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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끝없는 심연

반승제에 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

“반 대표님이 저한테 질렸다고 해서요. 저도 따로 살길을 마련해야죠.”

덤덤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에 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우현은 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카사노바였다. 그리고 그의 직감이 성혜인은 절대 질렸다는 이유로 버림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성혜인이 누군가를 질렸다는 이유로 버리면 모를까...

“그런 사람은 신경 쓰지 말아요. 세상에 남자가 반승제 씨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휴... 큰형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한 방 먹여주고 싶네.’

설우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반승제 씨는 해외에 있을 때 겁도 없이 경영 중심지에서 스타트업했어요. 근데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긴 다른 사람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그래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하 격투장에 끌려가게 되었죠.”

성혜인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지하 격투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부자들이 평소 숨기고 있던 잔혹성을 완전히 드러내는 곳이라는 것은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설우현이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설우현은 놀리기라도 하는 듯이 말없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다음은요? 지하 격투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대요?”

설우현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창틀을 톡톡 두드렸다.

“지하 격투장은 무법지대에요. 돈 있는 사람이 톱인 셈이죠. 반승제 씨는 그곳에서 빠르게 돈을 모아갔어요. 그리고 지하 격투장 전체를 자기 영역으로 만들었어요. 듣기로는 목숨까지 걸었다고 하던데요.”

성혜인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설우현을 바라봤다.

반승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성혜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하 격투장까지 제패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설우현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듯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눈매는 누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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