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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인간의 탈을 쓴 짐승

보다시피 반태승은 이번에 아주 큰 결심을 내렸다.

“이번 일은 승제 씨한테 맡기고 할아버지는 몸부터 추스르세요.”

반태승은 미소를 지으며 성혜인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참한 아이가 이젠 더 이상 자기 손주며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

성혜인은 본능적으로 반태승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유경아에게 따듯한 차를 내오라고 전했다. 반태승은 그렇게 거의 십분 간 침묵에 잠겨 있다가 말을 꺼냈다.

“승제는 나를 따라 부대에서 자라온 아이라 반씨 집안사람들의 손을 탄 적 없다. 그런데도 혼자 해외에 가서 BH그룹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따냈지. 알고 보면 아주 장한 녀석이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속상하구나. 승제는 20살도 안 됐을 때 벌써 수많은 회사를 인수해서 해외를 떠들썩하게 했단다.”

반태승은 잠깐 말을 멈추고 차 한 모금 마셨다.

“승제는 내가 키워준 정을 봐서 BH그룹을 물려받은 거다. 비록 그 자리는 승우의 것이었지만 난 항상 승제한테 마음이 갔거든. 그러는 한편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승제가 언제 갑자기 미쳐 날뛰면 집안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승제의 고삐는 내가 아직 단단히 잡고 있다. 원래는 그 고삐를 너한테 줄 생각이었지만 둘 다 싫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반태승이 아무에게도 한 적 없을 법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성혜인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추측하고 있는 반승제의 자산도 덕분에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

반승제가 해외에 가서 BH그룹보다 좋은 성적을 따냈다면 분명 BH그룹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씨 가문도 그에게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가 알아도 되는 얘기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저희는 진짜 서로한테 조금의 관심도 없어요.”

“너를 붙잡으려고 한 말이 아니다. 나는 그저 수다를 떨고 싶었을 뿐이니 부담 갖지 말거라. 승제가 얼마 전에는 큰아버지의 별장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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