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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마음이 약해지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풀어주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꼭대기 층이요.”

성혜인은 겨우 대답했다. 그러자 반승제는 난폭한 동작으로 그녀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들였다.

꼭대기 층에 도착한 다음 반승제는 반쯤 열린 출입문과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문손잡이를 보고 침묵에 잠겼다. 혹시 몰라 문을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성혜인을 소파에 앉히고 난 반승제는 모든 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현관으로 가서 바닥에 떨어진 문손잡이를 들어 올렸다. 이는 누가 봐도 강제적으로 열고 들어온 흔적이었다.

반승제는 신발장을 끌어다가 문을 단단히 막은 다음에야 몸을 돌려 성혜인을 바라봤다. 그녀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신발은 어느새 떨어졌는지 하얀 양말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양말도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곁에 앉아 양말을 벗겼다. 그러자 아직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그녀는 몸을 더욱 웅크리며 뒤로 피했다. 반승제는 그녀의 양말을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물었다.

“집에 약상자 있어?”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서랍장을 가리켰다. 반승제는 서랍장에서 약상자를 찾아와 필요한 약을 꺼내고 유통기한이 지나지는 않았는지부터 검사했다. 그리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손가락에 연고를 짜냈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겨주고는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밀려온 쌉쌀한 한약 냄새에 그녀는 마치 급소라도 공격당한 것처럼 또다시 넋이 나가버렸다. 얼굴을 살살 어루만지는 반승제의 손가락에 그녀는 아프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다.

차분하게 약을 다 바르고 난 반승제는 또다시 성혜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그리고 시선을 한껏 숙인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누가 이랬어?”

“배윤수 작가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번은 녹음의 존재를 알게 된 배윤수가 저지른 일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분에 앞으로는 일을 벌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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