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내려 뜬 속눈썹 아래 그늘이 지며 무진의 얼굴에서는 어떤 생각도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생각에 잠겼던 무진은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이 저 여자애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처음 만났을 때, 알았어야 했다. 이토록 특별한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함을.자신의 자제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송성연의 매력은 너무 과소평가했고.그러나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밖에. 그 뒷감당이야 나중 문제고.다음 날은 주말이라, 성연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고3 학생들은 모두 보충수업이 있었지만, 성연에게는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었다.성연의 성적은 보충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이미 시험을 통해 증명된 바.성연의 보충수업 불참에 대해 교장선생님이 묵인하자 다른 선생님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화창한 주말에 무진은 회사에 나갔다특별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해진 성연은 따로 보관해 두었던 생일선물을 모두 꺼내 오게 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하나씩 뜯어보았다.하나같이 값나가는 선물들이었다. 휴대폰에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이 선물들의 대략적인 가격을 추산해보니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성연은 오전 내내 바쁘게 움직인 끝에 모든 선물들을 다 확인했다.그녀의 다리 주변에 온갖 비싼 물건들이 쌓였다.정원에서 돌아온 집사의 눈에 선물 더미에 파묻혀 있는 성연이 보였다.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집사가 조심스럽게 선물더미를 피해 성연에게 다가가 물었다.“사모님, 어떻게 하시려고요?”성연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모두 팔려고요.”성연의 말에 아연실색한 집사가 다시 물었다.“혹시 돈이 필요하십니까?”모두 생일연회에 참석했던 고위 인사들이 엄선한 선물들이었다.가격이 가장 저렴해 보이는 것만 해도 수천만 원은 되어 보인다. 판다면 무척 아까울 터.물론 돈이 부족하거나 따로 필요한 게 아니었다. 평소 먹고 마시는 것이 모두 강
집사는 이 일을 무진에 보고했다.끝까지 보고를 들은 뒤 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성연이 받은 선물이었다. 선물을 처리할 권리도 그녀에게 있었고.그러니 무진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아이다.무진은 성연이 돈이 필요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내내 게임을 하던 성연이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서 인터넷에 올린 선물들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회신을 보내고 있었다.성연이 사진을 꽤 잘 찍었던 데다가 가격도 적당했다. 인터넷에 올린 후 문의와 주문을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성연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물건을 팔아본 건 처음이었다.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성연은 더욱 자신감을 가졌다.무진은 그녀 옆에 앉아 또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인터넷 직거래로 한창 바쁜 그녀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문서철 사이에서 미리 준비해 왔던 블랙카드를 꺼내어 성연에게 건넸다.한창 게임을 하느라 바쁘던 성연은 무언가 자신의 눈앞을 가리자 짜증이 났다. 고개를 치켜들고 눈앞의 문건을 똑바로 응시하던 성연이 순간 멍해서 물었다.“뭐예요?”눈앞에 내밀어진 블랙카드에 대해서는 성연도 알고 있었다. 전세계 어디서든 한도액 없이 사용 가능한 한정판 카드였다.엄청 까다로운 가입절차를 거친 극소수의 블랙 카드 소지자들은 세계 최고의 VVIP급 대우를 받았다.‘아니, 이 카드를 왜 내 앞에 들이미는 거야? 자랑하는 거야 뭐야?’하지만 다음 순간 무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넣어 둬.”“네?” 성연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이 한정판 블랙카드를 강무진이 나한테 준다고?’‘강무진, 너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냐?’‘지난 번에는 바닷가 저택을 선물해서 자신을 놀래키더니, 이번엔 자신의 블랙카드를 준다고?’“자.” 성연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무진이 다시 한 번 더 내밀었다.성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월요일, 성연이 올린 선물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다 팔렸다.판매 금액을 모두 은행계좌에 넣은 성연은 서한기를 찾아 보건실로 갔다.마침 배가 아픈 학생에게 서한기는 약을 처방해 주고 있었다.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바로 들어가지 않던 성연은 약을 처방받은 학생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갔다.약병을 정리한 서한기가 성연을 보더니 다소 놀라워하며 물었다.“보스, 어떻게 오셨습니까?”요즘 성연은 보통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보건실을 찾았다.월요일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성연은 카드를 책상 위에 올린 후에 말했다.“여기에 들어있는 돈을 소원재단에 보내.”소원재단은 자선사업을 위해 성연이 설립한 것이다.고개를 끄덕인 서한기가 카드를 받았다.그런 뒤 놀리듯 물었다.“보스, 이 돈은 어디서 난 겁니까?”성연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리셀 사이트에서 생일 선물 거래한 돈.”그제야 돈의 출처를 알게 된 서한기가 말했다.“뭐 이것도 어찌 보면 그 부자들을 위해 덕을 쌓는 셈이네요. 세상에 부자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많은 비극이 발생할까요?”“모든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조의 손길을 내미는 게 아니니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그들의 의무도 아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지 뭐.”자신이 그렇게 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부자들의 돈도 그냥 그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원하면 주는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무슨 평등이니 불평등이니 할 것도 없었다.“하긴. 근데 보스,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팔았는데 강씨 집안에서 아무 말도 안 해요?”강씨 집안은 백 년을 이어온 명문세가였다. 서한기가 볼 때, 그런 집안들에는 이런저런 규정들이 분명 엄청 많을 텐데 말이다.강씨 집안에 들어간 성연이 여러모로 괴롭힘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 달리 괜찮은 건가?사람들이 준 선물을 성연이 이렇게 처리해 버렸으니.느낌이 좀 안 좋았다.“별말 없었어. 팔 건 다 팔았는데. 그 많
저녁 무렵 수업이 끝나자 성연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골목에서 잠시 기다리게 했다.그리고 진미선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러 나오라고 했다.성연의 전화를 받은 진미선은 믿을 수가 없었다.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전화를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마침 남편 왕대관이 곁에 있었다.남편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그것 봐. 내 생각이 맞았지? 성연이 마음에는 여전히 당신의 ‘엄마’라는 존재가 있는 거야.”또한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던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요?”“뭘 어떻게 해? 당연히 만나러 나가야지. 내가 저녁에 회식이 있어서 당신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좀 침착하게 잘해.” 왕대관이 진미선의 어깨를 두드렸다.진미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았어요.”늦게 가면 성연이 짜증을 낼까 걱정된 진미선이 얼른 옷을 갈아입고 성연의 학교 옆에 있는 까페로 갔다.까페에 도착했을 때, 성연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전히 어찌해야 좋을 지 어색해하며 진미선이 성연을 불렀다.“성연아.”성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는데, 약간 나른한 표정이다.“앉으세요.”진미선이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자 성연이 종업원을 불러 음료수를 주문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전화로 해도 돼. 귀찮게 일부러 여기서 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말이야.” 현재 성연의 신분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인 만큼 자연히 성연을 살살 달래며 구슬려야 했다.“당신이 강씨 집안 고택에 찾아갔다고 들었어요. 원하는 게 뭐예요?”성연의 말투가 상당히 차가웠다.진미선은 자신이 찾아간 일을 안금여가 성연에게 알릴 줄은 몰랐다.긴장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은 진미선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연아, 네 엄마로서 네가 강씨 집안에 시집간 것을 알게 된 이상 당연히 방문해서 인사해야지.”성연이 한쪽 입술 꼬리를 치켜 올린 채 조소했다.“여기 우리 두 사람밖에 없으니, 굳이 나한테까지 진
하고자 했던 말을 마친 성연은 더 이상 까페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책가방을 들고 돌아갈 생각이었다.꼭 해야 할 말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진미선이 좀 더 자신을 제대로 알았다면, 조금만 더 양심이 있었다면 다시 따지고 들지 않았을 터.성연을 쳐다본 진미성이 재빨리 성연 곁으로 걸어가 손을 잡고 간청했다.“성연아, 너 지금 능력이 있잖니? 엄마가 부탁할게. 널 키워 주신 네 외할머니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좀 도와주렴. 내가 왕씨 집안에서 입지를 좀 다지도록 말이다.”진미선을 쳐다보던 성연은 생각했다.‘어쩜 이젠 자기 감정 숨기는 것도 귀찮은 모양이지?’마음속에 이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어쩌면 진짜 혈연관계에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성연은 늘 스스로 그딴 거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이처럼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진미선과 마주하고 있으니 그녀 역시 마음 한 켠이 선득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저도 모르게 진미선에게 자신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을 도구로 여기는 것 외에 진미선에게 털끝 만한 모녀의 정이 남아 있기라도 할까?‘뭐, 그래도 괜찮아.’진미선이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이상, 자신도 그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후 성연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더라도 지나치다 할 수 없었다. 진미선과는 더더욱 관계없고.그냥, 자신을 낳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성연이 잠시 눈을 감았다. 결국엔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성연이 눈을 떴을 때,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후였다.진미선을 응시한 채 말했다.“강씨 집안은 포기하세요. 대신 제왕그룹을 소개해 드리죠. 단 이번 한 번뿐이에요!”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인정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두 진미선의 일이다.이 정도까지 해 준 것으로 이미 계산이 끝난 셈이다.어릴 적 모녀의 정 같은 건 조금도 없이 딸을 버리고 가버린 진미선에 비하면 자신은 훨씬 관대하지 않은가.물
까페를 나온 성연은 한 차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제왕그룹의 대표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을 찾아 간 후에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곽 대표님, 나에요.”전화기 맞은편의 사람이 곧 정중하게 대답했다.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내일 왕대관의 회사에 직접 가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Z시 개발 프로젝트를 그들에게 넘겨주세요. 진미선이 소개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진미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진미선에게도 말했듯이 이번 딱 한 번만 도울 것이다.앞으로 더는 진미선에 대해 약한 마음을 먹지 않을 터.그들 사이에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고 철저히 끝내는 것이다. 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살아있는 그녀는 생명 없는 저런 것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중요하니까.곽연철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왕대관의 회사, 보스가 그렇게 신경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습니까?”성연은 때로 회사도 관리하기 귀찮았다.모든 일에 대한 전권을 아래 수하들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했다.성연이 직접 입을 열어 지시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성연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 뒤에 곽연철에게 말했다.“그 프로젝트 하나만 줄 겁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중간에 문제가 생겨 저쪽에서 찾아오더라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내 체면을 봐서 저쪽에 양보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성연은 아주 원칙적인 사람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후 재미를 본 진미선이 분명 이렇게 끝내려 하지 않을 거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다.물론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이번 프로젝트를 잘만 성공시킨다면 최소 수십 억에서 백억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을 터.진미선이 자신에게 한 것에 비해 성연 자신은 정말 양반 아닌가.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외할머니를 생각해서 기회를 주었다.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기를 바랄 뿐.성연의 부모라면, 그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절 알고 있었다.곽연철이 대답
저녁을 먹은 성연은 오늘도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지금 성연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무진이 소파로 다가와서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건 새로운 게임 같은데? 재미 있어?”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성연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게임에 완전히 빠져든 성연은 이 게임 사양이 아주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천재였다. 기회가 있으면 만나보고 싶었다.“꽤 재미 있어요. 한번 해 볼래요?” 지금 회사를 관리하느라 무진이 엄청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성연은 당연히 게임을 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형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 강무진이 대답하며 성연의 옆에 앉을 줄 눈가 알았겠는가.“재미있어 보이는데?”게임은 성연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라 무진과 3일 밤낮을 이야기하게 해도 끄떡없을 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재미있어요. 게임 보는 안목이 있네요. 이 게임의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모두 아주 좋아요. 그리고 게임 모드도 자극적이고. 아주 재미있는 게임 체험을 했어요. 아마 아저씨도 해 보면 감동하게 될 걸요.”듣고 있던 무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 지금 이 게임을 홍보하는 거야?”성연이 입을 벌린 채 웃었다.“그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게임은 꼭 알아줘야 해요.”“응, 나도 믿어. 네가 마음에 들었다면 분명 나쁘지 않을 거야.” 무진이 이 말을 할 때, 마치 또 다른 의미를 말하고 있는 듯이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뜻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슬쩍 무진을 곁눈질한 성연의 눈에 무진의 여상한 표정이 보였다. 성연은 속으로 중얼중얼거렸다.“설마 내가 너무 많은 걸 생각했나?”무진은 게임에 자신을 초대한 사람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전에 성연과 한 번 플레이 한 적이 있었던 무진은 익숙한 듯이 게임 조종기를 가져갔다.무진의 동작을 바라보던 성연이 턱을 괸 채 쳐다보았다.“정말 플레이 할 거에요?”“물론. 안 돼?”무진이 되물었다.“아니에요.
다음날, 왕대관의 회사로 간 곽연철이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그러자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이 바로 허겁지겁 왕대관에게 전달했다.이런 거물 인사가 어떻게 자신들의 작은 회사에 나타났을까?제왕그룹이라는 말을 들은 왕대관이 바로 아래층 로비로 달려갔다.요금 진미선이 가끔 회사에 와서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왕대관의 사무실 옆에 그녀의 사무실까지 마련해 주었다.허둥지둥 나가는 왕대관의 모습을 본 진미선은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따라갔다.접객실로 온 왕대관은 슈트를 다시 정리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곽연철의 얼굴을 살폈다.그러다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얼굴임을 알아차렸다.프런트 데스크로부터 자세한 설명없이 그저 제왕그룹 쪽에서 사람이 왔다고만 전달받았었는데, 뜻밖에도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내방한 것이다.보기 드물게 긴장한 왕대관이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곽 대표님, 안녕하십니까?”곽연철의 방문 목적을 모르는 왕대관은 너무 적극적인 모습은 자제한 체 적당한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곽연철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오늘 방문한 까닭은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사, 사업이라고요?” 왕대관이 말을 더듬었다. 흥분한 마음에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세계 100대 기업에 드는 회사가 자신의 회사와 사업을 협의하려고 한다니.깜짝 놀라 경황이 없었던 왕대관이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곽 대표님, 제 사무실로 가셔서 말씀 나누시지요.”작은 접객실을 둘러보던 곽연철 또한 대화를 나눌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고개를 끄덕이며 왕대관의 뒤를 따랐다.진미선은 접객실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계속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왕대관의 비서가 손님을 모시고 한걸음 앞서 걸었다. 곧이어 나온 왕대관을 따라가며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여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한 거예요?”왕대관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
곧 취조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체에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에 안진검은 정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안진검을 동정하지 않았다.안진검의 손은 곧 선혈이 낭자해졌다.두 번째 손톱을 뽑으려고 하자 안진검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마, 말할게.”안진검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강무진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너무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거야.’무진이 멈추라는 신호를 하자 부하가 한쪽으로 물러섰다.“말해봐.” 무진이 안진검의 앞으로 다가갔다.안진검은 입을 열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안진검은 두려워하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건 이 정도야. MS 가문에서 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경계하고 있어서 많이 알지는 못해.”“좋아.” 무진은 부하에게 안진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그 후 이틀 동안 여러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책임자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또 경찰청 앞으로 몇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박스 안에는 수입이 금지된 밀수품들이 들어 있었다.금지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과 음료수, 심지어 분해된 총기까지도 들어 있었다.이 일은 경찰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곧 전국의 모든 무역 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이 일은 바로 손건호가 처리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안진검이 말한 정보대로 법률을 위반한 MS 가문의 회사들을 모두 없앴습니다.”무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안진검이 속이지 않은 모양이네.”“보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지금은 일단 MS 가문 쪽에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어. 안진검은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야.”무진은 안진검이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그 회사들을 없애서 MS 가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어.’‘이제 A국 시장에서 M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무진 씨, MS가문의 사람들이 무진 씨를 불리하게 만들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무진은 감격에 겨워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결국 성연이 한 모든 일은 역시 나를 위해서였어.’무진의 감동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연을 품에 꼭 안자 두 사람의 체온이 얇은 옷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이를 본 성연은 무진에게 진상을 알릴 때의 조마조마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성연도 무진을 꼭 안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무진은 성연에게 먼저 쉬라고 했다.하루 종일 너무 많은 기복을 겪어서 성연도 몹시 피곤했다.무진이 함께 해 주자 성연은 곧 잠이 들었다.성연의 잠자는 얼굴을 보자 무진의 마음은 더욱 부드럽게 녹아들었다.성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무진은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무진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지하 감옥으로 가서 직접 안진검을 심문했다.“당신은 MS 가문의 사람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성연에게 접근한 거야?”안진검은 어차피 무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속여도 재미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대로 자백했다.“맞아, MS 가문의 대장로가 내 의부야, 네가 나를 잡았으니 MS 가문의 사람들이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냉소하던 무진은 곧이어 마음속으로 벌컥 화를 냈다.“너는 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또 무슨 자격으로 내게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안진검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WS그룹은 확실히 괜찮아.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MS가문과 아직 거리가 멀어. 내가 충고하지. 어쨌든 MS가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게 될 거야.”“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안진검은 무진이 자신과 조건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점차 늘어졌다.“
무진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바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춰 세웠다.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두 사람의 몸도 앞으로 기울었다.무진이 조금 진정되자 성연이 계속 말했다.“그래요. 사실 아수라문은 내가 이끌고 있어요.”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여러 차례나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나를 도왔어.’‘알고 보니, 뜻밖에도 성연의 사람들이었어.’‘그리고 전에 아수라문의 보스를 만났을 때도 아주 익숙하다고 느꼈지.’‘원래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그 사람이 정말로 성연이었어.’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성연은 말을 끝낸 뒤 안절부절 못하면서 무진을 보고 물었다.“무진 씨, 내가 숨긴 걸 탓할 거예요?”무진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고개를 젓고 천천히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면, 그렇게 여러 번이나 나를 도와줬는데. 그런데 왜 바로 내게 말한 거야?”“성연아, 나는 정말 네가 한 조직의 보스라는 걸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조직이거나 나보다 더 대단할 것 같아. 너는 정말 나보다 더 신비한 사람이야.”성연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무진의 눈에도 마음에도 아끼는 마음이 가득 찼다.‘송성연이라는 한 소녀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바쳤을까?’‘이렇게 여러 해 동안 틀림없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내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성연이를 잘 보호했을 텐데.’“정말 나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성연의 이마에 무진이 가만히 이마를 대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내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너를 잘 보호하지 못했어.”분명히 명성이 자자한 조직의 보스지만, 성연은 지금 마치 잘못을 저지른 소녀처럼 계속해서 사과했다.“미안, 미안해요. 내가 숨기지 말아야 했어요.”성연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무진에게 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이 모든
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무진은 이미 성연의 신호를 받았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든 무진이 안진검을 바로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그리고 안진검이 손에 쥔 비수도 제거했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방금 비수가 자신의 목을 겨눈 장면을 생각하자, 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떨렸다.무진이 서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이렇게 위급한 상황이라서 무진도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안진검을 잡으라고 알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안진검은 사무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지원을 기다리려고 했다.그러나 이터너티의 사람들 동작이 더 빨라서 곧바로 안진검을 붙잡았다.안진검은 바로 바닥에 깔린 모습이 되었다.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 외쳤다. “놔, 놔줘.”얼굴도 바닥에 꽉 눌렸다.자신이 붙잡힌 순간, 안진검의 마음도 얼어붙었다.무진의 손에 떨어지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성연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이 순간, 성연의 안색도 창백했다.카지노를 떠나면서 무진은 내친 김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로 하여금 이 도박꾼들과 안진검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한 것이다.‘이 도박장을 이곳에 연 것 자체가 명백한 범법 행위야.’‘안진검 일당이 저지른 일도 모두 불법적인 일이지.’‘경찰이 오면 저자들도 틀림없이 몇 년씩 감옥에 가게 되겠지.’‘이 도박꾼들도 가족들을 속이고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이런 범죄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해.’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안진검은 엄중하게 감시해. 그자가 도망치거나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못하게 해.”‘안진검은 MS 가문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만약 안진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출할 사람을 보내거나 안진검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거야.’‘안진검을 잡아 두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대장로의 수양아들이니 안진검은 틀림없
손건호와 부하들이 안진검의 경호원들을 없애고 있을 때.무진은 안진검의 사무실로 접근했다.당연히 자신이 직접 안진검을 생포할 작정이었다.무진은 MS 가문의 나쁜 영향은 정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이 안진검이 성연과 몇 번이나 접촉했지.’‘다행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성연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어.’‘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후회하게 됐을까.’‘이번에는 반드시 MS 가문을 전부 해결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가 줄곧 큰 위험이 될 거야.’무진은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오늘 반드시 안진검을 죽일 거야.’그런데 방 안의 안진검은 성연을 잡고 비수를 성연의 목에 대고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안진검은 뛰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성연과 한패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쨌든 성연을 잡고 위협하려는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무진의 앞에 안진검이 성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안진검도 온 사람이 무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칼을 들고서 험악하게 웃기 시작했다.양 옆에서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었지만 성연의 마음은 차분했다.성연도 안진검의 아지트를 부수러 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몰랐다.몇 초 동안이나 경악한 채 전혀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안진검을 노려보는 무진의 눈빛에서는 원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무진이 안진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그 여자를 놓아주면, 오늘 너를 죽이지 않겠어!”무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무진은 가슴을 조여야 했다.‘안진검을 해결하면 성연이 철저히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결국 성연은 깊은 함정에 빠졌어.’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안진검이 냉소하며 말했다.“강무진, 강무진. 당신 같은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여자 때문에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오다니.”안진검은 성연이 나타나자, 무진과 성연이 공동으로 꾸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송성
무진은 부하들을 데리고 카지노를 공격했다.도대체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는 도박꾼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다.부하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야!”도박꾼들 대부분은 담이 크지 않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안진검의 경호원은 모두 수십 명이다.모두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앞장선 자가 무진의 수하들을 향해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너희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었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무기들은 더없이 섬뜩하게 보였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수도 적고 다소 약해 보였다.그래서 안진검의 경호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다.각자의 전투력도 무척 강했다.맨손으로도 이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그 경호원들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술은 전혀 없었다.곧 여러 명이 이터너티 쪽 사람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졌다.칼도 곧 이터너티 쪽 사람들 손으로 들어갔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무진은 때때로 자신에게 달라붙는 자들을 걷어찼다.갑자기 무진의 곁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공격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소리쳤다.“보스, 접니다.”무진은 손건호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바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너 왜 왔어,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고개를 숙인 손건호가 말했다.“보스, 보스를 보호하는 게 제 직책입니다. 나는 보스에게 어떤 일도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보스가 저를 따르지 못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보스만 괜찮으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 ‘손건호는 정말 방법이 없어.’“왔으니 됐어, 방해나 하지 마!” 무진은 결국 손건호의 행동을 눈감아주었다.손건호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는
안진검은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쾅!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곧이어 탁탁 소리가 났다.마치 집을 허무는 소리 같았다.안진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이때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했다.“회장님, 누군가 우리 카지노에 뛰어들었습니다.”안진검은 그래도 냉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야?”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아닙니다. 아주 잔인하게 손찌검을 하는데, 저희들에게는 극단적인 수를 썼습니다.”이미 그들의 손에 여럿이 죽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안진검이 더 화를 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안진검도 놀란 표정이었다.‘어렵게 카지노를 열었어. 가까스로 이 자리를 찾았는데, 이제 모두 파괴된 거야.’‘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고개를 돌린 안진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물었다.“당신이 데려온 사람이야?”어안이 벙벙해진 성연도 막연한 표정이었고, 안진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성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돌연 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안진검이 차갑게 성연을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간파한 거야? 이곳은 이렇게 은밀한데, 당신이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어. 오늘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어.”말이 끝나자 손을 내밀고 성연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옆에 있던 모혜정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모혜정은 안진검을 보고 다시 성연을 보았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들 앞에 낮을 들 수 없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그러나 송성연과 안진검의 지금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빨리 뒷문으로 뛰어!”모혜정은 눈물이 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안진검의 표정은 어두웠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약 모혜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