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한 무진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었다. 그리고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서 목욕가운으로 갈아입었다.문을 열고 들어오며 고개를 들던 성연이 앞을 쳐다본 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멈춰 섰다.무척 키가 큰 무진의 이목구비는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검은색 목욕가운과 대비를 이루며 하얀 피부가 더욱 두드러졌다.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다비드 상 같았다.선명하게 갈라진 복근이 가운 아래에서 슬쩍 보였다.하늘이 오직 강무진만 편애한 듯하다.넓은 어깨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역삼각형의 몸은 섹시함의 극치를 달린다.다른 것은 차치하고, 이 남자의 외모와 몸매는 정말 최고였다. 사람을 마구 홀린다.이 모습을 평범한 사람이 보았다면 분명 버티지 못할 것이다.절제력이 뛰어나다 자부하는 성연조차 하마터면 마음을 뺏길 뻔했으니까.힘껏 자신의 볼을 두드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 멍청하게 굴면 안된다고 재차 자신을 다그쳤다. “와서 누우세요.” 성연이 침대 위를 톡톡 두드렸다.무진은 성연의 말을 좇아 침대에 누웠다.숨을 죽인 채 은침을 꺼낸 성연이 손을 내밀어 무진의 가운을 걷어 올렸다.먼저 무진의 상처 부위를 확인한 다음, 침을 놓을 위치를 판단할 것이다.어느덧 목욕가운이 허벅지까지 걷어 올라갔지만, 무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모습이다.그런데 오히려 성연이 왠지 볼이 뜨끈뜨끈해지더니, 귀 뒤편에도 열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가벼운 헛기침 소리와 함께 잡념을 떨친 성연이 무진의 다리를 세세하게 훑었다.무진의 신체 비율은 원래부터 좋았다. 고르게 근육이 잡힌 두 다리가 곧고 길게 뻗어 있었다. 하지만 무릎 부위의 상처가 선명했다.심하게 다쳤던 것 같은 상처는 아주 오래되었다.완벽한 미옥에 흠집이 난 것 같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무진 또한 줄곧 성연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성연이 어떻게 다쳤는지 등 자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했다.‘결국 이 아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않는 성연이다.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말이다.강무진처럼 겨우 몇 번 본 사람 때문에 이처럼 노심초사하기는 처음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강씨 집안에서 지내야 한다. 바로 그 점을 고려해서 친절한 마음으로 강무진을 돕기로 한 것이다.불쑥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무진은 절대 휠체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또 저런 모습이어서도 안 된다는…….여기까지 생각한 성연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나가서 무진을 불렀다.무진이 어제처럼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깨끗이 씻고 나와 보니, 성연은 이미 잠들어 있다.물기에 젖어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닦던 무진이 아무 생각 없이 잠든 성연을 쳐다보았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침대에 머리를 묻고 잠든 성연의 긴 머리카락이 등뒤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오목조목 그린 듯이 어여쁜 얼굴이 보였다.무척이나 섬세한 피부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모공이 보이질 않는다.헐렁한 잠옷 깃이 살짝 벌어지며 그 사이로 선명한 쇄골선이 보였다. 뛰어난 발육 상태를 자랑하는 작고 깜찍한 몸매는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와야 할 곳은 확실하게 나와 있었다. 자라야 할 곳은 이미 완벽하게 자란 상태인 셈이다.무진은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반응하진 않았다. 다만 눈길이 갈 만큼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성연의 곁에 누운 무진은 그날 밤도 예외 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다.아침.성연이 깨어날 때면 매번 무진은 벌써 일어나 보이지 않았다.강무진은 무섭도록 자기 절제가 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듯하다.하품을 하고 일어난 성연이 커튼을 열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차분한 색조의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어두운 분위기는 싫었다.여기에 오래 있으면, 좀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햇빛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것을 본 성연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손뼉을 쳤다.욕실에 가서 세수하고 교복을 입은 성연이 책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성연의 책가방은 늘 가볍다. 선생님이 책을 집에 가져가
한 번 쳐다본 후, 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떠먹었다. 마치 식탁 위의 죽이 수표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그다지 가슴이 뛰지도 않는다는 듯이.성연이 웃었다.“100억, 음, 내가 겨우 100억 가치란 거예요?”곁에 서 있던 손건호가 곁눈질로 성연을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100억, 다른 사람 같으면 엄청나다고 여길 텐데, 역시 이 분은 눈에 차지도 않으신가 보군.’이점 역시 순박한 시골 사람의 기운과는 다른 듯하다.그런데, 손건호를 더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한쪽편에 앉은 강무진이 성연의 소감에 동의한 것이다.“그러게. 100억은 확실히 좀 싸군. 아무리 해도 1000억은 돼야 할 텐데 말이야. 하지만 송종철은 이 액수에 맞지. 100억은 너에 대한 가치가 아닐 거야…….”강무진의 눈에, 사실 이 녀석이 보여주는 것들은 가치를 따질 수가 없었다.‘이 말은 듣기 좋네. 마음에 들어.’성연이 뻗쳐 일어난 성질을 잠시 가다듬었다.입가를 닦은 성연이 그릇 안의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식탁 위의 수표를 집어 가방에 넣고 지퍼를 채운 뒤에 가방을 툭툭 쳤다.“송종철은 1000원도 받을 자격 없어요.”성연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송종철이 그녀에게 쓴 시간과 에너지는 겨우 한 손으로 세고도 남았다.기억을 하는 순간부터 성연은 줄곧 외할머니와 살았다.만약 가끔씩 찾아와서 위선적으로 굴지 않았더라면, 저런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성연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가뿐하게 100억을 번 성연은 기분 좋게 학교로 갔다.힘 하나 들이지 않고 100억 번 걸 기념하는 축하 파티를 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점심 시간에 서한기를 불러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야지.’성연이 학교에 가고 난 뒤, 망설이던 손건호가 한 마디 했다.“보스, 사모님께 너무 잘해 주시는 건 아닌지…….”이건 잘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성연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정도의 방임에 가까웠다.“우리는
무진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둘째 할아버님 일가와 셋째 할아버님 일가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은 사실 오래전부터 본가에 눌려 지내는 내내 빈번하게 있어 왔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된 건가?‘하지만, 그럼 또 어찌 될까? 저들을 핑계로 판을 한 번 뒤집어 봐?’‘우습군.’저들 눈에 강무진은 겨우 조광증이나 앓고 있는 쓰레기였다.강무진이야말로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진짜 주인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무진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이 일, 회장님께 보고했나?”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무진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님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이 일을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겠군.”“보스, 당신의 능력은 이미 회장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선 먼저 주주들을 다독이실 겁니다.” 손건호의 어조에는 일말의 감탄이 묻어났다.강무진의 능력은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바이다.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숨겨왔을 뿐이다.대답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점점 깊어져 갔다.송씨 집안.송종철과 임수정은 침대에 누워 엎치락뒤치락하며 밤새도록 편히 자지 못했다.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던 딸이 경찰에 구류 중이었고, 임씨 집안에서는 합의를 해주지 않아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쫓아다닌 며칠이다.현재 세력도 인맥도 없는 송씨 집안으로서는 도움을 청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송종철은 죽기 살기로 악착같이 일해서 오늘날에 이른 사람이었다.그러나 겨우 상층부 한 귀퉁이에 비집고 들어섰을 뿐, 그 중심부의 집안에서는 송씨를 안중에도 두지 않을 터였다.하물며 이번에 건드린 게 임씨 집안의 아들이다.임씨 집안은 북성에서 이름난 상류층 가문이고.그러니 누가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송종철을 보고 임씨 집안에 미움 살 짓을 하겠는가?임수정은 잠이 오지 않자 아예 일어나 물 한 잔을 들고 침대 옆을 서성거렸다.가뜩이나 마음이 답답하던 송종철은 임수정의 발소리에 결국 참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송종철은 바로 강씨 집안의 WS그룹으로 달려갔다.“실례지만, 어디를 찾으십니까?” 프런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송종철에게 물었다.“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건물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모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낀 송종철이 불안한 듯 두 손을 비벼댔다.“예약은 하셨습니까?” 프론트 데스크의 안내원이 다시 물었다.송종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오. 하지만 회장님에게 송종철이라고 하면 바로 만나 주실 겁니다.”“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위층의 사무실로 전화를 건 안내원이 상황을 보고했다.송종철이 찾아왔다는 보고를 들은 안금여가 바로 올라오게 했다.“왼쪽으로 가셔서 엘리베이터를 타십시오, 회장실은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프런트의 안내원이 팔을 내밀며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맨 위층으로 올라와 비서실을 거친 송종철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후, 손을 들어 노크했다.“들어와요.” 안에서 안금여의 음성이 들렸다.송종철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니, 과연 강씨 집안다웠다. 이 사무실 안에 진열된 골동품만해도 어림잡아 수십억 원일 터였다.모두 둘러본 후 눈길을 거둔 송종철이 안금여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애초에 우리 성연일 보낼 때, 약속하셨잖습니까?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로요.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줄곧 인기척이 없어서 찾아왔습니다…….”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송종철은 민감한 단어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돈을 받으러 왔다는 말을 들은 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지참금은 내가 주었습니다. 내 손자에게 있으니, 조만간 넘겨주겠지요. 좀 기다리시죠.”‘송성연, 참 불쌍하기도 하지. 그처럼 착한 아이에게 이런 탐욕스러운 아비가 있다니.’‘돈 때문에 아이를 팔아 넘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송종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어째서 그 미치광이가 가져갔지? 만약 자신이 가서 달라고 하면 돌려줄까?’‘내가 갔
안금여는 관여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해서, 성연이가 부탁한다면 어쩌면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한 딸은 치켜세우고, 또 한 딸은 패대기치는 송종철의 말에 정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똑같은 딸인데 어찌 이리 차별하는 게야.’하지만 송종철이 성연에게 잘했다면 강씨 집안으로 시집보내지도 않았을 터.소위 명문 세가의 영애들은 강씨 집안을 무슨 독처럼 피한다는 걸 안다.‘성연이를 귀하게 여기는 자신이 어찌 그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겠나?’안금여는 그저 접대성 대답만 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충 알겠습니다. 나중에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지요. 만약 성연이의 잘못이라면 반드시 잘 훈계하겠습니다. 이렇게 버릇이 없으면 안되지요.”이어 말머리를 돌렸다.“사돈, 잠시 뒤에 회의가 있어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편하게 있다 가세요.”할 말을 마친 안금여가 바로 일어나 나갔다.송종철 역시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무척 바쁘신 분인데, 볼 일 보셔야죠.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안금여가 나갔으니 그 역시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안금여는 명명백백히 그에게 축객령을 내린 것이다.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대단한 귀중품들이다. ‘‘만약 잃어버리거나 깨기라도 한다면…….’ 송종철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송종철은 그저 씩씩거리며 나갈 수밖에 없었다.강씨 집안의 WS그룹을 나오는 송종철의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돈도 받지 못하고, 아연이도 유치장에서 꺼내지 못했다.이제 안금여도 늙어 노망이 들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여전히 늙은 여우였다. 하나도 제대로 얻어낸 것이 없었다.‘사람 하나 풀어주는 건데, 간단하지 않아? 늙은 할망구 말 한마디면 될 것을.’그런데 방금 안금여는 분명 일부러 얼버무리는 태도였다. 송종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었다.임수정은 하루 종일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남편 송종철로부터의 희소식을 기다렸다.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종철이 돌아왔다.
임수정이 따졌다.“그럼, 우리 딸은 어떡해?”‘아연일 계속 경찰서에서 고생시킬 순 없잖아?’송종철이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내가 다시 임씨 집안과 얘기해 볼게…….”송종철이 안금여를 찾아간 일에 대해, 성연은 전혀 몰랐다.어제는 속이 좋지 않아 서한기와 샤브샤브를 먹기로 한 걸 오늘로 미루었다.점심에 서한기와 학교 밖의 음식점 룸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다.옆에서 서한기가 열심히 고기를 데쳐 성연에게 주며 물었다.“보스, 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어떻게 됐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네요. 서두르지 않다가 저쪽에서 개발이라도 할까 걱정입니다”먹느라 입술이 빨갛고 이마엔 온통 땀범벅이 될 정도였지만, 성연은 즐거웠다.얼큰하고 매운 게 아주 자극적이다.서한기의 말을 들은 성연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뒤,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럼 먼저 비밀번호부터 풀어야지. 비번은 못 풀어. 결국 땅 속에 매장된 거액의 보물을 손 안에 넣은 꼴이지.”자신이 디자인한 것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성연이었다.그녀의 물건을 가지려 한다면,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서한기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 이제 움직여야지.”‘결국 드넓은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지. 진짜 해독할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터. 그때는 이미 늦는다.’여기까지 생각한 서한기는 젓가락을 재빠르게 놀리는 성연을 원망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보스, 잠만 자서는 안 됩니다! 본업에 집중 하셔야죠!”성연이 서한기를 흘깃 보았다.“네 말 대로, 학생의 본업은 잠을 자는 거야.”‘학교에서 잠을 안 자면 소금에 절인 생선이랑 마찬가진데?’게다가 수업 내용들은 성연이 이미 다 아는 것들이었다.매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제 뇌에 마비가 올 것 같다.‘잠을 좀 자면서 자신을 위로하면 안되나?’듣고 있던 서한기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학생의 본분은 학교에 다니는 것 아니
송씨 집안의 일은 무진에게 맡기는 게 확실히 더 타당할 터.그에 대해 안금여 또한 이견이 없었다.원래 오늘 방문한 것도 무진이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그렇게 차를 한 잔을 나눈 뒤, 안금여가 돌아갔다.바쁜 가운데 잠시 짬을 낸 집사가 거실에 앉아 있는 무진에게 다가왔다.“도련님, 저녁에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무진의 입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었지만, 집사는 매번 조리법을 바꾸어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을 만들어 주려 했다.매번 물어본 후에야 주방에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게 하고, 또 몸을 보양하는 음식을 만들게 했다.무진이 바로 대답했다.“샤브샤브.”‘샤브샤브?’집사는 의아했다.‘도련님이 한 번도 드셔 본 적이 없는 것인데?’또 나이가 들어 귀가 약해진 게 아닌가 의심했다.메뉴를 말한 무진은 집사가 여전히 제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또 뭔가?”“아닙니다, 도련님.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샤브샤브’, 맞으십니까?” 무진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특히 ‘샤브샤브'를 강조하며 물었다.“응.” 무진이 조용히 대답했다.왠지 언짢은 듯한 기운을 느낀 집사가 잠시도 지체 않고 얼른 주방으로 달려 갔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성연은 식탁에 올려진 샤브샤브 용 화로를 보고 눈썹이 찌푸려졌다.“오늘 저녁, 이거 먹어요?”화로 옆에 앉아 있는 무진은 블랙 셔츠 차림이었다.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인간계의 화식은 먹지 않는 듯, 김이 무럭무럭 나는 샤브샤브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잘 먹는다고 해서.”무진의 대답에 성연이 벙 쪘다. 잠시 후,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누구한테 들은 거예요? 이런 엉터리 정보라니. 가끔 한 번씩 먹으면 몰라도, 두 끼 연달아 먹으면 누가 견디겠어요?”점심에 서한기와 먹었던 것도 아직 소화가 안되어 위가 불편한 느낌이었다.그런데 의외로 무진이 성연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식기를 세팅하게 했다.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