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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화를 낸 지도 오래 되었답니다

저 멀리서 송종철이 분노에 차서 내지르는 고함이 들려왔다.

조롱의 기운이 담긴 냉소를 지으며 몸을 돌린 성연이 강씨 집안의 차가 세워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엠파이어 하우스.

무진은 학교에서의 소동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집에 돌아온 성연에게 먼저 꺼내지 않았다.

성연이 먼저 말해 주기를 기다릴 셈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소소한 일 정도는 성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무진이 나설 필요도 없이.

뭐든 자신이 직접 하는 걸 좋아하지, 남에게 의지하는 걸 싫어하는 성연이다.

창백한 얼굴의 진우현이 성연이 수업 마칠 때를 맞춰 찾아왔다. 죽상을 하고서 성연에게 약을 부탁했다.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설사 약을 좀 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처음 설사를 할 시작했을 때에는 참을 수 있는 듯했으나 점점 뒤로 갈수록 더 심해졌다. 약국에서 처방을 받은 여러 약들을 먹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설사 증세가 심해질까 봐 다른 것들은 아예 먹지도 못했다.

성연이 자신에게 준 게 어떤 건지 누가 알겠는가?

성연이 눈을 깜빡깜빡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배탈이 난 거 아니에요? 위장이 안 좋은가 봐요. 관상을 보니 신장이 좀 약한 것 같은데, 평소에 밤샘도 많이 하지요? 생활을 균형 있게 잘 하셔야겠어요.”

화가 나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우현이 한쪽에 서 있었다.

성연이 약을 주기만 한다면 몇 마디 더 듣는 것쯤 참을 수 있었다.

“집사 아저씨, 이 처방대로 약재를 꺼내어 진 선생님께 약을 달여드리세요.”

말하는 사이, 성연은 이미 약방문을 써서 집사에게 건넸다.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저녁 식사 후, 다 달여진 약을 집사가 받쳐 들고 왔다.

시커먼 약은 보기만 해도 무진장 쓸 것 같았다.

설사로 인한 공포가 더 컸던 우현은 마지못해 눈 딱 감고 약을 마셨다.

쓰고 떫은 맛이 혀를 자극하자 우현의 얼굴이 말도 아니게 찡그려졌다.

여러 잔을 물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입안의 쓴 맛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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