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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할머니가 아껴주시는 걸로 충분해요.

성연이 너무도 침착하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무척 의아스러웠다.

마치 오늘 온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별 상관없는 외부인인 것처럼.

성연은 총명하니까 분명 진미선의 목적을 짐작했을 것이다.

“성연아, 그래도 네 친어머니 아니니? 설마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북성에서 강씨 집안의 위치는 손에 꼽을 정도지. 강씨 집안에서 네 신분을 발표하자마자 찾아왔어. 너를 이용해서 강씨 집안에 기어오르려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니?”

안금여는 일부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미선이 찾아왔음을 밝혔다.

멍청하게 있다가 이용당하지 말라고 성연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마음이다.

아무리 그래도 성연은 아직 어린 여자아이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니 틀림없이 모성애를 갈망할 수 있는 것이다.

진미선이라는 사람은 송씨 집안의 임수정과 달리 어느 것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진미선은 연기를 할 줄 알았다. 만약 성연이 믿고 가까이 한다면 앞으로 더 마음 상하게 될 것이다.

긴 고통은 짧은 고통보다 못하다. 진미선의 진면목을 일찍 알게 된다면 앞으로 저들로 인해 동요하지 않았을 테지.

성연은 사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혈연관계라는 것 말고는 정말 낯선 사람과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미선의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거듭되는 실망 속에서 철저하게 단념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지금도 아주 좋은데 누구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성연도 안금여가 자신을 위해서 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고 이제 시집도 왔잖아요? 모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무슨 말도 할 자격이 없었어요. 엄마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 제 마음에 엄마라는 존재가 없어도 되지 않나요?”

헤어지던 마지막 순간, 진미선이 했던 말 역시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성연은 그렇게 했다. 할 도리를 다한 셈이다.

듣고 있던 안금여는 문득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착한 아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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