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561 - Chapter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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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1화 줄행랑(95)

아까까지만 해도 긴장해 있던 지훈은 소혜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섬세하게 소혜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도 그래, 당신이 나에게 잘해준 것처럼.” “소혜야, 네가 나를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잘 알아. 네가 나와 결혼한다고 해서 네가 자유로웠을 때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네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평생 최선을 다할 거라고 약속할게.”소혜는 더 눈물이 나려고 했다. ‘역시 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를 가져왔다. “만약 어느 날 나랑 결혼한 게 후회가 되면, 계속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도 좋아.”소혜는 마치 그녀가 포기한 자유가 다시 손에 돌아온 것 같았다.지훈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여보,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지훈은 소혜를 사랑하지만, 소혜는 여전히 자유로웠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소혜는 바로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지훈은 그녀가 또 울고 싶어 하는 줄 알고 그녀를 안고 가볍게 등을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곧 그의 몸이 굳어졌다.“소혜야, 너...”곧 지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항상 당하기만 했던 소혜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지훈은 계속해서 소혜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침을 삼켰다.“소혜야, 그럴 필요 없어.”소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기, 내가 새로 배운 건데, 혹시 문제가 있으면 말해줘. 잘 기억해 둘게.”지훈의 눈빛에는 깊은 욕망이 더해졌다. 마치 고결한 연꽃이 세속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그는 천천히 웃으며 소혜를 바라보더니,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소혜야, 사실 너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냥 나를 바라보기만 하면, 난 너에게 뭐든 줄 수 있어.”소혜가 다시 말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처음에는 지훈의 말에 감동했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소혜는 절망스러웠다. “이제 그만 줘도 돼!”...밤새도록 함께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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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줄행랑(끝)

소혜는 고개를 숙여 배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안에 진짜 생명이 있는 거야?”“그래.”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직 아주 작지만, 점점 자라게 될 거야.”소혜는 여전히 이 상황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그럼 자라면 어떻게 돼?”“아들이면 나를 닮을 거고, 딸이면 너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울 거야.”“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내가 정성껏 키울 거야. 처음엔 울기만 하고 잠만 자겠지만, 곧 자라면서 웃기도 하고, 엄마, 아빠라고 부를 거야. 그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뛰어다닐 때쯤 되면,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며 우리에게 온갖 질문을 하겠지.”“난 그 아이에게 사랑을 줄 거고,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거야. 언젠가 내가 먼저 떠나게 되더라도, 그 아이가 내 사랑을 가지고 네 곁에 있어줄 거야. 우리 둘이 함께 봤던 풍경을 그 아이와 함께 보길 바라면서...”지훈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자 소혜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졌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앞부분은 좋았어, 그런데 난 네가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해. 반드시 나랑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해!”지훈은 웃으며 소혜의 손을 단단히 잡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할 거야. 그래서 결정은 내렸어?”“당연히 가져야지! 이 아이는 우리한테 내려진 축복이잖아!”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소혜야, 고마워. 나를 믿어줘서, 그리고 나한테 아버지가 될 기회를 줘서.”소혜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이 하나쯤은 낳아줘야지.”지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소혜는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으음... 그러니까, 난 너를 많이 사랑해.”지훈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다시 한번 말해줘.”“사랑해!”“한 번 더.”“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몇 번이나 말해야 해? 진짜 많이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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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슬픈 멜로디(1)

해원, 곽씨 가문.곽준호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으로 들어서자 아주머니는 놀라며 말했다. “도련님, 돌아오셨군요.”준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사모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준호는 곧장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들어섰을 때, 신옥영은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본 신옥영은 빠른 걸음으로 아들에게 다가갔다. 평소에는 우아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던 신옥영은, 자신의 아들을 마주할 때는 기쁜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준호야, 임무 중이지 않았니? 왜 이 시간에 돌아온 거야?”준호는 4년 전 병원에서 민도준과 맞붙은 후로는 더 이상 곽도원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부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고, 몇 년 동안의 고된 훈련 끝에 자신만의 명성과 권위를 쌓았다. 이제는 곽도원의 아들이 아닌, 곽준호 그 자체의 명예였다.몇 년간의 훈련은 준호의 외모를 더욱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었다. 구릿빛 피부, 가죽 재킷과 부츠, 그리고 군복 바지에 잘 잡힌 턱 선은 바람과 서리의 흔적을 드러냈다.거실에 앉은 후, 준호는 아주머니들을 물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신옥영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스쳤지만, 곧 다시 온화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일 때문에 돌아온 거니?”“네!” 준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또 그 염옥안이라는 여자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요!”“준호야.” 신옥영은 단호하게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네 아버지와 얽힌 건 그 여자의 의도가 아니었어. 그 여자는 불운하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어. 죽은 사람에게 불경스러운 말을 하지 마.”신옥영은 잠시 멈춘 후 말했다. “그 아가씨는 그저 그 여자와 조금 닮았을 뿐이야.”신옥영은 해원 사람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을 변호하자 준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5년 전, 준호는 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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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슬픈 멜로디(2)

백빈주의 나무들은 푸르게 자라, 초록빛 가지들이 하얀 벽의 절반을 감싸고 있었다. 준호가 문에 다다르자 안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곡은 꽤 오래된 노래였다. 준호는 더욱 굳은 표정으로 신속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버지!”음악이 멈추자,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서 있었다. 희미한 빛이 도는 얼굴에는 차가운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치자 준호는 잠시 놀라 멈칫했지만, 곧 경계의 눈빛을 띠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여자는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저는 고은지라고 합니다.”준호의 눈썹은 더욱 짙어졌다. “네가 고은지라고?”자신의 아버지를 홀린 여자는 화려하거나 매혹적인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앞의 여자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을 멀리하는 듯한 기운이 있었다. 고은지는 결코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려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준호의 시선을 한참 동안 마주하던 은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준호 도련님, 어르신을 찾으시는 건가요?”“어떻게 내가 곽준호라는 걸 알지?”은지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아까 아버지라고 부르셨잖아요.”준호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내 아버지의 정원에 있을 수 있지! 당신은...”“준호야.”뒤에서 낮고 깊은 목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곽도원은 나이가 거의 오십에 다다랐지만,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그에게 독특한 매력을 더해 주었다.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위압감을 주는 법이다. 그가 걸어들어오는 발걸음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준호는 물러서지 않고 따져 물었다. “아버지, 지금 해원은 소문이 무성합니다. 모두가 아버지가 공태주의 약혼녀를 빼앗아 두 번째 아내로 맞이하려고 한다고 말해요! 이 여자는 여기 두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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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슬픈 멜로디(3)

곽도원이 신옥영을 바라보다가 곧 시선은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이 아가씨는 그저 내가 우리 집으로 오라고 초대한 건데, 옥영아, 너 말이 좀 심해.”신옥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제가 선을 넘는 말을 하던 안 하든,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준호를 건드리면 저 못 참아요.”말을 마친 신옥영은 곽도원을 바라보지 않고 준호를 부축했다.“준호야, 가자.”그러나 준호는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저 오늘 저 여자 안 쫓아내면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준호야.”신옥영은 애원하듯 말했다.“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얼른 가자.”신옥영이 애원하자 준호는 주먹을 꽉 쥐고 신옥영의 말을 듣기로 했다....밤이 되고 준호는 티셔츠를 벗어 옆에 놓았다. 여태까지 준호가 받은 상처가 수없이 많았기에 이렇게 작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 갈 필요는 없었다.손이 닿지 않아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문 쪽에 그림자가 보이더니 은지가 걸어들어왔다.준호는 경각심을 세우고 물었다.“왜 왔어!”은지는 준호의 그런 태도를 무시하고 걸어들어와 탁자 위에 놓인 약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약을 손에 짜고 준호의 상처에 발라주려고 했다. 그러자 준호가 소리를 질렀다.“나 다치지 마!”“너 절로 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도와줄게.”준호는 눈썹을 찌푸리고 은지를 바라보았다.“너 나한테 잘 보여서 우리 집안에 남으려고 그러는 거야?”은지는 손을 내려놓고 준호를 바라보았다.“네가 보기에 선택권이 나한테 있는 거 같아?”확실히 현재 공씨 집안이 형세가 좋지 않고 또 원래의 공씨 집안이라고 해도 곽도원이 은지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하면 보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그러나 준호는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의심하는 눈초리로 은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네가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손으로 준호의 등을 어루만졌다.준호는 화가 나 은지의 손을 확 잡았다. 준호가 은지에게 화를 내려고 하는데 은지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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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슬픈 멜로디(4)

다음날, 준호가 정원에서 태권도를 연습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도련님, 국장님께서 아침 드시러 오시랍니다.”준호는 수건을 탁자 위에 뿌리면서 대답했다.“알았어.”준호가 주방에 도착하자, 곽도원은 중간에 앉아 있었다. 신옥영은 채식만 하므로 아침을 먹으러 오지 않아 평소에 두 부자끼리 먹었었다. 그러나 오늘은 여자가 한 명 늘었다.은지는 오늘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어 피부가 더 하얘 보였다. 은지가 식탁 옆에 서서 곽도원의 그릇에 죽을 떠주었는데, 누가 봐도 오래된 부부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선남선녀라고 할 수 있었지만, 곽도원이 준호의 아버지니까 준호는 그렇게 얘기할 수 없었다.준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곽도원은 팔을 걷으며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이번에는 어느 정도 있다가 가니?”“아버지께서 이 여자 언제 내보내면요.”곽도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너 사람 존중할 줄 알아야지. 은지 씨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앞으로 은지 이모라고 불러.”“은지 이모?”준호는 이런 상황이 우스웠다. 그는 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여자 서른하나고 저 스물다섯인데, 이모라고 불러라고요? 말이 안 되 잖아요!”곽도원은 차가운 눈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준호야,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네 아버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넌 끼어들 자격 없다.”준호가 대들려고 하자 집사가 준호를 막았다.“도련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으셔서 사모님께서 걱정하십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지요.”집사는 준호를 보며 대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집사가 준호를 자신의 손자처럼 키워 왔기에 준호는 집사의 말을 듣기로 했다.조용히 있던 은지가 준호에게 죽을 떠주었다.은지가 걸어오면서 조심하지 않아 준호의 무릎을 다쳤는데, 죽을 식탁에 놓을 때, 어젯밤에 맡았던 그 향기가 준호의 코에 또 들어왔다.준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은지를 바라보았다. 은지의 표정을 보면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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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슬픈 멜로디(5)

준호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돌려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옷 입고 나랑 나가자!”“어디 가는데?”은지의 담담한 말투에 준호는 밀어붙이며 묻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은지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준호의 강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너 선택권이 없다며? 내가 너한테 줄게. 밖에 차 있으니까, 그거 타고 해원시 떠나.”그러자 은지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무슨 뜻이야?”“내 말뜻은 우리 곽씨 집안에 넌 들어올 수 없다는 거야!”은지는 준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너!”아래층에서 집사가 높은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국장님! 오셨습니까!”곽도원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들은 준호는 바짝 긴장했다. 지금 준호와 은지의 상태를 보고 무조건 의심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아래층에서 곽도원은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보며 물었다.“준호는 어디 있어?”집사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도련님께서는 정원에 계십니다.”곽도원은 차가운 눈으로 집사를 한번 보고는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국장님! 도련님 정말 여기 안 계세요!”곽도원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은지의 방으로 들어가 욕실 문을 열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피하지 않았다.“은지 씨.”은지는 꽃잎으로 가득 찬 욕조에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일이세요?”“도우미한테서 들었는데, 준호가 여기 왔다고 하더라고요.”“네, 오긴 왔는데, 절 쫓아내겠다고 해서 거절했어요.”은지의 말을 들은 곽도원은 조금 놀랐다.“공태준 곁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가요?”은지는 곽도원을 바라보았다.“아직은 요.”곽도원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전 최대한 은지 씨의 생각에 맞춰서 돌려보내도록 할게요.”말을 마친 곽도원은 방에서 나갔다. 곽도원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발소리를 들은 은지는 손을 물아래로 넣었다.그러자 준호가 흠뻑 젖은 상태로 물속에서 나왔다.몇 분 전, 준호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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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슬픈 멜로디(6)

이때 준호가 갑자기 손으로 은지의 목을 조였다.“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너 뭘 하고 싶은 거야?”준호는 은지의 목을 세게 조이지는 않아, 말은 할 수 있었다.“뭐가 일부런데?”“약 발라주는 거, 아침 식사, 그리고 지금도! 일부러 날 꼬시려고 그러는 거지? 내가 모를 줄 알아?”아까 곽도원이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와 준호가 방법이 없어서 은지의 말을 따랐다.사실 곽도원을 피할 필요가 없었고 곽도원이 준호와 은지가 같이 있는 것을 봤다고 해도 그저 예의를 안 지킨다고 욕을 먹으면 먹었지, 스파크가 튄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준호가 이제 집에 온 지 며칠 밖에 안 됐는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은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유혹이 좀 됐어?”은지가 이렇게 쉽게 인정하는 것을 본 준호는 깜짝 놀라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우리 아버지를 꼬신 것도 모자라서 나까지?”은지는 손을 준호의 손목에 놓았다. 촉촉한 촉감이 느껴졌고 수면위는 더욱 일렁였다.“준호 도련님, 계속 이렇게 저랑 얘기하실 건가요?”준호의 옷은 이미 다 젖은 상태였고 티셔츠 안의 복근이 조금 보이는 상태였다. 은지는 목이 조인 상태라 조금 야릇한 분위기가 났다.이 둘의 상태로 보면 누구나 다 오해할 만한 상황이다.준호는 조금 소름이 끼쳤다.‘이 여자 뭐야.’준호는 은지를 놓아주었고 욕조에서 나왔다.가기 전에 준호가 차갑게 말했다.“고은지, 네가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한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준호가 돌아갈 때, 마침 신옥영과 마주쳤다. 신옥영은 깜짝 놀랐다.“준호야, 너 왜 이래? 왜 다 젖은 거야?”“저 괜찮아요.”준호의 머릿속에 갑자기 아까 봤던 은지의 하얀 피부가 떠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아까 발을 헛디뎌서 호수에 빠졌어요. 저 먼저 가서 옷 갈아입을게요.”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이 몸에 닿아 몸은 따뜻해졌지만 말 못 할 답답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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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슬픈 멜로디(7)

준호가 집으로 돌아오자, 은지의 자료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고씨 집안에서 낳은 사생아, 어머니는...!그 세글자를 보자 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고은지가 임현주의 딸이라고?’은지의 담담한 모습을 떠올린 준호는 임현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자료에는 오 년 전에 은지가 증거를 모아서 고씨 집안을 감옥에 넣고 태준에 의해 해운시에 와서 한동안 공씨 집안 아가씨를 하다가 일 년 전에 태준과 약혼을 한 상태였다.은지가 곽도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번 주에 태준이 은지를 데리고 파티에 참여했는데, 은지가 파티에서 피아노를 친 모습을 보고 곽도원이 은지를 집으로 초대했다.모든 것이 다 우연이지만 은지와 염옥란의 생김새가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에 준호는 이 모든 것이 우연 같지 않았다.준호가 핸드폰으로 은지에 관련되 자료를 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신옥영이 보약을 한 그릇 들고 들어왔다.준호는 쓴 향기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어머니, 절 주려고 들고 오신 거예요?”신옥영은 보약을 준호의 손에 쥐여주면서 말했다.“당연하지. 요 몇 년간 네가 계속 밖에 있었으니까, 엄마가 너한테 보약 못 챙겨줬잖아. 요 며칠 집에서 많이 마셔.”준호가 대답했다.“어머니, 저 몸 좋아요.”“너 엄마가 들고 온 게 맛없다고 그러니?”준호는 신옥영이 실망할까 봐 숨을 참고 단숨에 보약을 마셔버렸다. 그러자 신옥영이 웃으며 말했다.“너 이거 마실 때 표정이 딱 네 아빠 같네.”여기까지 말하자, 신옥영의 얼굴에 미소가 옅어졌다.“너 집에 이젠 오랫동안 있었잖아. 부대에서도 너 없으면 안 될 텐데, 그만 돌아가는 게 어때?”“안 돼요!”준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저 반드시 고은지를 쫓아내고 말 거에요!”“준호야.”신옥영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28년 동안 지냈던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이젠 나이가 많아져서 많은 일들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엄마는 그저 너만 잘 지내면 돼.”“저.”“준호야, 엄마 말 들어. 내일에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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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슬픈 멜로디(8)

준호는 마침 요즘 임무 수행을 완료해서 긴 휴가를 받아 이튿날에 바로 해원으로 돌아갔다.6월에 비가 많이 내려 날씨가 흐렸고 습했다.준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옥영이 묵는 저택으로 갔다. 신옥영은 평소처럼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신옥영이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여 준호는 조금 시름을 놓았다.“어머니.”신옥영은 준호가 온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엄마가 키운 꽃 좀 봐.”정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예쁘네요.”신옥영은 사랑스러운 듯 꽃잎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꽃들은 물을 많이 먹어서 물을 꼭 많이 줘야 해. 토양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말이야. 저쪽에 꽃들은 건조한 걸 좋아해서 비가 오랫동안 안 왔을 때 빼고는 물을 안 줘도 돼. 그리고 저쪽에 있는 두 과일나무는 열매가 익으면 바로 먹고 다 못 먹었으면 땅에다가 비료로 묻어.”오랜 시간 동안 신옥영은 준호를 키우는 외에 정원의 꽃을 가꾸는 것에만 정성을 기울였었다.백목련이 피면 봄이 온 것이고 수련이 피면 여름이 지난 것이며 계화꽃의 향이 나면 가을이 온 것이다.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신옥영은 그렇게 50년을 지내왔다.그녀는 꽃을 쓰다듬었다. 꽃은 여전히 예쁘게 피어 있지만, 신옥영은 나이가 들어버렸다.준호는 신옥령이 당부하는 말을 듣고 예감이 들었다.“어머니, 설마...?”신옥영은 스카프를 다듬고 아무것도 아닌 얘기를 하듯이 말을 꺼냈다.“준호야, 엄마 아빠랑 이혼하게 될 것 같아.”...“이혼?”곽도원은 신옥영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신옥영이 은지의 일 때문에 이러는 것으로 생각했다.“옥영아, 내 기억에 넌 성깔을 부리는 여자를 싫어하지?”“그래요?”신옥영은 평온한 말투로 되물었다.“그럼 저는 어떤 여자 같은데요? 도원 씨, 그럼 저희 28년을 부부로 살았는데, 당신 눈에는 제가 어떤 여자로 보이는데요?”곽도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배운 집안에서 나고 자라 여성스럽고 박식해서 도우미들도 칭찬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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