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마음속에 살아있는 동안 사회를 행복하게 하고 더 많은 아이들과 아이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이 생각이 굳어진 후 성연의 마음은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앞으로 언젠가는 여길 떠날 것이다.성연은 강씨 집안 가족들이 준 따뜻함에 연연해 하며 아쉬워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자신은 잘 지내게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으니까.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희망일 뿐. 그녀의 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스승님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녀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것.빈부귀천 없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갈 운명이다.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강씨 집안 가족들은…….할머니와 고모가 저렇게 좋으신 분들이니 틀림없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며 성연의 생각들이 모두 정리되었다. 흩어진 긴 머리를 쓸어보니 이미 다 말랐다.성연은 하품을 한 번 한 뒤 강무진에게 말했다.“나 자러 갈래요. 졸려.” “우유 한 잔 마시고 자.” 무진이 한마디했다. “안 마셔요.” 성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강씨 집안의 우유는 아주 신선했다. 하지만 성연이 느끼기에 우유에는 항상 비린 맛이 나서 별로 즐기지 않았다.매번 무진과 안금여는 왜 그토록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는지 모르겠다. “너는 아직도 몸이 더 자라야지…….”무진이 성연을 힐끗 보며 한 마디 더했다.“너무 작아.”성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화가 나서 무진의 곁으로 다가가 자신의 키와 비교했다. 성연은 거의 1미터 70센티미터였다. 반면 무진은 거의 1미터 90 이고. ‘도대체 이 사람은 뭘 먹고 이렇게 자란 거야.’잠시 비교해 보던 성연은 좀 충격을 받았다. ‘그래, 확실히 좀 작은 건 맞아.’ 매서운 눈초리로 무진을 쏘아 보았다.“마셔요. 마신다고!”말이 끝나자마자 거실로 간 성연은 냉
환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내려 뜬 속눈썹 아래 그늘이 지며 무진의 얼굴에서는 어떤 생각도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생각에 잠겼던 무진은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이 저 여자애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처음 만났을 때, 알았어야 했다. 이토록 특별한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함을.자신의 자제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송성연의 매력은 너무 과소평가했고.그러나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밖에. 그 뒷감당이야 나중 문제고.다음 날은 주말이라, 성연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고3 학생들은 모두 보충수업이 있었지만, 성연에게는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었다.성연의 성적은 보충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이미 시험을 통해 증명된 바.성연의 보충수업 불참에 대해 교장선생님이 묵인하자 다른 선생님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화창한 주말에 무진은 회사에 나갔다특별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해진 성연은 따로 보관해 두었던 생일선물을 모두 꺼내 오게 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하나씩 뜯어보았다.하나같이 값나가는 선물들이었다. 휴대폰에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이 선물들의 대략적인 가격을 추산해보니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성연은 오전 내내 바쁘게 움직인 끝에 모든 선물들을 다 확인했다.그녀의 다리 주변에 온갖 비싼 물건들이 쌓였다.정원에서 돌아온 집사의 눈에 선물 더미에 파묻혀 있는 성연이 보였다.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집사가 조심스럽게 선물더미를 피해 성연에게 다가가 물었다.“사모님, 어떻게 하시려고요?”성연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모두 팔려고요.”성연의 말에 아연실색한 집사가 다시 물었다.“혹시 돈이 필요하십니까?”모두 생일연회에 참석했던 고위 인사들이 엄선한 선물들이었다.가격이 가장 저렴해 보이는 것만 해도 수천만 원은 되어 보인다. 판다면 무척 아까울 터.물론 돈이 부족하거나 따로 필요한 게 아니었다. 평소 먹고 마시는 것이 모두 강
집사는 이 일을 무진에 보고했다.끝까지 보고를 들은 뒤 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성연이 받은 선물이었다. 선물을 처리할 권리도 그녀에게 있었고.그러니 무진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아이다.무진은 성연이 돈이 필요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내내 게임을 하던 성연이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서 인터넷에 올린 선물들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회신을 보내고 있었다.성연이 사진을 꽤 잘 찍었던 데다가 가격도 적당했다. 인터넷에 올린 후 문의와 주문을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성연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물건을 팔아본 건 처음이었다.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성연은 더욱 자신감을 가졌다.무진은 그녀 옆에 앉아 또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인터넷 직거래로 한창 바쁜 그녀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문서철 사이에서 미리 준비해 왔던 블랙카드를 꺼내어 성연에게 건넸다.한창 게임을 하느라 바쁘던 성연은 무언가 자신의 눈앞을 가리자 짜증이 났다. 고개를 치켜들고 눈앞의 문건을 똑바로 응시하던 성연이 순간 멍해서 물었다.“뭐예요?”눈앞에 내밀어진 블랙카드에 대해서는 성연도 알고 있었다. 전세계 어디서든 한도액 없이 사용 가능한 한정판 카드였다.엄청 까다로운 가입절차를 거친 극소수의 블랙 카드 소지자들은 세계 최고의 VVIP급 대우를 받았다.‘아니, 이 카드를 왜 내 앞에 들이미는 거야? 자랑하는 거야 뭐야?’하지만 다음 순간 무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넣어 둬.”“네?” 성연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이 한정판 블랙카드를 강무진이 나한테 준다고?’‘강무진, 너무 마음 내키는 대로 아냐?’‘지난 번에는 바닷가 저택을 선물해서 자신을 놀래키더니, 이번엔 자신의 블랙카드를 준다고?’“자.” 성연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무진이 다시 한 번 더 내밀었다.성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월요일, 성연이 올린 선물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다 팔렸다.판매 금액을 모두 은행계좌에 넣은 성연은 서한기를 찾아 보건실로 갔다.마침 배가 아픈 학생에게 서한기는 약을 처방해 주고 있었다.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바로 들어가지 않던 성연은 약을 처방받은 학생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갔다.약병을 정리한 서한기가 성연을 보더니 다소 놀라워하며 물었다.“보스, 어떻게 오셨습니까?”요즘 성연은 보통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보건실을 찾았다.월요일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성연은 카드를 책상 위에 올린 후에 말했다.“여기에 들어있는 돈을 소원재단에 보내.”소원재단은 자선사업을 위해 성연이 설립한 것이다.고개를 끄덕인 서한기가 카드를 받았다.그런 뒤 놀리듯 물었다.“보스, 이 돈은 어디서 난 겁니까?”성연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리셀 사이트에서 생일 선물 거래한 돈.”그제야 돈의 출처를 알게 된 서한기가 말했다.“뭐 이것도 어찌 보면 그 부자들을 위해 덕을 쌓는 셈이네요. 세상에 부자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많은 비극이 발생할까요?”“모든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조의 손길을 내미는 게 아니니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그들의 의무도 아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지 뭐.”자신이 그렇게 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부자들의 돈도 그냥 그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원하면 주는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무슨 평등이니 불평등이니 할 것도 없었다.“하긴. 근데 보스,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팔았는데 강씨 집안에서 아무 말도 안 해요?”강씨 집안은 백 년을 이어온 명문세가였다. 서한기가 볼 때, 그런 집안들에는 이런저런 규정들이 분명 엄청 많을 텐데 말이다.강씨 집안에 들어간 성연이 여러모로 괴롭힘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 달리 괜찮은 건가?사람들이 준 선물을 성연이 이렇게 처리해 버렸으니.느낌이 좀 안 좋았다.“별말 없었어. 팔 건 다 팔았는데. 그 많
저녁 무렵 수업이 끝나자 성연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골목에서 잠시 기다리게 했다.그리고 진미선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러 나오라고 했다.성연의 전화를 받은 진미선은 믿을 수가 없었다.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전화를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마침 남편 왕대관이 곁에 있었다.남편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그것 봐. 내 생각이 맞았지? 성연이 마음에는 여전히 당신의 ‘엄마’라는 존재가 있는 거야.”또한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던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요?”“뭘 어떻게 해? 당연히 만나러 나가야지. 내가 저녁에 회식이 있어서 당신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좀 침착하게 잘해.” 왕대관이 진미선의 어깨를 두드렸다.진미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았어요.”늦게 가면 성연이 짜증을 낼까 걱정된 진미선이 얼른 옷을 갈아입고 성연의 학교 옆에 있는 까페로 갔다.까페에 도착했을 때, 성연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전히 어찌해야 좋을 지 어색해하며 진미선이 성연을 불렀다.“성연아.”성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는데, 약간 나른한 표정이다.“앉으세요.”진미선이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자 성연이 종업원을 불러 음료수를 주문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전화로 해도 돼. 귀찮게 일부러 여기서 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말이야.” 현재 성연의 신분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인 만큼 자연히 성연을 살살 달래며 구슬려야 했다.“당신이 강씨 집안 고택에 찾아갔다고 들었어요. 원하는 게 뭐예요?”성연의 말투가 상당히 차가웠다.진미선은 자신이 찾아간 일을 안금여가 성연에게 알릴 줄은 몰랐다.긴장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은 진미선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연아, 네 엄마로서 네가 강씨 집안에 시집간 것을 알게 된 이상 당연히 방문해서 인사해야지.”성연이 한쪽 입술 꼬리를 치켜 올린 채 조소했다.“여기 우리 두 사람밖에 없으니, 굳이 나한테까지 진
하고자 했던 말을 마친 성연은 더 이상 까페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책가방을 들고 돌아갈 생각이었다.꼭 해야 할 말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진미선이 좀 더 자신을 제대로 알았다면, 조금만 더 양심이 있었다면 다시 따지고 들지 않았을 터.성연을 쳐다본 진미성이 재빨리 성연 곁으로 걸어가 손을 잡고 간청했다.“성연아, 너 지금 능력이 있잖니? 엄마가 부탁할게. 널 키워 주신 네 외할머니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좀 도와주렴. 내가 왕씨 집안에서 입지를 좀 다지도록 말이다.”진미선을 쳐다보던 성연은 생각했다.‘어쩜 이젠 자기 감정 숨기는 것도 귀찮은 모양이지?’마음속에 이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어쩌면 진짜 혈연관계에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성연은 늘 스스로 그딴 거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이처럼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진미선과 마주하고 있으니 그녀 역시 마음 한 켠이 선득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저도 모르게 진미선에게 자신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을 도구로 여기는 것 외에 진미선에게 털끝 만한 모녀의 정이 남아 있기라도 할까?‘뭐, 그래도 괜찮아.’진미선이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이상, 자신도 그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후 성연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더라도 지나치다 할 수 없었다. 진미선과는 더더욱 관계없고.그냥, 자신을 낳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성연이 잠시 눈을 감았다. 결국엔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성연이 눈을 떴을 때,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후였다.진미선을 응시한 채 말했다.“강씨 집안은 포기하세요. 대신 제왕그룹을 소개해 드리죠. 단 이번 한 번뿐이에요!”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인정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두 진미선의 일이다.이 정도까지 해 준 것으로 이미 계산이 끝난 셈이다.어릴 적 모녀의 정 같은 건 조금도 없이 딸을 버리고 가버린 진미선에 비하면 자신은 훨씬 관대하지 않은가.물
까페를 나온 성연은 한 차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제왕그룹의 대표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을 찾아 간 후에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곽 대표님, 나에요.”전화기 맞은편의 사람이 곧 정중하게 대답했다.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내일 왕대관의 회사에 직접 가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Z시 개발 프로젝트를 그들에게 넘겨주세요. 진미선이 소개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진미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진미선에게도 말했듯이 이번 딱 한 번만 도울 것이다.앞으로 더는 진미선에 대해 약한 마음을 먹지 않을 터.그들 사이에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고 철저히 끝내는 것이다. 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살아있는 그녀는 생명 없는 저런 것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중요하니까.곽연철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왕대관의 회사, 보스가 그렇게 신경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습니까?”성연은 때로 회사도 관리하기 귀찮았다.모든 일에 대한 전권을 아래 수하들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했다.성연이 직접 입을 열어 지시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성연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 뒤에 곽연철에게 말했다.“그 프로젝트 하나만 줄 겁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중간에 문제가 생겨 저쪽에서 찾아오더라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내 체면을 봐서 저쪽에 양보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성연은 아주 원칙적인 사람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후 재미를 본 진미선이 분명 이렇게 끝내려 하지 않을 거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다.물론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이번 프로젝트를 잘만 성공시킨다면 최소 수십 억에서 백억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을 터.진미선이 자신에게 한 것에 비해 성연 자신은 정말 양반 아닌가.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외할머니를 생각해서 기회를 주었다.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기를 바랄 뿐.성연의 부모라면, 그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절 알고 있었다.곽연철이 대답
저녁을 먹은 성연은 오늘도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지금 성연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무진이 소파로 다가와서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건 새로운 게임 같은데? 재미 있어?”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성연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게임에 완전히 빠져든 성연은 이 게임 사양이 아주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천재였다. 기회가 있으면 만나보고 싶었다.“꽤 재미 있어요. 한번 해 볼래요?” 지금 회사를 관리하느라 무진이 엄청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성연은 당연히 게임을 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형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 강무진이 대답하며 성연의 옆에 앉을 줄 눈가 알았겠는가.“재미있어 보이는데?”게임은 성연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라 무진과 3일 밤낮을 이야기하게 해도 끄떡없을 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재미있어요. 게임 보는 안목이 있네요. 이 게임의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모두 아주 좋아요. 그리고 게임 모드도 자극적이고. 아주 재미있는 게임 체험을 했어요. 아마 아저씨도 해 보면 감동하게 될 걸요.”듣고 있던 무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 지금 이 게임을 홍보하는 거야?”성연이 입을 벌린 채 웃었다.“그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게임은 꼭 알아줘야 해요.”“응, 나도 믿어. 네가 마음에 들었다면 분명 나쁘지 않을 거야.” 무진이 이 말을 할 때, 마치 또 다른 의미를 말하고 있는 듯이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뜻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슬쩍 무진을 곁눈질한 성연의 눈에 무진의 여상한 표정이 보였다. 성연은 속으로 중얼중얼거렸다.“설마 내가 너무 많은 걸 생각했나?”무진은 게임에 자신을 초대한 사람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전에 성연과 한 번 플레이 한 적이 있었던 무진은 익숙한 듯이 게임 조종기를 가져갔다.무진의 동작을 바라보던 성연이 턱을 괸 채 쳐다보았다.“정말 플레이 할 거에요?”“물론. 안 돼?”무진이 되물었다.“아니에요.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
“언니, 빨리 나와서 사형에게 보여주세요.” 성연이 바로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유채연은 바로 그래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래함은 지금도 유채연이 겉모습만 꾸민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약간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래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래함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유채연도 그래함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래함의 눈을 마주한 유채연이 어색하게 치마자락을 잡고 말했다.“어때? 보기 싫어?”“예뻐. 내가 홀딱 반할 정도야.” 그래함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유채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화장을 마친 뒤 그들은 계속 쇼핑을 했다.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했다.그래함이 바로 앞으로 가서 유채연의 손을 잡았다.유채연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래함은 꼭 쥔 채 유채연이 벗어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여기 있잖아.” 유채연은 20여 년을 살면서 그래함 이 한 사람만 좋아했다.평소에도 남자와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래함과 함께 걸으면서 유채연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따뜻한 손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자 마음은 달콤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그래함이 바로 말했다.두 사람 뒤에 있던 성연은 하마터면 그래함을 흘겨볼 뻔했다.‘이건 날 훼방꾼으로 여기는 거야.’유채연은 감히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지 못하고, 손을 잡힌 채 얼굴만 빨개졌다.그래함은 유채연이 자신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자 불만스러웠다.“채연아, 팔장을 낄래.”“아니, 손을 잡았잖아.” 유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수줍어했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그래함이 유채연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열기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유채연은 더욱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외삼촌에게 차를 주자, 외삼촌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 차의 성능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래함이 자신을 속이는 건지 보려는 것이다.외삼촌이 차를 몰고 가자 성연과 그래함, 유채연만 남게 되었다.오늘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자세히 헤아려 보니 외삼촌은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야.’“채연 언니, 우리 쇼핑하러 가요.” 성연이 다가가서 유채연의 팔장을 꼈다.“그래.” 유채연은 성연이 쇼핑을 하려는 걸로 생각하고 함께 갔다.성연이 유채연을 데리고 온 곳은 모두 고급 쇼핑몰이었다.유채연도 옷을 좀 사고 싶었지만, 가격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성연은 흰색 원피스를 유채연의 몸에 대고 비교해 보았다.“채연 언니, 이 원피스가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 보세요.”“난 됐어. 네가 맘에 들면 사.” 방금 유채연은 가격표를 언뜻 봤다.‘너무 엄청난 가격이야.’‘원피스 한 벌에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비쌀 수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어.’‘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야!’“언니, 이 치마가 정말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유채연을 바라보았다.눈앞의 원피스를 보고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한번 입어 봐.” 그래함도 유채연이 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유채연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머뭇거렸다.마침내 결정을 내린 뒤에 옷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확실히 잘 어울리네.’유채연은 한번 입어 본 걸로 만족했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성연과 그래함이 번갈아 설득해서 유채연도 결국 옷을 하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또 유채연에게 많은 옷을 사주었다.처음에는 유채연도 두 사람이 돈을 쓰는 걸 걱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유채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중에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무감각해졌다.예쁜 옷을 많이 산 뒤 그래함이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래함의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였다.성연은 또 유채연을 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