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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미안하지도 않아?

“그 사람들이 나를 노리고 온 거예요.”

그녀는 담담히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반승제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끌어안았다.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서도 나한테 와서 이러는 거, 그 사람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그 사람 이젠 없어요.”

“널 배신했어?”

“세상을 떠났거든요.”

반승제는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이거 정말 잘된 일이네.’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한편 성혜인은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 점차 이성이 돌아왔다.

조금 전 홍재강의 말에 마음이 아팠고, 게다가 명희정의 협박 전화마저 받으니, 아마 그녀는 순간 반승제가 열어준 지름길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성혜인과 같은 사람은 약자나 다름없었다. 한쪽으로는 일을, 한쪽으로는 그들을 상대하며 그녀는 매우 힘에 부쳤다.

홍재강이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때문에 성혜인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 했다.

만약 알지 못한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하마터면 강간 당할 뻔했던 일이 언제든지 그녀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리하여 성혜인은 반승제의 제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보자 자신이 정말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후회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미 이곳에 들어온 이상 주도권은 반승제에게 있었다.

“어떻게 서씨 집안을 건든 거야?”

“제가 서수연을 때렸어요.”

반승제는 다소 의외였지만, 그것은 그녀가 할 만한 일처럼 보였다.

“서수연의 엄마는 명희정이라고 해. 자기 딸을 극진히 아끼지. 네가 서수연을 때리면 명희정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서수연은 무리 내에서 줄곧 날뛰고 다녔어. 그리고 서수연에게 밉보인 사람은 거의 명희정에 의해 처리됐었지.”

그 말인즉슨, 성혜인은 절대 명희정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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