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2270 챕터

제671화 절대 제3자가 알지 못하게

박예진이 두 번 토하자 배윤수는 또 입맛을 다셨다.“그 대본 다시 수정해. 그래도 페니 씨가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면 그만둬, 앞으로는 그 사람 멀리하고.”“알겠어요, 알겠으니 교수님 제발...”이윽고 배윤수는 노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자신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박예진은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배윤수가 떠난 후, 그녀는 그제야 땅에 꿇어앉아 토하기 시작했다.정리를 끝마치고 문을 나서려는 그때, 박예진은 가다 말고 돌아온 성혜인과 마주쳤다.그것도 사무실 문 입구에서 말이다.박예진은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성혜인은 단번에 그녀의 안색이 조금 전 보다 훨씬 창백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이건 떠난 지 불과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페니 씨...”박예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성혜인은 티슈를 뽑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러나 그녀는 차마 받을 수 없었다.뒤이어 성혜인이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핸드폰을 두고 와서요.”박예진이 한 걸음 비켜 성혜인이 안으로 들어가길 기다렸다.안은 정리를 마쳤고, 그녀도 씻고 나온 상태라 그 어떤 이상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성혜인은 의자에 놔두었던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녹음 모드가 표시되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안의 내용을 듣지 않았다. 핸드폰은 다행히 의자 틈 사이에 껴 있어 배윤수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박예진의 핸드폰은 2G폰이었는데, 일단 배윤수와 만나면 반드시 그에게 핸드폰을 바쳐야 했으므로 녹음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성혜인의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녹음 모드를 보고, 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그제야 박예진은 성혜인이 일부러 핸드폰을 이곳에 숨겨뒀다는 것을 알아챘다.이윽고 그녀는 땅에 주저앉아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페니 씨, 제발 듣지 말아 주세요, 제발...”그 모습에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안에 CCTV가 없고, 배윤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나서야 박예진을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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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핍박

성혜인은 배윤수가 그녀를 위협하지는 않았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박예진이 시선을 이리저리 두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만남이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좋아요, 예진 씨. 이건 우리 회사 주소예요, 연락 기다릴게요.”박예진은 한번 보고는 주소를 외우고 성혜인이 건네준 쪽지를 돌려주었다.“외우면 돼요.”이렇게 조심스러운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성혜인은 회사로 돌아가 서류를 처리하며 박예진의 소식을 기다렸다.저녁 5시가 되어서, 그녀는 택배를 받았고 안에는 만 3천 원 가량이 끼워져있었다.모두 세 개의 대본이었는데 모두 수기로 작성된 것이었다.첫 대본을 펼쳐본 그녀의 눈에는 경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그건 한편의 훌륭한 수사극이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마지막이 되어서야 누가 범인인지 맞출 수 있었다.안에 있는 여러 가지 살인 수법은 두피가 다 저려날 지경이었다.정말 22살 여학생이 쓴 거라고는 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한눈에 충격을 받은 성혜인은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대본도 열어보았다.첫 번째는 수사극, 두 번째는 인간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 세 번째는 또 수사극이었다.보아하니 박예진은 이런 사건들을 통해 다른 사람의 내면을 분석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조금 흥분해서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진 씨, 이 세 개 대본 제가 다 가져갈게요. 가격은 예진 씨가 마음대로 불러도 돼요.”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박예진이 아니라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그쪽은?”성혜인은 그가 박예진의 아버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자 그녀의 마음은 순간 확 무거워졌다.“저는 예진 씨 친구예요, 예진 씨는요?”박주완의 얼굴은 안 좋게 구겨져 있었다. 그와 김애은은 오늘 모두 일찍 퇴근했는데, 박예진이 몰래 몇 번이나 피임약을 샀다는 동네의 소문이 듣고 말았다.조금 전 그들은 이미 박예진을 압박하며 물었지만, 그녀는 줄곧 입을 열지 않고 무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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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화해하자는 건가?

박주완은 그녀를 발로 걷어차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어떤 사람이 예진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세 대본에 대한 얘기를 했어요. 교수님, 제가 교수님을 가장 신뢰하는 거 아시죠? 만약 누가 예진이 대본을 하나라도 사 간다면 그 사람은 우리 집의 큰 은인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말을 안 듣는 것 같아요, 우리 몰래 연애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어휴, 도대체 어떻게 애를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랑 아내는 고생도 많이 하고 배움도 없어서...”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박예진은 바닥에서 일어나 박주완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던져버렸다.“아아악!!!”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그 광경을 본 김애은과 박주완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정말이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들의 딸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었다.제 자리에 얼어붙은 두 사람을 뒤로하고, 박예진은 자신의 핸드폰을 빼앗아 밖으로 도망갔다.이내 정신을 차린 박주완은 그녀의 그림자에 대고 마구 손가락질했다.“쟤가 단단히 미쳤어, 지금 교수님이랑 전화하고 있는 게 안 보여?! 이게 대체 무슨 태도야! 교수님이 오해하시면 너 어쩌려고 그래!”곁에 있던 김애은도 조급해져 박예진을 잡으러 따라 나갔다.그러나 박예진은 이미 평소에 자주 오던 서점에 도착한 뒤였다. 그곳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종이와 펜이 있었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성혜인에게 편지를 썼다.편지에는 오직 하나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바로 그 세 대본을 전부 줄 테니, 전제는 성혜인이 배윤수를 패가망신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편지의 끝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페니 씨, 페니 씨한테 이렇게 비는 게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빌어볼게요. 저는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아요. 그 세 대본은 제가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대본이자 줄곧 어디 내놓고 싶어 하지 않은 ‘아이’였어요. 하지만 저는 페니 씨가 그것들을 잘 대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약 돈을 벌게 된다면, 그 돈들은 모두 저희 엄마 아빠께 보내주세요.」퀵 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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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그를 이렇게 싫어한 적 없었다

그 말에 심인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아는 페니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정도로 주동적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혼자 차에 올라탄 반승제의 입꼬리는 참지 못하고 씩 올라갔다.한편, 막 옷을 갈아입고 출발하려던 성혜인은 온수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아주 완곡하게 그녀가 준비를 다 했는지 물었다.성혜인은 그가 너무 바쁜 나머지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줄 알고, 다시 한번 영화관의 위치를 말해줬다.영화관은 부근에 있는 백화점 4층에 있었다.온수빈은 눈빛을 반짝이며 곧바로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반승제였다.반승제는 전에 한 번도 이런 영화관에 와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성혜인을 기다리기로 했다.영화관에는 그와 같은 키에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극히 드물게 나타났다. 또 그의 반듯한 몸매는 보통사람들의 눈에 띄기에 충분했다.그러나 반승제 본인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는 성혜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게 보였다.눈빛에 약간의 설렘이 일렁이는 것도 잠시, 그는 성혜인의 곁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남자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 보였다.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자, 반승제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눈빛도 한층 차가워졌다.그의 시선이 너무 직접적이라, 성혜인은 곧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유리 난간 앞에 서 있는 반승제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오가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반승제만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젠장, 대표님이 왜 영화관 입구에 계시지?!’이내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 외국인 여자가 떠올라 조롱하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진도가 참 빠르네. 서로 한지 얼마나 됐다고 영화 약속도 잡고.’그녀는 속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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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무언가에 찔린 듯

반승제는 그 자리에 서서 성혜인과 온수빈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았다.곁에 있던 직원은 여전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불쾌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감히 더 보지 못했다.뒤로 한걸음 물러난 반승제는 때마침 최효원과 영화를 보러온 임경헌과 마주쳤다.임경헌은 자신이 환각을 봤다고 생각했다.“승제 형?”그는 이렇게 외치며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비볐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확실히 반승제가 맞았다.반승제는 임경헌의 손에 들린 영화표를 봤는데, 마침 성혜인의 옆좌석이었다.뒤이어 그는 그 표를 낚아채 직원에게 보여줬다.직원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임경헌은 난감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에게도 영화표가 오직 두 장밖에 없었고, 게다가 지금은 다시 살래야 자리가 꽉 차 살 수도 없었다.그렇다고 자신의 여자친구가 반승제와 함께 영화를 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그는 총명스럽게 고개를 돌려 최효원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자기야, 아래 내려가서 사고 싶은 가방이 있는지 한번 둘러보고 있을래? 이 영화는 내가 형이랑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최효원은 여태껏 한 번도 영화관 입구에서 퇴짜를 맞은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자신의 사촌 형과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그러나 어쨌든 임경헌이 적어도 몇천만 원의 가방을 사주고, 거기에 더해 반승제의 신분도 신분이다 보니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임경헌은 서둘러 자신의 손에 있는 다른 한 장을 직원에게 보여주고, 성큼성큼 걸어가 반승제를 따라잡았다.“형, 기다려.”연이어 들어가는 남자들과 제자리에 어리둥절해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직원은 한숨을 내뱉었다.‘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은 참 많아.’상영관 입구를 찾아 들어간 반승제는 단번에 성혜인을 발견했다.그 시각 상영관 안은 이미 어두워졌고, 그는 빠르게 성혜인의 곁으로 가 앉았다.성혜인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팝콘 한 통을 손에 묵묵히 안고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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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그녀의 부담감

반승제는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에 임경헌도 두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설득을 계속했다.“페니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처럼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형은 너무 잘났으니까 부담감이 들었겠죠. 그러니 속상해할 필요 없어요.”“내가 어딜 봐서 속상하다는 거야? 그따위 여자가 뭐라고.”반승제는 담담한 표정으로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다 말고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는 또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페니는 이혼했어. 그 남자도 이제는 버림받은 전남편일 뿐이지.”반승제는 차에 올라탔다. 성혜인의 문자 한 통에 영화관까지 달려온 자신이 우스운지 피식 웃으면서 말이다.그는 또 가슴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다음 온시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화 매출액이 6000억 원을 넘길 것 같다면서 말이다.“축하해, 승제야. 너랑 페니 씨, 투자 금액의 5배는 벌 것 같네.”반승제의 신경은 ‘페니’라는 두 글자를 듣기만 해도 곤두섰다. 영화 투자에 관한 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그는 그저 짧게 대답만 했다.반대로 영화 매출액보다는 가십거리에 관심이 더 많았던 온시환은 이때 스캔들 기사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반승제에게도 알려줬다.“오늘 밤 온수빈 씨가 여자랑 영화 보러 갔다는데? 여자 사진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페니 씨 같다?”온시환은 기사들을 연이어 훑어보기 시작했다. 온수빈의 인기에 갓 개봉한 영화의 열기까지 더해지니 그는 짧은 한 시간 만에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다.온시환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좋네, 수빈 씨 덕분에 공짜 홍보도 하고. 만약 매출액이 8000억 원까지 올라간다면 너랑 페니 씨는 10배 넘게 벌 수 있을지도 몰라. 또 다른 수입까지 더해지면...”온시환은 한참이나 혼잣말을 했다. 반승제가 전화를 끊기라도 한 듯 조용한 것을 보고는 의아한 말투로 그를 불러봤다.“승제야?”반승제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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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반승제 씨는 스폰서가 아닙니다

성혜인과 온수빈은 영화관을 떠난 다음에도 영화 얘기를 계속했다.“페니 씨, 이번 영화의 매출액이 6000억 원을 넘길 것 같다고 하네요. 덕분에 저도 인기가 많아질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S.M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온수빈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러자 성혜인은 그의 차를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돌아가서 편히 쉬어요. 제가 빠른 시일 내로 다른 일을 찾아줄게요.”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S.M은 당분간 온수빈의 인기로 먹고살게 생겼다.그래도 성혜인은 박예진이 보내준 몇 개의 대본에 의지해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대본도 있고 감독도 있으니, 흥행만 하면 S.M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남자주인공은 온수빈으로, 여자주인공은 신인 여배우로 쓸 생각이었다. 그것도 S.M과 계약한 신인 여배우 말이다. 그렇다면 온수빈의 인기로 신인도 키워볼 수 있었다.온수빈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S.M의 오너로서 성혜인은 사업가들이 자주 쓰는 수단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온수빈에게도 합당한 보수를 줄 것이다.성혜인은 온수빈이 떠나간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차 문을 연 순간 뒤에서 남자 두 명이 나타나 그녀의 목을 잡았다.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 앞이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어떻게든 소리를 질러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뒤통수를 가격당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40분 후.누군가가 성혜인에게 찬물을 뿌렸다. 그러자 그녀는 서서히 눈을 떠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도송애는 의자에 앉아 오만한 태도로 성혜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오랜만이에요, 페니 씨.”성혜인은 도송애가 도라희 때문에 자신을 납치했다고 생각했다.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진 도라희는 해외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도송애는 커다란 채찍을 들고 있었다. 괜히 수많은 남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적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묶인 성혜인은 곧 도살당할 소가 된 것만 같은 무기력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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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붉어진 눈시울

성혜인은 눈썹을 튕기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못 믿겠으면 회장님께 연락해요. 번호는 제가 알고 있어요. 안 그래도 얼마 전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거든요. 참, 반승제 씨가 저를 왜 싫어하는지 알아요? 그건 제가 하루가 멀다 하게 회장님께 고자질해서예요.”성혜인의 태연한 모습에 도송애는 이미 반쯤 넘어갔다. 더구나 그녀는 권세에 굴복할 줄 아는 똘똘한 사람이었기에 표정도 전보다 훨씬 누그러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위협을 잊지 않았다.“만약 거짓말이 들통나면 지금보다 더 심한 대접을 받을 줄 알아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목적은 이미 달성했기 때문이다. 도송애의 성격으로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함부로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도송애가 조사를 끝낼 때까지 숨을 돌릴 수 있었다.역시나 도송애는 경호원에게 성혜인을 가둬두라고 지시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반기태의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금방 퇴원한 반기태는 성혜인이 도송애에게 잡혀 있다는 소식을 알고 곧바로 사람을 보내 풀어주라고 했다. 도송애는 반기태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회장에서 마주친 적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혜인이 한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여기고 부리나케 그녀를 풀어줬다.반승제의 위협에 단단히 겁먹은 반기태는 더는 성혜인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레스토랑에서 성혜인과 만나자마자 그녀를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주라고 했다.성혜인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잔머리를 굴려 도송애에게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반기태의 손에 잡히고 말았으니 말이다.“페니 양, 지난번의 오해에 관해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네.”반기태의 태도에 성혜인은 금방 그가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는 또 40억이 적혀 있는 수표와 약병을 꺼내 성혜인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이건 사람을 소리소문없이 죽일 수 있는 약이야. 승제는 평소 일이 많으니 언제 갑자기 심정지로 죽어도 이상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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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가슴이 떨리다

성혜인은 반승제를 배신했다. 그러니 반승제도 성혜인을 없애버리는 것이 현명했다.저녁, 침대에 누운 반승제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물안개로 가득 찬 욕실이 떠올랐다. 떨림은 입술부터 가슴까지 점점 아래로 전해졌다.반승제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물안개 속의 사람을 보려고 집중하기는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든 반승제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한 여자와 부둥켜안은 채 좁은 차 안에 있었다.“남편 몰래 나랑 만나는 거, 재미있지 않아?”이 목소리는 분명히 반승제의 것이었다.새벽 3시, 반승제는 눈을 번쩍 떴다. 온몸을 휘감은 흥분감 때문에 다시 잠들기는 그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심호흡하고 나서 한겨울에 찬물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그리고 샤워가 끝난 다음에야 약간 살 것 같았다....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회사로 가서 안유결에게 대본을 보여줬다. 그의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비록 안유결을 천재 감독의 길로 이끈 것은 사극 드라마였지만, 그가 촬영한 스릴러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유명했다.대본을 보고 난 안유결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상기된 안색으로 말했다.“사장님, 이 대본들은 어디에서 구한 거예요?”“성주대의 학생한테서요. 실력이 대단하죠?”안유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본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S.M에 큰 기대가 없었던 그의 가슴이 이토록 다채로운 대본에 세차게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그러네요. 이런 대본이라면 얼마든지 촬영할 수 있어요. 부디 저한테 맡겨주세요!”안유결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성혜인은 한시름 놓았다.“온수빈 씨를 남자주인공으로 쓰는 건 어때요? 얼마 전 금방 상영한 영화 덕분에 홍보 효과가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여자주인공은 오디션으로 신인을 뽑았으면 해요.”“온수빈 씨의 연기력이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죠. 하지만 추리물 드라마는 투자금이 엄청 필요할 거예요.”“400억이면 될까요?”안유결은 손을 흠칫 떨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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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죽기 전에 낸 마지막 용기

성혜인은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박예진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와 만났던 사람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그녀는 박예진이 남긴 편지를 떠올렸다. 아마 박예진은 그 편지를 쓸 때부터 이미 각오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덜덜 떨었다.그녀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도 박예진이 지우려고 했던 녹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박예진의 시신을 앞두고는 도무지 재생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다시 거두던 순간 배윤수가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작가님...”배윤수는 작게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쉬었다.“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페니 씨는 오늘 예진 학생을 만나러 왔나요?”“네.”“예진 학생의 대본들은 페니 씨한테 있죠?”“네.”“예진 학생은 우리 전공의 수석이었어요. 그 대본들은 유물로 부모님께 드리고 싶네요. 이렇게라도 위로가 되고 싶어서요.”성혜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람이 죽자마자 대본을 빼앗으려는 속셈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원래도 그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생각은 이 순간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그 대본들은 예진 씨가 저한테 준 거예요. 그 증명으로 손 편지도 있어요. 저한테 준 대본을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는 내용으로요.”배윤수는 박예진이 편지를 남겼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박예진이 자살한 탓에 배윤수는 앞으로 꽤 귀찮은 일에 휘말려야 했다. 그래도 그녀가 남긴 대본으로 돈 벌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예진이 부모님한테 말해서 받아오라고 해야겠군...’배윤수는 몰래 이를 악물며 성혜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혜인은 성주대학교를 떠난 다음에도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힘들게 기분을 진정시키고 녹음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녹음 속에는 짧은 몇 마디만 있었다. 그래도 박예진이 배윤수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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