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금여는 관여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해서, 성연이가 부탁한다면 어쩌면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한 딸은 치켜세우고, 또 한 딸은 패대기치는 송종철의 말에 정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똑같은 딸인데 어찌 이리 차별하는 게야.’하지만 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했다면 강씨 집안으로 시집보내지도 않았을 터.소위 명문 세가의 영애들은 강씨 집안을 무슨 독처럼 피한다는 걸 안다.‘성연이를 귀하게 여기는 자신이 어찌 그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겠나?’안금여는 그저 접대성 대답만 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충 알겠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지요. 만약 성연이의 잘못이라면 반드시 잘 훈계하겠습니다. 이렇게 버릇이 없으면 안되지요.”이어 말머리를 돌렸다.“사돈, 잠시 뒤에 회의가 있어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편하게 있다 가세요.”할 말을 마친 안금여가 바로 일어나 나갔다.송종철 역시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무척 바쁘신 분인데, 볼 일 보셔야죠.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안금여가 나갔으니 그 역시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안금여는 명명백백히 그에게 축객령을 내린 것이다.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대단한 귀중품들이다. ‘‘만약 잃어버리거나 깨기라도 한다면…….’ 송종철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송종철은 그저 씩씩거리며 나갈 수밖에 없었다.강씨 집안의 WS그룹을 나오는 송종철의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돈도 받지 못하고, 아연이도 유치장에서 꺼내지 못했다.이제 안금여도 늙어 노망이 들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여전히 늙은 여우였다. 하나도 제대로 얻어낸 것이 없었다.‘사람 하나 풀어주는 건데, 간단하지 않아? 늙은 할망구 말 한마디면 될 것을.’그런데 방금 안금여는 분명 일부러 얼버무리는 태도였다. 송종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었다.임수정은 하루 종일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남편 송종철로부터의 희소식을 기다렸다.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종철이 돌아왔다.
임수정이 따졌다.“그럼, 우리 딸은 어떡해?”‘아연일 계속 경찰서에서 고생시킬 순 없잖아?’송종철이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내가 다시 임씨 집안과 얘기해 볼게…….”송종철이 안금여를 찾아간 일에 대해, 성연은 전혀 몰랐다.어제는 속이 좋지 않아 서한기와 샤브샤브를 먹기로 한 걸 오늘로 미루었다.점심에 서한기와 학교 밖의 음식점 룸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다.옆에서 서한기가 열심히 고기를 데쳐 성연에게 주며 물었다.“보스, 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어떻게 됐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네요. 서두르지 않다가 저쪽에서 개발이라도 할까 걱정입니다”먹느라 입술이 빨갛고 이마엔 온통 땀범벅이 될 정도였지만, 성연은 즐거웠다.얼큰하고 매운 게 아주 자극적이다.서한기의 말을 들은 성연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뒤,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럼 먼저 비밀번호부터 풀어야지. 비번은 못 풀어. 결국 땅 속에 매장된 거액의 보물을 손 안에 넣은 꼴이지.”자신이 디자인한 것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성연이었다.그녀의 물건을 가지려 한다면,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서한기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 이제 움직여야지.”‘결국 드넓은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지. 진짜 해독할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터. 그때는 이미 늦는다.’여기까지 생각한 서한기는 젓가락을 재빠르게 놀리는 성연을 원망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보스, 잠만 자서는 안 됩니다! 본업에 집중 하셔야죠!”성연이 서한기를 흘깃 보았다.“네 말 대로, 학생의 본업은 잠을 자는 거야.”‘학교에서 잠을 안 자면 소금에 절인 생선이랑 마찬가진데?’게다가 수업 내용들은 성연이 이미 다 아는 것들이었다.매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제 뇌에 마비가 올 것 같다.‘잠을 좀 자면서 자신을 위로하면 안되나?’듣고 있던 서한기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학생의 본분은 학교에 다니는 것 아니
송씨 집안의 일은 무진에게 맡기는 게 확실히 더 타당할 터.그에 대해 안금여 또한 이견이 없었다.원래 오늘 방문한 것도 무진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그렇게 차를 한 잔을 나눈 뒤, 안금여가 돌아갔다.바쁜 가운데 잠시 짬을 낸 집사가 거실에 앉아 있는 무진에게 다가왔다.“도련님, 저녁에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무진의 입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었지만, 집사는 매번 조리법을 바꾸어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을 만들어 주려 했다.매번 물어본 후에야 주방에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게 하고, 또 몸을 보양하는 음식을 만들게 했다.무진이 바로 대답했다.“샤브샤브.”‘샤브샤브?’집사는 의아했다.‘도련님이 한 번도 드셔 본 적이 없는 것인데?’또 나이가 들어 귀가 약해진 게 아닌가 의심했다.메뉴를 말한 무진은 집사가 여전히 제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또 뭔가?”“아닙니다, 도련님.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샤브샤브’, 맞으십니까?” 무진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특히 ‘샤브샤브'를 강조하며 물었다.“응.” 무진이 조용히 대답했다.왠지 언짢은 듯한 기운을 느낀 집사가 잠시도 지체 않고 얼른 주방으로 달려 갔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성연은 식탁에 올려진 샤브샤브 용 화로를 보고 눈썹이 찌푸려졌다.“오늘 저녁, 이거 먹어요?”화로 옆에 앉아 있는 무진은 블랙 셔츠 차림이었다.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인간계의 화식은 먹지 않는 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샤브샤브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잘 먹는다고 해서.”무진의 대답에 성연이 벙 쪘다. 잠시 후,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누구한테 들은 거예요? 이런 엉터리 정보라니. 가끔 한 번씩 먹으면 몰라도, 두 끼 연달아 먹으면 누가 견디겠어요?”점심에 서한기와 먹었던 것도 아직 소화가 안되어 위가 불편한 느낌이었다.그런데 의외로 무진이 성연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식기를 세팅하게 했다.팔
무진이 묻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성연이 집에 돌아와 공부 비슷한 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성연은 무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괜찮아요. 어차피 나도 할 생각 없고.”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손건호는 속으로 의심스러웠다.‘숙제도 안 하고, 완전 낙제생 아냐? 그런데 만점을 받았다고? 정말 우리 보스가 돈 주고 만든 거 아니야?’ 무진이 성연을 보며 진지하게 질문했다.“공부에 관심도 없으면서, 왜 굳이 학교에 가서 자?”성연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자신의 본분을 다 해야지.”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건호의 입에서 물음이 튀어나왔다.“무슨 본분요? 잠자는 본분?”기분 나쁘다는 듯이 성연이 손건호를 흘겼다.“청춘을 체험하는 거지.”보건실에서 서한기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물론 되는 대로 지껄인 것이 분명하지만.성연에게 당한 손건호는 정말 말로는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입술 끝을 올린 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게임 조종기를 내려놓은 성연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주방에 가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왔다.막 거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무진이 언뜻 보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주방에 가 요구르트 하나를 더 꺼내 왔다.TV 앞으로 걸어간 성연이 요구르트를 무진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잘하는 지 볼래요? 요구르트도 가져다주잖아요.”무진이 요구르트를 들어 올렸다.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요구르트는 아직 차가웠다. 손으로 잡으니 물방울도 맺혔다.아연실색한 손건호가 멍하니 성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 보스에게 요구르트를 주다니.’‘요구르트, 저거 어린애들이나 먹는 거잖아. 우리 보스가 저걸 마시겠어?‘아예 싫어할 걸?’성연의 손에 들린 요구르트는 곧 빈 병이 되었다. 그런데 무진이 여전히 들기만 한 채 꼼짝도 않자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요? 먹기 싫어요?”계속 말이 없자, 성연이
성연을 한 번 쳐다본 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그러지. 내일 내가 데리고 갈게.”내리 뜬 그의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이 서렸다 사라졌다.엠파이어 하우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무엇에 대해서도 강한 욕망을 내비치지 않았던 아이였다.그런데 유독 회사 얘기만 나오면 감정의 기복이 커졌다.성연이 어떤 목적을 띠고 회사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무진은 한눈에 파악했다.‘다만, 송성연의 목표는 강씨 집안의 뭐지?’무진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다음 날 오후,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회사로 갔다.옅은 파란색의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성연은 귀 양 옆으로 머리를 작게 말아 올린 후, 긴 머리를 등 뒤로 내리고 있었다. 크고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니 진짜 앙증맞아 보였다.성연이 생각하기에,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금여는 분명 회사에 있을 것이다.안금여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메스꺼움을 참고 일부로 순진해 보이게 단장했다.성연이 휠체어를 밀며 무진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회사 내에는 강무진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회사에 왔지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안금여의 사무실로 갔다.무진이 전화를 걸어 방문을 알린 후부터 안금여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성연을 본 안금여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다정하게 성연의 손을 잡은 채 소파로 이끌었다.“성연아, 무진이가 힘들게 하지는 않아? 무진이 집에서 지내는 건 익숙해졌고?”안금여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었다.이런 다정한 인사와 말투는 살아생전 외할머니의 말투와 똑같았다. 순식간에 코끝이 매워진 성연이 애써 눈물을 참아 내며 대답했다.“할머니, 저 잘 지내요. 잘 먹고 잘 자고요. 아무 문제없는 걸요.”“그럼 됐다. 만약 무진이가 못되게 굴면 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 이 할머니가 혼내 주마!”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도대체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무진이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을 학대하는 기벽은 없답니다, 할머니.’가볍게 콧방귀를 뀐
비서가 성연을 데리고 가장 아래층부터 안내하기 시작했다.그룹 건물의 매 층마다 별도의 티 룸과 화장실이 있었다.사내 직원 식당은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또 일부러 가까이 가서 보니, 주방에서는 거의 매주 다른 식단들을 준비했다.이게 끝이 아니었다. 건물 인테리어에 쓰인 자재들도 최상급이다.바닥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다.건물 로비는 2층까지 트여 있고 복도와 이어진 전면창으로 북성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건물 전체를 둘러본 성연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씨 집안 WS그룹의 규모와 그 호화로움에 감탄했다.매년 WS그룹에 들어오려고 그 많은 인턴들이 머리를 쥐어 싸매는 것도 당연했다.강씨 그룹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매우 높지만, 그만큼 직원 대우가 좋았다.그리고 들어오기만 하면 거의 철밥통이다.뒷짐을 진 채 비서의 곁에서 유유히 걸으며 그룹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모퉁이를 도는데 정면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성연이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넓은 건물 안에서 하필 딱 저 놈과 마주치냐? 정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정장 차림의 강진성은 막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손에 서류 한 부를 들고 있었다.성연을 발견한 강진성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여기에서 송성연을 만나다니, 재수없게.’강진성은 성연 옆에 서 있던 비서를 향해 화를 내며 질책했다.“회사 규정을 잊었습니까? 이 회사가 개나 소나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까?”성연이 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개와 소는 누굴 말하는 거예요?”순간 말문이 막힌 강진성이 깨달았다는 듯이 무거운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너는, 네가 정말 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라고 생각하는 거냐?”매번 성연을 난처하게 하려다가 도리어 제가 당하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이 계집애 이빨이 더 날카로워진 듯하다.회사는 송성연이 절대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오늘은 반드시 송성연 저 것에게 본때를
강진성은 결국 성연을 욕 보이는 데 실패하고 분기탱천해서 떠났다.안금여의 비서는 계속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안금여 측의 사람으로, 강씨 집안 전 회장이 있을 때 키운 사람이었다. 이후 줄곧 안금여 회장을 보좌해 왔기에, 자연히 둘째, 셋째 일가의 그 음흉한 속셈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러니 평소 회사에서 위세 떨기 좋아하던 강진성이 무참히 깨지는 장면에 속이 시원해지는 게 당연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도 무지 힘들었다.그녀는 이 어린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보통 사람이 아니야.’강진성을 만난 뒤, 성연은 단번에 회사 구경할 기분이 사라졌다.이따가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사람을 만날지 누가 알겠는가?큰집 본가를 제외한 강씨 집안 사람들은 마치 미친 개처럼 사람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물고 뜯으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성연은 한가하게 말다툼이나 할 시간이 없었다.“돌아가요.” 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작은 사모님, 구경 더 하지 않고요?” 비서의 물음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성연을 데리고 안금여의 사무실로 돌아왔다.안금여의 사무실에는 아주 큰 소파가 하나 있었다.마침 딱 성연이 바로 눕기 좋을 정도였다.소파에 기댄 성연이 비서에게 말했다.“여기서 나랑 같이 있을 필요 없어요. 가서 일 하세요. 난 신경 쓰지 말고요. 여기서 혼자 게임하면서 기다리면 돼요.”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세요. 제 사무실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말을 끝낸 비서가 곧장 나가며 친절하게 문을 닫아주었다.부드러운 소파에 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성연은 귀를 세워 문밖의 동정을 엿듣는 것도 잊지 않았다.비서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성연은 일어나 책상 뒤로 갔다.안금여의 컴퓨터 모니터가 아직 켜져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데스크톱으로 들어갔다.컴퓨터 시스템을 켜려고 키보드 몇 개를 눌렀다.그런데 암호가 설정되어 있어 비밀번호가 필요했다.입술을 오
안금여가 멍하니 무진을 보며 소리 내어 물었다.“왜?”이 회의는 무진이 요구해서 참석한 것이다.그런데 회의가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나간다고 하니, 혹시 몸이 안 좋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회의 중 퇴장 또한 무진이 처음으로 요구한 것이다.안금여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빛이 드리웠다.무진은 답이 없었다.오히려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던 강일헌이 웃으며 빈정거렸다.“사촌 형님이 회사를 다녀 보셨어야지 말이지요. 확실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요? 매번 와서 숫자나 채우고. 앞으로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강무진의 몸 상태로는 진작 강씨 그룹에서 배제됐어야 했다.‘걸핏하면 발광하는 미친 놈이 뭘 알겠어?’‘아니 할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매번 데리고 들어오시지?’‘진흙으로 담을 쌓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도대체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애쓸 만한 가치가 있느냔 말이지.’‘맞아, 큰집에도 이제 저 미치광이 병자 하나랑 할머니만 남았어.’‘미친 놈 간신히 아직 쓸 만 한 거야.’‘쯧쯧, 정말 불쌍해서.’두 눈을 부릅뜬 강운경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일헌을 정시한 채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했다.“너는 말이 많구나. 수완이 좋다면서, 어째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건 안 보여? 만약 네 할아버지가 아니면, 네가 여기에 앉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강일헌은 정말 자신이 가진 진짜 능력이 없는 놈이었다. 그야말로 회사에서 머리 수만 채우는 잉여인간인 것이다.평소에도 대충대충 일하기 일쑤다. 둘째 할아버지의 권위 때문에 회사 누구도 감히 화 내거나 말하지 못할 뿐이다.‘나쁜 짓도 수없이 했지.’‘이런 인간이 어떻게 무진에게 큰 소리치는지, 부끄럽지도 않은지.’‘저들도 알아야 해, 무진이…….’강운경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아직 충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당분간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강운경의 말에 한참동안 붉으락푸르락 하던 강일헌이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비꼬았다.“사촌 형님
채연 언니의 원래 이름은 유채연으로 집은 바로 옆 마을에 있었다.두 마을 사이에는 왕래가 아주 빈번했다.이리저리 오가는 중에 유채연도 성연과 성연의 사형들하고 익숙해졌다.유채연은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래함의 성격상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유씨 가문의 고택으로 갔다.이곳의 길은 좁아서 운전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연과 그래함은 걸어갔다.다행히 거리도 가까웠고 두 사람의 체력도 좋았다. 그래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다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한때 기세등등했던 유씨 가문의 고택은 이미 잡초가 무성했고, 이미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어 황량해 보였다.성연과 그래함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혹시 채연 언니가 이사를 갔나요?” 의문이 든 성연이 물었다.유채연에 대한 그래함의 마음이 그렇게 깊다는 걸 알았다면, 성연이 이쪽의 움직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모르겠어.” 눈앞의 정경을 보자, 그래함의 표정이 아련해지는 것 같았다.결과가 반드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이미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이곳의 모습을 보자, 그래함의 마음속에는 한바탕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래함의 표정을 본 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지금 사형은 이미 이곳에 도착했어.’‘하지만 여전히 채연 언니를 생각하고 있어.’‘두 사람의 당시 감정이 꽤 깊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다만 나중에는 정말 유감스럽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던 성연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생각이 번쩍였다.“사형, 우리 이 마을의 이장님한테 가 봐요. 이장님은 채연 언니의 소식을 알 거예요.”“맞아.” 그래함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빨리 가 보자.” 그래함의 발걸음은 바빴다.그 뒤를 따르던 성연은 그래함의 절박한 모습을 보자 자기도
무진은 원래 성연과 함께 가려고 했다.그러나 안금여가 가로막고 나섰다.[성연이는 너무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사형이 함께 있는데, 네가 끼어서 무슨 구경을 하겠다는 거야? 그럴 시간이 있으면 빨리 결혼 준비를 해.]무진은 그야말로 꿈속에서도 성연을 아내로 맞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그러니 당연히 결혼식의 일부터 준비해야 했다.무진이 안금여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성연은 옆에서 듣고 있었다.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결혼도 조만간의 일이야.’성연도 이번 결혼식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옆에 있으면서 반박하지 않고 묵인함으로써 동의한 셈이다.성연이 들었다는 걸 아는 무진이 다가가서 볼에 뽀뽀를 했다.“그럼 너 혼자 가. 안전에 주의하고. 나는 집에서 기다릴게.”“알았어요.” 성연은 부끄러워하며 무진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성연도 자신이 그렇게 일찍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무진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자신도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성연과 그래함이 시골로 가는 날, 무진은 여전히 집에서 성연의 물건을 정리해주었다.무진의 손에 든 가방을 받은 성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안에... 뭐예요?”“세면용품에 옷도 몇 벌 있고 외투도 있어. 저쪽은 모두 산간 지역이니까 추울 수도 있어. 만약 무슨 의외의 사고가 생겨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걸로 우선 아쉬운 대로 참아.” 무진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그러나 지금 자신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앞에 있는 물건들을 본 성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우리는 잠깐 갈 뿐인데 어디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해요? 그쪽에서 살 수 있어요.”“네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을까 걱정돼.” 무진은 가방을 성연의 손에 밀어 넣었다.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성연은 가방을 건네받았다.“그래요, 알았어요.”무진은 줄곧 아주 주도면밀하게 고려했다. 지금 성연과 동반할 수 없게 되자, 잘 보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던 성연이 뭔가를 떠올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여전히 채연 언니를 잊지 않았어요? 어쩐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사형이 여자 친구 이야기도 하지 않더라니.”그래함은 속내를 들킨 듯이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잠시 후에 성연이 비로소 말했다.“사형의 생각을 알겠어요. 괜찮아요.”“이틀만 있다가 가자.” 그래함의 심정은 사실 좀 불안했다.자신이 한결같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결국 돌아가서 한 번 보려던 것이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그래요.” 성연이 대답했다.모처럼 그래함이 국내에 왔는데, 이 작은 소원을 성연이 어떻게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리고 성연도 오랫동안 할머니를 보러 가지 않았기에 할머니를 뵈러 가야 했다.‘할머니는 나를 기대하시면서 잘 지내셨을 거야.’‘이제는 할머니에게 나는 확실히 잘 지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별장에서 돌아간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알려주었다.“시골 마을로 돌아간다고? 왜 갑자기 시골에 갈 생각을 했어?” 무진은 여전히 호텔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을 했다.‘지금은 정말 안전하지 않아.’‘시골 마을에 가면 불안정한 요소가 많아.’“그래요, 사형이 부탁한 건데 어쨌든 같이 가 봐야죠.” 성연은 이런 일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좀 보자, 성연아. 네가 시골 마을에 있을 때 그래함도 너하고 함께 살았어?”무진이 물었다.‘알고 보니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구나.’‘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이 일을 알게 된 거야.’성연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원래 당시 성연이 스승님 밑에서 배우고 있을 때 그래함도 있었다.스승님은 그래함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함으로써 해외 유학을 하고 사업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다만, 지금은 제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만, 스
무진이 며칠 동안 조사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매일 자신이 직접 이 일의 진척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성연도 서한기에게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결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는 않겠어.’지금은 누구라도 성연에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다.성연이 만약 계속 이렇게 있다면, 아마 그 사람들은 성연이 만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성연에게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만약 이번에 이로 인해서 정말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성연은 필연적으로 그 일당을 잡아내고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앞서 무진이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성연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성연이 이 일에 관여해야 했다.이 일을 수하에게 맡긴 뒤, 성연은 수시로 그래함과 함께 북성을 돌아다녔다.이제 그래함의 몸은 많이 좋아졌다.호텔에 있으면 또 비슷한 일이 생길까 봐 무진이 그래함에게 한적한 별장을 준비했다.그리고 하인 두 명을 뽑아서 보냈다.모두 우리 편이기에 마음 놓고 사람을 쓸 수 있었다.“사형, 아니면 사형이 국내로 돌아오세요. 여기는 사람도 많아서 우리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사형 혼자 외국에서 외톨이로 지내면서 고독하게 명절을 보내잖아요.” 성연은 그래함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그래함이 가까스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에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성연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도 한마디 더 하자면성연도 사형들을 가족으로 여긴다는 것이다.“됐어, 나도 요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익숙해졌어. 적응하지 못할 것도 없으니까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마.” 그래함은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 동작은 다른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사랑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사형, 잘 생각해보세요.” 성연은 애교를 부렸다.“그래, 생각해 볼게. 넌 지금 강무진이 좋지 않아? 나보고 너희 훼방꾼이 되라는 거야?”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
그래함은 모든 일의 과정을 자세히 돌이켜보았다.풀리지 않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었다“나는 방금 이곳에 왔고 다른 사람과 원한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거지?”‘일부러 내 방으로 물건을 보낸 건 분명히 나를 해치려는 거야.’그래함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에게 미움을 샀다면, 나는 방금 북성에 왔기에 불가능한 일이야.’성연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생각했다.그래함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 성연이 바로 말했다.“그자가 나를 목표로 했을 거예요. 독을 쓴 대상이 아마도 나였을 거예요. 다만 그때 내가 먹을 수 없었지요.”‘그때 성연이 정말 음식을 다 먹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어.’‘지금 그래함이 성연을 대신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무진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지금 결국 누군가가 성연에게 독수를 썼어.’바로 옆을 보고 말했다.“손 비서, 사람을 보내서 그 대체되었다는 종업원을 추적해!”“예.”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갔다.그래함의 마음속에는 더욱 많은 의문이 들었다.“성연이는 줄곧 선량했고 또 의술을 익혀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도와주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악랄한 인간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겠어?”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다 큰 남자인 나도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었는데, 여린 소녀인 성연은 더 말할 것도 없어.’무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성연이 상처를 받은 것은 십중팔구 모두 나 때문이야.’‘만약 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성연이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겪지는 않았을 거야.’‘성연을 잘 보호해야 했어.’무진이 자신 때문이라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옆에 있던 성연이 바로 말했다.“사형, 이 일은 얘기하자면 길어요. 다음에 다시 사형에게 얘기해 줄게요. 때로는 사형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도 귀찮은 일이 찾아오는 법이지요.”성연은 이런 것들이 모두 무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모두 나쁜 마음을 품은 그 인간들이 소란을 피웠을 뿐이야.’“네 말도 맞지만, 이런 일은
집에 돌아온 성연은 약재를 가지고 황급히 해독약을 조제했다.다 만든 뒤에 바로 그래함에게 보냈다.“사형, 이건 해독환이에요. 빨리 먹어요.”그래함이 바로 해독환을 먹자 작용도 빨랐다. 그래함의 배는 곧 아프지 않게 되었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괜찮아요? 사형?” 성연은 시종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그래함이 위로하며 말했다.“네 약이 아주 효과가 있네.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어.”“그럼 됐어요.” 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서, 오는 도중에 성연의 마음은 시종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안 생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야.’이때 무진도 병원에 도착해서 그래함에게 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원래의 종업원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었을 겁니다. 제가 지배인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대신한 사람에 관해서도 어떤 소식도 찾을 수 없었다.누가 자신의 눈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생각하니 무진은 정말 화가 났다.“강 대표님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그래함도 이런 일은 성연과 무진이 바라던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닙니다. 총재님의 몸은 좀 어떻습니까?” 무진도 걱정이 되었다.그래함은 성연에게 있어서 당연히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성연이가 방금 약을 가져와서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 대표님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래함의 손에는 아직 링거가 꼽혀 있었다.병원의 약효는 성연 자신이 배합한 약보다 못했다.효과도 느렸다.성연의 약이 있어서 그래함의 몸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제가 배후에 있는 자를 잡아낼 테니, 그 점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만약 이런 작은 일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래함 그들도 틀림없이 내가 성연이를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야.’“저는 걱정하지
성연이 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서 그래함을 긴급히 병원으로 호송했다.그리고 남아서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수집한 성연은 무진에게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다.무진은 서류들을 다 처리하고 마침 호텔 방향으로 달려오던 중이었다.‘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무진이 운전기사에게 다급하게 지시했다.“빨리 가자!”조수석에 앉아 있던 손건호도 무진의 초조한 말투를 듣고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그래함에게 사고가 생겼어. 서둘러.” 무진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손건호도 그래함 이 사람의 중요성을 알기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표정이 굳어졌다.곧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성연이 뛰어나와서 무진에게 말했다.“음식에 독이 있었어요. 무진 씨가 여기를 조사해 보세요. 난 돌아가서 물건을 좀 가져올게요.”급하게 나온 성연은 몸에 다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방금 그래함에게 은침을 놓아서 독소의 확산을 어느 정도는 억제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독은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서 반드시 성연이 돌아가서 조제해야 했다.병원이라고 반드시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무진은 성연이 무엇을 하러 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건호와 함께 들어갔다.호텔의 지배인이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기서 큰 인물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말에 지배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그는 정말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지배인 앞으로 다가간 무진이 바로 노여워하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신네 호텔 음식에 누가 독을 넣었어요?”지배인은 정말 억울했다.무진의 앞에 선 채 땀도 감히 닦지 못했다.“강 대표님, 저희 음식은 모두 겹겹이 점검해서 깨끗하지 못하거나 누가 독을 넣는 상황은 생길 수 없습니다.”“손 비서, 가서 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지시했다.손건호는 무진의 말 뜻을 알아차렸다.바로 그래함의 방으로 가서 그 음식들을 모두 가져왔다.그리고 검사를 담당하는 의사도 왔다. 음
성연은 잠시 눈썹을 찌푸렸지만 물을 좀 마시자 많이 좋아졌다.가슴에서 솟구치던 메스꺼움도 이렇게 내려갔다.그러나 앞에 있는 음식에는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그래서 성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그래함이 휴지를 주면서 말했다.“괜찮아. 불편하면 억지로 먹지 마. 나 혼자 먹으면 돼.”“그래요, 옆에서 과일이나 좀 먹으면서 기다릴게요.” 성연도 자신이 왜 이런지 의아했다.이전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곧 개의치 않았다. 이런 불편한 느낌은 포도를 먹자 많이 완화되었다.그래함은 혼자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아주 깔끔하게 먹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성연은 정말 아쉬워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내 주변의 사형들은 모두 최고의 남자들이야.’‘내게 절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최고인 사형들을 다른 여자들이 채 가는 걸 걱정하지 않았을 거야.’성연은 아쉬운 표정이었다.그래도 다행히 성연이 주문한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식량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 그래함은 앞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깨끗하게 먹었다.성연이 때맞춰서 그래함에게 물 한 잔을 꺼냈다.“사형, 물 드세요.”그래함이 물컵을 받으며 말했다.“너는 정말 철이 들었어”성연은 다소 불복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당연하지요. 나는 지금 성인인데요, 그렇죠? 사형들은 나를 어린애로 보지 말아요.”“너 근데 애잖아?”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다.그래함의 눈에 성연은 줄곧 자신이 보살펴야 할 여동생이었다.“나야말로 아니거든요. 난 결혼도 할 건데요.” 성연이 불만스럽게 반박했다.그래함이 감탄하면서 말했다.“맞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빨리 사형을 받아줄 사람을 찾아요. 혼자는 외롭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래함이 막 대답하려고 하는데 배에서 따끔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이 통증은 너무 심해서 그래함처럼 인내심이 좋은 사람조차 허리를 굽힐 정도로 아팠다.심
무진은 그래함에게 로얄 스위트룸을 마련해 주었다.안에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고 그래함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었다.그래함과 밥을 먹은 후, 무진은 아직 처리해야 할 급한 서류가 남아 있었다.성연을 남겨두고서 회사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무릎 위에 땅콩 한 봉지를 놓고 먹으면서 아주 쾌적한 모습이었다.그리고 그래함의 앞에는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강무진을 선택했어?”“사형,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또 물어봐요?” 성연은 그래함이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고 느꼈다.“난 잘 모르겠어. 네 마음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래함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장난도 심한 데다가 애교도 잘 부려서, 거의 아무도 굴복시킬 수 없었지.’‘엄격한 고학중 사부님조차도 성연이를 대하면서 총애할 수밖에 없었어.’‘성연이가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인연이 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잖아요.” 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돼.” 그래함은 담소하면서 성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사실 성연 자신도 무진과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잘 몰랐다.애초에 두 사람이 상대방에게 접근했을 때 목적은 모두 단순하지 않았다.나중에 두 사람이 서로 보살피고 고백하면서 성연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성연은 이렇게 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이다.무진만 성연을 원하면서 인내심 있게 성연이 깨닫기를 기다렸을 뿐이다.무진의 성연에 대한 이 인내심만으로도 성연은 완전히 마음이 기울었다.“사형, 정말로, 감정 이런 일은 인연에 달려 있어요.” 성연은 자신의 생각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느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함의 시선은 어딘가 아련해 보였다.마치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것 같았다.성연이 말한 인연이 있는 그곳...“그 얘기는 그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