데.드디어 손자 며느리를 본 것이다. 이제 증손자까지 얻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터.무진과 성연의 지금 분위기를 보면, 증손자도 조만간 보지 않을까 싶다.물론 성연의 나이가 아직 어리니 조급할 필욘 없겠지만.미리 주문한 음식들이 곧바로 테이블에 올라왔다.식사하는 동안 말을 삼가 해야 한다는 가풍 없는 강씨 집안이다 보니, 안금여와 강운경은 나직한 음성으로 업무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오늘 회의와 관련된 중
할머니 안금여의 깜짝 발언에 놀라 멍해 있던 성연이 곧 정신을 차리고 도리질을 쳤다.“그럴 필요 없어요, 할머니. 너무 번거로운 걸요.”그런 것엔 별 흥미가 없는 성연이다.어찌 되었던 멀지 않아 강씨 집안을 떠날 터인데, 그때 조용히 나가면 된다. 지금 되는 대로 일을 벌이면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질 게 뻔하다.성대한 성년식을 치르는 것에는 강운경 역시 찬성하지 않았다.“그때 방해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강씨 집안의 다른 일족들이 절대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강무진이 잘되는 걸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치들이니까.그런데 안금여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웃었다.“그럴수록 더 해야지. 그래야 우리 강씨 집안에서의 네 위치를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지.”이후 밖에서도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사람임을 모두 알게 해야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할머니, 안 그러셔도 돼요. 전 간단한 게 좋아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성연이 우거지상을 했다. 그저 강씨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다 졸업할 생각이다.자신의 계획에서 미래의 배우자 또한 강무진이 아닐 것이다.지금의 두 사람은 동업자 마냥 상부상조하며 지내는 것일 뿐.다리를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강씨 집안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무진이 보호해 주는 셈이다.“얘, 성연아, 긴 말 필요없이 이 할머니 시키는 대로 하거라.” 안금여는 성연의 말을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러버렸다.흥이 난 나머지 이미 머리 속에서는 성년식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보통의 사람들은 강씨 집안과 관계를 맺어 조금이라도 혜택을 누리지 못해 안달이다.그런데 성연이는 달랐다. 사리에 밝으면서도 악의가 없어 더 마음에 들었다.안금여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워진 성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면 바로 강무진을 구슬려 볼 참이다.손자인 강무진이 말하면 안금여가 좀 들을 지도 모르겠다.불필요한 번거로움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무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