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2258 챕터

제461화 제가 화를 못 낼 줄 아셨어요?

그러나 주영훈은 두 그림을 동시에 내려놓더니 찢긴 그림만 들어 올리며 말했다.“누가 찢은 겁니까? 내가 한 달 넘게 그린 건데. 정말 보는 눈도 없군요.”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성혜인을 바라보았다.“누가 찢은 거냐?”성혜인은 김경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김경자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선생님, 무슨 뜻입니까? 설마 이 그림이 진짜라는 말씀입니까?”주영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직접 그린 그림인데 어떻게 가짜일 수 있겠어요? 사모님, 제 그림을 찢어버렸으니 당연히 배상하셔야죠. 이 그림은 지난번 경매에서 600억을 준다는 사람한테도 주지 않은 겁니다.”그는 조금 기분이 상한 듯 그림을 말았다.“이렇게 안목이 없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왜 고소를 당했는지도 이제야 알겠네요. 위조품을 진품으로 여기다니, 물고기 눈알을 진주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시고 말 겁니다!”김경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윤단미 역시 어리둥절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내가 산 게 가짜라고? 그럴 리가! 1200억이나 쓴 건데!’1200억은 윤씨 집안을 놓고 말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그녀는 김경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돈을 쏟아 받쳐 사들인 것이었다.“선생님, 다시 한번 잘 봐주세요.”주영훈은 그녀를 힐끗 째려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당시 너를 내 제자로 들이지 않은 것은 네 심술궂은 마음 때문이었다. 다행히 제자로 안 들였으니 망정이지, 남의 가정을 망가뜨리려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가짜로 사람을 속여 내 피땀으로 만든 작품까지 훼손하게 하다니, 그건 너 역시 안목이 없다는걸 설명하는 거지.”주영훈은 그림을 들고 뒷짐을 진 채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앞으로 다시는 제 작품을 두 분께 팔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이내 그는 감정사를 가리켰다. 감정사는 하마터면 그의 손가락에 얼굴이 찔릴 뻔했다.“그리고 당신, 감히 내 작품이 위조품이라고 말해? 사기만 칠 줄 알면서 도대체 어떻게 감정사가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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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나한테 불륜녀라고 하다니

목이 너무 강하게 졸리고 있는 탓에 성혜인은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반승제는 얼굴이 왜 이 모양이 됐는지, 갑자기 앞머리와 안경은 왜 꼈는지 따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녀를 싫어했다.또 평소와는 다른 촌스러운 옷차림까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 모든 행동에, 이것 역시 그녀가 일부러 수작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재밌어?”그의 손목에는 선명한 핏줄이 솟아나 얼마나 큰 힘을 쓰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였다.목이 졸린 성혜인은 정말 금방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반승제의 고운 두 손을 보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감미로운 입술로 몸을 쓸어내리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성혜인은 이대로 질식해버릴 것 같아 급히 그의 손을 때렸다.“성혜인, 네 아버지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있던데,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으면 남은 시간 동안 조용히 분수를 지키면서 사는 게 좋을 거야. 수작 부리는 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거든.”그는 전에도 보지 못했던 차가운 말투로 말하며 마치 죽은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목을 감고 있던 손이 풀리자, 성혜인은 힘이 풀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심지어 목에서는 피 비린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콜록콜록...”반승제는 본체도 안 한 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주영훈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나 있었다. 김경자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었고 윤씨 집안 사람들은 손님들을 보내는 것을 책임졌다.윤단미는 줄곧 울고불고하고 있었다.그녀는 반승제가 온 것을 보고 마치 구세주를 찾은 듯 울며 그에게 달려갔다.“승제야, 흑흑...”그녀는 반승제의 품에 안기려고 했다.그러나 왠지 모르게 반승제는 성혜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라 미간을 구기며 몸을 옆으로 비켰다.그 바람에 윤단미는 허공에 돌진하고 말았다. 그때, 임경헌이 느릿느릿 앞으로 걸어왔다.“형,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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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독이 든 꽃

반승제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그녀는 처음 보았다.성혜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묵히 신이한의 뒤를 따라나섰다.불빛이 밝은 곳에 이르자, 신이한은 그녀의 목에 난 자국을 발견했다.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반 대표가 조른 거예요?”성혜인은 차에 올라탔다. 목 안이 마치 불타오르는 듯해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네.”“아내한테 너무 잔인하네요.”성혜인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로 사람들을 압도하던 그녀는 갑자기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씁쓸할 뿐.“페니 씨, 제가 일찍 알려주지 않은 걸 탓하지 마세요. 반 대표 평소에는 고고한 자태를 하고 있어도, 사실 성격이 별로 좋지 않아요. 지금 제원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자신의 목을 만지고 있었다.“3년 안에 해외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곳에는 미치광이들도 정말 많고 서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게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반 대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잘 섞어 들었어요. 사실, 저랑 몇몇 친구들은 그가 밖에 거액의 재산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추측하기도 해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한테도 모질고 다른 사람한테는 더 모질게 굴어요. 페니 씨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며 그 후과는 엄청날걸요?”신이한은 비록 다른 속셈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전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조금 전에도 하마터면 목을 졸라 죽일 뻔했는데, 나중에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목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아파 급히 뭐라도 마셔 통증을 완화하고 싶을 뿐이었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본 신이한은 결국 길가에 차를 세워 약방에서 약을 사 왔다.차에서 내린 성혜인은 곧바로 한 덩이의 피를 토해냈다.목이 극한으로 심하게 졸리면 이렇게 될 수 있었다.신이한이 건네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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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흔들린 적 없는 결심

로즈가든에 돌아온 성혜인은 주영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온통 반승제에 대한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빌어먹을 자식! 찢어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럽다, 한스러워! 화가 나 죽겠어. 너랑 결혼한 걸 감사하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밖에서 헛짓거리하고 돌아다녀?! 내 제자의 명성이 바닥을 치게 하네! 바닥을 치게 해!”성혜인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승이 제원에 딱 하루, 그것도 일이 있어서 갑자기 돌아온 것뿐인데, 자신 때문에 사람들 앞에 서게 된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주영훈이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반승제를 욕하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서둘러 사과를 건넸다.“스승님, 죄송합니다.”주영훈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머리에서 연기가 날 정도였다.“어떻게 할 생각이냐? 계속 속일 작정이야?”“모르겠어요.”핸드폰 너머로 주영훈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목은 또 왜 그래? 다 쉬어버렸네. 혹시 우는 것이냐?”성혜인은 두 번 기침을 하더니 너무 아파 조금 전의 약을 또 두 모금 마셨다.“아뇨, 목이 조금 아파서요.”“페니야, 너는 반승제를 좋아하냐?”성혜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좋아한대도 사귈 수는 없을 것 같았다.아마도 그 미미한 설렘은 단지 그들이 매일 밤 친밀한 스킨쉽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끌어당기고 몸을 부딪치지 못해 안달 나 하는 반승제의 모습이 떠오르면 여전히 얼굴이 뜨겁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이게 좋아하는 건가? 아닐 거야. 이혼에 대한 결심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으니까.’“그럼 반승제 그 녀석은 너를 좋아하냐?”“아뇨.”그녀의 대답은 빨랐다. 반승제의 옆에는 윤단미가 있으니 말이다.“그럼 너도 좋아하지 말렴. 찾으려면 일편단심인 남자를 찾아. 승제는 확실히 뛰어난 사람이 맞긴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들 네 것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알겠습니다, 스승님.”“너도 네 생각이 다 있을 테니 나도 더 말은 하지 않겠다. 이 그림은 내가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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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이 복 너한테 줄게

반승제가 들어오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온시환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술 한잔을 건넸다.“너 오늘 너무 늦게 왔어. 가장 재밌는 장면도 다 놓치고 말이야. 승제야, 네 아내 정말 대단하더라.”반승제는 겨우 반씨 집안의 일을 모두 처리했다. 김경자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윤씨 집안에서는 계속 울며 간절히 하소연했다.성혜인은 모두가 평온할 수 없어 잔뜩 헤집어 놓았다.온시환은 반승제의 어깨를 토닥였다.“생긴 건 그저 그래도 말솜씨가 좋더라고. 그런 사람하고 결혼할 수 있는 것도 네 복이야.”오늘 내내 일이 순탄치 못해 예민했던 반승제는 시선을 떨군 채 차갑게 말했다.“이 복 너한테 줄게. 가질래?”온시환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예쁜 여자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반승제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뒤로 살짝 기댔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에 있는 단추를 몇 개 풀었다.그러자 온시환이 또 위로하며 말했다.“됐어, 그 여자 말은 하지 말자. 그나저나 윤단미는 어떻게 할 작정이야? 오늘 밤 이후로 많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릴 텐데. 윤단미를 더 좋아하는 거면 빨리 이혼해서 명분을 줘.”반승제는 손에 들려있는 술잔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는 내가 성혜인하고 결혼하기를 바라고, 할머니는 내가 윤단미하고 결혼하기를 바라고. 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할 수 없는 거지?”목소리가 너무 낮은 탓에 오직 온시환과 서주혁만이 그의 말을 들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재벌가들 사이에는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걸 믿는 사람들은 아직 이 무리를 접한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대부분의 재벌가 사람들은 집안과 타협하여 집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아내를 선택하고 밖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몇 명 두었다.집안에서는 잘 따르고 밖에서는 찬란하게 놀았다.그리고 대중들 앞에서는 쇼윈도 부부를 연기를 하는 것이 회사의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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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같은 집안사람이 될 몸

성혜인은 이력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마음에 드는 듯 사무실로 불러달라고 청했다. 이력서의 주인 장하리는 올해 초에 입사한 21살의 예쁘장한 신입사원이었다.성혜인은 장하리를 훑어보며 단도직입으로 물었다.“장하리 씨, 제 개인 비서로 일할 생각 없어요?”장하리는 잠깐 멈칫하다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성혜인이 어떤 사장인지는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이것은 분명 승진할 좋은 기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면 인사부로 가서 수속을 밟고 오후에 다시 돌아와요. 제가 자리를 만들어 줄게요.”장하리는 또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말없이 순종적인 그녀의 모습이 성혜인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같은 시각, 어제 크게 창피를 당한 윤단미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김경자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를 만나러 갔다.김경자는 이미 반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법원에서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칫 기절할 뻔하기도 했다. 분노는 성혜인의 피부 껍질을 찢어내고 싶을 정도로 솟아올랐다.“요망한 년 같으니라고, 콜록콜록.”“할머니, 저 이제 어떡해요?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파티에 참석해요...”김경자는 잠깐 기침하다가 백연서에게 물었다.“성씨 집안에서는 무슨 사업을 하니?”성씨 집안에 관한 일은 백연서도 당연히 몰랐다. 그저 BH그룹에서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이때 윤단미가 먼저 대답했다.“성씨 집안에서는 페인트 사업을 해요.”김경자는 눈살을 찌푸렸다.“너희 집안은 부동산 사업을 한다고 했지? 페인트 회사를 인수해서 도움이 되려나?”“도움은 당연히 되죠. 근데 SY그룹을 인수하면 할아버지께서 화내지 않을까요? 그리고 승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SY그룹도 나름 큰 회사라 인수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만약 윤씨 집안이 재벌가의 문턱을 밟았다고 하면 성씨 집안은 재벌가의 ‘ㅈ’자도 본 적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인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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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뽀뽀뿐이라면

성혜인의 사무실은 괴이한 정적에 휩싸였다. 그녀도 장하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후 성혜인이 몸을 일으키며 장하리에게 말했다.“수고했어요, 이만 퇴근해요.”장하리는 작게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성혜인도 이만 퇴근해서 성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윤단미에게 사과하는 것은 아예 선택지에 없었다. 아무리 이사회가 배신했다고 해도, 아무리 그녀의 편에 서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그녀는 윤단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것이다.성혜인은 성휘의 방문 앞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들어 노크했다. 방 안에서는 성휘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이런 일로 찾아오게 되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들어와.”성휘는 짧게 대답하고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 방 안으로 들어간 성혜인은 침대 곁에 앉으며 말했다.“아빠, 저 이만 지분을 팔아버리려고요.”성휘는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약 일 분간 침묵한 끝에 겨우 대답했다.“네 마음대로 해, 콜록콜록.”“죄송해요.”“사과할 것 없어. 내가 변호사한테 연락, 콜록콜록...”성휘는 이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분을 파는 일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이만 꿈을 좇으라는 그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래도 속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시작해 회사를 세우는 것이 어디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성혜인도 속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영원히 팔아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일 뿐이에요. 제가 금방 되찾아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그냥 아빠가 놀라지 않게 미리 알려드리러 온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어떤 소식을 들어도 흥분하지 마세요.”성휘는 이제야 약간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혜인이 너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니 무조건 잘 해낼 거다.”성혜인은 성휘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잠자코 있었다. 이미 벌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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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도움의 조건

신이한은 성혜인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조금 전에 한 말은 그냥 장난이었어요. 그래도 돕겠다고 한 건 진심이에요.”성혜인은 스테이크를 우물우물 씹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표정은 한결같이 차분하기만 했다.신이한은 그런 성혜인에게 경외심이 들 지경이었다. 반승제의 위압감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지구를 통틀어도 몇 안 되기 때문이다.반승제의 곁에 서 있던 윤단미마저도 약간 겁먹은 듯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승제야.”반승제는 이제야 몸에 힘을 풀었다. 역시 성혜인은 가벼운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온시환의 말이 맞았다. 불륜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그는 성혜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진실게임을 할 때도 그녀는 그가 아닌 신이한에게 키스하려고 하지 않았는가?말없이 성혜인을 쏘아보던 반승제는 금세 생각 정리를 끝내고 멀어져갔다. 윤단미는 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성혜인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한마디 했다.“정말 더러워서 못 봐주겠네요. 남자가 그렇게도 고파요?”말을 마친 윤단미는 반승제를 쪼르르 따라갔다. 반대로 성혜인은 입맛이 뚝 떨어진 듯 가만히 머리를 숙였다.신이한은 성혜인를 바라보며 와인잔을 들었다. 눈빛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페니 씨, 아까는 반 대표님이 오는 걸 보고 일부러 그랬죠?”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이한은 한쪽에 놓인 숟가락을 가리켰다. 마침 그녀의 뒤를 볼 수 있도록 배치된 숟가락을 말이다. 신이한은 그녀가 반승제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뽀뽀하려 했다고 생각했다.“만약 제가 막지 않았다면 진짜 뽀뽀하려고 했어요?”“아마도요?”신이한은 약간 후회가 되기도 했다. 반승제 앞에서 대놓고 성혜인과 뽀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이미 날아갔고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은 소용없었다.그는 원샷으로 와인잔을 비웠다. 그러자 성혜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이한 씨.”신이한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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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반승제가 화난 이유

열이 오른 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당겨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젯밤 나무에 부딪히며 다친 데다가 목까지 쉬었던 성혜인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찔끔 감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위로 올라타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반승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갑자기 왜 화를 내시는 거예요?”반승제는 성혜인의 표정을 한참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혹시 내가 질투라도 한다고 생각하나?”성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반승제도 두말없이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잡았다.“오늘로 여섯 번째겠군.”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푼 순간, 반승제는 얇은 셔츠 뒤에 가려져 있던 빨간 자국을 발견했다. 어두운 조명 하에 그 자국은 키스 마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반승제는 잠깐 멈칫하더니, 성혜인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내던졌다.“꺼져.”성혜인은 한참 휘청거리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 만약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그대로 길바닥에 엎어졌을 것이다.뒤따라 차에서 내린 반승제는 한결같이 고귀한 자태로 팔짱을 꼈다. 그리고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성혜인을 바라봤다.“너 신 대표랑 잤어?”성혜인은 이제야 반승제가 무엇을 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이 남긴 흔적의 일부만 보고 키스 마크로 오해한 듯했다.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피식 웃었다. 반승제가 이미 차에 올라타 멀어진 참이라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다리에 힘이 풀려 길가에 쪼그려 앉은 성혜인은 목을 만지작대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약간 기운이 생긴 다음에야 자신의 차에 돌아가 로즈가든으로 향했다.저녁, 성혜인은 장하리의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세한에서 지분을 10%까지 모았어요. 아마 내일이면 이사회에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10%의 지분은 이사회에 가입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조만간 SY그룹 전체를 삼켜버릴지도 몰랐다.“하지만 이상하게도 10%에서 멈춘 지 한참 됐어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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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성혜인이 만든 덫

성혜인은 새벽 사이에 35%의 지분을 장하리에게 양도했다. 그녀가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을 세한그룹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사실 장하리의 이름으로 파는 것도 너무 많은 양의 지분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다. 그래도 음모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더구나 도움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장하리 밖에 없기도 했다.장하리가 지분을 받고 도망갈 걱정은 없었다. 신이한과 체결한 계약 덕분에 지분의 중심은 언제나 성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내용은 그녀와 신이한만 알 뿐,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았다.35%의 지분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이 먼 세한그룹 측 책임자는 곧바로 윤단미에게 소식을 알렸다.“이것만 얻으면 SY그룹 인수는 성공한 것과 다름없어요. 앞으로 단미 씨가 SY그룹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윤단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반승제는 그녀에게 전문가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저 컨설팅을 할 만한 돈을 보내줬을 뿐이다.다행히 윤단미 스스로 찾은 컨설턴트가 유능한 덕분에 하루 사이에 16%의 지분을 모은 건 물론이고 오늘은 35%라는 대어까지 낚을 수 있었다.윤단미는 귀까지 찢어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성혜인에게 복수할 상상만 해도 도파민이 마구 솟아나왔다.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성공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심호흡과 함께 진정하며 물었다.“가격은요?”“가격은 시장 가격의 2배로 4000억 원을 원한다고 했어요.”윤단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4000억 원은 그녀에게도 높은 값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금방 가짜 그림에 1200억 원이나 썼으니 더욱 망설여졌다.가짜 그림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주영훈에게 선택받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평가를 받았던 일이 생각나니 윤단미는 또다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건 모두 성혜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성씨 일가는 죽어야 마땅하다.물론 페니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어젯밤 페니가 신이한과 뽀뽀하려고 했을 때 반승제의 반응은 누가 봐도 질투하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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