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1368 챕터

제261화 이 못난 놈

이해득실을 따져보니 진미선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시골에 있을 때 성연에게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했다.생각해 보면, 성연은 얼굴이 예쁜 편이다. 아마도 얄팍한 강씨 집안 도련님은 성연의 얼굴만 보고 좋아 하는 것은 아닐까?예전에 성연을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할 때는 언젠가 성연에게 기대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당신 그런 불편한 얼굴 하지 마. 저렇게 대단한 사위가 생겼는데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을 해야지?” 왕대관은 진미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말이야 쉽죠. 그렇게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진미선의 말투가 좀 삐딱하다.“천천히 해. 어차피 당신의 딸이잖아. 조급해 하지 말고. 강씨 집안의 그 많은 돈을 우리도 좀 챙기자고.”진미선의 손을 어루만지는 왕대관의 마음에 욕망이 자라기 시작했다.진미선은 아주 젊었을 때 아이를 낳고 지금은 잘 회복되어 아이를 낳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손을 더듬던 왕대관은 갑자기 몸이 동하며 흥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 진미선이 왕대관의 목을 껴안았다.두 사람이 막 키스하려고 할 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세게 열렸다.그리고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밥도 안 차리고 뭐하는 게야. 나를 굶겨 죽이려는 거냐? 시커먼 마음으로 우리 집안에 들어온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 구나?”들어온 사람은 바로 왕대관의 어머니였다.진미선과 왕대관 둘다 표정이 구겨졌다.막 아내와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들어오니 들끓던 흥분이 싹 사라져버렸다.“어머니, 뭐 하십니까?” 자연 왕대관에게서 차가운 음성이 나왔다.자기 아들의 말투가 좋지 않자 왕대관 어머니는 또 다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아이고, 여자가 바로 화근이야. 봐봐, 아들마저 엄마를 몰라보게 만드는구나!”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혼자 힘들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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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저녁에 성연은 고택에 가서 안금여와 함께 식사를 했다.무진이 오후에 성연을 데리러 온 것도 안금여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식탁에 앉아 식탁에서 준비된 것의 절반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인 것을 보면서 성연은 마음속으로 약간 감동했다.“할머니, 왜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으셨어요?”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내 걱정 하지 말거라. 오랜만에 편하게 맘껏 먹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이 말은 정말 성연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코가 찡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러나 억지로 참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할머니, 감사합니다.”안금여는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담았다.“우리 성연이, 빨리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다 식을 거야.”성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먹으면서 안금여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할머니, 이거 안에 단백질이 많아요. 몸에 좋아요. 그리고 이것도요. 몸을 건강하게 해줘요. 평소에도 많이 드셔야 해요.”안금여는 눈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그래, 날 챙기지 말고 너나 어서 먹어. 내가 알아서 먹으마.”어린 손녀며느리가 이렇게 시중을 드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예전 운경과 무진이 어렸을 때는 이처럼 친밀하지는 않았었다. 늘 각자 다른 일을 했지. 효성스러운 아이들이었지만 크고 나서는 또 각자 할 일도 많아지며 성연처럼 계속 자신의 곁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성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온 후, 이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어 강씨 집안이 더 이상 이렇게 의기소침하지 않게 했다.“할머니도 드세요.” 성연도 미소지으며 안금여에게 국 한 그릇을 떠 주었다.안금여는 성연이 너무 말랐다고 생각하며 성연에게 많이 먹으라고 재촉했다. 마지막까지 식탁의 음식은 모두 성연에 의해 절반이 없어졌다.성연은 정말 너무 배불렀다.안금여는 성연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성연은 안금여와 팔짱을 끼고 화원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강씨 집안의 꽃밭에는 희귀한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이때 오솔길을 걸으면 꽃밭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꽃향기를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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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그래도 예뻐 죽겠네

밤.성연은 안금여에게 침을 놓아준 후 마사지를 시작하려고 했다.안금여의 병세는 강무진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머무르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여 분이면 충분했다.침을 뽑은 후 성연은 안금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성연의 방법은 안금여에게 근육과 뼈를 풀어주는 동시에 운동 효과도 있었다.안금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었다. 아주 느긋한 모습이다.성연이 안금여 몸 이곳 저곳을 바꾸어 가며 주물렀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운경은 성연이 하는 동작 또한 자신들이 안금여의 몸을 풀어줄 때 하던 동작과 동일하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한 후, 그 효과는 성연이 한 것만큼 좋지 않았다.왜 그럴까?운경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성연아, 너의 침술과 마사지는 전문적으로 배운 거니?”운경은 성연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신비로워서 이런 실력은 시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진작부터 묻고 싶었다.“예전에 우리 외할머니 다리가 좋지 않으실 때 마침 이쪽의 지식을 알고 계셔서 할머니께 좀 배웠습니다.”성연은 그냥 생각대로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는다.성연의 친아버지와 계모가 모두 권세나 재물에 빌붙는 인간이라 성연에게 무엇을 잘 가르칠 수 있겠는가.“우리 성연이는 똑똑해서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구나.” 안금여가 옆에서 칭찬했다.‘조금만 배워도 이렇게 잘하는 걸 보니 이 아이 매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어.’‘성연이 외할머니가 알던 걸 다시 가르쳐 준거라면 이상할 게 없지.’“할머니 과찬이세요. 저는 외할머니에게서 겨우 몇 가지만 배운 걸요.”성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외할머니를 언급하자 얼굴색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이 의술은 외할머니께 배운 것이 아니다.그래도 외할머니 덕분에 그런 계기가 생겼다.외할머니는 여전히 성연의 마음속에 자리한 유일한 보물이다.안금여와 운경은 지금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성연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일 터.안금여가 화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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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왜 딸을 데리고 함께 가지 않았나요

다음날 아침, 성연이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미선이 강씨 집안 고택으로 찾아왔다.‘송성연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안금여도 거절하지 않고 사람을 들여보내라고 했다.진미선의 손에는 적지 않은 선물이 들려 있었는데 모두 수입한 보양식이었다.이번에 안금여를 만나기 위해 적지 않은 밑천을 들였다.진미선이 도착했을 때 안금여는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현재 회사는 무진이 다 맡아 관리하고 있고 안금여는 명목상의 회장이었다. 회사에 거의 가지 않고 집에 남아 몸의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물론 안금여는 회사에 나가려 했지만 운경과 무진이 막았다.여의치 않은 몸으로 다니는 것은 위험했고 건강이 우선이였다.아직 병세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 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안금여에게 손을 댈까 봐 걱정된 것이다.고택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발자국 소리를 듣고 안금여는 차를 한 모금 가볍게 마신 후 눈을 들어 진미선을 한 번 보았다.진미선이 즉시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엄마, 진미선입니다. 제가 이번에 찾아뵌 것은 성연이에 대한 회장님의 그동안 보살핌에 대해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댁에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말하면서 그녀는 선물을 안금여 앞에 놓았다.진미선의 태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그러나 아이의 어머니로서 뜻밖에도 남의 집안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이 자신의 아이를 돌보아준데 대해 감사를 드리니 우습지 않은가?“그냥 오시면 되는데. 뭐 하러 선물을 가지고 오십니까? 돈도 많이 들텐데.”안금여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말투는 매우 평범했다. 따뜻하지도 않고 별다른 표정도 없이 진미선을 완전히 일반 손님 대하듯이 대했다.그러나 안금여가 자신의 방문을 허락한 것으로 진미선은 이미 만족했다.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평생 이런 거물 인사와는 말 한 마디 나눌 수 없었을 것이다.“저는 회장님께서 이런 것들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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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도대체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한 건지

안금여의 예리한 눈빛이 마치 진미선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마음속의 모든 생각을 들여다 보려는 것처럼.진미선의 몸이 약간 경직되었지만, 곧 회복했다.예로부터 고육지책이 가장 유용할 터.진미선은 억지로 눈물 두 방울을 짜낸 뒤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전에는 계속 일하느라 바빠서 성연과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성연이가 저에 대해 오해도 있고 또 그다지 친밀하지도 못했죠. 마음속으로 저를 원망했었습니다. 제가 시집 간 집은 제가 재혼이라 눈치를 많이 주었습니다. 제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아주 싫어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성연이 아버지가 성연일 잘 보살펴 주겠다고 맹세를 했답니다. 그래서 믿고 제가 재혼했는데 글쎄 그 못된 사람이 성연일 이렇게 일찍 시집보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행히 회장님 같은 집안의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틀림없이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거에요.”진미선은 말하면서 안금여의 표정을 관찰했다.진미선이 이런 감동적인 말을 하면 안금여가 반드시 감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안금여가 누구인가? 온갖 잡귀신들 다 봤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진미선에게 속을까?진미선은 정말 고충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그녀가 아이를 버리는 이유가 못되었다.만약 진미선이 정말 죄책감을 느꼈다면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찾아오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성연에게 관심이 없었을 터.그런데 하필 강씨 집안에서 성연의 신분을 발표하자마자 찾아왔다. 진미선의 목적을 안금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성연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을 했겠지? 진미선이 정말 딸을 아낀다면 시집갈 필요가 있었겠어?’‘이제 딸이 쓸모가 있어지자 찾아왔구나. 정말 뻔뻔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구나.’“그런 사정이 있었군요.”안금여가 느릿느릿 말했다.진미선이 쇼를 하려고 하는 이상 안금여가 어떻게 손뼉을 쳐주지 않겠는가?잠시 지체했을 뿐인데, 안금여는 오히려 진미선이 어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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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앞으로는 못 오게 할게요

안금여도 진미선의 의도를 굳이 들추어내지 않고 성질 좋게 말했다.“마음이 쓰이셨군요.”안금여의 태도가 좀 누그러진 것을 본 진미선이 이 기회를 빌어 본심을 드러냈다. “성연이가 언제 시간이 날지도 모르고. 사위 얼굴도 볼겸 우리 두 가족이 함께 식사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진미선은 계획대로 말을 꺼냈다. 강무진을 만나게 되면 남편의 사업에 대해 넌지시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잘만 되면 앞으로 더 이상 시어머니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드디어 자신이 큰 소리 칠 날이 온 것이다. “그건 성연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요. 내가 결정할 수는 없군요. 나이를 먹으니 몸이 더 이상 견디질 못하는군요. 좀 피곤해서 들어가 쉬어야겠습니다. 계속 접대하기 힘들겠군요.”원래 진미선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안금여였지만 지금 몇 마디 말을 나누는 동안 진미선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한 번 본 것도 많이 봐 준 셈이다. 얼른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적당히 멈추어야 할 줄은 알았던 진미선이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그럼 먼저 들어가 쉬세요.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안금여가 손을 들어 내저었다.문을 나서는 진미선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자신이 안금여의 마음에 꽤 괜찮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안금여의 태도도 괜찮았다. 자신을 사돈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이제 왕씨 집안에서 더 이상 구박 받을 필요도 없을 터!앞으로 시어머니가 자신을 어떻게 추켜세우려나 모르겠다.앞으로 펼쳐질 장미빛 미래를 생각하니 걷는 발걸음조차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안금여는 저녁에 성연과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식사하라고 했다.성연이 온 이후, 집안에 활기찬 분위기로 넘쳤다.성연을 보는 게 즐거웠다. 보면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아이다.그래서 사흘 또는 닷새 간격으로 성연과 무진을 불러 식사하러 오게 했다.식탁에 그들 일가족만 있을 때면 식사 예절이니 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밥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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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할머니가 아껴주시는 걸로 충분해요.

성연이 너무도 침착하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무척 의아스러웠다.마치 오늘 온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별 상관없는 외부인인 것처럼.성연은 총명하니까 분명 진미선의 목적을 짐작했을 것이다. “성연아, 그래도 네 친어머니 아니니? 설마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북성에서 강씨 집안의 위치는 손에 꼽을 정도지. 강씨 집안에서 네 신분을 발표하자마자 찾아왔어. 너를 이용해서 강씨 집안에 기어오르려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니?” 안금여는 일부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미선이 찾아왔음을 밝혔다.멍청하게 있다가 이용당하지 말라고 성연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마음이다.아무리 그래도 성연은 아직 어린 여자아이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니 틀림없이 모성애를 갈망할 수 있는 것이다.진미선이라는 사람은 송씨 집안의 임수정과 달리 어느 것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진미선은 연기를 할 줄 알았다. 만약 성연이 믿고 가까이 한다면 앞으로 더 마음 상하게 될 것이다.긴 고통은 짧은 고통보다 못하다. 진미선의 진면목을 일찍 알게 된다면 앞으로 저들로 인해 동요하지 않았을 테지.성연은 사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혈연관계라는 것 말고는 정말 낯선 사람과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누구보다 진미선의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거듭되는 실망 속에서 철저하게 단념했던 것이다.그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지금도 아주 좋은데 누구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겠는가.성연도 안금여가 자신을 위해서 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고 이제 시집도 왔잖아요? 모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무슨 말도 할 자격이 없었어요. 엄마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 제 마음에 엄마라는 존재가 없어도 되지 않나요?”헤어지던 마지막 순간, 진미선이 했던 말 역시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성연은 그렇게 했다. 할 도리를 다한 셈이다.듣고 있던 안금여는 문득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착한 아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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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그는 이해할 거야

성연은 식탁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계속 말했다.“그리고 고모님, 고모부님…….”강무진 또한 자신을 무척 아껴주지만 이런 상황에서 말을 꺼내기가 왠지 쑥스러웠다. ‘그도 이해해 줄 거야.’운경이 닭살 돋는다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아부하지 마.”그러나 운경의 미간에는 웃음으로 인한 주름이 한 가득이었다. 운경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질책도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식.운경과 조승우는 자식이 없어 무진을 아들처럼 생각했다.그 당시 무진의 부모가 일찍 죽으며 어린 무진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압박감에도 어린 조카를 돌보며 회사 일에 매진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질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이제 와서 나이를 먹으니 더 이상 가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조승우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그는 운경을 사랑하고 운경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든 것을 그녀의 뜻에 따른다.아이가 없어도 그들은 잘 지내 왔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무진이도 좋은 아이니 앞으로 자신들에게 효도할 테고, 자신들의 노후도 잘 돌봐 줄 것이다.운경의 생각엔 별거 아니었다. 오빠의 아이도 당연히 자신의 아이인 것이다. 이미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녀 자신이 자식이 있나 없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모두들 이야기를 나누며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 저녁식사를 했다.그러면서 운경은 성연에게 반찬을 집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툭툭 쏘았다. 송성연을 힐끗 쳐다보던 운경이 말했다.“너 진짜 갈비처럼 말랐어. 많이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모두 우리가 널 학대하는 줄 알겠다.”운경은 일관되게 이렇다. 입은 칼 같은데 마음은 두부처럼 연하다. 그릇에 있는 음식을 집어먹는 성연은 맛있게 먹기만 할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 성연을 쳐다보던 운경은 가끔 음식을 집어주며 마음을 드러냈다.성연은 속으로 혼자 미소지었다. ‘강씨 집안 식구들은 하나같이 성품이 좋다. 뭐라고 할까, 그래, 츤데레처럼.’언제나 생각을 속에 숨기고만 있다.시간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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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사는 게 힘들다

무진이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참 다양한 인생들이고, 인성 또한 헤아리기 힘들지.”아마도 갓 아이를 임신했을 땐 즐거워했겠지. 하지만 나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기쁨이 사라져갔겠지. 생활의 어려움과 이기심에 의해 서서히 소멸되듯이.사람은 무능할 때 약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자식은 부모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는 존재이.이로 인해 비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지.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성연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난 괜찮아요. 그래도 외할머니가 계셔서 사랑 받았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은 걸요. 정말 불쌍하게도.”의존자가 가해자가 됐을 때 아이는 반항할 방법이 없었다.마음속의 유일한 빛이 꺼질 때 또 마음은 얼마나 절망적일까?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많은 어려움과 어쩔 수 없음이 있다는 걸 스스로 경험하고서야 알게 된다.무진이 가볍게 턱을 문질렀다.“세상은 넓은 만큼 불행한 아이들도 많지. WS그룹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선천성 중증 질환에 대한 자선 사업을 포함해서 여러 복지원들을 지원해 왔어.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소용없더군. 모든 사람을 다 도울 수 없는 거야.”모처럼 무진이 한숨을 쉬었다.어쩔 수 없다. 보이는 부분이라도 도울 수밖에. 자신의 미약한 힘을 다해 변화시키려 노력할 밖에는.자신들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행한 일들이 발생한다.이것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기도 하다.무진은 복지관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때는 아직 어려서 부모님이 데리고 가셨다.자신이 부모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는 아이들의 눈에서 얼마나 강렬한 갈망의 빛이 뿜어져 나오던지. 무진을 차마 바로 보기 힘들었다.그때, 그 아이들은 생각했겠지. 자신들의 부모님은 어디에 있는지, 왜 자신들을 버렸는지 말이다.부모님 돌아가신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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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그에게 어떤 미련도 없단 말인가

성연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에 살아있는 동안 사회를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은 아이들과 아이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이 생각이 굳어진 후 성연의 마음은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앞으로 언젠가는 여길 떠날 것이다.성연은 강씨 집안 가족들이 준 따뜻함에 연연해 하며 아쉬워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자신은 잘 지내게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으니까.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희망일 뿐. 그녀의 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스승님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녀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것.빈부귀천 없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운명이다.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강씨 집안 가족들은…….할머니와 고모가 저렇게 좋으신 분들이니 틀림없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며 성연의 생각들이 모두 정리되었다. 흩어진 긴 머리를 쓸어보니 이미 다 말랐다.성연은 하품을 한 번 한 뒤 강무진에게 말했다.“나 자러 갈래요. 졸려.” “우유 한 잔 마시고 자.” 무진이 한마디했다. “안 마셔요.” 성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강씨 집안의 우유는 아주 신선했다. 하지만 성연이 느끼기에 우유에는 항상 비린 맛이 나서 별로 즐기지 않았다.매번 무진과 안금여는 왜 그토록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는지 모르겠다. “너는 아직도 몸이 더 자라야지…….”무진이 성연을 힐끗 보며 한 마디 더했다.“너무 작아.”성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화가 나서 무진의 곁으로 다가가 자신의 키와 비교했다. 성연은 거의 1미터 70센티미터였다. 반면 무진은 거의 1미터 90 이고. ‘도대체 이 사람은 뭘 먹고 이렇게 자란 거야.’잠시 비교해 보던 성연은 좀 충격을 받았다. ‘그래, 확실히 좀 작은 건 맞아.’ 매서운 눈초리로 무진을 쏘아 보았다.“마셔요. 마신다고!”말이 끝나자마자 거실로 간 성연은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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