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얘기했으니 대화 기록을 캡처로 남겨놓기에는 충분했다.성혜인은 장하리에게 멈추라 하더니, 앞으로는 TJ엔터와 연락하지 말 것을 분부했다.한편, TJ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를 홍보하고 있었고 그제야 성혜인은 철저히 마음을 비웠다.“안 감독님에게 전해요, 마음 놓고 촬영하시라고요. 빠른 시일 내에 작품을 완성해야 해요, 그것이 우리 회사의 첫발일 테니.”장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로 계약을 체결한 여자 연예인이 떠올랐는데, 그녀는 바로 여자주인공이었다.“사장님, 저는 이번에 정말 자신 있어요. 연예계에 이렇게 오래 있으셨으니, 안 감독님 안목은 매우 정확할 겁니다. 여자주인공도 비록 신인이기는 하지만 연기가 꽤 괜찮습니다. 감독님의 지도만 조금 더한다면, 이 드라마의 퀄리티는 절대 나쁘지 않을 거예요.”그렇게, 성혜인은 잠시나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S.M의 발전은 비교적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었다.조금 늦은 시간, 퇴근하려던 성혜인에게 강민지가 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너 언제 서수연 건드렸어? 서수연이 지금 단톡방에서 너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수연이랑 다니는 그 몇몇 명문가 딸들도 매일 네가 남자 꼬시고 다닌다고 소문 퍼뜨리면서 말이야.」「진짜 듣기 안 좋게 욕하고 있어. 서씨 집안이 무리 내에서 위치가 높다 보니까 이 일 조금 번거로울 것 같다.」서씨 집안의 지위는 제원의 재벌가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게다가 서수연에게는 서주혁이라는 오빠가 있어서, 원하는 일은 모두 이룰 수 있었다.성혜인은 서수연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신이한의 일 때문일 것이다.강민지는 아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혜인아, 너 그래도 서수연 조심하는 게 좋아. 요즘 서수연이 아주 미친개처럼 너를 찾고 있어서... 게다가 단톡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너에 대해 몰라서, 아무도 너를 위해 나서주지 않아.”그러나 성혜인은 이런 걸
성혜인이 오늘 밤 스카이웨어에 가는 데다가 홍규연의 집을 임대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 서수연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수연아, 네가 이렇게 경계하는 것도 당연한 거야. 이한 씨도 그 여자한테 홀려서 정신이 나갔고, 윤단미도 모두 그 여자 때문에 초라해졌어. 지금 여기저기 다리 놓고 있는걸 보면 다음은 너희 우찬 오빠가 될지도 모르지. 우리 오늘 밤 내로 한꺼번에 해치우자. 다시는 이 무리 안에서 고개도 못 들게 말이야!”성혜인은 이 명문가 딸들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약속한 시각이 밤 7시였기 때문에 그녀는 그 시간대에 출발해 먼저 룸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그 시각, 명문가 딸들도 떠날 준비를 했다.이 상황에 가장 기분이 좋은 건 바로 서수연이었다.서주혁은 한껏 흥분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 있던 신문을 한편에 내려놓았다.“어디 가게?”원래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의 서수연은 분명히 밥도 먹지 않고 미리 갈 생각인 것으로 보였다.“오빠, 나 밖에 일이 있어.”“신이한 적당히 좀 쫓아다녀.”“아이고, 알았어.”서수연은 차에 올라타 손에 들려있는 연고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것은 그녀가 직접 옛 스승님을 찾아가 만든 것이다. 그것은 얼굴에 바르기만 하면 금방 하나둘 발진이 생겨서 한 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게다가 잘 처리하지 못하면 얼굴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남아 그 예쁜 얼굴도 망가지게 된다.‘페니의 얼굴만 아니면, 반드시 이한 씨도 더 매달리지 않을 거야. 이한 씨가 좋아하는 건 죄다 미녀들뿐이니까.’서수연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스카이웨어 건물 밖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 모두들 얼굴에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중에서도 단연 흥분한 사람은 바로 서수연과 홍규연이였다.“이따 들어가서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바로 뺨부터 내리치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 분이 모두 풀릴 때까지 친 다음, 다시 이 연고를 그 여자 얼굴에 바
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서수연이 오줌을 싼 사진을 찍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수연은 울며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조금 전과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반쪽짜리 술병이 만약 정말 서수연의 눈을 찔렀다면, 그녀의 인생은 전부 망가지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들은 감히 숨도 못 쉬었다.그래도 홍규연이 바들바들 떨며 말을 꺼냈다.“나... 나는 JY부동산의 자식이야. 네가 나를 건든다면, 우리 아빠가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악마야...”홍규연은 급히 이 기회를 틈타 서수연을 일으켜 세웠다.서수연은 창피하기도, 두렵기도 하면서 제정신이 아닌 채 그저 울기만 했다.그러자 사람들은 서둘러 서수연을 데리고 의기소침해서 자리를 떴다.그녀들은 머리에 저마다 서로 다른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누구도 감히 성혜인 더 추궁할 엄두를 못 냈다. 그저 이 악마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일 뿐이었다.서수연은 집에 보내졌다. 집에서는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는데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문이 열리고 그들은 몇 명의 여자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서수연을 발견했다.서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지만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았다.그러나 서씨 집안 다른 사람들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수연이 밖에 나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얘 왜 이래, 바지는 왜 또 젖었고?”그곳에는 권위가 있는 어른들이 있었다. 그러자 이 명문가 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살았다고 생각하며 하나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그녀들의 머리는 전부 헝클어져 엉망이 되어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밖에서 누군가와 다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서씨 집안 사람들 이들을 알고 있었다. 모두 각종 연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명문가 자식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매우 낭패스럽기 그지없었다.꼴이 가장 말이 아닌 건 바로 서수연이었다. 이윽고 서씨 집안 어른들은 코를 찌르는 오줌 냄새를 맡았다.서수연은 여전히 울고 있었는
서주혁은 손끝을 멈칫했다.‘승제 아직도 그 여자 좋아하나 보네.’“페니 씨가 오늘 밤 수연이 얼굴을 망가뜨리려고 했대. 내가 손을 안 쓰면, 우리 엄마 손을 쓰실 거야.”“그럼 넌 끼지 마.”그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다.“네가 페니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다름없는 거야.”그 말에 서주혁의 얼굴빛이 금방 변했다.‘왜 기억을 잃은 승제가 전보다 더 페니를 신경 쓰는 것 같지?’“승제야, 너 진심이야?”반승제는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주혁아, 난 지금 이보다 더 진심일 수 없어. 적어도 지금은 페니를 건드릴 수 없으니 그런 줄 알아.”서주혁은 전화를 끊고 곧장 명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명희정은 화가 나 반쯤 죽어버릴 것만 같았고, 앞에서는 아직도 서수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서수연은 이불에 숨어 벌벌 떨며,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대기라도 하면 비명을 질렀다.“수연아, 좀 진정해봐.”그러자 서수연은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나 죽이지 마! 내 얼굴 망가뜨리지 마!”명희정은 서수연의 이런 모습에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주혁이가 이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분명히 반승제 때문일 거야.’그녀는 곧바로 홍재강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벌어진 일을 말해주었다.그 시각, 홍재강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는 홍규연을 보고 머리가 좀 아팠다.“제가 따로 그 디자이너 만나서 얘기해보겠습니다.”홍재강은 사업계에서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홍규연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울고, 심지어 이마까지 퉁퉁 부은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올랐다.곧바로 그는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따로 얘기를 나누자고 말했다.그렇게 밤 9시에,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았던 성혜인은 바로 카페로 향했다.카페에 먼저 도착한 성혜인은 홍재강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정장 차림을 한 홍재강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조금 놀랐다.그러나 그것도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차가 시동을 걸 때 그녀가 물었다.“장 비서, 남자친구 이름이 혹시 방우찬인가요?”장하리는 조금 놀랐다. 한 번도 성혜인에게 자기 남자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네, 그렇습니다.”“두 사람 이미 7년이나 교제했다고요?”그러자 장하리의 얼굴에는 달콤함이 묻어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네, 지난번 휴가 맡은 것도 약혼 때문에 그런 겁니다. 신혼집도 부모님 몰래 이미 저희가 다 사놓은 상태고요. 원래 남자친구네 쪽에 집이 하나 더 있는데, 시어머니 말로는 다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어른들이랑 함께 살고 싶지 않아서 오빠한테 말했죠. 그래서 둘이 힘을 합쳐서 새집을 마련했어요. 비록 작긴 하지만 저희가 살기에는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금 자유롭기도 하고 말이죠. 각자 6억씩 내서 36평 정도 되는 집을 샀어요.”그 6억은 그들이 일해서 번 거의 모든 돈이었다. 심지어 장하리는 친구에게 2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한다.집의 총 가격은 20억이었고 대출도 8억이나 됐기 때문에, 그들은 매달 400만 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했다.장하리는 눈가에 옅은 웃음기를 띠고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성혜인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장하리는 올해 23살로 매우 젊었다. 대체 얼마나 노력했길래 이 나이에 4억을 모을 수 있었을까.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2억을 더 빌린 것을 보면, 그녀는 진심으로 방우찬과 함께 살 계획으로 보였다.성혜인은 손을 들어 눈썹을 어루만졌다. 그때 장하리가 물었다.“사장님, 어디 불편하세요?”확실히 불편한 건 맞았다. 만약 그녀가 사과하러 가지 않는다면, 장하리는 남자친구와 끝나게 될 테니 말이다.그러나 만약 사과하러 간다면, 홍규연은 반드시 그녀를 심하게 괴롭힐 것이다.게다가 서수연까지 더하면, 성혜인은 아마 뼈도 남지 않을 정도로 그녀들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장하리는 집중해 차를 몰았다. 성혜인이 지금 생각하는 일이 그녀와
“그 사람들이 나를 노리고 온 거예요.”그녀는 담담히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반승제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끌어안았다.“좋아하는 사람 있으면서도 나한테 와서 이러는 거, 그 사람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그 사람 이젠 없어요.”“널 배신했어?”“세상을 떠났거든요.”반승제는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좋아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이거 정말 잘된 일이네.’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한편 성혜인은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조금 전 홍재강의 말에 마음이 아팠고, 게다가 명희정의 협박 전화마저 받으니, 아마 그녀는 순간 반승제가 열어준 지름길이 떠오른 모양이었다.그들에게 성혜인과 같은 사람은 약자나 다름없었다. 한쪽으로는 일을, 한쪽으로는 그들을 상대하며 그녀는 매우 힘에 부쳤다.홍재강이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때문에 성혜인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 했다.만약 알지 못한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마터면 강간 당할 뻔했던 일이 언제든지 그녀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그리하여 성혜인은 반승제의 제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자 자신이 정말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뒤이어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그녀가 후회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미 이곳에 들어온 이상 주도권은 반승제에게 있었다.“어떻게 서씨 집안을 건든 거야?”“제가 서수연을 때렸어요.”반승제는 다소 의외였지만, 그것은 그녀가 할 만한 일처럼 보였다.“서수연의 엄마는 명희정이라고 해. 자기 딸을 극진히 아끼지. 네가 서수연을 때리면 명희정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서수연은 무리 내에서 줄곧 날뛰고 다녔어. 그리고 서수연에게 밉보인 사람은 거의 명희정에 의해 처리됐었지.”그 말인즉슨, 성혜인은 절대 명희정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절대적인
성혜인이 한 번 키스했을 뿐인데, 반승제는 곧 예전과 같은 횡포를 부리며 반격에 들어갔다.그는 성혜인을 안아 창가 쪽으로 향했다. 뒤에는 창문이 열려있었고 바깥에서 날리는 하얀 눈송이가 훤히 보이는 게 아무런 가림막도 존재하지 않았다.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지만, 앞은 또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얼음과 불이 뒤덮인 공간에서, 반승제는 그녀를 더욱 꼭 안았다.“페니, 그럼 그런 거로 하자.”성혜인은 일렁이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반승제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힘껏 반승제를 끌어당기는 것뿐이었다.그 자극은 온몸의 모든 세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반승제는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침대에 놓였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다 되어있었다.그는 그녀가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는 옆에 있는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했다.눈을 뜬 성혜인은 온몸이 온천에 잠긴 듯 따뜻하고 부드러웠다.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발코니에서 반승제의 목소리를 들려왔는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질리면 안 놀 거예요. 다만 전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성혜인은 몸을 흠칫하더니 다시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몸의 나른함이 갑자기 뼈에 스며드는 통증으로 변했지만, 분명하게도 그것은 정상이었다.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발코니의 문이 밀리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밖에서 담배를 피운 반승제는 즉시 그녀의 곁에 눕지 않고 욕실로 가서 양치한 후, 자신의 담배 냄새가 확실히 없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침대에 천천히 누웠다.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반태승이었다. 누가 그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반태승은 이미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반승제에게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다.만약 반태승에게 성혜인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그래서 그는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라는 말로 대충 둘러
그녀는 침대 밑에서 옷을 입고 있었고, 반승제의 시선이 그녀의 몸매를 한치한치 스쳐 지나갔다.‘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 수 있지? 마치 내 취향에 맞게 맞춤형으로 생긴 것 같아.’옷을 다 입은 성혜인을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대표님.”그녀는 목이 조금 쉰 데다가 반승제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라 태도가 아주 부드러워진 상태였다.반승제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냉랭한 자태를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서는 순간 커다란 만족감이 넘쳐났다.“응?”“서씨 집안과 JY부동산 쪽은 어떡해요?”잠자리를 끝냈으니, 그녀는 자연스레 요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승제의 제안에 응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홍재강 쪽에는 내가 전화해볼게. 하지만 서씨 집안은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만약 한 번에 해결한다면, 성혜인은 앞으로 반승제를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는 성혜인이라는 여자를 잘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는 어떤 실랑이를 하든 상관없다가도 침대에서 내려오면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말이다.이런 점에 있어서 그녀는 남자보다도 야박했다.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홍재강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우선 그의 협박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적어도 JY부동산과의 협력은 물 건너간 셈이기에, 그녀는 직원들의 숙소로 쓸만한 다른 매물을 알아보느라 바빠질 예정이었다.“그럼 서씨 집안에서 저를 괴롭힌다면, 반 대표님은 저를 도와주실 거예요?”서씨 집안과 반승제는 관계가 아주 좋았다. 때문에 그녀는 반승제가 수수방관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면 성혜인은 서씨 집안에 놀아나 죽게 될 테니 말이다.“페니야, 이리와.”그는 자신의 옆을 톡톡 두드렸다.성혜인이 다가가자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붙였다.“잠자리에서 네가 나를 만족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게.”‘이 개자식.’성혜인은 속으로 욕을 한마디 뱉었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미소 띤 얼굴로 반승제에게 대답했다.“그럼요, 반드시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
아래층 마트 이모는 몇 년 동안 줄곧 그들 남매를 돌봐 주었고 염정아가 사람을 시켜 동생을 데리고 제원에 오라고 한다니 살짝 의심은 생겨 걱정 되었지만 원아정의 깔끔한 옷차림을 보더니 돈이 모자랄 같지는 않았고 게다가 지적장애인 사람을 데려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테고 하물며 염정아의 친구이기도 하여 안심되었다.“이모, 이건 우리 집 열쇠에요.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집에 들러 애들 밥해줄 수 있어요?”마트 이모는 염정아가 좀 전에 집에 돌와왔을 때 물건도 많이 사들였고 돈 씀씀이가 큰 것으로 보아 제원에서 많은 돈을 벌어 동생을 데려다 이틀 정도 놀아 주려고 하는 거로 생각하여 이 상황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았다.“그래, 알았어. 근데 갔다 일찍 돌아와야 해.”“네, 고마워요 이모.”동생은 조금 모자라지만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그는 인사를 마치고 옷 두 벌을 챙겨 원아정을 따라 떠났다.그들은 자가용으로 움직였고 동생은 처음 길을 떠나 보는 거라 물음이 끊기질 않았다.원아정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런 동생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누나가 왜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벌어 올 수 있는지 생각 안 해요? 당신을 집에 두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바보라서 침대에서 만족하게 해줄 수 없으니 나가서 다른 정상적인 남자를 찾은 거 아니에요? 그 남자랑 있으면서 당신을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르잖아요.”동생은 원아정의 말뜻은 전혀 몰랐지만, 염정아는 절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원아정의 말을 듣고 동생은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고 창가에 기대어 빠르게 움직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원아정은 누나가 바람 피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그렇게 자극했는데도 웃고 있는 동생을 보니 바보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밤이 되자 그들이 앉은 차는 드디어 제원에 도착했다.원아정은 다시 거지로 위장해야 하기에 동생더러 같이 거지 옷차림을 하게 하고 여
온시환이 완벽하게 변장한 탓에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공지민은 계속 별장에 머물러 있었고 매일 연승혁의 안부를 물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통화 너머로 공지민은 연승혁이 지금 많이 초조해진 것을 느꼈으나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공지민은 항상 자신의 계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그렇게 빨리 찾아왔고 무정하게 무너뜨리게 할 줄은 몰랐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줄곧 원아정을 찾고 있었고 그와 원진이 원아정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한 후 원진의 부하들도 그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원진은 원아정이 죽든 살든 별다른 관계가 없었기에 큰 신경을 써서 찾은 것은 아니였다.원아정은 항상 거지들 속에 숨어 지냈고 그동안 훔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원아정은 기억 속에 있는 몇 개의 번호에 연락하여 일일이 도움을 청했고 다행히 정보도 얻어 냈다.그것은 당시 공지민에 의해 숨겨져 있던 사람이 발견되었고 그 별장으로 배달하던 배달원이 또 다른 곳에서 염정아를 보았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원아정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염정아의 집으로 향했다.그 배달원은 제원에서 배달하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는데 마침 식당에서 또다시 염정아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원아정의 거지 차림에 배달원은 약간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손 크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그 별장에 몇 번이나 배달해서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그녀가 일부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보여 부잣집 도련님의 내연녀일 거로 생각했어요.”배달원의 말을 듣고 원아정은 바로 돈 주고 사람 찾아 염정아의 정보를 알아봤다.알아본 데 의하면 염정아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아주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공지민은 제원에서 염정아를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자, 원아정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 자료들을 정리해 보다가 다
온시환은 바로 인사를 건네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의 일을 거들었지만, 눈길은 항상 거실에 있는 공지민 한테로 향했고 채소를 다 씻었을 때 공지민은 혼자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온시환은 주방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대고 공지민 뒤를 따라 올라갔다.온시환은 변장에 가발까지 쓰고 렌즈 색마저 바꿔버린 자신을 공지민이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불렀다.“지민아.”공지민은 멈춰 선 대로 낯선 얼굴을 보며 몇 초 동안 뜸 들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온시환?”“응, 나야.”온시환은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너 연승혁의 별장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데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니?”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온시환을 잊은 것도 아니였다.그녀가 여기 별장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이상우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공지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던 연승혁을 죽이고 구은우의 복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애초에 온시환의 얼굴의 점이 구은우를 닮은 것도,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도 구은우의 심장이 었기에 온시환과 밤을 보낼수 있었고 그에게 잘해 준것도 구은우를 느끼고 싶은 작은 위로의 감정이었을 뿐이었다.이제 공지민은 연승혁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온시환과의 관계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온시환이 먼저 갖은 방법을 다해 찾아 올 줄은 몰랐다.“지민아,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면 공유하자고 하지 않았어? 연승혁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자나. 니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랑 함께 돌아가야 해. 내가 보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온시환이 같이 나가려고 공지민의 손을 끌어당겼지만, 공지민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 공지민의 행동에 온시환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냉정한 눈빛을 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온시환 씨, 이제 돌
공지민은 며칠 동안 별장에서 먹는 것 빼고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별장 주변 화원을 구경하며 조용하게 있었다.고용인 아줌마는 거의 그림자처럼 공지민을 따라다녔고 매일 있었던 일들을 연승혁에게 보고했다.연승혁은 이틀이면 돌아갈 수 있을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은 좀 까다로워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연승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던 시한폭탄 같은 그 사람을 빨리 찾아 죽여야만 했지만, 부하들의 추적에 의하면 이 사람은 동쪽에서 신호가 잡혔다가 얼마 안돼서 다시 서쪽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부하들이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었더라면 연승혁은 자신이 지금 그 사람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동쪽에서 서쪽까지 그 먼거 리를 움직일 수 있었을가.이것은 분명 그를 제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시간 끌려는 작전인 듯했다.연승혁은 원수가 너무 많아 누가 저지른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초조해 지기 시작했지만, 공지민의 일거일동을 보고 받을 때마다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저녁 무렵, 공지민은 직접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어 원망의 말투로 말했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나 정말 심심해 미칠 것 같은데 사람 시켜 나 좀 데리고 놀라고 하면 안 돼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줄곧 별장에서 연승혁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연승혁은 하루면 일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며칠을 지체하게 되어 공지민 홀로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공지민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예전에 난 직업도 없이 오빠가 날 먹여 살린 거예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아무런 의욕이 없이 먹기만 했었고 누구도 먼저 연락해 찾은 일도 없어서 자신이 직업도 없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출근하던 사람이 었으면 며칠 동안이나 사라졌는데 사장님이 직원들더러 연락해보라고 하지 않았을까.연승혁은 사람을 시켜 공지민을 데리고 밖에 나가 바람도 씌우게 하고 싶었지만 온시환이랑 부딪치는 일이 생길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온시환은 거의 매일 열 몇
“맛있어, 먹고 싶으면 이따 저녁에 나가서 먹자.”동생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런 염정아가 걱정되어 소매를 잡으며 위로하려 했지만, 옷을 더럽힐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누나, 일하는 거 힘들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 우리한테 햄버거도 사주고 저녁에도 좋은 거 먹으러 가자고 하겠어.”염정아는 손을 들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에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사장도 엄청 좋은 사람이고 월급도 많이 줘.”동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햄버거를 계속해서 허겁지겁 먹어댔다.염정아는 공지민의 계획에 피해라도 줄까 봐 내일 돌아가야 해서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없었다.아이들은 모두 배가 불룩하게 나와서야 밥상에서 일어섰고 동생은 배가 부름에도 토할 정도로 그냥 먹고 있었다.염정아는 동생의 손에 남은 햄버거를 뺏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배부르면 먹지 말라고, 왜 아직도 그 습관 못 버려?”“오늘 안 먹으면 다음엔 없을가봐...”“이젠 그런 걱정 하지 마. 내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쭉 있을 거야.”“그래, 누나 말 잘 들을게.”염정아는 웃으면서 남은 햄버거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집에 있던 냉장고는 전에 중고로 샀던 거라 너무 작았고 티비도 화면이 매우 작아 아이들이 한데 모여야만 볼 수 있어서 염정아는 집에 온 틈을 타 냉장고랑 티비를 모두 새것으로 바꾸었다.새 티비는 백 인치라서 화면이 큰 소파에 앉아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아이들은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고 젤 작은 막내 둘까지 신이 나서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갔다.염정아는 집 안에 있는 모든것 들을 교환하고 정리 한 다음 몇 시간이 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랍스타 먹으러 나섰다.식당에 도착하자 동생은 낯선 환경이라 염정아 곁에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아이들도 처음 보는 주변의 분위기에 큰 소리로 말도 못 하고 있자 염정아는 바로 조용한 방으로 예약해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하나씩 전부 주문했
동생의 연락을 받은 염정아는 아이들 생각에 먼저 공지민한테 연락하고 싶었지만, 둘 사이의 약속 때문에 연락도 못하고 결국 온시환에게 연락하게 된 것이였다.염정아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뜸들이며 못하고 있자 온시환은 그녀가 집을 그리워하는 눈치를 채고 말했다.“이틀 정도 지연되여도 괜찮을 거예요. 제가 사람 시켜 집에 데려다줄게요.”염정아는 그 순간 얼굴색이 밝아지며 눈시울을 붉혔다.“네, 고마워요 시환씨.”온시환은 말한 대로 그날 바로 사람 시켜 헬기로 염정아를 집에 데려다주었다.집에 도착한 염정아는 방문을 열고 동생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것을 보았다.동생의 행동은 아주 서툴렀고 정상적인 사람들하고는 비교가 되지만 아이들이 그의 보살핌에 잘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염정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동생은 바로 뒤돌아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누나!”염정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능숙하게 아이들한테 분유를 타 주고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동생은 염정아의 주변만 맴돌면서 금방 통화한 지 얼아도 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있다는 것을 보며 꿈만 같게 생각했다.주방을 보던 염정아는 초라하게 놓인 반찬 몇 가지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너희 요즘 이렇게만 먹은 거야?”동생은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1분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시켜줬다고 자백했다.“미안해 누나,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어서 시켰어.”두 남매는 부모님들이 살아 계실 때만 햄버거를 먹어봤었고 지금의 그들에겐 이런 음식들은 사치품이였다.그때 염정아는 집을 나서면서 아래층 마트 아줌마한테 돈을 맡겨뒀는데 동생의 요구에 아줌마가 배달을 시켜준 듯 하였다.염정아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먹고 싶으면 우리 오늘도 시켜 먹자.”4억, 그들은 지금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공지민이 후에 또 몇천만을 주었다.동생은 또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기쁜 나머지 바닥까지 밀고 닦기 시작했다.염정아는 빨
연승혁은 의자를 찾아 앉아 묵묵히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았고 그의 부하들은 그들을 공격해 온 해커의 추적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시간이 오래 걸리자 연승혁은 귀찮은 어조로 물었다.“얼마나 더 걸려야 되는 거니?”“형님, 이틀은 걸려야 될 듯 해요. 그쪽에서 언제 다시 움직일지 몰라 아직은 추적하기 어려워요. 일단 움직임이 있을 때 추적해 봐야 할것 같네요. 현재 상황에서 보아 신호는 10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잡히고 있으니 아마 해역 부근에 있는 것 같아요.”연승혁은 귀찮다는 듯 눈을 감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래.”연승혁은 제원의 별장에서 나오면서 고용인 아줌마한테 공지민을 잘 돌보라고 지시했다.공지민은 휴대전화를 연승혁에게 빼앗겨 당분간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고 별장에 있는 아줌마는 매일 그녀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며 잘 돌봐주었다.이것 또한 연승혁이 지시한 일이었고 그는 이렇게 감시하며 공지민의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 지켜보고 있었다.별장에서 하루 종일 자고 일어난 공지민은 아줌마가 연승혁에게 회보하며 온시환이 정문 밖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회장님, 저 사람 들여보낼까요?”연승혁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지만 아줌마는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시간은 벌써 저녁 무렵이 되었고 공지민은 온 하루 별장 안에만 있었다.온시환은 며칠 동안 공지민의 소식이 끊기자 걱정되어 그녀의 집에 찾아갔지만 할머님의 말에 의하면 공지민은 요 며칠 사람도 보이지 않고 통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많이 불안해진 온시환은 공지민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역시 받는 사람이 없었다.당연히 온시환은 공지민의 휴대전화가 연승혁의 손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연승혁은 공지민의 휴대전화에 뜬 온시환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또다시 생기게 되었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연씨 가문은 외래인 출입 금지라서 들어가지도 못한 온시환은 차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염정
날은 이미 저물었고 조용한 공간엔 선남선녀 둘뿐이라 음침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승혁은 이건 자신이 시작한 게임일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공지민이 단순하게 행동 할수록 그녀를 덮치고 싶은 사악한 마음은 점점 더 강해졌고 누나라 해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있는 한 아무나 그의 여자로 만들 수 있었다.연승혁의 시선은 공지민으로 향했고 쇄골로 부터 아래로 내리 훑어보며 얇은 슬리퍼 한 켤레만 신어 은은한 분홍빛을 드러낸 발등을 바라보더니 당황한 듯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겼다.“일이 생긴 거 맞아. 나가서 해결해 봐야 할것 같아.”연승혁은 마음속으로 며칠 후에 돌아와서도 공지민이 이대로 사람을 유혹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나중에 할머니께 천천히 설명하기로 생각했다.“오빠,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연승혁은 공지민이 이렇게 자신에게 달라붙을 줄은 몰라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말했다.“어딜 따라오겠다는 거야?”“오빠랑 떨어져서 있고 싶지 않아요. 잊고 지낸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오빠가 곁에 있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요. 오빠한테 혹시 다른 여자라도 있나요?”“아니, 같이 가도 돼. 근데 내가 어떤 일을 하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필경 해결해야 할 일은 피를 보는 일이라서 걱정되는 듯하였다.“괜찮아요. 저 안 무서워요.”연승혁은 밑도 끝도 없는 사람이라 공지민이 이 정도로 말하니 바로 데리고 집에서 나섰다.헬기에 탑승한 후 공지민은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연승혁은 계속 통화만 하고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회답이 없자 연승혁은 바로 헬기를 먼저 착륙하게 하고 단번에 공지민을 안아 헬기에서 내렸다.“어떤 상황인지 내가 먼저 가서 상황을 좀 볼 테니 일단 집에 가만히 있어.”“오빠,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공지민의 말에 연승혁은 심장이 무언가에 꽉 잡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제야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