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2270 챕터

제651화 개자식 반승제

얼마 지나지 않아 반기범은 기다리고 있던 보고를 받았다.“알아냈습니다. 반승제 씨가 대형 트럭으로 반기태 씨의 별장을 부수고 경호원 두 명을 사살했다고 합니다.”반기범은 우아한 자태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음산한 눈빛의 첫째 반기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승제가 형님한테 총을 쏘지는 않았고?”반기범은 당연히 오늘이 반기태의 제삿날이 될 줄 알았다. 그래도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 근데 오줌 지릴 정도로 겁먹고 회장님한테 이르러 갔답니다.”“허허, 감히 아버지를 만나러 가다니...”반기태의 멍청함에 반기범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반태승을 찾아가는 건 자신이 지은 죄를 밝히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더구나 반태승은 반승제의 광기 서린 성격을 아주 높게 평가했다. 그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반씨 가문에 남아 있을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반승제는 애초부터 가족이란 무엇인지 모르는 미친놈이었다. 반태승이 아직 살아있기에 그나마 귀공자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반태승이 돌아간 다음에는 아마도 그의 광기를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반승제에 비해 반기범은 반승우를 더욱 좋아했다. 그는 부드러운 사람이었기에 다음 계획을 계산해 내기 아주 쉬웠다. 하지만 반승제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변수에 변수를 잇는 선택만 해왔다.반승제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었다. 100%의 확신이 없으면 절대 나서서는 안 되기도 했다.같은 시각, 반기태는 다른 별장으로 가서 바지를 갈아입고 부랴부랴 반태승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굳게 닫힌 대문을 그를 위해 열리지 않았다.집사는 아주 가벼운 얘기라도 하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회장님께서 앞으로 손님은 안 만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엎지른 물은 스스로 닦으라고 하십니다. 잠자는 늑대를 건드렸으면 살집이 물어뜯길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말입니다.”보다시피 반태승은 기억을 잃은 반승제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반씨 집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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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속았다는 수치스러움

반승제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시선은 자연스레 성혜인의 목으로 향했다. 그녀가 반항하지 못할 때 그냥 죽여버릴 생각으로 말이다.하지만 꿈속에서 나쁜 일이라도 당하고 있는지 눈초리를 파르르 떠는 성혜인의 모습을 보니 분노도 금세 식었다. 그래서 반승제는 이만 몸을 일으켜 성큼성큼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고요한 밤은 빠르게 지나고 어느덧 아침이 왔다.성혜인은 반승제가 깨어난 다음에도 깨지 않았다. 스케줄대로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친 반승제는 그녀를 신경 쓰지도 않고 호텔을 떠났다.성혜인은 반승제가 떠난 지 한 시간이 되어서야 서서히 눈을 떴다. 어젯밤의 기억은 짧은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지만 반승제가 결국 와줬다는 것은 기억에 남았다.하지만 반승제보다 더욱 인상 깊었던 건 7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이던 순간이다. 욕망에 휩싸인 남자들의 눈빛보다 더 역겨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서 한참이나 토했다. 피부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고 구역질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은 탓에 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신물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반승제의 호텔방에 한시라도 남아있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부랴부랴 포레스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 핸드폰에 새 전화번호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속이 따듯해지는 영양죽까지 먹었다.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기 방에서 샤워하고 난 성혜인은 해가 질 때까지 깊은 잠을 잤다. 그리고 깨난 다음 진통제 한 알을 더 먹고 나서야 생리통이 진정된 것 같았다.초저녁, 성혜인은 회사로 향했다. 안유결의 사건이 아직도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었다.성혜인은 어느덧 안유결이라는 훌륭한 감독과 온수빈이라는 훌륭한 배우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S.M이 아직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순리롭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훌륭한 대본만 있으면 되었다.“감독님, 저희가 대학로 근처에서 투자자를 찾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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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이기적인 사람

성혜인은 휴지를 뽑아서 반승혜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내치고 말았다.“승제 오빠는 아직도 페니 씨가 누군지 모르죠? 사람 속이는 거 재밌어요? 오빠를 불륜남으로 만드니까 재밌냐고요! 두 사람 이혼까지 했다면서 오빠가 알게 될까 봐 두렵지도 않아요? 아니, 페니 씨는 애초에 자기 생각밖에 안 했죠? 그러니까 오빠 몰래 이런 빅엿을 준비했겠죠... 역시 성씨 집안사람은 하나같이 이기적이네요.”반승혜는 흐느끼면서 밖으로 달려 나갔다. 성혜인도 뒤따라 나가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에 가로막혀 결국 쫓아가지 못했다.반승혜는 오늘 큰 용기를 내서 성혜인을 찾아온 것이었다. 원래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정리했었지만, 사무실 문을 열어 낯선 모습의 그녀와 마주한 순간 수치심이 확 솟아올라 이성이 가출하고 말았다.그녀는 차에 돌아간 다음에도 한참이나 흐느꼈다. 반승제가 기억을 되찾자마자 바로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반승제가 계속 성혜인에게 속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이때 반승혜의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성혜인에게서 문자가 온 것이었다.「미안해요, 승혜 씨. 저도 마음 같아서는 알려주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요.」‘찌질한 변명이야...’성혜인의 문자를 보고 나니 반승혜는 더욱 정떨어지는 것 같았다.그동안 두 사람은 여러 번 만났었다. 반승혜가 성혜인에게 ‘새언니’의 뒷담화를 한 횟수만 해도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분명 나를 바보라고 생각했겠지? 본인 앞에서 뒷담화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반승혜는 결국 서러움이 터져 목 놓아 울었다.같은 시각, 성혜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누르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 안에 들어선 장하리는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바로 위로 삼아 말을 걸었다.“사장님, 제가 점심 식사를 준비해 드릴까요?”“대본 일은 어떻게 됐어요?”“조금 전 이미 알아보러 갔으니, 지금쯤 직원들이 성원예대에 도착했을 거예요.”성주대학교의 예술대학은 영화의 요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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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인간의 탈을 쓴 짐승

보다시피 반태승은 이번에 아주 큰 결심을 내렸다.“이번 일은 승제 씨한테 맡기고 할아버지는 몸부터 추스르세요.”반태승은 미소를 지으며 성혜인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참한 아이가 이젠 더 이상 자기 손주며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성혜인은 본능적으로 반태승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유경아에게 따듯한 차를 내오라고 전했다. 반태승은 그렇게 거의 십분 간 침묵에 잠겨 있다가 말을 꺼냈다.“승제는 나를 따라 부대에서 자라온 아이라 반씨 집안사람들의 손을 탄 적 없다. 그런데도 혼자 해외에 가서 BH그룹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따냈지. 알고 보면 아주 장한 녀석이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속상하구나. 승제는 20살도 안 됐을 때 벌써 수많은 회사를 인수해서 해외를 떠들썩하게 했단다.”반태승은 잠깐 말을 멈추고 차 한 모금 마셨다.“승제는 내가 키워준 정을 봐서 BH그룹을 물려받은 거다. 비록 그 자리는 승우의 것이었지만 난 항상 승제한테 마음이 갔거든. 그러는 한편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승제가 언제 갑자기 미쳐 날뛰면 집안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승제의 고삐는 내가 아직 단단히 잡고 있다. 원래는 그 고삐를 너한테 줄 생각이었지만 둘 다 싫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반태승이 아무에게도 한 적 없을 법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성혜인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추측하고 있는 반승제의 자산도 덕분에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반승제가 해외에 가서 BH그룹보다 좋은 성적을 따냈다면 분명 BH그룹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씨 가문도 그에게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제가 알아도 되는 얘기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저희는 진짜 서로한테 조금의 관심도 없어요.”“너를 붙잡으려고 한 말이 아니다. 나는 그저 수다를 떨고 싶었을 뿐이니 부담 갖지 말거라. 승제가 얼마 전에는 큰아버지의 별장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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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멍청한 외톨이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친자 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성휘와 윤단미는 부녀 사이가 맞았다.성혜인은 뒤통수가 야구방망이에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처럼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식탁에 차려진 아침 식사는 진작 차갑게 식었다. 별장은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냉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임지연은 성혜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 덕분에 사랑이란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성혜인은 아주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을 것이다.자신이 임지연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성혜인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이는 정신적 지주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감탄했다. 전생에 분명 엄청난 덕을 쌓았기에 임지연의 사랑을 받으며 클 수 있었다고 말이다.눈물로 베개를 적신 과거의 수많은 밤, 성혜인은 임지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겨우 잠들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면이 단단해져서인지 그러는 날이 없어졌다. 임지연을 꿈에서 만난 것도 아주 오래전의 일이 되었을 정도로 말이다.하지만 잔인한 현실은 결국 성혜인의 내면세계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임지연의 친딸이 그녀가 그렇게도 미워하던 윤단미라니... 성휘가 먹고 살 걱정 없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던 친딸이 윤단미라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성혜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확인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망스러운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렸다. 생리가 끝나기도 전에 윤단미의 정체를 알게 됐으니 몸이 성할 리가 없었다.반태승은 이미 윤단미를 감옥에 보내려고 결심한 듯했다. 하지만 성혜인은 성휘와 임지연의 친딸이 감옥에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성혜인은 도무지 짜증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 안절부절못하다가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반태승은 잠깐 침묵하고 나서야 그녀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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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반승제의 장난감

성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사람이 바랄 걸 바라야죠. 이 말은 나보다는 윤단미 씨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윤단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를 힘껏 두드리면서 외쳤다.“야! 이 쓰레기 같은 년아! 난 이런 짓을 하고도 부모님께 사랑받을 수 있지만 넌 아니야! 넌 자기가 어디에서 온 지로 모르지! 잡종! 더러운 잡종! 반승제한테 버림받은 잡종!!!”성혜인은 덤덤한 표정으로 수표에 10억이라는 숫자를 적었다.“윤단미 씨는 곧 출국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평생 귀국을 제한받게 되겠죠. 앞으로 제원에서 만날 일은 없겠네요.”“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데?! 난 아직 지지 않았어!”윤단미는 결국 감정이 격해져서 경찰에 끌려가고 말았다. 성혜인은 비참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졌는데도 마음도 전혀 편하지 못했다.윤단미가 감옥에 가는 것은 단연 최고의 결말일 것이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녀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풀어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돈까지 주게 생겼다. 그러니 오죽 서러웠겠는가?성혜인은 어두운 안색으로 경찰서를 나섰다. 하필이면 이때 그녀는 경찰서 안에 있던 설우현과 마주쳤다.설우현은 회색 코트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성혜인은 코너를 돌다가 그의 품에 부딪혔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성혜인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리고 시선을 숙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페니 씨?”“아, 안녕하세요...”성혜인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설우현이 왜 경찰서에 있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녀의 호기심을 보아낸 설우현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제원의 도둑들은 참 대담하더라고요. 차 바퀴까지 도둑 맞힐 수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성혜인은 당연히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설우현의 차를 힐끗 봤다. 설우현의 롤스로이스는 바퀴 네 개가 모두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로고까지 뽑힌 것을 보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을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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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끝없는 심연

반승제에 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반 대표님이 저한테 질렸다고 해서요. 저도 따로 살길을 마련해야죠.”덤덤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에 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설우현은 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카사노바였다. 그리고 그의 직감이 성혜인은 절대 질렸다는 이유로 버림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성혜인이 누군가를 질렸다는 이유로 버리면 모를까...“그런 사람은 신경 쓰지 말아요. 세상에 남자가 반승제 씨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어휴... 큰형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한 방 먹여주고 싶네.’설우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반승제 씨는 해외에 있을 때 겁도 없이 경영 중심지에서 스타트업했어요. 근데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긴 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그래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하 격투장에 끌려가게 되었죠.”성혜인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지하 격투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부자들이 평소 숨기고 있던 잔혹성을 완전히 드러내는 곳이라는 것은 알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설우현이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설우현은 놀리기라도 하는 듯이 말없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다음은요? 지하 격투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대요?”설우현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창틀을 톡톡 두드렸다.“지하 격투장은 무법지대에요. 돈 있는 사람이 톱인 셈이죠. 반승제 씨는 그곳에서 빠르게 돈을 모아갔어요. 그리고 지하 격투장 전체를 자기 영역으로 만들었어요. 듣기로는 목숨까지 걸었다고 하던데요.”성혜인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설우현을 바라봤다.반승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성혜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하 격투장까지 제패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설우현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듯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눈매는 누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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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사랑싸움

“그 주제는 요즘 하도 예민해서 촬영하기 어려워요. 한 명의 팬이 친 사고로 통째로 제한받았으니까요. 그래서 저한테도 그런 대본은 없어요.”배윤수가 말했다. 설우현과 반승제의 앞에서는 그도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대신 제가 얼마 전 금방 완성한 대본 두 개를 보여드릴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두 분이 하나씩 받아줬으면 더없이 행복하겠네요.”배윤수는 공손함 뒤로 득의양양함을 숨기고 있었다.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두 사람이 그의 저택으로 직접 찾아온 것만으로 해도 그에게는 엄청난 영광이기 때문이다.배윤수는 모두가 공인한 믿고 보는 작가였다. 그러니 그의 대본은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에게는 수많은 제자가 있어서 좋은 대본이 끊길 새도 없었다.설우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저는 오늘 그냥 얘기를 나눠보러 온 것이라서요. 필요하면 대표님이 둘 다 가져가도 상관없어요.”설씨 가문은 차고 넘치는 게 훌륭한 대본이었다. 그래서 그는 오늘 그냥 인맥을 쌓을겸 배윤수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물론 반승제도 마찬가지다. 그도 대본보다는 배윤수와 인맥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대본이라면 BH그룹에 주지 못해 안달인 작가가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반승제는 무심한 표정으로 대본을 훑어봤다. 확실히 그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훌륭했다. 그의 곁에 앉아 있던 성혜인도 힐끗힐끗 곁눈질하면서 대본의 총체적인 틀을 파악했다.얼마 후 반승제는 대본을 덮으면서 머리를 돌렸다. 그러다 자칫 성혜인과 코끝이 부딪힐 뻔했다. 대본에 집중하던 성혜인이 어느덧 반승제에게 훌쩍 다가왔던 것이다.반승제는 손가락을 뻗어 성혜인의 머리를 밀어냈다. 제삼자의 각도에서 보기에 두 사람은 마치 사랑싸움 중인 커플 같았다.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배윤수에게 말했다.“이 대본은 제가 투자할게요. 그리고 다른 대본은 설우현 씨한테 양보할게요.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가면 섭섭하잖아요.”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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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번개와 같은 기억

반승제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훑어보면서 말했다.“넌 예나 지금이나 남자 꼬실 줄밖에 모르는 모양이군.”성혜인은 마찬가지로 차가운 눈빛으로 반승제를 힐끗 노려보면서 말했다.“그게 대표님과 무슨 상관이죠? 제가 대표님을 꼬시는 것도 아니잖아요.”반승제는 순간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성혜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손이 다 흠칫 떨렸다.“넌 내 비서였던 사람인데 완전히 상관없는 것도 아니지.”“저는 이미 해고당했거든요. 설마 대표님 남 사생활을 염탐하는 취미가 있으신 건 아니죠?”성혜인은 대놓고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차는 시동이 걸리는 대신 경보음만 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자 바퀴가 펑크 나 있었다.이 동네에는 별장밖에 없어서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보험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 택시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려고 했다.뒤늦게 차에 오른 반승제는 성혜인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천천히 따라가며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자칫 넘어질 뻔했다. 반승제는 그녀의 곁으로 가서 멈춰서더니 창문을 내리면서 말했다.“택시가 잡히는 곳은 1km 밖에 있어. 걸어서 언제 도착하려고 그래?”반승제는 자기 차에 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을 일면서 쌩 멀어졌을 뿐이다.제자리에 멈춰 선 성혜인은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토록 재수 없는 사람은 둘도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말이다.‘이 세상에 남자란 남자는 다 죽고 반승제만 남았다고 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성혜인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반승제가 갑자기 후진해 왔다. 그리고 성혜인의 곁에 또다시 멈춰 서며 차갑게 말했다.“타.”반승제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반승제는 한 손을 운전대에 걸친 채 천천히 그녀의 속도에 맞춰 운전했다.침향 팔찌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샌가 고급 시계로 대체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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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나’를 꼬신 방법

반승제의 앞에 앉아 있었던 서주혁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이젠 보기만 해도 반응이 오는 거야?”반승제는 언제부턴가 꽉 잡고 있던 주먹을 풀면서 열기를 식히려는 듯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머리를 들어 샹들리에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눈가는 갑작스러운 열기로 인해 아직도 발그레했다.‘술맛이 조금이라도 달랐으면 약을 탔는 줄 알았겠군...’...같은 시각.성혜인은 머리를 숙인 채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페니라고 해요. 괜찮으니까 편하게 대해줘요.”여자는 안경 너머 성혜인을 힐끗 보더니 곧바로 다시 머리를 숙였다.이때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와서 주문을 기다렸다. 성혜인은 메뉴판을 여자 앞에 내려놓으면서 물었다.“예진 씨 먼저 먹고 싶은 걸 골라요.”박예진은 겨우 머리를 들어 메뉴판을 힐끗 봤다.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세트 메뉴도 120만 원씩 하는 것을 보고는 놀란 나머지 속눈썹이 다 파르르 떨렸다.“페니 님, 저희... 다른 식당에 가면 안 될까요?”박예진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안경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그 찰나의 순간에 성혜인은 박예진의 목에서 졸린 적 있는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본 척 무덤덤하게 말했다.“오늘은 제가 사는 자리이니 걱정하지 말고 앉아요. 우리 아직 대본 얘기도 해야 하잖아요.”성혜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약간 진정된 듯 박예진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입술은 아직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가격에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성혜인은 오늘 반승제의 곁에서 함께 봤던 대본을 떠올리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저 오늘 배 작가님 댁에 갔었어요. 그곳에서 작가님의 대본을 보게 되었는데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주인공이 피치 못할 운명으로 살인범이 된 내용인데 BH그룹의 눈에 들어서 스릴러 드라마로 만들어질 거래요. 모든 회차가 다 재미있어서 성공은 떼놓은 당상인 것 같던데요.”대본 얘기가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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