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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좋지?

얼마 후 반승제는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축 늘어진 성혜인을 안고 침실로 향해 걸어갔다. 성혜인은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다가 침대에 누웠다.

반승제는 키스를 원하는 듯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성혜인은 단호하게 머리를 돌려버렸다. 어쩐지 더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쾌감이 가시지 않은 몸은 여전히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반승제는 그녀의 곁에 누워 꼭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몸은 나보다도 즐기네.”

성혜인은 아예 눈을 꼭 감은 채 못 들은 척했다. 반승제는 그녀가 가장 인정하기 싫은 비밀을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첫날밤, 술과 약에 취한 반승제는 어느 때보다도 거칠게 움직였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후에 강민지와 얘기했을 때도 그녀가 땡잡았다면서 장난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속마음을 들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 쓸 틈 없이 정복당하는 거친 방식을 좋아하는 은밀한 속마음을 말이다.

지금도 반승제와 함께 보냈던 밤을 떠올리면 성혜인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첫 경험을 해본 뒤로 마치 길들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유혹에는 사족을 쓸 수 없었다. 물론 이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게 말하지 않을 비밀이었다.

성혜인은 자기 생각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그녀가 생각하는 대로 말했다가는 반승제의 비웃음을 살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탓에 특히 침대 위에서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반승제의 강압적인 방식은 성혜인의 취향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물론 그녀가 강압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침대 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듯 반승제는 그녀를 꽉 끌어안으면서 물었다.

“페니야, 좋아?”

반승제는 성혜인의 위로 올라탔다. 하지만 급하게 다음 단계에 들어서지는 않았다.

조명은 끈 침실은 아주 어두웠다. 창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기는 했지만 보일러를 빵빵하게 튼 덕분에 벗고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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