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얘기했으니 대화 기록을 캡처로 남겨놓기에는 충분했다.성혜인은 장하리에게 멈추라 하더니, 앞으로는 TJ엔터와 연락하지 말 것을 분부했다.한편, TJ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를 홍보하고 있었고 그제야 성혜인은 철저히 마음을 비웠다.“안 감독님에게 전해요, 마음 놓고 촬영하시라고요. 빠른 시일 내에 작품을 완성해야 해요, 그것이 우리 회사의 첫발일 테니.”장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로 계약을 체결한 여자 연예인이 떠올랐는데, 그녀는 바로 여자주인공이었다.“사장님, 저는 이번에 정말 자신 있어요. 연예계에 이렇게 오래 있으셨으니, 안 감독님 안목은 매우 정확할 겁니다. 여자주인공도 비록 신인이기는 하지만 연기가 꽤 괜찮습니다. 감독님의 지도만 조금 더한다면, 이 드라마의 퀄리티는 절대 나쁘지 않을 거예요.”그렇게, 성혜인은 잠시나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S.M의 발전은 비교적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었다.조금 늦은 시간, 퇴근하려던 성혜인에게 강민지가 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너 언제 서수연 건드렸어? 서수연이 지금 단톡방에서 너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수연이랑 다니는 그 몇몇 명문가 딸들도 매일 네가 남자 꼬시고 다닌다고 소문 퍼뜨리면서 말이야.」「진짜 듣기 안 좋게 욕하고 있어. 서씨 집안이 무리 내에서 위치가 높다 보니까 이 일 조금 번거로울 것 같다.」서씨 집안의 지위는 제원의 재벌가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게다가 서수연에게는 서주혁이라는 오빠가 있어서, 원하는 일은 모두 이룰 수 있었다.성혜인은 서수연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신이한의 일 때문일 것이다.강민지는 아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혜인아, 너 그래도 서수연 조심하는 게 좋아. 요즘 서수연이 아주 미친개처럼 너를 찾고 있어서... 게다가 단톡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너에 대해 몰라서, 아무도 너를 위해 나서주지 않아.”그러나 성혜인은 이런 걸
성혜인이 오늘 밤 스카이웨어에 가는 데다가 홍규연의 집을 임대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 서수연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수연아, 네가 이렇게 경계하는 것도 당연한 거야. 이한 씨도 그 여자한테 홀려서 정신이 나갔고, 윤단미도 모두 그 여자 때문에 초라해졌어. 지금 여기저기 다리 놓고 있는걸 보면 다음은 너희 우찬 오빠가 될지도 모르지. 우리 오늘 밤 내로 한꺼번에 해치우자. 다시는 이 무리 안에서 고개도 못 들게 말이야!”성혜인은 이 명문가 딸들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약속한 시각이 밤 7시였기 때문에 그녀는 그 시간대에 출발해 먼저 룸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그 시각, 명문가 딸들도 떠날 준비를 했다.이 상황에 가장 기분이 좋은 건 바로 서수연이었다.서주혁은 한껏 흥분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 있던 신문을 한편에 내려놓았다.“어디 가게?”원래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의 서수연은 분명히 밥도 먹지 않고 미리 갈 생각인 것으로 보였다.“오빠, 나 밖에 일이 있어.”“신이한 적당히 좀 쫓아다녀.”“아이고, 알았어.”서수연은 차에 올라타 손에 들려있는 연고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것은 그녀가 직접 옛 스승님을 찾아가 만든 것이다. 그것은 얼굴에 바르기만 하면 금방 하나둘 발진이 생겨서 한 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게다가 잘 처리하지 못하면 얼굴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남아 그 예쁜 얼굴도 망가지게 된다.‘페니의 얼굴만 아니면, 반드시 이한 씨도 더 매달리지 않을 거야. 이한 씨가 좋아하는 건 죄다 미녀들뿐이니까.’서수연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스카이웨어 건물 밖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 모두들 얼굴에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중에서도 단연 흥분한 사람은 바로 서수연과 홍규연이였다.“이따 들어가서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바로 뺨부터 내리치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 분이 모두 풀릴 때까지 친 다음, 다시 이 연고를 그 여자 얼굴에 바
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서수연이 오줌을 싼 사진을 찍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수연은 울며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조금 전과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반쪽짜리 술병이 만약 정말 서수연의 눈을 찔렀다면, 그녀의 인생은 전부 망가지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들은 감히 숨도 못 쉬었다.그래도 홍규연이 바들바들 떨며 말을 꺼냈다.“나... 나는 JY부동산의 자식이야. 네가 나를 건든다면, 우리 아빠가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악마야...”홍규연은 급히 이 기회를 틈타 서수연을 일으켜 세웠다.서수연은 창피하기도, 두렵기도 하면서 제정신이 아닌 채 그저 울기만 했다.그러자 사람들은 서둘러 서수연을 데리고 의기소침해서 자리를 떴다.그녀들은 머리에 저마다 서로 다른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누구도 감히 성혜인 더 추궁할 엄두를 못 냈다. 그저 이 악마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일 뿐이었다.서수연은 집에 보내졌다. 집에서는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는데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문이 열리고 그들은 몇 명의 여자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서수연을 발견했다.서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지만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았다.그러나 서씨 집안 다른 사람들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수연이 밖에 나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얘 왜 이래, 바지는 왜 또 젖었고?”그곳에는 권위가 있는 어른들이 있었다. 그러자 이 명문가 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살았다고 생각하며 하나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그녀들의 머리는 전부 헝클어져 엉망이 되어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밖에서 누군가와 다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서씨 집안 사람들 이들을 알고 있었다. 모두 각종 연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명문가 자식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매우 낭패스럽기 그지없었다.꼴이 가장 말이 아닌 건 바로 서수연이었다. 이윽고 서씨 집안 어른들은 코를 찌르는 오줌 냄새를 맡았다.서수연은 여전히 울고 있었는
서주혁은 손끝을 멈칫했다.‘승제 아직도 그 여자 좋아하나 보네.’“페니 씨가 오늘 밤 수연이 얼굴을 망가뜨리려고 했대. 내가 손을 안 쓰면, 우리 엄마 손을 쓰실 거야.”“그럼 넌 끼지 마.”그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다.“네가 페니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는 거야.”그 말에 서주혁의 얼굴빛이 금방 변했다.‘왜 기억을 잃은 승제가 전보다 더 페니를 신경 쓰는 것 같지?’“승제야, 너 진심이야?”반승제는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주혁아, 난 지금 이보다 더 진심일 수 없어. 적어도 지금은 페니를 건드릴 수 없으니 그런 줄 알아.”서주혁은 전화를 끊고 곧장 명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명희정은 화가 나 반쯤 죽어버릴 것만 같았고, 앞에서는 아직도 서수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서수연은 이불에 숨어 벌벌 떨며,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대기라도 하면 비명을 질렀다.“수연아, 좀 진정해봐.”그러자 서수연은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나 죽이지 마! 내 얼굴 망가뜨리지 마!”명희정은 서수연의 이런 모습에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주혁이가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분명히 반승제 때문일 거야.’그녀는 곧바로 홍재강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벌어진 일을 말해주었다.그 시각, 홍재강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는 홍규연을 보고 머리가 좀 아팠다.“제가 따로 그 디자이너 만나서 얘기해보겠습니다.”홍재강은 사업계에서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홍규연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울고, 심지어 이마까지 퉁퉁 부은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올랐다.곧바로 그는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따로 얘기를 나누자고 말했다.그렇게 밤 9시에,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았던 성혜인은 바로 카페로 향했다.카페에 먼저 도착한 성혜인은 홍재강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정장 차림을 한 홍재강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조금 놀랐다.그러나 그것도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차가 시동을 걸 때 그녀가 물었다.“장 비서, 남자친구 이름이 혹시 방우찬인가요?”장하리는 조금 놀랐다. 한 번도 성혜인에게 자기 남자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네, 그렇습니다.”“두 사람 이미 7년이나 교제했다고요?”그러자 장하리의 얼굴에는 달콤함이 묻어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네, 지난번 휴가 맡은 것도 약혼 때문에 그런 겁니다. 신혼집도 부모님 몰래 이미 저희가 다 사놓은 상태고요. 원래 남자친구네 쪽에 집이 하나 더 있는데, 시어머니 말로는 다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어른들이랑 함께 살고 싶지 않아서 오빠한테 말했죠. 그래서 둘이 힘을 합쳐서 새집을 마련했어요. 비록 작긴 하지만 저희가 살기에는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금 자유롭기도 하고 말이죠. 각자 6억씩 내서 36평 정도 되는 집을 샀어요.”그 6억은 그들이 일해서 번 거의 모든 돈이었다. 심지어 장하리는 친구에게 2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한다.집의 총 가격은 20억이었고 대출도 8억이나 됐기 때문에, 그들은 매달 400만 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했다.장하리는 눈가에 옅은 웃음기를 띠고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성혜인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장하리는 올해 23살로 매우 젊었다. 대체 얼마나 노력했길래 이 나이에 4억을 모을 수 있었을까.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2억을 더 빌린 것을 보면, 그녀는 진심으로 방우찬과 함께 살 계획으로 보였다.성혜인은 손을 들어 눈썹을 어루만졌다. 그때 장하리가 물었다.“사장님, 어디 불편하세요?”확실히 불편한 건 맞았다. 만약 그녀가 사과하러 가지 않는다면, 장하리는 남자친구와 끝나게 될 테니 말이다.그러나 만약 사과하러 간다면, 홍규연은 반드시 그녀를 심하게 괴롭힐 것이다.게다가 서수연까지 더하면, 성혜인은 아마 뼈도 남지 않을 정도로 그녀들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장하리는 집중해 차를 몰았다. 성혜인이 지금 생각하는 일이 그녀와
“그 사람들이 나를 노리고 온 거예요.”그녀는 담담히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반승제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끌어안았다.“좋아하는 사람 있으면서도 나한테 와서 이러는 거, 그 사람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그 사람 이젠 없어요.”“널 배신했어?”“세상을 떠났거든요.”반승제는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좋아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이거 정말 잘된 일이네.’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한편 성혜인은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조금 전 홍재강의 말에 마음이 아팠고, 게다가 명희정의 협박 전화마저 받으니, 아마 그녀는 순간 반승제가 열어준 지름길이 떠오른 모양이었다.그들에게 성혜인과 같은 사람은 약자나 다름없었다. 한쪽으로는 일을, 한쪽으로는 그들을 상대하며 그녀는 매우 힘에 부쳤다.홍재강이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때문에 성혜인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 했다.만약 알지 못한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마터면 강간 당할 뻔했던 일이 언제든지 그녀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그리하여 성혜인은 반승제의 제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자 자신이 정말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뒤이어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그녀가 후회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미 이곳에 들어온 이상 주도권은 반승제에게 있었다.“어떻게 서씨 집안을 건든 거야?”“제가 서수연을 때렸어요.”반승제는 다소 의외였지만, 그것은 그녀가 할 만한 일처럼 보였다.“서수연의 엄마는 명희정이라고 해. 자기 딸을 극진히 아끼지. 네가 서수연을 때리면 명희정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서수연은 무리 내에서 줄곧 날뛰고 다녔어. 그리고 서수연에게 밉보인 사람은 거의 명희정에 의해 처리됐었지.”그 말인즉슨, 성혜인은 절대 명희정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절대적인
성혜인이 한 번 키스했을 뿐인데, 반승제는 곧 예전과 같은 횡포를 부리며 반격에 들어갔다.그는 성혜인을 안아 창가 쪽으로 향했다. 뒤에는 창문이 열려있었고 바깥에서 날리는 하얀 눈송이가 훤히 보이는 게 아무런 가림막도 존재하지 않았다.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지만, 앞은 또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얼음과 불이 뒤덮인 공간에서, 반승제는 그녀를 더욱 꼭 안았다.“페니, 그럼 그런 거로 하자.”성혜인은 일렁이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반승제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힘껏 반승제를 끌어당기는 것뿐이었다.그 자극은 온몸의 모든 세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반승제는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침대에 놓였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다 되어있었다.그는 그녀가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는 옆에 있는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했다.눈을 뜬 성혜인은 온몸이 온천에 잠긴 듯 따뜻하고 부드러웠다.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발코니에서 반승제의 목소리를 들려왔는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질리면 안 놀 거예요. 다만 전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성혜인은 몸을 흠칫하더니 다시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몸의 나른함이 갑자기 뼈에 스며드는 통증으로 변했지만, 분명하게도 그것은 정상이었다.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발코니의 문이 밀리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밖에서 담배를 피운 반승제는 즉시 그녀의 곁에 눕지 않고 욕실로 가서 양치한 후, 자신의 담배 냄새가 확실히 없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침대에 천천히 누웠다.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반태승이었다. 누가 그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반태승은 이미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반승제에게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다.만약 반태승에게 성혜인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그래서 그는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라는 말로 대충 둘러
그녀는 침대 밑에서 옷을 입고 있었고, 반승제의 시선이 그녀의 몸매를 한치한치 스쳐 지나갔다.‘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 수 있지? 마치 내 취향에 맞게 맞춤형으로 생긴 것 같아.’옷을 다 입은 성혜인을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대표님.”그녀는 목이 조금 쉰 데다가 반승제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라 태도가 아주 부드러워진 상태였다.반승제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냉랭한 자태를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서는 순간 커다란 만족감이 넘쳐났다.“응?”“서씨 집안과 JY부동산 쪽은 어떡해요?”잠자리를 끝냈으니, 그녀는 자연스레 요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승제의 제안에 응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홍재강 쪽에는 내가 전화해볼게. 하지만 서씨 집안은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만약 한 번에 해결한다면, 성혜인은 앞으로 반승제를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는 성혜인이라는 여자를 잘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는 어떤 실랑이를 하든 상관없다가도 침대에서 내려오면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말이다.이런 점에 있어서 그녀는 남자보다도 야박했다.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홍재강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우선 그의 협박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적어도 JY부동산과의 협력은 물 건너간 셈이기에, 그녀는 직원들의 숙소로 쓸만한 다른 매물을 알아보느라 바빠질 예정이었다.“그럼 서씨 집안에서 저를 괴롭힌다면, 반 대표님은 저를 도와주실 거예요?”서씨 집안과 반승제는 관계가 아주 좋았다. 때문에 그녀는 반승제가 수수방관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면 성혜인은 서씨 집안에 놀아나 죽게 될 테니 말이다.“페니야, 이리와.”그는 자신의 옆을 톡톡 두드렸다.성혜인이 다가가자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붙였다.“잠자리에서 네가 나를 만족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게.”‘이 개자식.’성혜인은 속으로 욕을 한마디 뱉었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미소 띤 얼굴로 반승제에게 대답했다.“그럼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