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이 한 번 키스했을 뿐인데, 반승제는 곧 예전과 같은 횡포를 부리며 반격에 들어갔다.그는 성혜인을 안아 창가 쪽으로 향했다. 뒤에는 창문이 열려있었고 바깥에서 날리는 하얀 눈송이가 훤히 보이는 게 아무런 가림막도 존재하지 않았다.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지만, 앞은 또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얼음과 불이 뒤덮인 공간에서, 반승제는 그녀를 더욱 꼭 안았다.“페니, 그럼 그런 거로 하자.”성혜인은 일렁이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반승제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그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힘껏 반승제를 끌어당기는 것뿐이었다.그 자극은 온몸의 모든 세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반승제는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침대에 놓였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다 되어있었다.그는 그녀가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는 옆에 있는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했다.눈을 뜬 성혜인은 온몸이 온천에 잠긴 듯 따뜻하고 부드러웠다.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발코니에서 반승제의 목소리를 들려왔는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질리면 안 놀 거예요. 다만 전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성혜인은 몸을 흠칫하더니 다시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몸의 나른함이 갑자기 뼈에 스며드는 통증으로 변했지만, 분명하게도 그것은 정상이었다.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발코니의 문이 밀리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밖에서 담배를 피운 반승제는 즉시 그녀의 곁에 눕지 않고 욕실로 가서 양치한 후, 자신의 담배 냄새가 확실히 없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침대에 천천히 누웠다.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반태승이었다. 누가 그의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반태승은 이미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반승제에게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다.만약 반태승에게 성혜인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그래서 그는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라는 말로 대충 둘러
그녀는 침대 밑에서 옷을 입고 있었고, 반승제의 시선이 그녀의 몸매를 한치한치 스쳐 지나갔다.‘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 수 있지? 마치 내 취향에 맞게 맞춤형으로 생긴 것 같아.’옷을 다 입은 성혜인을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대표님.”그녀는 목이 조금 쉰 데다가 반승제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라 태도가 아주 부드러워진 상태였다.반승제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냉랭한 자태를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서는 순간 커다란 만족감이 넘쳐났다.“응?”“서씨 집안과 JY부동산 쪽은 어떡해요?”잠자리를 끝냈으니, 그녀는 자연스레 요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승제의 제안에 응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홍재강 쪽에는 내가 전화해볼게. 하지만 서씨 집안은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만약 한 번에 해결한다면, 성혜인은 앞으로 반승제를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는 성혜인이라는 여자를 잘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는 어떤 실랑이를 하든 상관없다가도 침대에서 내려오면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을 말이다.이런 점에 있어서 그녀는 남자보다도 야박했다.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홍재강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우선 그의 협박부터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적어도 JY부동산과의 협력은 물 건너간 셈이기에, 그녀는 직원들의 숙소로 쓸만한 다른 매물을 알아보느라 바빠질 예정이었다.“그럼 서씨 집안에서 저를 괴롭힌다면, 반 대표님은 저를 도와주실 거예요?”서씨 집안과 반승제는 관계가 아주 좋았다. 때문에 그녀는 반승제가 수수방관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면 성혜인은 서씨 집안에 놀아나 죽게 될 테니 말이다.“페니야, 이리와.”그는 자신의 옆을 톡톡 두드렸다.성혜인이 다가가자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붙였다.“잠자리에서 네가 나를 만족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해결해줄게.”‘이 개자식.’성혜인은 속으로 욕을 한마디 뱉었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미소 띤 얼굴로 반승제에게 대답했다.“그럼요, 반드시
성혜인은 그녀의 거만한 태도가 싫었다. 하지만 이런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같은 모습이었다.다만 홍재강은 웃는 얼굴에 칼을 숨겼고, 명희정은 딱 봐도 마음이 급해 보였다.“여사님, 제가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되는 거죠?”자기 아들에게서 이 여자가 단지 디자이너일 뿐이라는 것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성혜인이 재벌가 출신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씨 집안 안주인을 대할 때 이렇게 침착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페니 씨가 이렇게 고집스럽게 군다면, 그 대가가 뭔지 제가 곧 알려줄게요.”말을 끝마치고, 명희정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앞에 놓인 핸드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수연이 울며 물었다.“엄마, 어떻게 됐어요? 해결됐어요?”서수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아마 병에 찔려 눈이 멀 뻔했다는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듯싶었다.“수연아, 서두르지 마. 내가 기회를 찾을 거니까.”서수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그 굴욕적인 사진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워 감히 단톡방을 열어보지도 못했다.그녀는 다시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울먹이며 그에게 빌었다.“오빠, 페니한테서 반드시 내 사진 갖고 와줘.”“흑흑흑... 오빠, 그 사진이 퍼뜨려지면 나는 진짜 살지 않을 거야.”서주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마침 그는 오늘 밤 반승제가 페니를 데리고 미술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술 전시회에는 값비싼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반승제는 아침 일찍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새집에 아직 그림이 몇 점 부족하다며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무리 내의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참석할 예정이었다.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숙소 구하는 일을 잠시 장하리에게 맡기고 스타일리스트를 찾아 꾸미기 시작했다.저녁 6시.검은색 드레스 차림의 그녀는 반승제의 팔짱을 끼고 행사에 참석했다.성혜인은 처음으로 반승제와 함께 행사에 참석
서수연은 멀지 않은 곳에 숨어서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그녀는 깜짝 놀라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서수연에게 쏠렸다.그녀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황급히 자신을 두드린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다름 아닌 홍규연이었다.홍규연의 옆에는 약간 잘 생기고 젊어 보이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하지만 비주얼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 그다지 놀랍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규연아, 깜짝 놀랐잖아.”“여기 숨어서 뭐해?”이윽고 홍규연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페니에게 닿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홍규연은 온몸이 굳어져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방우찬이었다.방우찬이 그 “불여우”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고, 홍규연은 한숨을 돌렸다.한편, 명희정은 계속해서 성혜인을 비꼬았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죠?”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졌다. 사실 그녀도 명희정의 얼굴이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어디서 봤던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명희정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몇 년 전, 제원대 파티에서 서씨 집안이 투자자로 초청을 받았었죠. 그때 한 학생이 무대 뒤에서 급하게 뛰어 내려왔는데, 페니 씨죠?"성혜인은 심장이 누군가의 큰 손에 잡히는 기분이 들었다.당시 제원대에는 여러 투자자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기섭이었다. 그녀는 성적도 우수하고 외모도 수려해서 투자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임무를 맡았는데, 신기섭은 자신이 잊고 가져오지 못한 물건이 있다며 성혜인을 속여 그녀에게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그 말에 그녀는 신기섭을 따라 무대 뒤로 향했다. 그 결과, 들어서자마자 신기섭은 성혜인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놀라 몸부림치다가 허겁지겁 사람이 가득한 강당으로 뛰쳐나갔다.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넘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치가 빨랐던 투자자들은 그녀가 무대 뒤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단번에 알아챘다.“생각났어요! 파티 무대 뒤에
조금 놀란 그녀가 손수건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반승제가 성혜인을 뒤로 끌어당겨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런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두 남자는 서로 질세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치하다 보니, 명희정은 도리어 찬 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성혜인의 손은 반승제에게 꽉 쥐어져 있었고,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 가면에 떨어졌다.하지만 가면의 남자는 그저 성혜인을 살짝 아래 우로 훑어볼 뿐이었다.성혜인은 그에게서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 그녀가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반승제는 속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불이 달린 마냥 활활 타올랐다. 뒤이어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이건 또 누구야?!”그는 성혜인이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도 몰라요.”그녀는 정말로 가면을 쓴 남자에 대해 몰랐고, 단지 친절하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몰라? 모르는데 손수건을 건네줘? 모르는데 그런 눈빛으로 너를 쳐다봐?!”반승제는 성혜인의 귀에 입술을 갖다 댄 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페니야, 그 멍청한 척하는 수단은 나한테 더 이상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반승제의 이 틈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하지만 성혜인은 이 일에 대해 정말 결백했다. 그러던 그때, 뒤에서 또 명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저 여자가 나한테 술을 끼얹었는데, 너는 내가 못 따지게 할 작정이니?”자신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보고 명희정은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주머니도 끼얹지 않으셨나요?”반승제는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성혜인의 손을 쥐고 놓지 않았다.“저는 페니와 할 얘기가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성혜인의 손을 잡고 한쪽 모퉁이를 향해 걸어갔다.오늘 밤 큰 창피를 당한 명희정은 치밀어 오
“뭐, 괜찮은 것 같네.”그러자 홍규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저 빌어먹을 년이 좀 꼬시면 어때? 어차피 우찬 오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실패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성혜인의 시선은 방우찬에게 얼마간 머물렀다. 그녀는 장하리의 핸드폰 배경화면에서 방우찬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홍규연의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바로 그라는 것을 알아챘다.‘홍규연이랑 여기까지 와놓고, 장 비서한테 진심이기는 한 건가?’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장하리에게서 온 전화였다.사실 오늘 저녁은 장하리가 데리러 오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하룻밤 같이 있어 달라고 했으니, 오늘 저녁에 아마 그와 차를 타야 할 것 같아 장하리가 데리러 올 필요가 없어졌다.“사장님.”장하리는 잔뜩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저녁 아마도 휴가 내야 할 것 같아서요.”“왜 그래요?”장하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생리통 때문에요. 오는 길에 너무 아파서 차를 한쪽에 세웠어요.”“어디예요? 제가 바로 찾아갈게요.”“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집에 가서 좀 쉬고 싶어요.”성혜인은 바로 승낙했다. 어떤 여자들은 생리통으로 인해 기절하기도 하는데, 장하리가 이런 타입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장하리는 강해져야 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성혜인에게 말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장하리는 차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떨리는 손으로 방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방우찬은 그녀가 전화를 건 것을 보고 온몸이 굳어져서, 옆에 있던 홍규연을 다급히 밀쳐냈다.“규연아, 나 전화 좀 받을게.”방우찬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홍규연은 일부러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아직도 안 헤어졌어? 빨리 분명하게 말해. 아니면 내가 뭐가 돼? 우리 아빠가 말했지? 오빠가 나랑 같이 있으면 나중에 반드시 좋은 점이 있을거라고.”방우찬은 난감
성혜인은 그 두 사람을 계속 관찰하다가 홍규연이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시선을 거두어 다시 서수연을 바라보았다.혼자 소파에 앉아 있던 서수연은 성혜인을 보고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그러나 곧 그녀는 로비 홀로 들어오는 서주혁을 발견했다.서수연은 단숨에 기운을 차리고 서주혁의 앞에 다가갔다.“오빠, 저 여자 좀 혼내주면 안 돼?”서주혁이 고개를 들자 홀로 앉아 있는 성혜인이 보였다.성혜인은 오늘 끈 드레스를 입었다. 비록 술이 엎질렀지만, 다행히 드레스 넥이 낮아서 성혜인의 목만 더러워졌기에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으면 됐다.“오빠, 이 빌어먹을 년이 방금 엄마한테도 망신을 줬어.”서주혁은 성혜인을 향해 걸어갔고, 서수연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시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변했다.서주혁은 이 무리 안 대다수 사람들의 아부를 받는 존재였다. 그는 서씨 집안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또한 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이기도 했다.돈과 권력은 모두가 미친 듯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주혁은 둘 다 겸비된 사람이었다.서수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한쪽 발로 성혜인의 다리를 걷어찼다.“빌어먹을 년! 빨리 그 사진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주혁이 말릴 겨를도 없이 상황이 벌어졌고,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수연은 여전히 서주혁이 자기편인 줄 알고 발을 들어 또 걷어차려고 했지만, 옆에서 갑자기 한 손이 뻗어져 와 그녀를 밀쳤다.그 바람에 서수연은 바로 옆에 있는 샴페인 타워에 넘어졌고, 몇 미터 높이의 샴페인이 순식간에 쏟아져 모두 땅에 깨지고 말았다.깨진 병 조각에 깔려 그녀의 팔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민 사람을 쳐다보았다.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그러자 서수연은 이제 더 이상 다른 것을 생각지 못하고 울부짖
사람들 속에 있던 온시환은 두 사람이 싸울 것 같아지자 곧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고, 형제들끼리 왜 이래, 됐어 됐어,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서주혁은 정말로 반승제와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서수연을 들쳐업고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고개를 돌리자 그는 반승제가 여전히 성혜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한숨을 쉬었다.“이제 너 서씨 집안 쪽이랑 사이 틀어질 것 같은데.”서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관계는 줄곧 매우 좋았다. 때문에 만약 서주혁이 반태승에게 이를 알린다면, 반승제는 또 한바탕 꾸중을 듣게 될 것이다.그 말을 듣자 성혜인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만약 반씨 집안과 서씨 집안이 소란을 피운다면, 제원은 틀림없이 뒤집힐 것이니 말이다.그녀는 반승제의 정장 한쪽을 꼭 잡고 있었다. 보아하니 약간 긴장한 모양이었다.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온시환을 노려보았다.“페니 놀라게 하지 마.”온시환은 얼굴을 찡그렸다.‘어딜 봐서 놀랄 게 있다는 거야, 이게 사실인데.'오늘 밤 반승제가 한 짓은 서씨 집안의 얼굴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두 집안은 모두 제원에서 이름 있는 집안이라, 아마 무리 내에는 곧 소문이 날 것이다.게다가 명희정의 일까지 더하면, 반태승 쪽에서 알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을 끌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왜 승제가 기억을 잃은 후에 페니를 더 의식하는 것 같지? 속박이 사라져서 더 본심을 따르는 건가? 예전과 달리 입만 산 것도 아니고 말이야.'물론 지금도 반승제는 입만 산 모습을 가끔 보여주기는 했다. 단지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반승제는 성혜인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그녀는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을 되새기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회장님께서 대표님을 찾아오지 않으실까요?”반승제는 고개를 저으며 가속페달을 밟았다.그러나 사실, 서씨 집안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