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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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오직 이렇게 해야만이

“승혜가 그러는데 당시 납치범들이 승혜랑 성혜인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성혜인은 승혜를 혼자 남겨둔 채 혼자 숨을 곳을 찾아갔다 하더군요. 그래서 승혜가... 아무튼 그게 승혜 마음에 맺힌 모양입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성혜인을 두둔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외부인일 뿐이에요. 만약 성혜인이 나와서 사과하지 않는다면 승혜는 계속 울 것 같습니다.”“내가 승혜를 보러 가마.”‘분명 이제 손을 놓고 고택 문도 다 닫아버리겠다고 했는데, 왜 사건이 줄줄이 터지는지...’그는 서둘러 반희월과 함께 반승혜가 지금 사는 곳으로 갔다.아니나 다를까, 집 문을 막 열자 안에서 반승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되뇌고 있었다.“이게 다 성혜인 탓이야. 성혜인만 아니었으면 난 이 모든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성혜인이 일부러 그랬어. 승제 오빠가 3년 동안 자기를 냉대했기 때문에 나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아.”며칠 동안 병원에 있을 때, 반승혜는 성혜인에게 누명을 씌우기만 하면 자신이 매우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사실 그녀는 일단 눈을 감으면, 그 역겨운 남자의 얼굴이 반복되어 토하고 싶게 만들었다.그래서 반승혜는 성혜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라, 그녀를 완전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매우 터무니없는 생각이긴 하나 지금 반승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성혜인이 너무 싫으므로, 그녀는 반승제가 성혜인과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이 헤어져야만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반태승이 집에 들어온 것을 보고 반승혜는 더욱 크게 울었다.“할아버지, 흑흑...”날카로운 울음소리에 반태승은 머리가 아팠지만, 반승혜의 처지가 너무 딱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네 고모가 이 일이 혜인이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혜인이도 그 건물에 있었느냐?”반승혜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은 부어서 한 가닥의 틈만 보일 뿐이었다.“할아버지, 저 정말 너무 괴로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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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어떤 모습으로 변장을 하든

서주혁은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아름다운 단발머리와 몸매, 반승제는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장을 하든 다 알아볼 수 있었다.‘그나저나 웨이트리스 옷을 입고 뭘 하려는 거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서주혁은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페니 씨 그렇게 확고하게 거절했는데, 너한테 굳이 자기 일정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반승제도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그래도 분명 내가 다시 빌러 올 거라 말했는데...’성혜인은 정말로 반승제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줄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배식 카트를 끌고 편안하게 반기태가 있는 룸에 도착했다.안에서 반기태와 홍재강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홍재강의 옆에는 홍규연이 앉아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방우찬도 이 자리에 함께 데려왔다.성혜인은 방우찬이 이런 일에까지 관여할 줄은 몰랐던지라, 더 일찍 빨리 장하리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환각제를 술잔에 넣고 공손하게 반기태에게 건네주었다.아무도 이 종업원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고, 반기태도 평소처럼 한 잔의 술을 꿀꺽 마셨다.이 환각제는 그의 현재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며, 어떤 여자든지 그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성혜인은 진작에 이 반기태가 밖에서 불성실하게 놀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여태껏 몰래 만난 애인만 해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모든 것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 복도 끝에서 이 룸에 사고가 나기를 기다렸다.이윽고 반기태는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때마침 홍규연도 화장실로 향하는 것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반기태는 술에 취한 데다 환각제까지 더해져 홍규연을 얼른 끌어안았다.“자기야, 여기는 왜 왔어. 내가 요즘은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으아아아!”놀란 홍규연은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그를 밀쳤지만, 반기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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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그는 가차 없었다

반기태는 자신이 반씨 집안에서 쫓겨난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아버지, 이 일은 정말 오해십니다, 저는...”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또 반태승의 지팡이였다.“빨리 꺼져! 너는 앞으로 다시 제원에 돌아올 수 없다. 정리할 시간은 딱 하룻밤만 줄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내가 직접 제원에서 쫓아낼 테니!”그는 자기 아들을 대할 때도 그는 가차 없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반기태는 자신이 더 이상 몸부림쳐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놀라서 다른 쪽으로 재빨리 뛰어갔으나, 방향을 잘못 잡아 성혜인 쪽으로 향하고 말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반기태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반기태는 그 순간 마음이 혼란스러웠던지라 확실히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신이 엉뚱한 곳으로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재빨리 되돌아가 중간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그가 성혜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그녀의 위치가 노출되었다.곧이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고, 사람들은 그제야 구석에 종업원 한 명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반승제는 한눈에 그것이 페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피식 냉소했다.하지만 이미 반태승은 홍재강을 향해 몸을 돌린 뒤였다. 홍재강도 오늘 밤 이 자리에 반태승이 있을 줄 몰랐던 지라 자연스레 공손해졌다.“회장님, 안심하세요. 이 정도면 이미 충분합니다. 제 딸을 위해 이렇게 사과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반태승은 일 처리가 확실했다. 식구들을 감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꾸물거리지 않았다.반기태의 그 당황한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시피, 나중에 그는 다시 제원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뒤이어 반태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씨 집안에는 쪽팔린 일이 아닌가.그는 몸을 돌려 다시 설우현을 바라보았다.룸들은 양쪽으로 즐비하게 있었는데, 다들 이 소동을 구경하러 나왔기 때문에 아주 가깝게 붙어있었다.설우현의 손바닥에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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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개자식

반승제는 고개를 숙이고 줄곧 쭈그리고 앉아 일어나지 않는 여자를 보며 살짝 눈썹을 추켜올렸다.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더욱이 반태승은 반승제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왜 아가씨 손을 밟고 그러냐!”그제야 반승제는 담담하게 구두를 거둬들였다.“앗, 그랬나요. 이거 죄송하게 됐어요.”말투가 차분하고 가벼운 게, 정말 조심하지 않고 밟은 것 같았다.‘개자식.’성혜인은 속으로 그를 수십 번 욕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배인의 뒤를 따라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반희월이 입을 열었다.“거기 서요.”성혜인은 몸을 흠칫했고, 뒤에서는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런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누군가 촛불을 켠 케이크를 밀고 왔다.그러자 반승제가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밀치며 말했다.“케이크는 4001호로 보내줘요.”그건 서주혁이 있는 룸이었다. 오늘 저녁 그들 중에 누군가 생일을 쇠는 바람에 반승제가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마침 성혜인과 식사를 하자던 반태승의 부름도 지킬 수 있어 그는 양쪽 모두 지체하지 않았다.성혜인은 재빨리 빠른 걸음으로 배식 카트의 손잡이를 잡더니 다른 종업원을 밀어내고 4001호를 향해 들어갔다.일단 살고 보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반희월은 미심쩍은 듯 반승제를 힐끗 쳐다보았다.‘저 여자 페니랑 닮은 것 같은데...’그러나 당사자가 이미 사라졌으므로 그녀는 다시 잡으러 갈 수도 없었다.그리고 페니도 웨이트리스 차림으로 그 자리에 가면 안 됐다.반승제는 시선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옅은 눈빛을 짓고 있었다. 그는 페니가 가족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건 페니를 번거롭게만 할 뿐이니 말이다.반씨 집안 가족들은 모두 룸으로 돌아갔고, 반승제도 반태승에게 말했다.“4001호로 먼저 가 있을게요. 성혜인이 오면 다시 올 테니 잊지 말고 불러주시고요.”반태승은 그의 태도가 그런대로 괜찮은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바로 성혜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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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그녀를 위한 싸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승제야, 됐어.”“우현 씨도 그만하세요.”화가 부쩍 가라앉은 반승제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자기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니 훨씬 진정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런 자식한테 신경 쓸 건 없지. 만약 페니가 이 자식을 좋아한다면 진작 도와달라고 했을 테니까. 하지만 페니는 지금 내 품에 있잖아?’반승제는 설우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술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설우현의 시선은 성혜인에게 향해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페니 씨가 불쌍해. 아 자식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바람기가 있었네.’“반 대표, 페니 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빨리 포기해요. 다정한 척 연기나 하지 말고요.”설우현의 말 한마디에 현장은 또다시 고요해졌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모자를 아래로 꾹 누르더니 부드러운 동작으로 곁에 앉혀두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두 사람이 또다시 싸움을 벌이려는 기세로 맞서는 것을 보고 신이한은 황급히 중간에 막아섰다.“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해요. 네?”신이한의 말을 듣자, 반승제는 괜히 열받아서 언성을 높였다.“신 대표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면 어부지리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젠장...’반승제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할 줄은 몰랐던 신이한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심호흡하고 나서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돼요. 미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반승제의 안색은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가시 돋친 시선으로 신이한을 쏘아보면서 말했다.“아쉽게도 그 미인이 신 대표를 좋아하지 않네요.”신이한이 말한 미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반승제가 말한 미인은 누가 들어도 ‘페니’를 뜻했다.신이한은 성혜인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진지하게 그녀와 교제할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천천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여직원과 붙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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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힘껏 끌어안다

반태승은 룸 입구에 서 있었고, 그의 뒤로 구경꾼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물론 성혜인도 그 사이에 있었다. 구경꾼들이 너무 꽉 들어찬 탓에 도망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네 남자는 반태승의 말에도 전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반승제가 무의식적으로 성혜인이 있는 방향을 힐끗 봤고, 서주혁도 따라서 시선을 보냈다.반태승은 눈치가 아주 빠른 사람이다. 그래서 바로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머리를 돌렸다가 성혜인을 발견했다. 그 자리에 있는 여자라고는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을 발견한 반태승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이 아이 때문에 싸움이 난 것이냐?”“...”반승제도 서주혁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둘도 머리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기만 했다. 아무리 강한 가문 출신이라고 해도 반태승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자 선배이기 때문이다.반태승은 다시 머리를 돌려 네 남자를 바라봤다. 반승제는 싸웠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멀쩡한 반대로 설우현과 신이한은 얼굴이 약간 부어 있었다. 그리고 서주혁도 입꼬리가 찢어져 붉은 기가 돌았다.네 남자가 여전히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 반태승은 답답함에 결국 언성을 높였다.“주혁아, 네가 말해보거라! 오늘 무슨 이유로 싸운 것이냐?”“여자 때문이 맞습니다.”서주혁이 말을 마치자마자 반태승은 지팡이를 들어 올려 반승제를 툭 쳤다.“네 놈이 여자 때문에 말썽부릴 날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구나. 당장 그 여자를 불러오거라. 난감하게 굴지 않을 테니 주저할 필요 없다.”반승제는 지팡이에 맞으면서도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러자 반태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네가 안 데려온다면 내 직접 조사해서 처리할 거다.”“...할아버지.”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이 반승제가 드디어 입을 열어 반태승을 불렀다. 하지만 그가 말을 계속하기도 전에 밖에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리더니 반희월과 백연서가 들어왔다.반희월은 룸안의 참상과 구경꾼들의 수군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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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페니의 정체

처음으로 지명한 두 남자가 반승제의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반태승은 인파 속에서 다른 두 남자를 찾아냈다.“둘도 가서 힘을 보태거라.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 오늘 꼭 확인해야겠으니까!”반태승이 말을 마치자마자 설우현이 부랴부랴 나서서 성혜인을 막아줬다. 반승제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진작 넋이 나가고 말았다.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어 버려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반대로 구경꾼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여자를 두고 다투던 두 남자가 어느새 갑자기 같은 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가십거리로 말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상황이었다.반태승은 언짢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점점 더 궁금해졌다.“얼른 저 둘을 떼어놓지 못해?!”세 남자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못하고 반승제와 성혜인을 떼어놓으려고 힘썼다. 그리고 한 남자는 자꾸만 방해하는 설우현을 막고 있었다.이리저리 밀려다니면서 성혜인은 드디어 가출한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서 이만 고개를 들려고 했는데 반승제가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얼굴을 공개하면 귀찮아 질 거야. 할아버지가 너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그만해요.”성혜인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네 남자는 동시에 우뚝 멈춰 섰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깨끗한 샘물처럼 맑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반승제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민 끝에 짧은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냈다.“죄송해요.”반승제는 성혜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그녀를 숨겨줄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반승제를 밀어내더니, 두 사람을 가려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설우현을 툭툭 쳤다. 그러자 그는 별말 없이 곁으로 비켜섰다.찻잔을 든 채 의자에 앉아 있던 반태승은 처음 성혜인의 얼굴을 봤을 때 눈이 잘못된 줄 알고 눈살까지 찌푸렸다. 영원할 줄 알았던 거짓말이 곧 들통나게 생긴 것을 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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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이제는 전처

반승제는 정장 외투를 천천히 입기 시작했다. 마치 외투가 보호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두운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을 보아낼 수 없었고 손가락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단추를 잠갔다.그렇게 외투를 다 입고 난 반승제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성혜인이라고?”반승제의 목소리에 성혜인은 고개를 더욱 푹 숙이면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반승제는 고개를 돌려 신이한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또 설우현을 바라보자, 그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나만 몰랐던 거군... 하.’분노는 당장이라도 이성을 침식할 것처럼 가슴으로부터 솟구쳤다. 하지만 반승제는 금방 분노를 잠재우고 차분하고 이성적인 자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성혜인과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되새겼다.반승제는 귀국한 다음 이성을 잃고 서류상의 아내와 하룻밤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껏 그를 속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그의 불륜 상대는 다름 아닌 ‘아내’였던 것이다.‘아니, 이제는 전처라고 해야겠네.’반승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친 다음에도 성혜인은 단호하게 이혼을 선택했다. 그러고는 페니라는 이름으로 그의 마음을 훔치고는 이성까지 빼앗아 가고 말았다.이는 반승제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겪어본 일 중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질문하지도 떠나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이 자리에서 반승제 못지않게 놀란 사람은 서주혁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성혜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눈썹을 튕기기만 하고 바로 반승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니까 승제가 이 여자한테 계속 속고 있었던 거야? 이혼도 페니 씨를 위해 한 거잖아?! 근데 둘이 같은 사람이었다니... 정말 미치겠네.’반승제는 한숨을 쉬더니 시선을 깔았다. 반태승은 아직도 성혜인의 곁에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혜인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너희 둘...”“저는 반 대표님과 아무런 사이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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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거짓말의 결과

반태승이 예약한 룸에는 반씨 집안사람이 전부 모여 있었다.반승제와 마찬가지로 페니가 성혜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차린 반희월은 한참이나 어리둥절해 있었다. 룸에 들어선 다음에는 그나마 상황이 파악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성혜인은 얌전히 반태승의 곁에 앉아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할아버지,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거예요?”성혜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문이 요란스럽게 열리더니 반승제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성혜인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반승제의 주변에는 싸늘한 냉기가 맴돌고 있었다. 말없이 분위기만으로도 성혜인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반태승이 입을 열어 반승혜에 관해 물으려고 할 때, 그가 먼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승혜 일은 페, 아니 혜인이랑 상관없어요.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시죠, 할아버지. 저 혜인이랑 따로 할 얘기가 있어요.”성혜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반승제의 주변에는 아직도 냉기가 맴돌고 있었고, 이대로 따라갔다가는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것만 같았다.“할아버지, 저...”성혜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반승제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오늘 하루 피한다고 해서 평생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나를 피하고 싶으면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해외로 가든지.”성혜인은 창백한 안색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반승제가 가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일으키더니 반태승에게 말했다.“그날은 저도 현장에 있었어요. 승혜는 아무래도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정신과나 카운셀링을 예약해 보세요.”반승제의 말을 들은 반승혜는 바로 반박하려 들었다.“아니야, 오빠. 나 진짜 억울해!”“승혜야, 내가 굳이 CCTV 영상을 꺼내야 입을 다물겠어?”반승제가 CCTV 영상을 바로 꺼내지 않은 이유는 반승혜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CCTV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놀란 듯 몸을 파르르 떨더니 눈물을 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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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뒤늦게 치른 대가

성혜인의 성격은 종종 반승제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이번에도 그녀의 침묵 때문에 반승제의 이성은 완전히 가출해 버리고 말았다.반승제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더니 차 안으로 들어가 성혜인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입술을 맞췄다. 그녀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목까지 조르면서 말이다.성혜인은 질식할 것만 같아서 반승제의 혀를 힘껏 깨물었다. 두 사람의 입속에는 금방 피비린내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뱀파이어라도 되는 것처럼 더욱 흥분하면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성혜인이 질식할 직전이 되어서야 손을 놓아줬다.반승제의 시선에는 여전히 냉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을 향한 부드러움이 더욱 컸다. 단지 아주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성혜인은 손을 들어 입꼬리에 흐른 피를 닦았다. 그리고 세상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단 한 번도 거짓말한 적 없어요. 그저 대표님이 저한테 관심을 가진 적 없을 뿐이죠. 조사할 기회는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대표님은 하지 않았죠. 제 가족에게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대표님의 고백이 우스웠던 거예요.”반승제는 몸을 흠칫 떨었다. 화가 나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다. 그가 이 감정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니 딱히 반박할 방법도 없었다.성혜인은 여전히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저희가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대표님은 통화로 이혼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만약 그때 제가 성혜인이라는 것을 밝혔다면 대표님은 저를 죽여버리지 않았겠어요? 저한테 대표님은 그런 사람이었기에 목숨 걸고 정체를 밝힐 수 없었어요.”“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지금까지 속여?!”“반승제 씨!”덩달아 짜증이 났던 성혜인은 언성을 높여 반승제의 이름을 불렀다.“저희는 삼 년이나 부부로 살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윤단미 씨만 취급했었죠. 반승제 씨는 저를 쓰레기 보듯이 했어요. 근데 제가 어떻게 정체를 밝혀요? 반승제 씨가 성씨 가문과 성혜인이라는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제가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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