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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사랑싸움

“그 주제는 요즘 하도 예민해서 촬영하기 어려워요. 한 명의 팬이 친 사고로 통째로 제한받았으니까요. 그래서 저한테도 그런 대본은 없어요.”

배윤수가 말했다. 설우현과 반승제의 앞에서는 그도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제가 얼마 전 금방 완성한 대본 두 개를 보여드릴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두 분이 하나씩 받아줬으면 더없이 행복하겠네요.”

배윤수는 공손함 뒤로 득의양양함을 숨기고 있었다.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두 사람이 그의 저택으로 직접 찾아온 것만으로 해도 그에게는 엄청난 영광이기 때문이다.

배윤수는 모두가 공인한 믿고 보는 작가였다. 그러니 그의 대본은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그에게는 수많은 제자가 있어서 좋은 대본이 끊길 새도 없었다.

설우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는 오늘 그냥 얘기를 나눠보러 온 것이라서요. 필요하면 대표님이 둘 다 가져가도 상관없어요.”

설씨 가문은 차고 넘치는 게 훌륭한 대본이었다. 그래서 그는 오늘 그냥 인맥을 쌓을겸 배윤수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물론 반승제도 마찬가지다. 그도 대본보다는 배윤수와 인맥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대본이라면 BH그룹에 주지 못해 안달인 작가가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반승제는 무심한 표정으로 대본을 훑어봤다. 확실히 그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훌륭했다. 그의 곁에 앉아 있던 성혜인도 힐끗힐끗 곁눈질하면서 대본의 총체적인 틀을 파악했다.

얼마 후 반승제는 대본을 덮으면서 머리를 돌렸다. 그러다 자칫 성혜인과 코끝이 부딪힐 뻔했다. 대본에 집중하던 성혜인이 어느덧 반승제에게 훌쩍 다가왔던 것이다.

반승제는 손가락을 뻗어 성혜인의 머리를 밀어냈다. 제삼자의 각도에서 보기에 두 사람은 마치 사랑싸움 중인 커플 같았다.

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자 반승제가 배윤수에게 말했다.

“이 대본은 제가 투자할게요. 그리고 다른 대본은 설우현 씨한테 양보할게요.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가면 섭섭하잖아요.”

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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