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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고백

짧게 씻고 나온 반승제는 얇은 샤워 타올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 제대로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뚝 떨어져 조각 같은 근육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후 반승제는 성혜인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그녀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도 머리를 돌려 반승제를 바라봤다가 그 뜨거운 눈빛에 데기라도 한 듯 몸을 흠칫 떨었다.

기억을 잃은 반승제는 전보다 훨씬 야만적이었다. 마치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성혜인은 그런 그를 미워한 적도, 증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고 돌아 문뜩 머리를 돌려보면 그는 항상 이렇듯 곁을 지키고 있었다.

“페니야, 나랑 사귀자.”

반승제는 덤덤하게 말하더니 성혜인의 목을 잡고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녀의 앞에서 처음으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네가 이런 일을 당하는 꼴 더는 보기 싫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네 마음을 나한테 주면, 나도 내 마음을 너한테 줄 수 있어.”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반승제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짧게 뽀뽀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지원해 줄게. 네가 원하는 것만 얻고 나를 차버려도 상관없어. 대신 나랑 만나고 있을 때는 절대 배신하지 마.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줄 테니까.”

반승제는 성혜인의 입술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순간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용모의 남자가 다정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것을 누가 과연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성혜인은 곧 반승제가 클럽의 프리이빗 룸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문밖에 서 있었던 그녀는 모든 과정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 반승제에게도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반승제를 밀어냈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오늘 구해주신 건 고맙지만 고백은 거절할게요.”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가는 마음고생할게 뻔해. 아직 내 마음을 외면할 수 있을 때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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