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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번개와 같은 기억

반승제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성혜인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넌 예나 지금이나 남자 꼬실 줄밖에 모르는 모양이군.”

성혜인은 마찬가지로 차가운 눈빛으로 반승제를 힐끗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게 대표님과 무슨 상관이죠? 제가 대표님을 꼬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반승제는 순간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성혜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는 손이 다 흠칫 떨렸다.

“넌 내 비서였던 사람인데 완전히 상관없는 것도 아니지.”

“저는 이미 해고당했거든요. 설마 대표님 남 사생활을 염탐하는 취미가 있으신 건 아니죠?”

성혜인은 대놓고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차는 시동이 걸리는 대신 경보음만 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자 바퀴가 펑크 나 있었다.

이 동네에는 별장밖에 없어서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보험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 택시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려고 했다.

뒤늦게 차에 오른 반승제는 성혜인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천천히 따라가며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자칫 넘어질 뻔했다. 반승제는 그녀의 곁으로 가서 멈춰서더니 창문을 내리면서 말했다.

“택시가 잡히는 곳은 1km 밖에 있어. 걸어서 언제 도착하려고 그래?”

반승제는 자기 차에 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을 일면서 쌩 멀어졌을 뿐이다.

제자리에 멈춰 선 성혜인은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토록 재수 없는 사람은 둘도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세상에 남자란 남자는 다 죽고 반승제만 남았다고 해도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성혜인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반승제가 갑자기 후진해 왔다. 그리고 성혜인의 곁에 또다시 멈춰 서며 차갑게 말했다.

“타.”

반승제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반승제는 한 손을 운전대에 걸친 채 천천히 그녀의 속도에 맞춰 운전했다.

침향 팔찌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샌가 고급 시계로 대체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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