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은 멀지 않은 곳에 숨어서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그녀는 깜짝 놀라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서수연에게 쏠렸다.그녀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황급히 자신을 두드린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다름 아닌 홍규연이었다.홍규연의 옆에는 약간 잘 생기고 젊어 보이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하지만 비주얼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 그다지 놀랍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규연아, 깜짝 놀랐잖아.”“여기 숨어서 뭐해?”이윽고 홍규연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페니에게 닿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홍규연은 온몸이 굳어져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방우찬이었다.방우찬이 그 “불여우”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고, 홍규연은 한숨을 돌렸다.한편, 명희정은 계속해서 성혜인을 비꼬았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죠?”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졌다. 사실 그녀도 명희정의 얼굴이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어디서 봤던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명희정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몇 년 전, 제원대 파티에서 서씨 집안이 투자자로 초청을 받았었죠. 그때 한 학생이 무대 뒤에서 급하게 뛰어 내려왔는데, 페니 씨죠?"성혜인은 심장이 누군가의 큰 손에 잡히는 기분이 들었다.당시 제원대에는 여러 투자자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신기섭이었다. 그녀는 성적도 우수하고 외모도 수려해서 투자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임무를 맡았는데, 신기섭은 자신이 잊고 가져오지 못한 물건이 있다며 성혜인을 속여 그녀에게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그 말에 그녀는 신기섭을 따라 무대 뒤로 향했다. 그 결과, 들어서자마자 신기섭은 성혜인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놀라 몸부림치다가 허겁지겁 사람이 가득한 강당으로 뛰쳐나갔다.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넘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치가 빨랐던 투자자들은 그녀가 무대 뒤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단번에 알아챘다.“생각났어요! 파티 무대 뒤에
조금 놀란 그녀가 손수건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반승제가 성혜인을 뒤로 끌어당겨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런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두 남자는 서로 질세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치하다 보니, 명희정은 도리어 찬 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성혜인의 손은 반승제에게 꽉 쥐어져 있었고,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 가면에 떨어졌다.하지만 가면의 남자는 그저 성혜인을 살짝 아래 우로 훑어볼 뿐이었다.성혜인은 그에게서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 그녀가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반승제는 속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불이 달린 마냥 활활 타올랐다. 뒤이어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이건 또 누구야?!”그는 성혜인이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도 몰라요.”그녀는 정말로 가면을 쓴 남자에 대해 몰랐고, 단지 친절하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몰라? 모르는데 손수건을 건네줘? 모르는데 그런 눈빛으로 너를 쳐다봐?!”반승제는 성혜인의 귀에 입술을 갖다 댄 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페니야, 그 멍청한 척하는 수단은 나한테 더 이상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반승제의 이 틈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하지만 성혜인은 이 일에 대해 정말 결백했다. 그러던 그때, 뒤에서 또 명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저 여자가 나한테 술을 끼얹었는데, 너는 내가 못 따지게 할 작정이니?”자신이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보고 명희정은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주머니도 끼얹지 않으셨나요?”반승제는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성혜인의 손을 쥐고 놓지 않았다.“저는 페니와 할 얘기가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성혜인의 손을 잡고 한쪽 모퉁이를 향해 걸어갔다.오늘 밤 큰 창피를 당한 명희정은 치밀어 오
“뭐, 괜찮은 것 같네.”그러자 홍규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의기양양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저 빌어먹을 년이 좀 꼬시면 어때? 어차피 우찬 오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실패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성혜인의 시선은 방우찬에게 얼마간 머물렀다. 그녀는 장하리의 핸드폰 배경화면에서 방우찬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홍규연의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바로 그라는 것을 알아챘다.‘홍규연이랑 여기까지 와놓고, 장 비서한테 진심이기는 한 건가?’성혜인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장하리에게서 온 전화였다.사실 오늘 저녁은 장하리가 데리러 오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하룻밤 같이 있어 달라고 했으니, 오늘 저녁에 아마 그와 차를 타야 할 것 같아 장하리가 데리러 올 필요가 없어졌다.“사장님.”장하리는 잔뜩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저녁 아마도 휴가 내야 할 것 같아서요.”“왜 그래요?”장하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생리통 때문에요. 오는 길에 너무 아파서 차를 한쪽에 세웠어요.”“어디예요? 제가 바로 찾아갈게요.”“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집에 가서 좀 쉬고 싶어요.”성혜인은 바로 승낙했다. 어떤 여자들은 생리통으로 인해 기절하기도 하는데, 장하리가 이런 타입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장하리는 강해져야 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성혜인에게 말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장하리는 차 안에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떨리는 손으로 방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방우찬은 그녀가 전화를 건 것을 보고 온몸이 굳어져서, 옆에 있던 홍규연을 다급히 밀쳐냈다.“규연아, 나 전화 좀 받을게.”방우찬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홍규연은 일부러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 아직도 안 헤어졌어? 빨리 분명하게 말해. 아니면 내가 뭐가 돼? 우리 아빠가 말했지? 오빠가 나랑 같이 있으면 나중에 반드시 좋은 점이 있을거라고.”방우찬은 난감
성혜인은 그 두 사람을 계속 관찰하다가 홍규연이 일부러 그녀의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시선을 거두어 다시 서수연을 바라보았다.혼자 소파에 앉아 있던 서수연은 성혜인을 보고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그러나 곧 그녀는 로비 홀로 들어오는 서주혁을 발견했다.서수연은 단숨에 기운을 차리고 서주혁의 앞에 다가갔다.“오빠, 저 여자 좀 혼내주면 안 돼?”서주혁이 고개를 들자 홀로 앉아 있는 성혜인이 보였다.성혜인은 오늘 끈 드레스를 입었다. 비록 술이 엎질렀지만, 다행히 드레스 넥이 낮아서 성혜인의 목만 더러워졌기에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으면 됐다.“오빠, 이 빌어먹을 년이 방금 엄마한테도 망신을 줬어.”서주혁은 성혜인을 향해 걸어갔고, 서수연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시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으로 변했다.서주혁은 이 무리 안 대다수 사람들의 아부를 받는 존재였다. 그는 서씨 집안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또한 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이기도 했다.돈과 권력은 모두가 미친 듯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주혁은 둘 다 겸비된 사람이었다.서수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한쪽 발로 성혜인의 다리를 걷어찼다.“빌어먹을 년! 빨리 그 사진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서주혁이 말릴 겨를도 없이 상황이 벌어졌고,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수연은 여전히 서주혁이 자기편인 줄 알고 발을 들어 또 걷어차려고 했지만, 옆에서 갑자기 한 손이 뻗어져 와 그녀를 밀쳤다.그 바람에 서수연은 바로 옆에 있는 샴페인 타워에 넘어졌고, 몇 미터 높이의 샴페인이 순식간에 쏟아져 모두 땅에 깨지고 말았다.깨진 병 조각에 깔려 그녀의 팔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민 사람을 쳐다보았다.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그러자 서수연은 이제 더 이상 다른 것을 생각지 못하고 울부짖
사람들 속에 있던 온시환은 두 사람이 싸울 것 같아지자 곧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이고, 형제들끼리 왜 이래, 됐어 됐어,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서주혁은 정말로 반승제와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서수연을 들쳐업고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고개를 돌리자 그는 반승제가 여전히 성혜인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한숨을 쉬었다.“이제 너 서씨 집안 쪽이랑 사이 틀어질 것 같은데.”서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관계는 줄곧 매우 좋았다. 때문에 만약 서주혁이 반태승에게 이를 알린다면, 반승제는 또 한바탕 꾸중을 듣게 될 것이다.그 말을 듣자 성혜인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만약 반씨 집안과 서씨 집안이 소란을 피운다면, 제원은 틀림없이 뒤집힐 것이니 말이다.그녀는 반승제의 정장 한쪽을 꼭 잡고 있었다. 보아하니 약간 긴장한 모양이었다.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온시환을 노려보았다.“페니 놀라게 하지 마.”온시환은 얼굴을 찡그렸다.‘어딜 봐서 놀랄 게 있다는 거야, 이게 사실인데.'오늘 밤 반승제가 한 짓은 서씨 집안의 얼굴을 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두 집안은 모두 제원에서 이름 있는 집안이라, 아마 무리 내에는 곧 소문이 날 것이다.게다가 명희정의 일까지 더하면, 반태승 쪽에서 알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반승제는 성혜인을 끌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그리고 온시환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왜 승제가 기억을 잃은 후에 페니를 더 의식하는 것 같지? 속박이 사라져서 더 본심을 따르는 건가? 예전과 달리 입만 산 것도 아니고 말이야.'물론 지금도 반승제는 입만 산 모습을 가끔 보여주기는 했다. 단지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반승제는 성혜인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그녀는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을 되새기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회장님께서 대표님을 찾아오지 않으실까요?”반승제는 고개를 저으며 가속페달을 밟았다.그러나 사실, 서씨 집안 쪽
성혜인은 이따가 오는 도우미에게 들킬까 봐 반승제를 밀쳐냈다.“대표님.”반승제는 성혜인을 놓아주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살펴보았다.“아까 발로 차인 데는, 정말 괜찮아?”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서수연이 세게 차기는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반승제는 한숨을 돌리더니 이내 그녀를 끌어당겨 드레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은 그의 다리 위에 앉아 긴장한 채 정원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도우미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한숨을 돌렸으나 여전히 무섭기는 했다.“별장 안에 아직 사람이 있어요.”그러나 반승제는 이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오늘 밤 그녀의 차림새는 매우 예뻤는데 검은색 드레스는 성혜인의 피부를 더욱 하얗게 돋보이게 했다. 게다가 단발머리까지 겹쳐서 그녀는 한층 더 청량하고 세련되어 보였다.하지만 이렇게 차가운 성혜인도 지금은 매우 부드럽게 변해있었다.성혜인은 참지 못하고 가느다란 소리를 내뱉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거절해도 소용없었다.성혜인의 허리를 잡은 반승제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키스하면서 몸을 움직였다.그러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눈썹은 찌푸린 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핸드폰 벨 소리는 마치 그가 받지 않으면 계속 울려댈 것처럼 시끄럽게 굴었다.그러자 성혜인도 그 소리가 시끄러워 참지 못하고 그의 몸에 엎드리며 말했다.“받아요.”반승제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뒤이어 핸드폰 너머에서는 반태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30분 안에 이리로 와! 그렇지 않으면 대가는 알아서 치러야 할 거야!”비록 기억을 잃었을지라도, 반태승의 위엄은 그의 머릿속에 여전히 존재했다.반승제는 핸드폰을 버리고 성혜인에게 깊은 키스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이따가 회사로 돌아가서 해외 회의에 참석해야 해. 늦게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성혜인은 이 정도까지 왔는데도 반승제가 의외로 참을 수 있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 그러나 사실은 반승제가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을 증
반태승은 연달아 20대나 때린 다음에야 멈춰 섰다. 반승제의 등은 진작 피범벅이 되었고 흐르다 못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까지 했다.숨을 깊게 들이쉰 반태승은 그런 반승제가 꼴도 보기 싫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쉽게 죽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을 흔들면서 단호하게 말했다.“밖으로 나가서 무릎 꿇고 있어. 아무도 저 녀석한테 외투를 건네지 마.”한겨울에 반승제는 얇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다. 더구나 온몸이 다 상처투성이라, 만약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죽을 것이다.집사는 걱정되는 마음에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반태승은 뜻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괜찮아. 저 녀석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반승제는 주저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결국 반태승을 말리지 못한 집사는 거실에서 연신 한숨만 쉬었다.밖에 눈이 펑펑 오는 것을 보고 집사는 직접 우산을 들고 나갔다. 하지만 반태승 못지않게 고집스러웠던 반승제는 이를 거절했다.“도련님, 우산은 쓰셔야 해요. 눈이 옷이 떨어졌다가 녹기라도 하면 무조건 감기 드세요.”반승제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말했다.“됐어요.”집사는 어쩔 수 없이 우산을 들고 반승제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그는 한겨울의 날씨에 밖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반승제는 다른 도우미들을 불러서 그를 데려가도록 했다.같은 시각, 반승제가 떠난 다음 성혜인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차 안에는 아직도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 있었고, 잊을 수 없는 느낌은 몸에 단단히 각인되었다.성혜인은 옷매무시를 정리한 다음에야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며 이성이 약간 돌아오자, 그녀는 이제야 자신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는지 자각했다.‘집을 코앞에 두고 왜 차 안에서...’어이없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성혜인은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처음 보는 낯선 도우미였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온몸이
성혜인이 잠에서 깨어난 다음에도 반승제는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전에도 밤샘 야근은 자주 있었던 일이기에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떠나려고 했다. 그러다가 심인우와 마주치고 우뚝 멈춰 섰다.심인우는 부동산 양도에 관한 서류를 가져왔다. 어젯밤 반승제가 말했듯이 한 달 동안의 시간을 조건으로 성혜인이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말이다.“페니 씨, 이건 대표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신 서류입니다.”성혜인은 서류를 힐끗 봤다. 이는 얼마 전 경매에도 나온 적 있는 제원의 중심에 있는 집이었다.이 단지에는 집이 3채만 있었는데 한 층에 4가구, 한 가구에 60 평 정도 되었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교통도 편리해서 제원에서 살며 꼭 필요한 그런 집이었다. 만약 좋은 관리사무소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성혜인은 서류를 훑어보더니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승제가 자신에게 이런 집을 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대표님이 정말 이 집을 저한테 주신다고 하던가요?”이 집의 가치는 2000억쯤 했다. 반승제도 한참 전에 사놓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지금은 아예 살 수 없는 집이기도 했다.“네, 페니 씨는 여기에 사인만 하면 됩니다.”성혜인은 감히 사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 비서님, 만약 월세로 친다면 이곳의 가격은 어느 정도 될까요?”심인우는 약간 멈칫했다. 이는 한 평생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는 대단한 선물이었기 때문이다.“월세라면 아마... 한 달에 20억쯤 할 것 같습니다.”“그럼 제가 따로 월세를 내고 사인은 안 할게요. 집은 그럴 능력이 있을 때 돈을 주고 직접 살 거라고 대표님께 전해주세요.”반승제가 주는 집을 받기만 해도 성혜인은 엄청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의 고집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던 심인우는 그저 서류를 들고 떠났다.성혜인은 이렇게 집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로 나갔다. 안유결이 촬영 중인 드라마가 방송만 된다면 무조건 대박 날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녀가 사무실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