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시영은 예전처럼 그를 졸랐다. “제발 말해줘. 그럼 다시는 이 얘기 안 꺼낸다고 약속할게.”케빈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영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더 과감하게 물었다. “꿈속에서 나는 어땠어? 열정적이었어, 아니면 순수했어? 혹시... 음란했어?”마지막 두 글자를 말할 때 시영의 발끝이 케빈의 다리를 슬쩍 스쳤다.케빈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영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말하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시영은 방금 자신의 말투가 기억을 잃은 케빈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케빈 오빠, 왜 이렇게 날 화나게 만드는 거야.”케빈은 지금의 시영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가씨였다.케빈은 어렵게 입을 떼어 진실을 털어놓았다. “아가씨께서 꿈속에서 제 방안으로 들어와 어둠이 무섭다며 제 침대에 올라탔어요...”시영은 웃음을 참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뜨거운 귀를 살짝 스쳤다. “오빠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으니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게, 어때?”...잠시 후, 병실의 불이 꺼졌다. 케빈은 침대에 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끼익- 문이 살짝 열렸고 시영이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케빈이가 일어나 앉아있자 시영은 침대 옆에 엎드리며 말했다.“케빈 오빠, 너무 어두워서 무서워. 오빠 침대에서 같이 자면 안 돼?”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보게 된 시영은 예전처럼 순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케빈은 자신이 알던 시영을 보는 듯했다. 그는 정말 꿈속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이건 규칙에 어긋나요.”시영은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케빈 오빠, 정말 너무 어두워서 그래. 함께 자지 않으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아.”시영은 케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침대로 올라탔다. 케빈이 반응하기도 전
Last Updated : 2024-06-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