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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고인이 가는 길을 더럽히는 일

배윤수의 속은 이미 희열로 가득 찼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지어 실망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박주완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교수님, 혹시 대본이 별로인가요?”

배윤수는 박예진의 영정사진을 힐끗 봤다. 속으로는 박예진 일가의 멍청함을 얼마나 비웃었는지 모른다.

“장례식에서 대본 얘기를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예진이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은 일단 장례식에 집중해요. 이 대본은 제가 알아서 투자자를 찾아볼게요. 하지만 그다음 일은 보장할 수 없어요. 그래도 예진이가 남긴 소중한 물건이니 최선은 다할게요.”

박주완은 한숨을 쉬었다. 김애은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정말 고마워요, 교수님. 우리 예진이가 그렇게 속을 썩였는데도 계속 도와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배윤수는 박주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장례식에 온 조문객은 별로 없었다. 내성적인 박예진에게는 애초에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례식도 단출한 편이었다.

잠깐 쉬러 밖으로 나온 박주완과 김애은은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성혜인과 마주쳤다. 안 그래도 기분이 언짢았던 박주완은 그녀를 보자마자 완전히 폭발해 버리고 말했다. 그래서 한쪽에 놓여 있던 빗자루를 쳐들고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도둑년! 살인자! 네가 우리 예진이를 죽였어! 근데 무슨 낯짝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꺼져! 꺼지라고!”

김애은은 뒤에서 박주완을 잡고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도 증오가 가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혜인은 빗자루를 확 잡아 던지고 고집스러운 부부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고 있었다. 만약 배윤수가 박예진을 죽인 범인이라면, 두 사람은 공범인데도 말이다.

성혜인은 결국 녹음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박예진의 명성을 위해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두 사람이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도 꺼내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예진 씨가 저한테 준 녹음이에요. 저는 원래 이 녹음으로 예진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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