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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죽기 전에 낸 마지막 용기

성혜인은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박예진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와 만났던 사람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화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녀는 박예진이 남긴 편지를 떠올렸다. 아마 박예진은 그 편지를 쓸 때부터 이미 각오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도 박예진이 지우려고 했던 녹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박예진의 시신을 앞두고는 도무지 재생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다시 거두던 순간 배윤수가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작가님...”

배윤수는 작게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페니 씨는 오늘 예진 학생을 만나러 왔나요?”

“네.”

“예진 학생의 대본들은 페니 씨한테 있죠?”

“네.”

“예진 학생은 우리 전공의 수석이었어요. 그 대본들은 유물로 부모님께 드리고 싶네요. 이렇게라도 위로가 되고 싶어서요.”

성혜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람이 죽자마자 대본을 빼앗으려는 속셈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원래도 그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생각은 이 순간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그 대본들은 예진 씨가 저한테 준 거예요. 그 증명으로 손 편지도 있어요. 저한테 준 대본을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는 내용으로요.”

배윤수는 박예진이 편지를 남겼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박예진이 자살한 탓에 배윤수는 앞으로 꽤 귀찮은 일에 휘말려야 했다. 그래도 그녀가 남긴 대본으로 돈 벌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예진이 부모님한테 말해서 받아오라고 해야겠군...’

배윤수는 몰래 이를 악물며 성혜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혜인은 성주대학교를 떠난 다음에도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힘들게 기분을 진정시키고 녹음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녹음 속에는 짧은 몇 마디만 있었다. 그래도 박예진이 배윤수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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