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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결국은 실망으로

반승제는 화가 나서 손이 다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성혜인을 때려눕히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는 성혜인에게 손을 댈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페니를 안 좋아했다고 하지 않았나?’

반승제는 슬슬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반 시간 후 성혜인이 밖에서 반승제를 부르면서 말했다.

“대표님, 와서 식사하세요.”

성혜인의 말은 독 사과를 권하는 악독한 왕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반승제는 셔츠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피 묻은 신발과 외투는 진작 던져버리고 없었다.

성혜인은 따끈따끈한 죽을 식탁에 올려놓으면서 반승제가 나온 것을 발견하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죽 좀 끓여봤어요.”

반승제는 어젯밤 저녁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장시간 공복 후에는 죽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식탁 앞에 앉은 반승제는 자신의 앞에만 놓여 있는 그릇을 보고 성혜인에게 물었다.

“넌 안 먹어?”

“배가 안 고파서요.”

성혜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조금 다르게 이해했다.

반승제는 싸늘한 시선으로 성혜인을 노려봤다. 약간 붉어진 눈가와 어두운 눈동자는 금방이라고 그녀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성혜인이 자신의 앞에 앉은 것을 보고 반승제는 죽 한 숟가락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받아먹으려고 했다.

반승제는 놀란 표정으로 숟가락을 치웠다. 그런 그의 행동을 성혜인은 당연히 터무니없이 유치한 장난으로 여겼다.

“안 드실 거예요?”

‘안 먹을 거면 좀 빨리 가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이걸 먹었으면 좋겠어?”

“제가 대표님을 위해 만든 거니까 물론 드시면 좋겠죠?”

반승제는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넌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반승제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머리가 아팠던 성혜인은 미간을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빨리 식사를 끝내고 여기서 나가주셨으면 좋겠어요.”

말을 마친 성혜인은 무심코 머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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