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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무언가에 찔린 듯

반승제는 그 자리에 서서 성혜인과 온수빈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았다.

곁에 있던 직원은 여전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불쾌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감히 더 보지 못했다.

뒤로 한걸음 물러난 반승제는 때마침 최효원과 영화를 보러온 임경헌과 마주쳤다.

임경헌은 자신이 환각을 봤다고 생각했다.

“승제 형?”

그는 이렇게 외치며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비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확실히 반승제가 맞았다.

반승제는 임경헌의 손에 들린 영화표를 봤는데, 마침 성혜인의 옆좌석이었다.

뒤이어 그는 그 표를 낚아채 직원에게 보여줬다.

직원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임경헌은 난감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에게도 영화표가 오직 두 장밖에 없었고, 게다가 지금은 다시 살래야 자리가 꽉 차 살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여자친구가 반승제와 함께 영화를 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총명스럽게 고개를 돌려 최효원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자기야, 아래 내려가서 사고 싶은 가방이 있는지 한번 둘러보고 있을래? 이 영화는 내가 형이랑 같이 봐야 할 것 같아.”

최효원은 여태껏 한 번도 영화관 입구에서 퇴짜를 맞은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자신의 사촌 형과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임경헌이 적어도 몇천만 원의 가방을 사주고, 거기에 더해 반승제의 신분도 신분이다 보니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임경헌은 서둘러 자신의 손에 있는 다른 한 장을 직원에게 보여주고, 성큼성큼 걸어가 반승제를 따라잡았다.

“형, 기다려.”

연이어 들어가는 남자들과 제자리에 어리둥절해 서 있는 여자를 보고, 직원은 한숨을 내뱉었다.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은 참 많아.’

상영관 입구를 찾아 들어간 반승제는 단번에 성혜인을 발견했다.

그 시각 상영관 안은 이미 어두워졌고, 그는 빠르게 성혜인의 곁으로 가 앉았다.

성혜인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팝콘 한 통을 손에 묵묵히 안고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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